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96화 (196/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96화

127. 꽃샘추위

따로 빼놓았던 시드 100억 원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이어지는 저항선에서의 매도까지.

완벽한 단타였다.

“수익률 0.85퍼센트네요.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8,0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어제 상금보다 더 많네.

한 번의 단타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금 미국 증시에서 벌어들이는 상태였다. 4천억이라는 거금을 증시 하락에 베팅했으니까.

“음, 지지선 찾았네요. 여기에 매수 걸어볼게요.”

잡념을 지우고 단타를 이어갔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매수 금액 100억 8,000만 원.

수익률 0.98%

수익금 9,878만 원.

매수 금액 101억 7,878만 원.

수익률 1.53%

수익금 1억 5,573만 원.

매수 금액 103억 3451만 원.

수익률 1.12%

수익금 1억 1,574만 원.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빠른 단타.

“후, 차트가 좋네요.”

덕분에 20분간 무려 단타를 네 번이나 성공시킬 수 있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어느새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이 무려 9,511명이었다.

알탕 : ㅋㅋㅋ신규유입 대박

짝발 : 이야ㄷㄷㄷ

정신차려 : 개수낸보고 반해서 왔어요!

엘런 : 우와, 구독하자마자 생방을ㄷㄷ

너구리 : 크, 단타 쥑이고요!

“다들 감사합니다. 자, 다시 매수 잡아볼게요.”

남은 10분간 두 번이나 더 성공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 금액 106억 1,033만 원.

수익률 0.93%

수익금 9,867만 원.

“아쉽지만 이제 업무를 봐야 할 시간이라서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늘도 돈복사 잘들 하셨길 바랍니다.”

최종 수익금은 7억 1,000만 원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이제는 하나의 행사처럼 아쉬움을 표하는 후원이 이어졌다.

[‘알탕’님이 5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늘도 돈복사 감사했습니다. 좋은 일에 써주세요!]

[‘짝발’님이 7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크, 언제나 신뢰 100퍼센트!]

[‘호양TV’님이 2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형님, 일용할 양식을 주시어...]

그들 모두의 닉네임을 읽어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알탕 님, 후원 감사합니다. 짝발 님도 후원 감사하고요. 호양 님도…….”

새로운 이들은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기존 유저들이 상황을 잘 설명해줬다.

반도체갓 : 단타 따라 해서 수익 나면 이렇게 후원하고 그래요ㅋㅋ 가면남 님이 후원금 전액 좋은 일에 쓰거든요. 내역서도 게시판에 가면 있고요, 다들 참고만 하세요ㅎㅎ

알탕 : 돈복사 해줬으니 좋은 일에도 돈 쓰는 거죠!

주린잉 : 이러면 더 잘되는 듯^^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정착되어도 좋을 테고.

그러면 사람들도 간접 후원을 경험하게 되는 거니까.

“자, 다들 감사하고요. 진짜로 가보겠습니다. 시청자 1만 명이 넘은 건 처음인데 제대로 인사를 못 해서 조금 아쉽네요. 다음번에는 여유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서 오겠습니다, 그럼 다들 가바!”

실시간 시청자 11,827명을 달성한 순간 생방송이 종료되었다.

* * *

뒤늦게 몰아닥친 꽃샘추위에 몸이 바들거리며 떨렸다.

“오빠아.”

“응?”

“추, 추워어어.”

“으으, 보일러 조금만 틀고 이불 덮고 있자!”

“으응.”

“그래도 이번 달은 보일러 틀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치?”

“히히, 맞아.”

“그리고 이제 곧 봄이니까 조금만 더 지나면 안 추울 거야.”

“우웅.”

두 아이는 이불을 포옥 덮은 채 추위를 견뎠다.

뒤늦게 튼 보일러가 가동되고.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이 따뜻해졌다.

“아, 따뜻해…….”

“좋다.”

“근데 오래 틀면 안 되니까.”

“으응. 근데 오빠”

“응?”

“아빠는 얼마나 더 지나야 오는 거야? 아빠 없으니까…… 엄마 힘들어.”

“어, 그건…….”

나이가 조금 더 있는 남자 아이가 말을 흐렸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빠가 가족을 두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금방 올 거야. 금방…….”

“백 밤 자면 오는 거지?”

“으응.”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왔나 보다!”

“우와, 오늘은 금방 왔어!”

“그러게. 가보자.”

“응! 엄마아아!”

일을 마친 아이들의 엄마가 돌아왔다. 문을 열면서 피곤함에 절어 있던 표정이 아이를 보는 순간 밝게 변했다.

“내 새끼들. 심심했지?”

“괜찮아!”

“응, 맞아. 괜찮아!”

“그래, 그래. 추우니까 들어가자.”

“응!”

“보일러 틀어뒀구나?”

엄마의 말에 남자 아이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으응, 추워서.”

“그래, 잘했어. 그래도 이제 따뜻하니까 꺼두자. 알겠지?”

“응!”

그녀는 서글픈 표정을 애써 숨긴 채 보일러를 껐다.

부담되었으니까.

도시가스가 아닌 LPG가스보일러라 더욱 그러했다.

“미안해. 우리 진욱이랑 지혜. 전부 다…….”

“괜찮아!”

“맞아, 진짜로 괜찮아.”

두 아이가 의젓하게 대답했다.

그게 더 가슴이 아팠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갑갑해지는 순간이었다.

“계세요? 동사무소에서 나왔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그녀가 걸음을 서둘렀다.

끼이익-

닫혀 있던 문을 열어주자 몇 번 본적이 있는 동사무소 직원이 보였다.

“마침 집에 계셨네요.”

“아, 네.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내고 들어왔어요.”

“다행이네요. 전에 전화로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이번에 RS재단에서 후원 물품을 전달해 줬거든요. 저희 지역에서 지내는 한부모가정에 물품을 꼭 전달해달라고 해서요.”

“아아, 고맙습니다.”

“뭘요. 일단 집으로 옮길게요.”

“네. 저도…….”

“어휴, 아닙니다. 금방 옮기니까 그냥 계세요.”

이윽고 생각보다 많은 물품이 집 안으로 옮겨졌다.

따뜻한 이불과 두툼한 베개.

적당한 두께의 외투와 신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갖가지 용품들까지.

“어, 난로다!”

“오빠, 난로가 뭐야?”

“엄청 따뜻한 거야.”

“우와아아!”

전기를 많이 잡아먹지 않는 미니 난로였다.

“아저씨! 이건 뭐예요?”

“이건 탄소 전기장판이라는 건데 바닥에 깔면 따뜻해지는 거야.”

“우와아아아!”

“고맙습니다아!”

“허허, 그래.”

그 외에도 물건이 많았다.

아이들은 초롱거리는 시선으로 집안에 쌓이는 물건들을 눈에 담았다.

“이게 전부…….”

“네. 조금 많은데 하나같이 필수품이라 괜찮을 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번 연락해 보세요.”

동사무소 직원이 명함을 하나 넘겼다.

“RS재단……?”

“네, 지금 남편분이랑 이혼이 안 되어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고 계시잖아요.”

“……그렇죠.”

“그런 케이스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해서요. 도와주고 싶다고.”

“아…….”

“여기 엄청나게 큰 재단이고 좋은 일 정말 많이 하는 곳이에요. 이상한 곳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꼭 연락해 보세요.”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아휴, 아닙니다. 저희가 한 게 있나요. 그동안 항상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으니 좋네요.”

그 말에 아이 엄마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동사무소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그간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대로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아니…… 에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걸요.”

“하하, 그럼 꼭 거기 연락해보시고요.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네. 살펴 가세요.”

남은 아이 엄마의 눈길이 명함으로 향했다.

RS재단.

그리고 아래에 적혀 있는 번호.

어쩐지 오늘은.

쉽사리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 * *

평화로운 주말이 지나갔다.

4월 7일.

러시아의 폭탄선언을 앞둔 고요한 월요일 오전. RS재단은 업무를 보면서 한부모 가정으로부터 무수한 연락을 받았다. 이미 지자체에서 서류를 전부 받아 놓은 상태라 빠른 확인이 가능했다

“이름이랑 주소 확인되었구요.”

-네…….

“앞으로 RS재단에서 주기적으로 후원을 해드릴 예정입니다. 빠른 시일 내로 직접 찾아뵐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시고요.”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럼 다시 연락 드릴게요.”

직원들은 사무실 내에서 업무를 봤고 류성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가장 먼저 여정아 선생님이 입원한 병원에 들렀다.

“어머, 이사장님.”

“누워 계세요.”

“괜찮아요. 돌아다녀도 크게 상관없기도 하고요.”

“진짜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

“그럼요. 조금만 있으면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이야, 다행입니다.”

“재단이 도와준 덕분이죠. 제가…… 꼭 이 은혜 갚을게요.”

류성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그러셨던 것처럼 아이들 잘 가르쳐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노화 회복 물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서 여정아 선생님의 수술 또한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퇴원이 머지않은 것이다.

“그럼 또 찾아뵐게요.”

“네. 조심히 가시고요.”

“여정아 선생님도 몸조리 잘하고 계세요.”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은 후원하는 이들을 차례대로 돌아보기로 했다.

먼저 고양이 할머니.

새로운 집에서 아주 잘 지내고 계셨다.

“뭘 또 왔어!”

“그냥요.”

“밥은?”

“안 먹었는데, 할머니는요?”

“나도 아직이여.”

“그럼 같이 먹으러 가요.”

류성의 말에 할머니가 잠시 고민했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됐어, 다 늙어서는 무슨.”

“같이 가요. 제가 사드릴게요, 어차피 이 근처거든요.”

“……그럴까, 그럼.”

“네. 옷 예쁘게 입으시고요.”

“기다려 봐, 그럼.”

그렇게 입꼬리가 하늘로 솟구친 고양이 할머니와 함께 백반집 사장님을 찾아뵈었다. 최근 요리를 모두 배우고서 새로운 식당에서 영업하는 상태였다.

이야.

생각보다 점심을 먹는 손님이 많았다.

“아니, 이사장님?”

“오랜만이죠? 저도 여기서 밥 먹어도 되나요?”

“어휴, 물론이죠.”

“그러면 백반 2인분만 주세요.”

“아이고,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고양이 할머니가 물을 들이켰다.

“여기도 도와준 겨?”

“네.”

“거참. 내가 진짜 살다 살다 이런 재단은 처음 듣네, 처음 들어.”

“그냥, 여기저기 많이 돕고 있어요.”

그 말에 할머니가 류성을 쳐다봤다.

“왜 돕는 겨?”

“어, 글쎄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낯이 간지러워 입에 담기는 어려웠다.

“그려, 뭐. 알아서 잘하겄지. 나야 시대에 뒤처져서 뭘 아는 것도 없지만서도. 덕분에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는 건 알았으니까.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겠어?”

“그러면 좋겠네요, 정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백반이 차려졌다.

구성은 흔한 편이었다.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몇 가지 반찬들.

“오……!”

하지만 맛은 확실히 달랐다.

“맛있구만.”

“그렇죠?”

“그려, 저 양반이 가끔 도시락도 주고 했었는데. 그때는 맛이 더럽게 없었거든.”

“푸훕.”

“뭐, 이 정도면 굶어 죽진 않겠구만.”

“다행이네요. 흐흐.”

그렇게 그릇을 싹싹 비웠을 즈음이었다.

사장님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이사장님, 그, 맛은 좀 어떠신지.”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정말요?”

“네, 제가 거짓말을 못 하는 편이라서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잘돼서 다행이에요.”

“전부 이사장님 덕분이죠.”

“아뇨. 사장님이 열심히 배우신 거죠.”

그러다 이내 사장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많이 버는 만큼 그보다 더 많이 나누겠습니다.”

식당이 힘든 상황에서도 동네 아이와 노인분들을 위해 항상 도시락을 손수 만들어 나눠줬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어찌 돕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언제든 도와드릴 테니까 무리하지 마시구요.”

“이사장님……!”

“그럼 가보겠습니다, 잘 먹었어요.”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섰다.

“한 끼 잘 먹었네.”

“다음에 또 같이 먹어요.”

“……그려, 가봐.”

고양이 할머니와 헤어지고 근처 보육원에도 들렀다.

“아저씨!”

“오랜만이네.”

하늘 보육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 들렀던 곳이라 아이들이 반겨줬다. 그곳에서 30분 정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원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캐치해 내고는 했다.

“오늘은 정말 필요한 게 없으신가 보네요.”

“네, 정말 아주 풍족해요.”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재단으로 연락해 주시고요.”

“그럴게요.”

보육원에서 나와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 2시 15분.

아직 돌아다녀야 할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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