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02화
130. 프랜차이즈 면접(2)
류성은 면접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능을 확인했다.
[잠재력]
금전욕(A급) 냉정(A급) 이기주의(A-급)…….
3번 면접자는 탈락이었다. 단순한 치킨집이 아니라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이고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것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요?”
“네. 좋은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요.”
돈에 환장한 냉철한 이기주의자가 남을 돕는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이기주의자가 금전욕을 위해 오히려 그런 선행을 이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류성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치킨을 아주 좋아합니다. 치킨 맛을 보고 정말 반했습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업종이라면 오히려 저 능력을 빛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업종. 더불어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는 분야라면 말이다. 혹시나 고정관념일까 싶어 다시 생각해 봤다. 뒤쪽 재능도 찬찬히 훑어봤지만 역시 치킨집 운영과는 어울리지 않는 잠재력이었다.
스슥.
3번 면접자 서류에 X표시를 그려 넣었다.
“잘 들었습니다. 다음 4번 면접자분?”
“네!”
힘차게 대답한 4번 면접자는 젊은 여성이었다.
[잠재력]
워킹(A+급) 감각(A급) 패션감각(A급) 열정(A급) 이해력(A급) 대처능력(A급)…….
[총평]
최고의 모델이 될 자질을 갖췄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모델로서의 재능이 아주 뛰어났다. 그런 사람이 지금 치킨집을 차리겠다고 왔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이신우의 질문과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뒤쪽 재능을 천천히 확인했다.
[잠재력]
꾸준함(B+급) 노력(B+급) 성실(B+급)…….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장사도 잘하겠는데?
앞선 세 개의 재능, 그러니까 워킹, 감각, 패션감각을 제외하고 본다면 어떨까. 이건 그냥 사람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열정이나 이해력, 대처능력, 꾸준함, 노력, 성실 등. 해당 잠재력들은 살아감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들이었다. 당연히 식당을 운영하는 스킬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상입니다.”
그녀의 대답이 끝나는 순간 류성이 끼어들었다.
“4번 면접자분,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네!”
“외모 이야기를 해서 좀 그렇지만 치킨집을 운영하기에는 아까운데요? 모델 쪽으로 나가봐도 좋을 거 같은데.”
“모, 모델이요?”
“네.”
“어, 저는 그렇게 나서는 일은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요?”
“네. 저는 장사하는 게 좋습니다!”
확고한 눈빛에 더 말하려던 류성이 입을 다물었다.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나가고 류성은 의견을 피력했다.
“4번 면접자 말이야.”
“정아련 면접자?”
“어. 난 괜찮은 거 같더라.”
“흐음, 그런가.”
“나중에 홍보할 때 그 사람이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반응이 괜찮게 나올 거 같은데? 물론 동의를 받아야겠지만.”
“그렇긴 하지.”
“능력 괜찮으면 홍보팀에 영입해도 좋을 거 같고.”
“홍보팀까지?”
“어, 나중에는 PPQ처럼 커져야 할 거 아냐?”
“허, 흠. 그렇긴 하지?”
“거기 매출이 얼만지는 아냐?”
“어, 글쎄. 거기까지는 잘…….”
이신우가 궁금한 듯 류성을 쳐다봤다. 그에 류성이 목소리를 조금 낮춰 대답해 줬다.
“3,500억이 넘더라고.”
“……미친. 그 정도나 나온다고?”
“어. 영업이익은 600억.”
“허얼.”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이니까. 근데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 치킨 맛은 솔직히 네가 더 나아. 그러니까 빨리 성장해야지, 우리도.”
이신우의 표정에 열기가 서렸다.
“3,500억이라.”
숫자로 알려주니 감이 오는 모양이었다.
정말 엄청난 시장이라는 걸.
대한민국은 치킨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나라였으니까.
“오케이. 일단 체크.”
이어서 면접을 봤다. 더 열정적으로 변한 이신우의 질문이 예리하게 쏘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더는 눈길을 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건졌네.”
“만족한다, 이 정도면.”
이신우는 충분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래, 그럼 4, 5호점 기대해도 되냐?”
“어. 최대한 빨리 내볼게.”
“고생해라, 흐흐.”
“……항상 내가 당하는 거 같단 말이지.”
“뭔 소리야, 네 회사인데. 난 그냥 일개 투자자일 뿐이라고.”
“크흠, 그건 맞지.”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케이!”
이후 두 사람은 근처에서 함께 저녁을 먹은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 * *
RS재단 업무의 범위를 서서히 넓히던 중이었다.
“여보세요?”
-형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운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있어요?”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는데요?”
-아하하.
“흐음,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을까요?”
-어, 그럴까요?
“그래요. 내가 사줄 테니까 여자친구랑 같이 와요.”
-네, 알겠습니다!
도담이를 구출할 때 함께 있었던 그 커플이었다.
사회복지 공무원.
일이 힘들어 죽으려고 하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물론 전화로 듣기만 해도 상태가 영 좋지 않다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말이다.
기회가 되면.
두 사람을 영입해도 좋을 테니까.
“자, 마무리합시다.”
“아, 네!”
오후 5시에 가까워졌기에 일을 마무리 짓고 퇴근할 준비를 했다. 김만호와 이미나 커플은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했기에 시간이 조금 비었다.
뭘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개인 방송실로 올라갔다.
“짧게 단타라도 해야 하나.”
방송을 끄고 해도 좋고, 켜도 좋을 것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찰나 불쑥 찾아온 가느다란 어떤 감각이 뇌리에 닿았다.
창조적인 감각, 영감이었다.
“음……!”
잡아야겠다거나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이미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오직 찾아온 감각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눈을 감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이윽고.
가느다란 어떤 것을 손에 움켜쥐는 순간 벼락처럼 꽂힌 주제 하나가 그림처럼 펼쳐지며 류성에게 스토리를 안겨줬다.
아……!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컴퓨터를 켜고서.
메모장을 열어 가사를 적어나갔다.
-누구보다 먼저 눈을 떠
-몇 시간 더 빠르게
-남들보다 앞선 채로 집을 나서는 나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
-오늘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싸워나가는 길
최근 단타 대결을 한 까닭일까.
아니,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도담이를 구해준 일.
커플을 만나 사회복지에 관해 들은 지옥 같은 업무 난이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맺은 인연, 그리고 상금을 얻기 위한 경쟁.
프랜차이즈 면접 과정.
거기서 본 다양한 사람들.
그 모든 게 어우러졌다.
-그래도 난 멈추지 않아
-느려도 좋아
-거북이처럼 묵묵히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도달할 거야
무한경쟁의 사회.
거기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승리하기 위한.
이겨내야만 하는 끝나지 않는 싸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힘겨움에 대해서.
그리고 지쳐 쓰러져도 일어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관한 외침이기도 했고.
“후우.”
이렇게 영감이 찾아오고 나면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곤 했다.
이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상태였다.
단타를 할 시간은 없었다.
대충 정리하고서 건물을 나섰다.
* * *
다행히 약속에 늦지 않았다.
김만호, 이미나 커플을 만나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소고기 식당에 들어갔다.
“여기가 맛있거든요.”
“너무 비싼 곳 아니에요, 형님?”
“괜찮아요. 들어가죠.”
“으……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요!”
음식을 먹으며 두 사람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일단 김만호부터.
[잠재력]
배려심(A급) 인내(A급) 정신력(A급) 진실성(A급) 성실(A급)…….
[총평]
봉사 관련 업무에서 보람을 느끼는 편이며 해당 진로로 나아가면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잠재력과 총평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원하던 인재, 그 자체였다.
동시에 생선처럼 썩어버린 김만호의 얼굴이 보였다. 저런 잠재력에 총평을 지닌 사람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다니.
도대체 어느 수준이기에?
그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근데 말이에요.”
“형님, 이제 말 편하게 하세요.”
“저, 저두요. 저한테도 말 편하게 해주세요.”
김만호와 이미나의 말에 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음. 그럴까?”
“네.”
“그래, 근데 두 사람 전부 왜 이렇게 얼굴이 상한 거야?”
“아…… 뭐, 업무 때문이죠. 매일 욕이란 욕은 다 듣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조금 지치기는 하네요.”
“많이 힘든가 보네.”
김만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온종일 욕만 듣다 보니 아무래도 자괴감이 든다고 해야 하려나요.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이러려고 그렇게 공부를 했던 건지 후회도 되고요. 전 그냥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좋았을 뿐인데. 여기는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거칠게 몰아붙인다고 해야 하려나요. 부모님 욕도 망설이지 않더라고요. 생판 모르는 남한테서 이런 욕이나 매일 들으려고 살아가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하하, 그래서…… 그냥 그런 게 좀 힘든 편이에요.”
상상 이상의 지옥인 모양이었다.
인내랑 정신력이 A급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미였으니까.
“으음, 많이 먹어라.”
“네, 형님.”
그래도 헤실거리며 웃는 걸 보니, 대단하다 싶었다.
다음은 이미나를 확인했다.
그녀도 김만호처럼 많이 피곤해 보였다.
심지어 잠재력도 비슷했다.
역시……!
도담이를 걱정하던 마음.
구하기 위한 노력.
그 과정에서 이미 두 사람의 인성이 참하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 그걸 시스템의 재능으로 확인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두 사람, 계속 일은 할 거고?”
“으, 사실 할 수만 있으면 그만두고 싶긴 해요.”
“그래?”
“네.”
“그럼 고민할 게 뭐 있어? 전에 내가 말했잖아.”
“어, 그거…… 진짜였어요?”
“당연하잖아.”
그 말에 두 사람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일단 먹고 천천히 생각해 봐. 내일까지.”
“네에……!”
“하는 일도 육체적으로는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괜찮을 거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거지, 진상을 돕는 건 아니니까.”
“으음.”
“아, 그리고 연봉은 지금 받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될 거니까. 참고만 하고.”
결정을 빠르게 만들어줄 단어, 연봉.
돈의 힘은 강력한 법이니까.
고민하는 듯한 표정의 둘은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결심이 선 모양이었다.
하지만 굳이 재촉하진 않았다.
“음, 맛있네.”
지금은 소고기의 맛을 함께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술도 가볍게 마셨다.
헤어지기 직전, 두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 저희 결정했어요. 형님.”
“그래?”
“네. RS재단…… 들어가고 싶어요.”
“좋아, 잘 생각했어. 그래도 형식적인 절차는 따라야 하니까 며칠 뒤에 면접에만 나와줘.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도는 파악해 두면 좋고.”
“네, 그럴게요!”
“뭐, 어찌 되었건 합격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둘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형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두 사람도 잘 들어가고.”
인사를 나누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됐어.
이걸로 가장 필요했던 인재를 영입하게 되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