돈과 재능이 쏟아져 188화
124. 나스닥 폭락(1)
만장일치로 대상이 확정되었다.
“역시, 이거군요.”
“네.”
“좋습니다, 바로 수상자들에게 연락 넣어주세요. 특히 대상 수상자인 류성 작사가님에겐 시상식 참여를 꼭 좀 부탁한다고 얘기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흐음, 이미 대표곡이 있는 작사가님이니 대응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물론입니다!”
작지만 알찬 드라마 제작사, 하이컬러가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축하드립니다. 하이컬러 가사 공모전 우수상에 입상하셨습니다.”
-허업, 지, 진짜요?
“네, 시상식에는 참여하실 건가요?”
-물론이죠! 무조건 갈게요! 무조건!
“하하, 네. 알겠습니다. 날짜는…….”
-정말 감사합니다!
장려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받은 모두가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우와, 대바아아악!
“그럼 시상식은…….”
-무조건 갈게요, 무조건!
“알겠습니다. 날짜가…….”
전화기 너머에서도 그 행복이 전해질 정도였다.
“마지막인가.”
작사가, 류성.
대표곡이 있다지만 그래도 대상이니 기뻐할 게 분명했다. 과연 얼마나 좋아할지 은근히 기대되었다.
전화를 걸었다.
잔잔하게 흘러드는 음악을 감상하고 있으니 딸칵,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 반갑습니다. 류성 작사가님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하이컬러 제작사입니다. 이번 가사 공모전 대상에 입상하셔서 알려드리고자 이렇게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가사 공모전이요?
“네. 대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상이군요.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덤덤했다.
어, 음.
연락을 넣은 담당자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그, 시상식은 참여하실 건지…….”
-음, 날짜가 언제죠?
“3월 16일입니다.”
-음, 시간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 대상이시니 부디 참석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려줄 걸 다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특이한 사람이네.”
중얼거리며 나머지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 * *
3월 중순은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상당히 바쁜 시기였다. 먼저 방송 출연이 미뤄졌다. 출연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2주 정도 연기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뭐,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확히 정해지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너무 바빴으니까.
먼저 작사 공모전에 참여했던 두 곳에서 연락이 와서 연달아 시상식에 참여해야 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시상 경력이 꽤 쌓여서 그런지 꽤 적응된 느낌이었다. 기쁘긴 하지만 예전처럼 그걸 겉으로 크게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다. 덕분에 수상 소감도 한결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좋은 작사, 꾸준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직원도 출근했다.
덕분에 사무실이 활기차졌다.
워낙 넓어서 텅텅 비어 휑한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생기가 넘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다들 환영합니다.”
그들을 위한 환영회도 열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원 없이 먹였다.
“우와……!”
“으억, 더 이상은……!”
“잘 먹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했을 때는 모두를 위해 궁극의 커피를 제조해 줬다.
“드셔보세요.”
“잘 마시겠습니다, 이사장님!”
“네.”
당연한 반응이 이어졌다.
“흐업, 커피가…….”
“대에박.”
“꽤 맛있죠?”
“완전, 너무, 엄청나게 맛있어요!”
“흐어어…….”
격하게 반응하는 신입 직원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가끔 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업무를 봤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신입 직원들이 업무에 적응했다.
덕분일까.
많은 부분에서 가속도가 붙었다.
“라이키코리아 물품 전부 구매 완료했습니다. 오늘부터 후원받는 아이들을 비롯해 전국 곳곳으로 배송이 시작될 겁니다.”
“좋군요.”
“소년 소녀 가정 후원도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하면 어떨까요?”
“필요 예상 자금은요?”
“현재 지원하는 지역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확실히 달라졌다.
“그 정도라면 소아병동 후원도 마찬가지고 보육원 후원까지 전국으로 넓혀도 될 거 같네요.”
“어, 그러면 자금 계산을 다시 해야 합니다.”
“끝나면 보고서 제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답받아야 할 사람들을 위한 후원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고양이 할머니의 경우 이사를 마쳤습니다.”
“문제는 없었죠?”
“네.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백반 도시락 사장님은 실력이 좋은 셰프님을 초빙해서 요리를 알려주고 있고요. 여정아 선생님은 내일 병원 옮기기로 했습니다.”
“내일이라…….”
오늘 여정아 선생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물약을 써야 했으니까.
가는 김에 고양이 할머니도 뵙고.
백반집 사장님도 마찬가지.
그렇게 계획을 세우며 나머지 업무를 정리했다.
“아이들한테 문제는 없고요?”
“네. 학교에 푸드트럭을 순차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요.”
“흐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있을 거 같은데요.”
“네.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지내면서 서류로 확인하는 부분이 크다 보니 정확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현장을 보는 눈이 필요하겠군요.”
“맞습니다.”
“아이들이랑 어르신들을 맡아줄 팀도 구성을 해봐야겠군요.”
“아이랑 어른들이요?”
“네. 전담으로 맡아줄 인원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일종의 현장 전문 직원이죠.”
“아하, 확실히 좋겠는데요?”
“일단 구상만 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릴 터였다.
사람이 문제였으니까.
아무래도 ‘재능 관찰자’를 구매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추가로…….”
외에도 몇 가지 보고를 받았다.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 * *
직원들과 함께 얼큰한 닭볶음탕을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네요.”
“크흐, 여기 생각날 거 같아요.”
류성은 뒤에서 시간을 체크했다.
가봐야겠는데.
부사장에게 다가갔다.
“저는 여정아 선생님 좀 뵙고 올게요.”
“아, 네. 그러세요.”
“오후 업무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류성은 곧바로 차량을 이끌어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꼭 먹여야지.
병원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1층으로 올라왔다. 병원 내부에 있는 마트에 들러 비타민 음료수를 구매했다. 사람들이 볼 수 없게끔 화장실에 들어가 음료수의 뚜껑을 따고서 노화 회복 물약을 넣은 뒤 다시 뚜껑을 닫았다.
“후우.”
조금의 긴장감을 느끼며 병실로 올라갔다.
똑똑.
노크하고 들어가자 여정아 선생님이 보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네, 오랜만이죠?”
“그러게요. 참, 이야기는 들었어요. 저 내일 병원 옮긴다면서요?”
“맞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전보다 안색이 조금 더 나빠 보였다.
상태가 악화된 걸까.
류성은 뚜껑을 지금 막 여는 척을 하면서 음료수를 건넸다.
“비타민 음료수인데 드세요.”
“아, 비타민이요?”
“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실제로 비타민은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 물론 이런 음료 한 병으로 효과를 누릴 순 없겠지만 명분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덕분에 여정아 선생님은 의심 없이 음료수를 마셨다.
꿀꺽-
그 모습을 보며 류성은 안도했다.
됐어, 이거면.
이제 내일 병원에서 새로 검사를 하고 상태가 충분히 좋아졌다면 바로 수술을 진행해서 암을 제거하면 될 터였다. 지금 수술이 힘든 이유가 컨디션도 그렇지만 암세포가 너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부탁한다, 물약아.
류성은 속으로 바라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긴장되시죠?”
“조금요.”
“내일 병원 옮기면 새로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이후 상태를 보고 치료를 시작할 거고요.”
그녀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정아 선생님.”
“네?”
“내일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이 되면 분명.
많은 게 달라져 있을 테니까.
* * *
번듯한 주택이 보였다.
적당히 넓은 마당.
오랜만에 뵙는 고양이 할머니는 예전보다 훨씬 안색이 편해 보였다.
“할머니!”
“으잉? 왜 또 왔어?”
“잘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서요.”
“잘 지내지. 잘 지내고말고.”
할머니의 시선이 마당으로 향했다.
적당히 넓은 공간.
걸어 다니는 고양이들이 보였다.
냐아아앙-
녀석들도 지내기에 편안한지 훨씬 좋아 보였다.
“전에 살던 곳보다 좋으시죠?”
“당연하지. 내가 말년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모르겄네.”
그때 눈 하나가 없는 고양이가 다가왔다.
냐아아-
류성의 정강이에 얼굴을 비벼댔다.
“오, 알아보는 거야? 이름이 대빵이었던가요?”
“맞어, 대빵이.”
무릎을 굽히고 대빵이의 미간을 쓰다듬었다.
“착하네.”
“누가 밥을 사주는 건지 아는 거지.”
“하하, 설마요.“
“허어, 진짜라니까. 이 녀석들은 말이야,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예민하게 굴어. 근데 이번에는 좋은 곳으로 옮겨서 그런가? 귀신같이 적응하더라고.”
“그랬어요?”
“까탈스러운 녀석들.”
투덜거리는 듯하지만 할머니는 웃고 있었다.
아주 행복하게.
지켜보는 류성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아픈 애들은 없죠?”
“전부 검사도 해줬잖어. 약 먹으니까 금방 괜찮아지더라고.”
“좋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상태 안 좋은 고양이 보이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알았어. 가려고?”
“네, 또 들러야 할 곳이 있어서요.”
“그려, 가봐.”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오기는, 무슨.”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고마워. 내 죽을 때까지 이 녀석들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말더라고. 뭔 일 생기면 바로바로 연락도 할 테니까.”
그 말에 몸을 돌린 류성이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고양이뿐만이 아니라, 할머니도요.”
“응?”
“할머니도 어디 불편하거나 필요한 거 있으시면 꼭 알려주세요. 아시겠죠?”
“……그려, 알겠어.”
“그럼 진짜 가볼게요.”
“어여 가.”
고양이 할머니와 헤어지고 바로 백반집 사장님을 찾아갔다.
“여기선 이렇게…….”
“아아, 그렇군요.”
“잘하고 계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하, 뭘요.”
마침 요리를 배우고 계신 모양이었다.
잠깐 지켜봤다.
셰프는 류성이 온 걸 알고서 고개를 살짝 숙였지만 사장님은 요리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검지를 올렸다.
쉿.
입가에 대자 셰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하시네.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굳이 인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뿌듯한 하루였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기다렸던 순간이 드디어 찾아왔다고 해야 할까.
걱정과 기대가 기묘하게 뒤섞였다.
“후우, 침착해야지.”
미리 적어뒀던 메모장을 확인했다.
악재 정보권.
초반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오는 3월 25일, 주춤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얼굴을 치켜들었다. 두 국가의 치열한 다툼이 이어졌다.]
[3월 29일, 감정싸움은 활화산처럼 번져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 강대국이 서로 간에 무역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보다 훨씬 더 과격한 관세 부과가 시작되었다. 미국은 먼저 중국산 제품 1,700억 달러 규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 증시가 크게 휘청거렸다.]
25일, 오늘 드디어 두 국가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무역전쟁>
해당 단어로 검색하자 기사가 촤르륵, 떠올랐다.
[미국, 중국에 다시 싸움 시작되나?]
[관세 부여 초읽기!]
[제3차 미·중 무역전쟁 발발하나?]
[중국, 앞으로의 향방은?]
[나스닥 선물, 하락세!]
이미 미국 증시의 분위기가 나빴다.
선물 시장은 하락하는 중이었다.
“으음.”
나스닥 지수가 벌써 1.9%나 하락하는 중이었다.
S&P도 마이너스 1.53%였다.
본장이 시작되면 더 강하게 내리꽂힐 수도 있으리라.
아직 여유가 있으니.
몇 가지 할 일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정보가 꽤 있었다.
그것들을 번역해서 간추렸다.
“후, 시작해 볼까.”
어느새 밤 11시가 되었다.
스윽.
가면을 착용하고서 생방송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