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03화 (203/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03화

131. 세 번째 우승

마이유가 침대에 누워 발을 동동거렸다.

“히히, 좋다.”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쉬는 중이었다. 충분히 뒹굴거린 이후 너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오늘 올라온 본인의 노래 영상과 댓글을 확인했다.

이유만세 : 너무 이뻐요, 언니ㅠㅠ

갓이유 : 노래 진짜 좋네ㅋㅋ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가끔 악플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해당 댓글에 하트를 눌러줬다.

“이래도 악플 쓸 거야? 쓸 거냐고.”

악플을 썼더니 채널 주인이 하트를 누른다? 웬만한 사람은 악플을 수정하거나 지우게 마련이었다.

-띠링!

그때 스마트폰 상단에 알림이 왔다.

새로운 메일이었다.

중요한 사람의 메일만 체크를 해두는 편이었기에 곧바로 확인했다.

“어?”

류성 작사가가 보낸 파일이었다.

가사가 첨부되어 있었다.

눈을 빛낸 마이유는 곧바로 파일을 내려받아서 가사를 읊었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 오늘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싸워나가는 길.”

가수의 삶이 어찌 평안했을까.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버텨내어 여기까지 도달했는데.

“……그래도 난 멈추지 않아, 느려도 좋아.”

가사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도달할 거야.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다시 눈을 떠서 2절 가사를 확인했다.

“하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경쟁을 하고.

누구나 싸워나가기 때문이다.

모두가 버텨야 하고.

모두가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좋다, 가사.”

그렇기에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가사였다.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류성 작사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약 이야기도 하고.

물어볼 것도 있었으니까.

* * *

류성은 소파에 앉아 럭키의 뱃살을 만지는 중이었다.

두드드드.

걸려오는 전화에 눈이 조금 커졌다.

“벌써?”

일단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여보세요?”

-작사가님, 저예요, 마이유!

“이메일 봤어요?”

-그럼요!

흥분한 듯, 조금은 큰 목소리를 내뱉는 마이유의 행동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가사 확인하고 바로 전화한 거예요.

“음. 괜찮았나요?”

-당연하죠! 약간 제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이번 가사는 대부분 사람의 삶을 녹여낸 스토리였으니까.

힘들게 지내왔을수록.

더 거대한 무언가를 느꼈으리라.

“좋았다면 다행이네요.”

-계약하시는 거죠?

“물론이죠.”

-고맙습니다! 헤헤, 근데, 저기…….

“왜요?”

-그, 주변에서 자꾸 물어봐서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예전에 사진 찍어준 거 기억하시죠? 그 사진으로 앨범도 냈었잖아요. 그거 보고서 주변 지인들이 자꾸 사진작가 누구냐고, 소개 좀 해달라고 계속 그래서요. 괜찮으시면 연락처 알려줘도 될까요?

“으음. 사진은 제가…….”

거절하려는 순간이었다.

[퀘스트 등장!]

[추억을 함께 한 가수들]

[추억으로 가득한 인물이 추억에 젖을 법한 사진을 원한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완벽한 사진을 찍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끌어내어라!]

[남은 시간 : 14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 시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가 발생합니다.]

퀘스트의 등장과 함께 류성의 표정이 바뀌었다.

“제가, 사진 찍는 걸 아주 좋아하죠.”

-네?

“알려줘도 된다구요.”

-정말요? 고맙습니다!

“뭘요. 근데 제가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라 여러모로 미숙한데 괜찮겠죠?”

-당연하죠! 제가 다 말해놓을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도 작성해야 하니까 시간 되는 날도 알려주세요.

“음, 그러면 17일 저녁은 어때요?”

그날, 녹화가 끝나고 저녁 시간에 만나면 될 거 같았다.

-어디로 갈까요? 계속 작사가님이 오셨으니까 이번엔 제가 갈게요.

“어, 그러면 xx방송국 근처에서 뵐까요?”

-네, 좋아요!

그렇게 약속을 잡고 통화를 종료했다.

머지않아 걸려온 전화.

낯선 번호였지만 통화버튼을 눌렀다. 마이유가 말했던 그 지인일 테니까.

-안녕하세요, 사진작가님. 이유한테 소개받고 전화드려요.

“아, 네.”

-성숙시대의 태현이라고 해요.

순간 류성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성숙시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바로 그 걸그룹이었다. 온갖 추억들로 가득한 걸그룹의 연락에 잠시 호흡이 멎었다.

-여보세요?

“아, 아아. 네!”

-놀라셨나 봐요.

“네, 많이요.”

순간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후우, 침착해야지.

그래도 재능 덕분에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솔직하시네요. 음, 그보다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다고 들어서요.

“네, 찍어드릴 수야 있는데 제가 전문 작가는 아닙니다.”

-괜찮아요. 전문 사진작가님보다 더 느낌이 좋았거든요.

“뭐, 그러시다면야.”

-언제 가능할까요?

“음, 날짜는…….”

조금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이야기는 잘 풀렸다.

-그럼 그날 뵐게요!

“네.”

통화를 끊고 나서야 창피함이 올라왔다.

“……제대로 말은 한 거겠지?”

냐아아아?

“모르겠다, 우리 럭키 뱃살이나 만지자!”

럭키의 쫀득한 뱃살을 만지니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왔다.

성숙시대라.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되다니.

“거절하면 후회할 뻔했네.”

성숙시대를 실제로 본다는 생각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들은 추억이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마법이기도 했고.

“아, 그래서 퀘스트가…….”

퀘스트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제목부터 추억이 들어갔다.

“이래서 추억을 함께한 가수들이었구나.”

확실히 성숙시대라면 인정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상하게 성숙시대가 컴백하면 노래를 떠나서 존재만으로 학창시절이 떠오르곤 했으니까. 그 추억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럼…… 곧 컴백하는 건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세 번째 녹화가 시작되었다.

남은 세 명.

주식대마왕TV, 류카월드, 그리고 황인구 소장. 모두가 실력자인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분 방송 시청하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류카월드 님?

-으으, 아쉽네요.

-이제 정말 경쟁을 하셔야죠.

-이거, 숨겨왔던 흑염룡을 꺼내야겠는데요?

-네에……?

-제 실력, 이참에 한 번 보여드리죠, 뭐.

-기대해도 될까요?

-아휴, 그럼요.

류카월드의 너스레와 함께 대결이 시작되었다.

-자자, 오늘은 제가 제대로 단타 해볼게요! 근데 유난히 시청자가 적은데요? 이거, 왜 이러시죠, 다들? 이러면 저 실망합니다?

류카월드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충분히 좋았다.

숨겨뒀던 흑염룡을 풀어헤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식대마왕의 실력이 너무 좋았다.

단지, 그뿐이었다.

헤이맨 : 아쉽지만 오늘은... 다른 방으로!

뜨끈 : 류카월드님, 파이팅...!

단타잘해 : 저도 잠깐 외출 좀ㅎㅎ

로망스 : 외도, 아니. 저도 바람 좀 쐬고 올게요ㅋㅋㅋ

단타가자 : 재미는 여긴데, 현실은 저기죠ㅠ

그렇게 수십 명씩 뭉텅이로 시청자가 빠져나갔다.

그래도 3만 명이 넘긴 했지만.

이대로면 곧 3만 명도 깨질 거 같기는 했다.

-어허, 에헤이. 그러면 안 되죠. 스탑, 스탑!

류카월드가 다급히 손을 휘저었다.

-이 정도면 수익률 엄청 좋은 거라니까요! 아? 물론 이해는 해요. 그래요, 뭐. 주식대마왕님이 또 쓸어 담고 계시겠죠. 하긴, 저라도 거기로 가긴 했을 겁니다만! 그래도…… 그래도오오오!

류카월드의 말대로였다.

엄청난 수익률을 이어가는 주식대마왕TV로 무수한 시청자들이 넘어갔다.

덕분에.

현재 주식대마왕TV를 보는 시청자의 숫자가 7만 명을 넘어섰다.

압도적인 1위였다.

-이번 지지선은…….

류성은 아무렇지 않게 단타에 집중했고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나갔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완벽한 단타 실력을 선보였다. 함께 단타를 경험한 이들은 자연스레 확신하게 되었다.

초보지만괜찮아 : 진짜... 단타의 신이네요

돈법시다 : 아니, 투자의 신이죠

알탕 : ㅋㅋㅋ다들 반하셨군요!

주린잉 : 늦게 알수록 손해인 거죠, 뭐ㅎㅎ

물통컵 : 리스펙합니다!ㄷㄷ

즐거운 시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사람만이 악착같았다.

현재 수익률 3위, 그러니까 탈락의 위기에 놓인 황인구 소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후, 여러분들. 여기 말씀드린 가격에 사라니까요. 왜 자꾸 그거보다 더 낮거나 높은 가격에 진입하려고 하세요. 그러면 이게 차트가 어그러진다니까요. 아, 정말…….

참았던 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 후우. 이거 봐요, 결국 단타에 실패했잖아요. 제가 말한 대로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못 지키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이해가.

시청자도 그걸 느꼈고.

자연스럽게 시청하는 이들이 줄어들었다.

-그냥 따라만 오라니까요. 그럼 된다는데 왜들 그러세요?

1만 명이 깨지고.

어느새 5천 명까지 하락했다.

-아니, 왜 시청자가…….

줄어든 시청자는 회복되지 않았다.

뭐없네 : 실력도 없으시구만ㅋㅋ

연어왕 : 에이, 노잼. 갑니다!

정신차려 : 시청자가 다 바보 같죠? 솔직히 그쪽 시청자 이용해서 세력놀이 하는 거 다 알아요, 잠깐 어울려준 거지ㅋㅋ

-세력놀이가 아니라…….

그는 다급히 변명했지만 이미 늦었다.

단타 시간이 끝났으니까.

수익률 3위로, 마지막 탈락자로 확정된 것이다.

-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늘도 정말 뜨겁고도 화끈한 대결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돈을 버셨을 텐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탈락자는 역시 나와야 합니다. 그게 바로 경쟁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자, 마침 투표가 끝났네요.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탈락자는…… 황인구 소장님입니다! 앞으로 나오실까요?

-아, 네.

황인구가 힘없이 걸어 나왔다.

-오늘 어떠셨나요?

-뭐, 그냥 그랬습니다.

표정 관리에도 실패했다.

황인구 소장은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그래도 MC는 자연스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이런 대결을 통해 서로 발전해 나가는 거겠죠?

-뭐, 그렇죠.

-좋습니다. 그간 좋은 실력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네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나름대로 선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자, 그러면 1위를 발표해야겠죠? 허어, 이변이 발생했는데요? 이번 1위는 바로! 바로! 주식대마왕TV입니다! 엄청난 이변이군요. 3주 연속 1위라니, 놀랍습니다! 그간의 역사를 모두 갈아치워 버리는군요!

어느새 황인구 소장은 퇴장한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류성에게 집중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주식대마왕TV님.

-감사합니다.

-벌써 세 명이 탈락했는데요.

-네.

-마지막 상대가 류카월드님이군요.

-그러게요.

-하하, 이거 저도 예상을 못 했는데 말이죠. 류카월드님이 정말 흑염룡을 풀어 상당한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놀라진 않으셨나요?

-음, 당연히 실력이 좋다고 생각했었던지라 그렇게 놀라진 않았습니다.

-오호, 정말인가요?

-네.

-다음 주는 어떻게 될 거 같으시죠?

-상당히 재밌을 거 같네요.

-크으, 저도 그렇습니다. 벌써 마지막 대결이라니! 아쉬움과 함께 기대감이 무럭무럭 솟구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상금 확인하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상금은…….

전광판에 숫자가 돌아갔다.

[원금 2,000,000원]

[수익률 74.63%]

[수익금 1,492,600원]

[최종 상금 : 149,260,000원]

MC가 크게 외쳤다.

-상금은 무려 1억 4,926만 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세 번째 녹화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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