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198화 (198/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198화

128. 불어나는 수익(2)

-황인구 소장님?

-어, 네?

갑작스러운 호명에 황인구 소장이 움찔거렸다.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냉정한 표정을 가장했다.

-혼자서만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이는데요?

-크흠. 아닙니다.

-지난번에 2위를 해서 그러실까요? 역시 주식대마왕님이 견제되는 거겠죠?

-전혀요.

-오, 그래요?

-네. 저는 가면 쓰고 정체를 숨기는 분의 실력은 믿기가 어려워서요. 그냥 운이 좋았던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호라. 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황인구 소장님이 1위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멋진 포부 잘 들었습니다. 기대해도 되겠죠?

-네. 반드시 수익률 1위, 달성하겠습니다.

황인구 소장의 결연한 표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괜찮은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다만 하회탈 가면을 쓴 류성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상황을 흥미롭게 만들었다.

-황인구 소장님과 주식대마왕님, 사실 여기 계신 모두가 뛰어난 분들이니까요.

도발하는 황인구 소장.

무시하는 가면남.

시청자가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흥미롭군요. 오늘은 두 분의 대결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이제 곧 단타가 시작될 텐데요. 과연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될 것인가! 우승 상금은 또 얼마나 될지! 그 모든 것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때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점심 드시고 오후 단타 방송 시작할게요.”

오전 녹화가 가볍게 마무리되었다.

* * *

오후 방송이 시작되었다.

-자, 이제 1분 뒤에 생방송 화면에 잡힐 겁니다. 인사부터 하시고요. 단타 시작하는 건 인사 나누고 5분 뒤에 진행하면 됩니다. 사인 줄 테니까 처음에는 그냥 시청자랑 대화부터 나눠주세요.

가볍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집중해야지.

2시간 동안 최고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10초, 9초, 8초…….

이윽고 화면에 모습이 나왔다.

“네, 반갑습니다. 가하!”

지난주보다 초기 시청자가 많았다.

벌써 1만 명이 넘어갔다.

류성은 솟구치는 채팅을 차분하게 눈에 담았다.

민트초코 : 전에 보고 또 왔어요!

케잌좋아 : 완전 대박, 기대할게요ㅋㅋ

단타대장은너 : 크, 벌써 인터넷에 소문이 쫘악ㄷㄷ

모닝콜 : 그 정도임? 흐음

발가락 : 함 지켜보겠음ㅎㅎ

알탕 : 가하! 앗, 늦었네ㅠ

짝발 : 와, 시청자 숫자ㄷㄷ

오마이갓 : 이야, 시작부터 시청자 2위ㅋㅋ

주린잉 : 가하^^

류성은 눈에 보이는 사람의 닉네임을 불러줬다.

“민트초코 님, 또 오셨군요. 고맙습니다. 케잌좋아 님, 감사합니다. 단타대장은너 님, 기대한 만큼…….”

그렇게 반복하니 5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 단타 시작해 주세요.

PD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자, 그럼 이제 단타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목표 수익률은 100퍼센트니까 놓치지 말고 처음부터 쫓아오시면 됩니다. 마침 비트코인 반감기가 주목받고 있어서 흐름이 좋거든요? 현재 국내 주식보다는 한결 수익을 내기에 좋아 보이네요. 다들 빠르게 다운비트 접속해 주시고요. 저는 지지선, 저항선 먼저 보고 있겠습니다.”

비트코인 차트를 화면에 띄웠다.

재능이 사용되었다.

차티스트의 눈.

그 시선이 차트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파악했다.

“선부터 그어볼게요.”

차트 캔들과 캔들을 연결한 선이 그려졌다.

저항선은 위에서 아래로.

지지선은 아래에서 위로.

“음……?”

그러다 두 개의 선이 만나는 지점이 생겼다.

골든크로스였다.

다행스럽게도 비트코인의 주가는 그 지점 위에 있었다.

“분위기도 좋고, 차트까지 좋네요. 오늘 재밌겠는데요? 조금만 있으면 골든크로스 자리거든요. 다들 늦지 않게 와주셔야겠어요. 마침 비트코인 주가가 그 위에 있는 상태라서 저 부분이 엄청난 지지선이 되어줄 겁니다. 저항선에 지지선까지 합쳐진 그야말로 철옹성 같은 지지선이 되는 거죠. 당연히 반등도 엄청나게 나올 거고요. 자자, 어서 준비하세요.”

류성은 잠시 기다려줬다.

시간은 조금 남았다.

골든크로스 지점에 도착하기까지 5분 정도.

알탕 : 입금 완료 ㄱㄱㄱ

빨대놀이 : 입금 완!

힘순찐 : 저도 입금!

포크짱 : 가즈아아아앜!

스마일 : 쏴리질러어어어!

“거의 다 준비된 거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4,715만 원에 매수 걸어주세요. 정확한 지점은 그거보다 조금 더 낮지만 완벽한 저점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괜히 4,720만 원에 사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다 예상해서 가격 말씀드린 거니까 그냥 따라오시면 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매수벽이 세워졌다.

류성도 200만 원을 사용했다.

“자, 어서들 매수 신청하세요.”

그렇게 5분 정도가 흐르고.

-4,724만 원

-4,723만 원.

-4,722만 원.

-4,721만 원.

드디어 류성과 시청자들의 매수벽에 닿았다.

“왔군요. 대기하시면 됩니다.”

매수벽이 강한 만큼 엄청난 매도세가 뿜어졌다. 정확한 지점에 닿기 위한 AI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소액이라 단번에 체결되었다.

알탕 : 매수 체결!

나는고수 : 아직ㅠㅠ

얼죽핫 : 가자, 가자, 가자아아!

그렇게 체결되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윽고.

모든 채팅이 ‘가즈아’로 단결된 순간.

“가네요.”

엄청난 기세로 비트코인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4,735만 원.

-4,741만 원.

-4,737만 원.

-4,743만 원.

가격은 물결처럼 흔들리며 하늘로 솟구쳤다.

-4,751만 원.

-4,757만 원.

어느새 4,760만 원을 돌파했다.

“벌써 1퍼센트 수익이네요. 지금 골든크로스라 약한 저항선은 그냥 뚫을 거 같거든요. 잠시만요?”

서둘러 차트를 파악했다.

“음, 여기 꽤 강한 저항선 보이네요. 4,890만 원에다가 50퍼센트만 매도 걸어두세요. 저도 같은 가격에 매도 걸겠습니다. 조금 빨리 팔고 싶으시면 그 아래에 걸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괜히 손해 볼 짓 하지 마시구요. 돈복사 제대로 해드릴 테니까 그냥 따라오세요.”

거짓말처럼 4,890만 원에 매도벽이 세워졌다. 물론 4,889만 원 매도벽도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적었다.

“좋네요. 좋습니다.”

채팅 분위기도 아주 밝았다.

알탕 : ㅋㅋ욕심쟁이들이 적네요

짝발 : 기존 시청자는 뭐, 당연히 알겠죠? 욕심낼 이유가 없음. 그냥 정보꾼 님이 말한 가격에 매도 걸면 팔리는데ㅋㅋ

주린잉 : ㅇㅈ합니다^^

컴백스 : 분위기 좋고ㅎㅎ

천마짱 : 가보자, 가자!

웁쓰 : 와ㅠㅠ 긴장되네요

차갑게 : ㄷㄷㄷ떨린다, 제발...!

류성은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올라갈 겁니다.”

확신을 담아 이야기했다.

이건 무조건이지.

골든크로스에서 솟구쳤으니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자, 벌써 거의 다 왔네요. 50퍼센트만 매도 걸어두셨죠? 나머지는 조금 더 올라가면 분할 매도하겠습니다. 팔리고 나면 차트 보고 가격 알려드릴 테니까 대기해 주시고요.”

이윽고 목표로 했던 가격에 도달했다.

-4,888만 원.

-4,889만 원.

-4,890만 원.

쌓인 매물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물이 많아서일까.

잠시 주춤거리는 비트코인의 가격.

1원, 2원 하락했다.

-4,887원.

-4,886원.

류성은 덤덤했고 시청자는 불안해했다.

웁쓰 : 어째요ㅠㅠ

가녀린 : 으악, 무서워!

갓플갓플 : 이대로 죽나요? 파나요? 어떡하죠?

알탕 : ㅋㅋㅋ아, 웃겨ㅋㅋ

짝발 : 오버들이 심하시네ㅋㅋㅋ

류성도 가면 속에서 웃음을 참았다.

“괜찮아요. 올라갈 겁니다.”

그러다 다시 4,890원에 닿아 매도벽을 갉아먹었다. 힘을 잃었는지 또 하락하는 비트코인. 하지만 잠시 횡보하더니 또 한 번 벽을 깨기 위해 솟구쳤다. 이번에는 힘이 꽤 모였는지 매도벽을 빠르게 흡수했다.

“거의 다 팔렸네요.”

남아 있던 상당수 물량을 단번에 삼키더니 다시 한번 거세게 솟구쳤다.

“여기서 다시 체크할게요.”

남아 있는 기세를 눈에 담은 채로 차트를 확인했다.

이 정도 힘이면.

약한 저항선을 몇 번은 더 뚫으리라.

“음, 강한 저항선이 보이는데 여기 맞고 조금은 하락할 거 같습니다. 4,980만 원에 나머지 전부 매도 걸겠습니다.”

마치 마법처럼, 류성이 말한 그대로 실현되었다.

4,980만 원에 닿은 가격.

거기서 모든 매물이 매도되더니 거짓말처럼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지선 다시 찾아볼게요. 잠시만요.”

어느새 1만5천 명이 넘어버린 시청자들.

그들 대부분이 생각했다.

어쩌면 정말 마법일지도 모르겠다고.

* * *

류카월드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

“와, 보이세요, 여러분들? 이거 말이 되는 건가요? 지난주에도 보기는 했거든요? 근데 오늘은 더 놀랍네요. 워, 단번에 수익률 5퍼센트라니. 미쳤어요, 진짜. 저도 따라 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아오, 방송만 아니었어도!”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연어대왕 : ㅋㅋㅋㅋ

으스슥 : ㅋㅋ

유리거울 : 아쉬워하는 게 즐겁닼ㅋㅋ

류카월드가 한숨을 내뱉었다.

“에휴, 아쉽네요, 아쉬워. 근데 시청자 여러분은 왜 제 방에 있는 거죠? 돈 벌러 안 가세요?”

호기로움 : 어차피 여기 있는 거랑 저기에 가는 거랑 별 차이 없음

돈벌자 : 류카월드 님이 정보꾼 님 영상 보고 있으니까 둘 다 보면서 돈복사 가능함ㅋㅋㅋ

사료줘 : ㄹㅇ차이 없음ㅋㅋ

밀크씨슬짱 : 여기서 보면 되지롱ㅎㅎ

“아, 그런 방법이……? 하, 그러면 저 빼고 다들 돈 벌고 있는 거네요? 와,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죠? 돈 벌러 와서 정작 돈은 못 벌고 이렇게 멍하니 구경이나 해야 하다니! 아니지, 잠깐. 잠깐만요! 이거 저도 그냥 따라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애초에 저한테 그런 거 말해준 사람도 없고요. 그럼 된다는 거 아니겠어요? 사람이 고정관념을 깨야 하거든요. 그래야 돈을 버는 겁니다, 바로 저처럼이요. 자자, 그럼 주식대마왕님 따라서 단타나 해보자고요!”

참치 : 어, 되나...?ㅋㅋ

강돌이 : 음? 어, 말이 안 되는 거 같지만 말이 되는 논리다ㅋㅋㅋ

음료줘 : 이거 괜찬음...?

가즈앜 : 아몰랑ㅋㅋㅋ

류카월드는 정말로 주식대마왕TV를 시청하면서 단타를 했다.

“키햐, 1.7퍼센트 수익 좋구요! 오, 매수 타점 기가 막히구요. 이야,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매도가 가능하죠? 진짜 돈복사네요, 돈복사. 자자, 여러분들. 잘 따라오고 계시죠? 저 지금 엄청나게 수익 내고 있다구요. 나중에 투표 주셔야 합니다. 아시죠? 여러분들, 저 때문에 지금 여기서 주식대마왕TV님 영상 보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동의하죠? 인정?”

치킨줘 : ㅋㅋㅋ개웃겨

여친없다 : ㅇㅈ, 어ㅇㅈ

천마 : 동의? 어보감ㅋㅋ

다만 그걸 지켜보는 김진후 PD는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미치겠네, 이거.”

옆에 있던 FD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피디님, 어째요……?”

“몰라, 인마.”

“이거 괜찮은 거 맞죠?”

“아니, 뭐. 안 된다고 한 적은 없긴 한데. 나도 모르겠다.”

“으…….”

“일단 둬. 편집할 때 고민해 보지, 뭐.”

“그래야겠죠?”

“그래야지. 지금 생방송 중인데 멈출 순 없잖아.”

“네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재밌는 장면이 많이 뽑히자 걱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으음, 꼭 나쁜 건 아닌가?”

다만 이게 가능해지면 다른 이의 방송을 엿보면서 수익을 올리거나 방해하는 것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문제가 있지.

결국,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카드였다.

“다음부터 막긴 해야겠네.”

대신 오늘은 재미를 제대로 뽑아보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까.

“카메라 최대한 많이 집중시켜.”

“어디로요?”

“어디긴, 인마! 류카월드랑 주식대마왕TV겠지!”

“아아, 네!”

“서둘러!”

류카월드와 주식대마왕TV를 집중적으로 화면에 담았다.

피식.

솔직히 재밌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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