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00화
129. 편하게 살자
녀석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채 왕중왕전 1화를 시청하려는데 빠르게 솟구치는 채팅에 시선을 빼앗겼다.
핑크핑크 : 꺄아아악>.< 귀여워요!
공주님 : 어머, 너무 이쁘네요ㅋㅋ
매너신사 : 오홋, 집사셨구만?
알탕 : ㅋㅋ럭키, 올만이네요!
주린잉 : 방가^^
딜러탱커 : 우왓, 고양이다ㄷㄷ
그때 럭키의 전매특허 기술이 나왔다.
냐아아앙!
채팅창을 향해 냥냥펀치를 날린 것이다.
킹주식 : 오홋? 펀치 날리는데?ㅋㅋㅋ
콜라맛있어 : 허공에 주먹질을?
얼죽아 : 싸우자는 건가?
짝발 : 졸귀네요, 언제봐도ㅋㅋ
분량줘 : ㅋㅋㅋ아 미쳐따ㅋㅋ
핸섬가이 : 뭐임, 개귀엽네요ㅎㅎ
많은 이들이 럭키에게 관심을 보였다.
뭔가 뿌듯했다.
“귀엽죠? 채팅창 볼 때마다 이러더라고요. 모르는 분들이 많을 테니까 럭키 이야기를 조금만 해보자면…….”
득템 : ㅋㅋㅋ팔불출
소원빌어 : 아, 냥펀치가 애교였군요?ㅋㅋㅋ
냉수 : 시청자를 위한 애교^^
오리냥 : 모든 집사는 비슷하군요ㅎㅎ
커피러버 : ㅋㅋ이야기는 귀에 안 들려옴
오타왕 : 냥이만 보이네^^
한참을 떠들고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크흠, 너무 럭키 이야기만 했네요.”
거의 20분을 넘게 이야기한 모양이었다. 가벼운 농담과 대화, 그리고 경제에 관한 정보 대부분을 그냥 넘겨 버렸다.
뭐, 상관없으려나.
그때 익숙한 질문이 화면에서 튀어나왔다.
[주식대마왕님?]
[네.]
[똑같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하락장 어떻게 보십니까?]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던 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 하락장, 꽤 오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인 악재가 없으면 3개월 정도 보고 있고 추가적인 악재가 나타난다면 1년, 그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채팅창의 반응은 생각보다 격하지 않았다.
다행이네.
누누히 경고를 해왔고 오늘도 언급을 했기에 면역이 조금 생긴 모양이었다.
“방송 보고 계신 분은 듣고 계시겠지만 지금도 같은 생각이니까 조심해서 투자하자구요, 다들.”
지금은 이렇게 넘어가면 되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오늘의 언급이 다시 주목받을 날이 올 테니까.
[곧이어 이어질 실시간 단타 방송, 기대해 주시고요! 잠시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이어서 실시간 단타가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느낌이랄까.
류성도 그제야 방송에 집중할 수 있었다.
“흥미롭긴 하네요.”
투자자들의 대결.
탈락자를 가리는 경쟁.
우승자를 위한 상금.
당연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야, 편집을 잘했는데요?”
생각보다 단타 장면이 자극적으로 잘 뽑혔다.
나름대로 긴박하달까.
누가 몇 퍼센트의 수익을 올렸는지 초반에만 살짝 보여줬기 때문에 중반 이후로는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탕 : ㅋㅋ재밌긴 한데요?
주린잉 : 하지만, 뭐. 결과를 다 알아서ㅋㅋㅋ
짝발 : 류카월드님이 짬이 있으시네ㅋㅋ
반도체갓 : 형님도 잘하십니다!ㅋㅋ
단타대장은나 : 긴장을 많이 안 하신듯!
구경꾼 : 근데 가면 언제 벗어요?
류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결과를 알고 보는데 괜찮네요. 구경꾼님,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아직은 아니었다.
머지않아.
가면을 벗기는 하겠지만 기왕이면 큰 이벤트와 함께할 예정이었으니까.
“대신 제가 가면 벗고 나면 더 바빠질 거 같거든요? 시청자 여러분이랑 단타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에 채팅창에 반대의견이 솟구쳤다.
구경꾼 : 헠, 잘못했어요!
알탕 : 으엌, 안 됩니다! 가면 벗지 마요!
주린잉 : 아, 제발...ㅋㅋ
왕눈 : 누구냐! 누가 감히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 거냐고!
밤도깨비 : 가면이라뇨? 전 가면이 안 보이는데요?
대지 : 저게 얼굴 아니었나요?ㅎㅎ
시청자들의 능청스러움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어휴, 장난입니다. 어떻게든 시간 빼볼게요. 자자, 진정하시고요. 다시 방송 좀 볼까요?”
어느새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재밌네.
시청률이 제법 나올 거 같았다.
“으흠……!”
다른 이들의 투자 방법도 흥미로웠다.
눈에 거슬리는 면도 있지만.
그런 부분은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언급하기도 했다.
“……그 부분은 조심하시고요.”
그렇게 방송이 끝났다.
“어?”
뒤늦게 2만 명이 넘어버린 시청자를 보며 잠깐 굳어버렸다.
“최고기록 달성이네요. 2만 명이라니.”
이게 대기업의 영향력인 모양이었다.
앞으로 더 많아지겠지.
물론 왕중왕전이 끝나면 시들해지긴 할 것이다. 그전에 호기심에 들어온 시청자를 얼마나 많이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흐음, 일찍 자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요.”
은근한 기대가 서린 말이었다.
알탕 : 설마...?
정신차려 : 오? 단타? 리얼? 실화?
양파 : 가나요! 가나요오오오!
골뱅이무침 : 제발요, 저 오늘 첨인데 돈복사 느끼게 해주세요!
챌린저 : 쏴리벗고 팬티질러어어엌!
가면 속에서 류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네, 갑니다. 물론 오래는 못하고요. 지금부터 딱 35분만 해보겠습니다! 오늘 비트코인으로 했었죠?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가볍게 돈복사 해드릴게요. 5분간 준비하시고 이후에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30분이라는 선물을 시청자에게 선물해줬다.
“다들 돈복사 잘하셨죠? 더 하고 싶지만 저도 본업이 있어서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수익률 13.7퍼센트.
깔끔한 돈복사의 시간이 막을 내렸다.
* * *
류성은 편안하게 잠을 청했지만 방송에서 언급된 그의 이야기는 화제가 되어 조금씩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궜다.
[나, 다시보기로 보는 중인데. 1년이면 확실히 무섭긴 하네?]
[심지어 무시할 수가 없어.]
[ㄹㅇ, 정보꾼 얘기니까.]
물론 초보자도 많았다.
[님들? 개수익에 나온 가면 쓴 사람 뭐예요? 뭔데 1년이나 하락한대요? 나 투자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악담을 해도 유분수지, 정말! 짜증 나요!]
[위에님, 초보면 초보답게 굽시다ㅎ]
[잘 모르면 찾아보기라도 하시든가ㅋㅋ]
[오자마자 투정부터 부리네]
[어휴ㅋㅋ]
[대답해주기도 싫다]
[님, 어차피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는 건데 왜 여기 와서 그래요?ㅋㅋ 어차피 한 사람의 의견인데ㅎㅎ 그냥 하던 대로 계속 주식 사세요^^]
[아니ㅋㅋ 초보자 나락에 빠트리려고 하시네]
[ㅎㅎㅎ]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정보꾼을 옹호했다.
그의 의견은 분명 과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실력은 거짓이 아니었다. 투자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심지어 러시아의 개입까지 맞춰 버린 이가 1년이라는 하락 기간을 언급했다. 그러니 누가 감히 함부로 부정할 수 있을까.
[참고해야지, 이건.]
[요즘은 돈 지키는 게 돈 버는 길임]
[팩트ㅋㅋㅋ]
그리고 서서히 해당 의견을 토대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부 초보자나 어그로꾼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난 기업의 가치가 그대로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 여겼거든? 근데 정보꾼이 하는 얘기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더라고. 주변 경제 여건이 전부 바뀌는데 가치가 어떻게 그대로일 수가 있냐고 말하는데, 뜨끔하더라.]
[ㄹㅇ, 금리만 올라도 난리니까.]
[ㅇㅇ, 특히 기술주는 기술만 믿고 돈을 어마어마하게 빌렸다고 하는데 순간 머리에 망치 맞은 느낌까지 들더라고. 그러면 그런 기업은 금리 오르기 시작하면 진짜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그렇지]
[어휴, 생각도 하기 싫지만...ㄷㄷ]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맞음]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겠음]
[나도ㅋㅋ]
그들은 아침이 밝아오도록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투자 심리만 죽어도 욕망이 줄어들고 그럼 당연히 기업의 미래를 보면서 환상에 젖어있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게 되는 거지.]
[자연스럽게 주식 비중을 줄일 거고.]
[그게 곧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지]
[ㅇㅇ]
[크, 다시 봐도 명언이다ㄷㄷ]
[인정할 수밖에 없네]
나름 네임드로 알려진 이들까지 등장했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다고.
그러니 조심해야겠다고.
다만, 여전히.
소수의 투자자는 상승을 외치며 희망회로를 돌렸다.
[하락은 무슨, 거기 5명 나왔는데 그 가면 쓴 사람만 부정적으로 얘기했음. 다른 사람들은 거의 저점이니까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음! 특히 류카월드, 류카월드는 언제든 매수를 하는 게 좋다고 했고!]
[맞아, 상승 가자!]
[이 정도면 오를 때 된 거지!]
[ㅇㅈ!]
[저점이라고, 다들 매수 가즈아아아!]
[영! 차! 영! 차!]
끝나지 않을 역사의 반복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두드드드-
동물보호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네, 부센터장님.”
-어제 유기견 세 마리랑 유기묘 한 마리가 새로 들어와서요. 늦은 시각에 구조를 진행한 터라 오늘 보고 드리려고요.
“아, 그래요?”
-네.
“음. 그러면 지금 내려가죠.”
-지금이요?
“네, 도담이도 보고 구조한 아이들도 한번 보려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한번 가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연락도 왔으니 굳이 뒤로 미룰 필요가 없었다. 한애라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해 준 뒤에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차 조심하고!”
30분이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번 와서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센터의 규모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왔다.
“오셨습니까, 센터장님.”
“네.”
“일단 도담이부터 좀 볼까요? 상태는 어때요?”
“하하, 도담이 녀석. 아주 잘 지내고 있죠. 애교쟁이예요, 정말.”
“그래요?”
“네, 보면 놀라실걸요.”
“가보죠, 궁금하네요.”
류성은 기대하면서 도담이가 지내는 건물로 들어갔다.
넓은 공간.
안락한 곳에서 쉬고 있는 도담이가 보였다.
“도담이, 오랜만이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도담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크게 짖었다.
왈, 왈왈!
꼬리를 거칠게 휘두르면서 말이다.
“어휴, 엄청나게 반기네요.”
“그러게요.”
문을 열어주자 도담이가 나와 류성에게 다가오더니 배를 뒤집었다. 류성은 웃으며 녀석의 배를 쓰다듬었다.
“잘 지내고 있었나 보네.”
야무지게 살라고 지어줬더니 애교를 부리며 사는 모양이었다.
헥헥-
녀석은 이내 몸을 일으키더니 류성에게 안겼다.
“어휴, 그래.”
몸무게가 꽤 나가는 편이었지만 거뜬하게 안아줬다
“애교가 장난이 아니죠?”
“그러게요. 무엇보다 건강해진 거 같아서 좋네요.”
“아주 튼실합니다.”
“어휴, 왜 이렇게 핥으려는 거야?”
“좋은 모양이에요.”
“좀 놀아주다 가야겠네요. 그전에, 새로운 아이들도 볼까요?”
“아, 그래야죠.”
도담이를 집에 넣어두고 부센터장과 함께 치료소로 향했다.
유기견 세 마리.
유기묘 한 마리.
총 네 마리가 얌전하게 치료소 내부 입원실에 들어가 있었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얌전하게 누워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가만히 있네요?”
“네, 적응된 모양이에요.”
류성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귀가 쫑긋거렸다.
호기심은 있는 모양인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터라 기운은 없어 보였다.
“어쩌다 오게 된 거죠?”
“누가 버린 모양입니다.”
“세 마리 전부요?”
“네.”
“허, 참.”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상태는 어떤가요?”
“지금은 수액 맞히고 있습니다. 나머진 다 괜찮은데 여기 포메라니안은 슬개골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일단 운동시키면서 컨디션 좀 볼 생각입니다.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할 예정이고 근육을 단련해서 괜찮아지면 그냥 지켜보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얼마나 지친 걸까.
강아지 세 마리의 표정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앞으로는 편하게 살자.”
부드러운 억양을 알아들은 걸까.
스윽.
세 마리 강아지가 얼굴을 살짝 들었다.
류성과 잠시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