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193화
126. 방송 출연(2)
MC의 질문에 류성은 잠깐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해야겠지?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얘기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욱 많은 이들이 추종자처럼 들러붙을 것이다.
그래, 뭐.
이럴 때는 조금 충격을 주는 것도 괜찮으리라.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다르시다면……?
모두의 시선이 류성에게 집중되었다.
-이번 하락장, 꽤 오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런가요?
-네.
-어, 그러면…… 얼마나 오래 이어질까요?
-추가적인 악재가 없으면 3개월 정도 보고 있고 추가적인 악재가 나타난다면 1년, 그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허어, 엄청나군요.
류성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빠져들었다.]
악재 정보권의 마지막 문장.
인플레이션 공포.
한 나라도 아니고 전 세계가 그런 공포에 빠져든다는 건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후 정보가 나오진 않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미국은 부랴부랴 금리를 인상할 테고 그 기간만 족히 1년 이상은 될 터였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리게 된다.
특히 기술주들.
기술주는 말 그대로 기술을 지닌 기업이다. 일부 대형주를 제외한다면 미래의 수익을 믿고서 자본을 크게 빌린 채로 사업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즉, 이자 부담이 엄청나게 높아지면서 실적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생각보다 오래 보고 계시는데요.
-네.
-그래도 기업의 가치는 여전하지 않을까요?
-음, 간단하게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지금은 금리가 낮고 기술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죠. 이제 막 시작하는 기술 기업은 당연히 많은 돈을 빌릴 겁니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기술을 사랑하고 그만큼의 거금을 투자라는 명목으로 사용하니까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시장 자체가 바뀐다면 어떨까요. 미국이 중국 내에 위치한 모든 파인애플 공장에 철수 명령을 내린다면요? 미국이 중국 내에 있는 모든 미국 기업 활동을 멈추게 만든다면요?
-어, 음……!
-과거에도 그런 사례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 그렇군요.
-갑작스럽게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하게 된다면 거기서 파생되는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될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네요. 말도 안 되는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악재가 시장을 억누르겠죠. 이런 대단한 기업도 제재를 받는 판국인데 자그마한 기업들은 어떨까요. 의문이 쌓이게 될 거고 자연스럽게 투자 심리가 죽을 겁니다.
-오오, 확실히……!
어느새 MC가 류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만으로도 나스닥 지수에는 악영향을 끼칠 겁니다. 기업의 가치는 여전할 순 있겠지만 투자 심리가 죽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미래 가치를 낮게 측정하게 됩니다. 그게 주가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겠죠.
-일리가 있는 이야기네요.
-그렇습니다.
이 정도에서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네.
-이런 하락장 속에서도 돈을 벌어야 진정한 고수겠죠?
-오오, 자신이 있으신가 보군요?
-어휴, 물론입니다. 저는 조금 뒤에 진행되는 너튜브 실시간 방송이 엄청나게 기대되거든요.
-크흐, 좋군요!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적절한 시점에서 MC가 방향을 틀었다.
-자, 질문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개미 투자자 여러분들, 생각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요. 어느 하나의 의견에 매몰되지 말고 여러 방면으로 더 많이 공부하는 걸 추천합니다. 곧이어 이어질 실시간 단타 방송, 기대해 주시고요! 잠시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오전 사전 녹화가 끝났다.
* * *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오후 녹화에 돌입했다.
-자자, 2시부터 너튜브 실시간 방송 시작되니까 집중들 해주시고요. 실수해도 멈출 수 없다는 점, 알아두셔야 합니다! 물론 녹화 끝나고 편집으로 어떻게든 커버는 치겠지만 한계가 있어요. 엄청난 인원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만큼 아무리 편집해도 원본 영상을 막을 수가 없거든요. 아시겠죠?
그 말이 긴장감을 높였다.
-1시 50분이네요. 자자, 다들 서둘러!
방송국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분들은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고요. 화면에도 안 나오고 소리도 안 잡히는 상태니까 너무 굳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채널에 접속하는 사람들 보이시죠?
류성도 모니터 화면을 확인했다.
<실시간 328명>
시청자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잘 보이네요.
-좋습니다. 다른 분들도 문제없죠?
-네.
대답하고서 다시 확인했는데 그 잠깐 사이에 숫자 단위가 바뀌어 버렸다.
<실시간 1,187명>
순식간에 천 명이 넘어버린 것이다.
“이야.”
류성의 감탄을 들은 걸까.
마침 옆에 있던 최민정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빠르죠?”
“아, 네. 생각보다 시청자가 많네요.”
“많이 들어올 때는 15만 명 넘게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허어, 그래요?”
“물론 참가자 전부 합쳐서요.”
“그래도 엄청나군요.”
“네. 특히 류카월드님 영향력이 상당하죠.”
“하긴 그렇겠네요.”
혼자서도 기본 5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불러들이는 너튜버였으니까.
“그래서 너튜버분들이 오히려 많이 나오고 싶어 하세요. 특이하게도 가면남님은 처음에 거절하셨지만요.”
“아하하.”
“지금이라도 나와주셔서 고마워요.”
“크흠, 뭘요.”
이것도 다 이득이 있으니 나왔을 뿐이었다.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굳이 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자자, 3분 남았습니다!
어느새 생방송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실시간 5,227명>
현재 유입된 시청자는 5,227명이었다.
1만 명은 넘겠는데?
시작부터 이 정도라면 방송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1만 명을 가뿐하게 넘어설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1분 남았습니다!
류성은 자세를 잡았다.
곧 화면에 그의 모습이 나타날 테니까.
-10초, 9, 8, 7…….
시간이 흐르고 이윽고 0초가 되었다.
파앗-
류성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네, 반갑습니다. 가하!”
그러자 채팅에 웃는 소리가 끝도 없이 올라왔다. 그러는 와중에도 류성은 익숙한 닉네임 몇 개를 캐치했다.
“알탕 님, 짝발 님, 주린잉 님, 오늘도 와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채팅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운이 좋게도 유명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많은 시청자분과 함께 단타를 하게 되었네요. 그럼 길게 말할 것 없이 바로 돈 벌러 가보실까요?”
빠르게 홈 트레이딩 시스템에 로그인했다.
“아쉽게도 제 계좌는 아니고 방송국 계좌입니다. 여기 들어 있는 200만 원으로 단타 시작해보겠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만 따라오시면 오늘 돈복사 제대로 경험할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SKL하이닉스의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그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내용을 입에 담았다.
평범직장인 : 어라? 대형주? 다른 분들은 소형주로 하시던데
포크 : 대형주면 수익률 낮지 않음?
불꽃샷 : 단타는 역시 소형주지!
코인대박 : 단타 잘 모르는 양반이시네ㅎㅎ
알탕 : 이 사람들, 정보꾼님 잘 모르시는구나ㄷㄷ
주린잉 : ㅠㅠ투자하는 사람치고 가면남님 모르면 간첩인데...
일상속에서 : 소형주로 갑시다!
짝발 : ㅋㅋ장담하는데 방송 끝날 즈음에 이 사람들 전부 환호 지를 거임!
아무래도 라이트한 시청자가 대다수인 모양이었다.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투자하기 두려운 일반인의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뭐, 그럴 수 있지.
원래 시작하는 게 어려운 법이니까.
“어제 미국 증시가 크게 폭락했죠? 그런 상황에서 소형주 단타를 하는 건 위험성이 너무 큽니다. 상승할 여력도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시청자 여러분들과 함께하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시청자는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해볼까요? 단타를 주도하는 참가자는 저점에서 살 겁니다. 그러면 구경하는 시청자분들이 따라서 매수하겠죠.”
조금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그래야 쫓아올 테니까.
“제일 처음에 샀던 채널 주인은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시청자한테 물량을 떠넘기면서 수익을 낼 겁니다. 해당 채널 주인의 수익률만 보면 단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게 바로 착각입니다. 막상 함께하는 시청자 여러분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그러면 안전하게 돈복사 시켜드릴 테니까요.”
더 이상의 말은 오히려 과할 터였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류성은 곧바로 지지선과 저항선부터 그었다.
차트에 그려지는 선들.
튼튼한 지지선과 강력한 저항선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큰 저항선에 맞고 떨어지는 중이거든요? 힘 있는 지지선에 매수를 걸어놓고 대기하겠습니다. SKL하이닉스고요, 주가는 11만 7,500원 자리가 지지선이니까 거기에 매수 걸어놓으시면 됩니다.”
류성도 11만 7,500원에 2매수를 걸었다.
소액 200만 원.
시청자도 따라서 온 모양인지 매수벽이 증가했다.
“물량이 꽤 되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SKL의 거래량이 상당하거든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보다 물량이 두 배 이상 더 늘어나면 힘들겠지만.
그때는 성삼전자로 이동해야겠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면서 매수가 되기를 기다렸다.
* * *
39살의 나이.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현대 1인 가구의 전형적인 예시라 할 수 있는 배철석. 그는 친구에게 투자 프로그램을 추천받았다.
“나 투자 안 한다니까.”
“안 해도 일단 보기만 하라니까.”
“어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냐고. 우리도 떵떵거리면서 지내자, 좀!”
“알았다, 알았어.”
평소라면 고개를 저었겠지만 최근 인생에 회의를 느낀 까닭인지 흥미가 조금은 동했다. 그래서 요 며칠간 프로그램을 몰아서 시청했다.
“재밌네, 생각보다.”
그도 5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에 투자했었다.
크게 실패를 맛보고 빚까지 졌지만.
그날 이후 지금까지 주식은 절대로 쳐다보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뀐 걸까.
이제는 아예 주식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투자라…….”
그간 모은 돈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혼자라서.
적당히 아끼면서 지낸 덕분에 적지 않은 돈이 통장에 있기는 했다.
뭐, 쓸 곳은 없지만.
그래서 다시 투자에 눈길이 간 것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하필이면.
마침 업무를 쉬는 당일에 너튜브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는 소식까지 접했다. 엄청난 투자 고수들이 시청자와 함께 단타를 진행한다나, 뭐라나.
“내가 투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보는 눈은 그간 많이 길러진 상태였다.
뭐가 이상한지.
어떤 게 잘못된 건지.
그 정도는 파악할 수준이 되었다.
그러니까.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진짜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나 진짜면 다시 투자를 이어갈 생각도 있었다.
나도, 한 번쯤은.
떵떵거리면서 살아보고 싶었으니까.
“후우.”
배철석이 모니터를 쳐다봤다.
“엇, 벌써 시간이……!”
서둘러 너튜브에 접속해 프로그램 이름을 검색했다. 그러자 5개의 실시간 방송이 차례대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