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95화 (195/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95화

126. 방송 출연(4)

구매할 수 있는 재능은 총 세 가지였다.

그림작가의 창의력.

몸으로 말해요.

그리고 재능 관찰자.

“당연히…….”

세 번째로 떠올린 ‘재능 관찰자’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아이와 노인,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재단을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 보는 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보여주는 잠재력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유추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3분 뒤에 사전 녹화 시작합니다.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들려오는 소리에 상념을 지우고서 화장실을 나왔다.

“오셨어요?”

“네.”

“생방송 너무 잘 봤습니다.”

“어, 네……?”

류카월드의 말에 류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흐, 저는 단타를 안 했거든요.”

“아, 그래서 수익률이…….”

“네. 0퍼센트죠.”

참으로 특이한 사람이었다. 본인 생방송 시간에 단타를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구경했다는 이야기였으니까.

“투표는 괜찮겠어요?”

“네, 다행스럽게도 손해를 본 사람이 두 분이나 나와주셔서. 흐흐.”

“음……?”

“하하, 시청자와 내기를 좀 했거든요.”

“아하. 재밌었겠네요.”

“네, 아주 흥미로웠죠.”

류성을 쳐다보는 류카월드의 표정에 기이한 열망이 서렸다.

왜, 왜 이래?

어쩐지 부담스러워서 시선을 피했다.

“정보꾼 님?”

“네.”

괜히 침이 삼켜진다.

꿀꺽-

뭔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저기 말이죠. 제가 원래 이런 얘기는 안 하거든요.”

“네, 말씀하세요.”

“연락처 좀 주세요.”

잠깐 인지하는 게 느렸다.

아, 그러니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거구나.

“아아, 네. 그럼요.”

류성은 가면 속에서 실소를 머금은 채 류카월드의 스마트폰에 번호를 찍었다.

“고마워요, 연락할게요.”

“알겠습니다.”

직후 마무리 사전 녹화가 진행되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MC가 나와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마무리 사전 녹화라 길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탈락자와 우승자, 그리고 상금 발표였으니까.

-네, 그러면 이제 탈락자를 확인해야겠죠?

본방에는 아마도 편집되어 나갈 터였다.

탈락자가 누구일지.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일 것이다.

-탈락자는! 네, 탈락자는……! 안타깝게도 방구석전문가입니다!

-아……!

-오늘 즐거웠습니다, 방구석전문가님.

-저도요. 물론 아쉽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시죠.

-음, 제가 오늘은 비록 수익률이 저조했는데요. 어제 미국 증시가 워낙 안 좋아서 실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거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변명이겠지만요. 아무튼, 앞으로도 열심히 방송할 테니 많이 봐주세요!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렇게 방구석전문가가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럼 이번엔 우승자를 발표해야겠죠?

오직 시청자만이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정해진 결과였기에.

막상 현장에 있는 이들은 심드렁했다.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주식대마왕님!

-고맙습니다.

-자, 무려 37.74퍼센트라는 수익률을 달성했는데요.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죠?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확인을 해보니까 매매를 총 20번을 하셨더라고요?

-그랬나요?

-네. 놀라운 건 그중에 18번을 성공시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90퍼센트의 확률로 단타에 성공해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죠. 어후, 이거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아시죠? 도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그냥, 뭐. 운이 좋았네요.

-어휴, 겸손하기까지 하시군요. 물론 노하우니까 밝히기는 어렵겠죠? 자, 그러면 상금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광판에 글자와 숫자가 생성되었다.

[원금 2,000,000원]

[수익률 37.74%]

[수익금 754,800원]

류성도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최종 상금 : 75,480,000원]

이윽고 MC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네, 상금은 애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수익금의 100배를 지급하는데요. 주식대마왕님의 수익금이 75만 4,800원이므로! 상금은 총 7,548만 원이 되겠습니다! 1억에 조금 못 미치는 엄청난 거금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생각보다는 저조한 상금이었다.

1억도 못 채우다니.

다음 방송에는 2억을 목표로 달려보기로 했다.

충분히 적응했으니까.

물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진후 PD의 표정은 상당히 기괴했지만 말이다. 즐거움과 곤란함이 뒤섞인 상태라고나 할까.

-그럼 이걸로 오늘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사전 녹화가 마무리되었다.

“후아,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류성도 가볍게 인사하면서 세트장을 내려왔다.

김진후 PD가 따라붙었다.

“축하드립니다, 가면남 님.”

“고맙습니다.”

“하하, 이거, 참. 설마 상금을 7천이나 가져가실 줄은 몰랐지만요.”

“곤란하신가요?”

“어휴, 아닙니다. 지킬 건 지켜야죠. 오늘 좋은 장면이 많이 뽑혀서 인사차 들렀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어요. 피디님도.”

“흐흐, 뭘요.”

인사를 나누고 가면을 착용한 채로 방송국을 나섰다.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 사람이 없는 틈에 가면을 벗고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후 골목을 쭈욱 거닐어 통과한 뒤에 차를 주차했던 곳으로 향했다.

“혼자 영화 찍는 기분이구만.”

이건 무슨 도망자 신세도 아니고.

그래도, 뭐.

나름 신선한 경험이긴 했다.

* * *

금요일 오전, 한 주를 마감하는 정기회의를 열었다.

“한부모 가정을 전부 돕는 건 무리입니다만 이혼 절차를 못 밟았다거나 기타 여러 가지 사유로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잖아요. 이 경우에는 반드시 지자체를 통해 RS재단과 연락이 닿을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하락장으로 수익이 엄청났기 때문에 후원 범위를 늘리기로 했다.

한부모 가정 전부는 불가능했다.

다만, 일부 가정을 후원하는 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이미 서류를 보냈겠지만 혹시 모르니 지자체에 다시 한번 요청해 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좋습니다, 다음은 업무 내용은 아니고요.”

직원들이 류성을 쳐다봤다.

“시기가 된 거 같아서 외부 활동 인원을 모집하려고 합니다.”

“외부 활동 인원이요?”

“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서류로만 보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외부에서 노인분들이랑 아이들 컨디션, 그리고 종합적인 환경들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케어할 수 있는 직원을 고용할 겁니다.”

“아아……!”

“사무실은 다른 곳에서 사용하겠지만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네!”

“부사장님, 모집 공고 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그렇게 30분이 넘는 회의가 끝났다. 회의실에서 나온 직원들이 각자 자리로 이동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RS재단입니다.”

-아, 네!

특히 업무팀은 전원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라카이코리아 물품은 잘 준비됐나요?”

-물론입니다.

“네, 늦지 않게 지자체에 전달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업무팀 최송이 대리가 라카이코리아 물품을 확인했고 그 아래 위치한 모든 팀원은 전국의 지자체에 협조 요청을 구했다.

“RS재단입니다.”

-아, 네!

“지난주에 보낸 서류는 혹시 확인하셨을까요?”

-네, 봤습니다.

“아아, 거기에 적혀 있었으니 아시겠지만 한부모 가정에 관해서 확실하게 확인을 해주셨으면 해서요.”

-어휴, 물론이죠.

“이렇게 반복해서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이렇게 대신 나서서 해주시는데 몸이 부서져도 뛰어다녀야죠. 지금까지 얼마나 답답했던 상황이 많았는데요.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었으니. 그걸 보면서도 저도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네요.”

바쁜 시간이 흐르고.

어느 정도 업무가 진행되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흐아, 좀 살겠다.”

“거의 다 끝났죠?”

“네, 대리님.”

“좋아요. 그러면, 조금 쉬었다가 할까요?”

“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류성이 몸을 일으켰다.

“자, 다들 고생하시니까 제가 커피라도 타드릴게요.”

“와, 고맙습니다!”

“궁극의 커피인가요?”

“그럼요.”

“예스,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직원 모두가 크게 반응을 해주니 괜히 뿌듯해졌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두요.”

“워낙 양이 많으니…….”

“그럼 고맙죠.”

몇 명의 직원과 함께 휴게실로 향해 궁극의 커피를 제조했다. 몇 번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양이 많아서 시간이 꽤 소모되었다.

“지금보다 직원이 더 늘어나면 커피 타는 것도 힘들어지겠네요.”

“으으, 그러게요.”

“생각만 해도 벌써 아쉬워요.”

직원들의 앓는 소리에 류성은 그저 웃었다.

별수 없지, 뭐.

지금도 그래서 이렇게 가끔만 타주는 상태였으니까.

“자, 다 됐네요.”

“잘 마실게요, 이사장님!”

“네. 저는 바람 좀 쐬고 들어갈게요.”

“넵, 알겠습니다!”

류성은 커피를 들고서 개인 방송 사무실로 올라갔다.

혼자만의 공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딸칵.

문을 잠근 상태에서 모니터를 켜고 너튜브 채널에 접속해 봤다.

“허어.”

어제 확인했을 때보다 구독자가 1만 명 이상 늘어난 상태였다.

엄청난 상승세였다.

과연 실시간 시청자는 몇 명이나 될까.

반응은 또 어떻고.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잠깐 여유가 생긴 틈에 여기까지 와버렸다. 기왕에 들어왔으니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스윽.

가면을 착용했다.

<생방송 on>

생방송이 켜지자 시청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가하!”

당연하게도 프로그램에 관한 질문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알탕 : 크흐, 개수낸 재밌게 봤어요ㅋㅋ

글로리 : 개수낸?

짝발 : 개미도 수익을 낸다의 줄임말이요ㅎㅎ

글로리 : 아하, 감사요!

호양TV : 1등하신 거 맞죠????

반도체갓 : 실력이 역시ㅎㄷㄷ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그보다 어제 재미는 있었나요? 너무 단타에 집중해서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짝발 : 돈복사가 가장 재밌는 거 아니겠어요?

알탕 : 꿀잼이었죠ㅋㅋ

쿨남쿨찐 : 전 원래 류카월드 시청자인데... 류카월드 님이 주식대마왕 님을 시청하더라구요. 그래서 보다 보니 실력에 감탄해 버려서ㅎㅎ

“돈복사가 재밌죠. 인정합니다. 어, 근데 쿨남쿨찐 님. 그런 일이 있었어요?”

쿨남쿨찐 : 네ㅋㅋ 보면서 얼마나 감탄하던지ㅋㅋ

음향최강 : ㅋㅋ맞음, 류카월드 님이 거의 가면남 님 방송만 틀어놨었음!

“허어, 그랬군요. 몰랐던 사실이네요.”

왜 이렇게 구독자가 급증했나 싶었더니.

류카월드 님 덕분이었구나.

단번에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주린잉 : 그래서, 1등은 하신 거죠?ㅋㅋ

유항 : 알려줘요 빨리ㅋㅋㅋ

“아쉽지만……! 순위는 비밀입니다. 다음 주에 본방송 사수하면 아주 재밌을 겁니다.”

알탕 : 다 알지만 그래도 궁금!

짝발 : 당연히 1위겠지만ㅋㅋ

우상향함 : ㅋㅋㅋ덕분에 새로운 구독자 많이 늘었을 듯!

“맞아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하루 만에 구독자가 1만 명이 넘게 올랐더라고요.”

알탕 : 방송 나오면 더 오를 거예요!

차한잔 : 와, 실시간 시청자도 떡상하실듯!

AI시대 : 저도 새로 유입된 뉴비^^

코인몰랑 : 저도요, 잘 부탁드려요!

돈벌레 : 혹시 단타 하시나요ㅎㅎ

“오, 그렇겠네요. 떡상이라…….”

그건 조금 많이 기대되었다.

아무튼.

방송도 틀었으니 시청자들의 니즈를 어느 정도는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새로 오신 분들도 반갑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딱 30분만 단타하고 나가볼게요. 짧고 굵은 돈복사, 달려보겠습니다!”

곧바로 비트코인 단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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