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01화
130. 프랜차이즈 면접(1)
투명한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렇게도 예쁜 녀석들인데.
강아지 세 마리를 전부 버렸다는 보호자도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버리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좀 더 알아보고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유기견 보호소에 맡기기만 했어도 될 일이었다.
“그래, 푹 쉬어라.”
어느새 고개를 내린 강아지를 확인하고서 몸을 돌렸다.
“고양이 상태는요?”
“얘도 누가 버린 거 같던데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다행이군요. 볼 수 있나요?”
“물론이죠.”
고양이는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냐아아옹.
짧게 우는 목소리에 생기가 있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맞습니다.”
“케어 잘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확인을 마치고 부센터장과 함께 치료소를 나왔다.
“생각보다 보호센터로 연락이 오는 편인가요?”
“네, 조금씩이요.”
“현재 인원은 충분하고요?”
“충분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홍보를 해야겠네요.”
부센터장의 눈이 반짝였다.
“제대로 시작하는군요.”
“네, 직원도 다 모였다고 하니 전국에 있는 불쌍한 녀석들 전부 데려와야죠.”
“흐흐, 알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장으로 향했다.
“좀 놀다가 가야겠어요.”
“아이고, 좋죠.”
마침 오전 10시, 강아지들도 운동할 시간이었기에 타이밍이 좋았다. 소형견과 중현견이 류성이 위치한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왈왈!
앙앙!
아주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사람도 좋아하고.
류성이 운동장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가와 몸을 치대었다.
“어휴, 그래. 놀자.”
인형과 공을 던지며 강아지와 놀아줬다.
30분 정도.
조금 더 놀 수는 있지만 대형견과 도담이를 위해 체력을 조금 남겨뒀다.
“후아, 이제 2번 운동장으로 갈게요.”
“같이 가시죠.”
2번 운동장에는 대형견 녀석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중이었다.
도담이도 보였다.
녀석들 틈으로 파고들자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다가왔다.
왈왈!
놀아달라는 듯 가볍게 장난을 걸어왔다.
“확실히 대형견이 터프하네요.”
“힘이 장사죠.”
덤벼드는 녀석들을 강하게 밀쳐냈다.
“으차아앗!”
미리 공부한 부분이었는데 대형견은 웬만큼 강하게 밀어내지 않으면 놀아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밀린 녀석들이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었다.
왈왈!
아주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이야, 이거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닌데요?”
“운동보다 더할 겁니다.”
“그래도 재밌네요.”
류성은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강아지와 함께 한참을 뛰어놀았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녀석들과의 놀이 자체가 즐거웠다.
“자, 이번에는 원반 놀이나 하자!”
도담이가 가장 격하게 반응했다.
“도담이, 잘했어!”
칭찬에 즐거운지 꼬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자, 다시!”
원반을 던지자 도담이가 빠르게 달려갔다.
멋졌다.
주변에 있던 다른 대형견도 원반을 노리며 끼어들기도 했다. 녀석들끼리 몸이 부딪히기도 했는데 싸움이 벌어지진 않았다.
“착하네요, 애들이.”
“자유로우니까요.”
“자유라…….”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단어였다.
자유로움.
거기서 기인하는 평온함.
“그래, 자유롭게 살아야지.”
녀석들에게도, 류성에게도.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오후에는 이신우와 함께 프랜차이즈 가입을 원하는 이들의 면접을 보러 갔다.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내가 말했잖아, 사람 볼 줄 안다고.”
“믿어도 되냐……?”
“믿어, 인마. 나 투자자야.”
“크흠. 알겠습니다, 투자자님.”
“오냐, 가자.”
“예, 모시겠습니다.”
실없는 장난을 치며 면접장으로 이동했다.
장소가 없다고 하기에.
사용하지 않는 RS건물 5층을 빌려줬다.
“와, 씨. 미친.”
도착하자 이신우가 욕부터 내뱉었다.
이해가 되었다.
건물이 멋져도 너무 멋있었으니까.
“끝내주지?”
“죽이는데? 이게…… 그 재단 건물이라고?”
“어.”
“월세가 어마어마하겠네.”
“내 건물이야.”
“그래, 그러니까 월세가…… 어?”
“건물주라고, 내가.”
“……진짜냐?”
“어.”
“아니, 어떻게……?”
“네 주식 정보를 알려주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정보마다 전 재산 넣었어.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모이더라고.”
“미친, 말이 되냐?”
“되더라고.”
“와, 진짜…….”
이신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심장이네, 너도.”
“그런가.”
“어, 난 알아도 그렇게는 못 할 거야.”
“글쎄.”
증시의 상승과 하락.
거기엔 추측과 확률만이 존재할 뿐, 정답지라는 건 없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류성은 달랐다.
시스템이라는 정답지가 그에게 많은 걸 알려줬다.
그렇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저 알아낸 길을 따라 걸어갈 뿐.
“후우, 아무튼 끝내주네. 그러면 여기에 우리 프랜차이즈 사무실 하나 내도 되냐?”
“그러든가.”
“크흐흐, 월세는 깎아줄 거지?”
“내가 투자잔데 당연하지.”
“고맙습니다, 투자자님!”
“오냐.”
이윽고 5층에 올라가자 면접자들이 보였다.
총 열 명.
약속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다들 오셨네요.”
“아, 네.”
“그럼 1번부터 두 분씩 차례대로 들어오세요.”
사무실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맞은편에 놓인 의자 둘.
함께 들어온 두 명의 면접자가 그곳에 착석했다.
“자, 그럼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프랜차이즈 가입을 위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음, 1번 면접자님,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아, 네. 저는…….”
류성은 이야기를 들으며 능력을 사용했다.
재능 관찰자.
아주 오랜만에 상대방의 재능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잠재력]
게으름(A-급) 금전욕(A-급) 권력욕(B+급)…….
더 볼 것도 없었다.
생긴 건 멀끔한데 잠재력이 아주 별로였다.
게으르고 욕심만 많은 이기주의자.
“……해서, 여기에 합격만 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흐음.”
가만히 듣고 있던 이신우가 질문을 던졌다.
“근데 아르바이트를 엄청 많이 했네요?”
“아, 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자…….”
“공부도 해야 했을 테니 아르바이트를 길게 하지는 못했겠군요.”
“아, 맞습니다. 앞선 이유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려고 일부러 단기 아르바이트 위주로 해왔습니다.”
면접을 보는 이의 허벅지가 살짝 떨렸다.
코가 붉어지는 등.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 장소가 있나요?”
“어, 음.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입니다.”
“편의점 좋죠. 혹시 어디서 근무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아, 네. 동탄에 있는 GS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슬쩍 바라보나 이신우가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내역이 너무 많음
-동탄 GS지점, 아르바이트 태도 확인해 볼 것
생각보다 더 꼼꼼했다.
스슥.
물론 류성은 이미 탈락으로 표시를 해버렸다.
“다음 분, 소개 부탁드릴게요.”
“아, 네!”
옆에 앉아 있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앞선 면접자와 다르게 몸집이 좋고 상당히 핸섬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26살, 김경태라고 합니다!”
“꽤 젊으시네요?”
“네, 맞습니다! 저는 요리고를 나왔고 대학교도 요리학과를 다녔습니다! 졸업한 이후 늦게 군대에 들어갔고 거기서는 취사병으로 생활했습니다! 이제 전역 3개월 정도 된 상태입니다!”
긴장한 듯한 태도.
하지만 은근하게 걸려 있는 미소가 섹시함을 더했다.
위험한 마스크랄까.
아무리 봐도 치킨집을 운영할 얼굴은 아니었다.
“흐음, 좋습니다. 근데 왜 치킨집 운영을 하려고 생각하신 거죠?”
“아, 그건…….”
이신우가 질문을 던지는 사이, 류성은 다시 재능을 사용했다.
김경태.
그의 잠재력이 보였다.
[잠재력]
영업력(A급) 친근감(A급) 성실함(A급) 인내심(A급) 꾸준함(A급)…….
[총평]
영업을 뛰기 위해 태어난 존재!
치킨집 장사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고정관념이었나?
잠재력은 물론이고 총평까지 완벽했다. 심지어 꾸준함 뒤에 붙은 나머지 잠재력 또한 정말 나무랄 게 없었다.
완벽하잖아……?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재능까지.
“부모님이 치킨집을 운영해서 절 키워주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접하다 보니 치킨 맛을 보는 부분에서는 정말 까다롭다고 할 수 있고요. 대부분 유명한 치킨도 솔직히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전역하고 길에서 치킨을 나눠주기에 받아먹어 봤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왜죠?”
“너무 맛있어서요.”
“아…….”
“그게 바로 여기였습니다.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요.”
“그랬군요.”
“네, 이거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기왕 시작할 거 나중에는 저만의 프랜차이즈도 노리고 있습니다!”
“어, 음. 그걸 저한테 얘기해도 되나요?”
“아, 죄, 죄송합니다!”
“뭐, 괜찮습니다.”
그때 류성이 처음으로 끼어들었다.
“꼭 김경태 면접자의 프랜차이즈여야 하나요?”
“네?”
“여기서 같이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예를 들어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의 임원이라든가.”
“어, 그건…….”
순간 김경태의 얼굴에 혼란이 찾아왔다.
생각해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물론 일단 면접에 합격부터 해야겠죠?”
“아, 그렇죠! 네, 맞습니다!”
그는 영업을 위해 태어난 인재였다.
욕심이 났다.
저 사람이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의 임원이 된다면 어떨까. 높은 연봉과 본인이 직접 케어하는 프랜차이즈에 한해서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를 내어준다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흐음.”
더불어 프랜차이즈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신우는 솔직히.
친구긴 하지만 영업 능력은 부족했다.
김경태라.
류성은 그 이름을 기억하며 서류에 별표를 그렸다.
합격. 무조건 합격.
그때 이신우가 추가 질문을 던졌다.
“참, 두 분 모두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죠?”
“네, 물론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그게…….”
1번 면접자가 고민하자 2번 면접자인 김경태가 손을 들었다.
“제가 말해도 될까요?”
“네, 좋습니다.”
“착한 영향력 스티커는 주로 식당이 많이 붙이는 편입니다. 반드시 식당에만 붙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주로 도움을 받게 될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먹는 거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정보가 술술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두 분 모두 개인적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두 사람이 나가고 의견을 교환했다.
“첫 번째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너무 많이 한 게 좀 걸리는데…….”
“나도. 별로더라.”
“그래?”
“어. 다리도 떨고 코도 붉어지고 식은땀도 흘리던데?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거든.”
“오호.”
“두 번째 사람은 좋던데? 김경태라고 했던가.”
“어, 맞아. 김경태.”
“생긴 것도 그렇고 영업하기에 딱 좋을 거 같지 않냐?”
“음, 그런가?”
“어. 나는 괜찮을 거 같네. 일단 프랜차이즈 어떻게 운영하는지 지켜보다가 실력 좋으면 프랜차이즈 기업 임원이나 뭐 부서 팀장 정도로 영입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정도나……?”
“솔직히 너 혼자 이끌어가기는 힘들잖아. 직원도 있어야지.”
“그건 그렇지.”
“당장은 그냥 가능성일 뿐이니까 참고만 하라는 얘기야.”
류성의 강한 어필에 이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그렇다면야. 일단 오케이. 믿어본다.”
“믿어, 인마. 투자자라니까.”
“아이고, 네. 알겠습니다, 투자자님.”
적당히 수다를 떨면서 의견교환을 끝냈다.
“그럼 다음 면접 봐야지?”
“그래야지.”
3, 4번 면접자가 사무실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