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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04화 (204/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04화

132. 추억을 찍어라

방송국을 나서자마자 근처 프라이빗한 식당으로 향했다.

“오셨어요?”

“벌써 와 있었네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뇨, 조금 전에 도착했어요.”

그곳에서 마이유를 만났다.

당연히 로드매니저를 대동한 상태였다.

“참, 언니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성숙시대 태현 님이요?”

“히히, 네.”

류성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휴, 그날 전화 받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많이 놀랐나 봐요?”

“엄청나게요.”

“팬이에요?”

“팬이라기보다는…… 같은 시대를 공유한 느낌이랄까. 괜히 친숙하고 잘되었으면 하는 그런 거죠.”

“아하!”

“물론 마이유 씨도 마찬가지고요. 데뷔 일도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거로 아는데…….”

“그렇죠. 1년밖에 차이가 안 나니까요.”

“이야, 대단하네요.”

“히히, 그냥 조금 일찍 시작한 거죠.”

그래도 몇 번 봤다고 꽤 편해졌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음식이 나왔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계약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지난번보다 조건이 더 좋을 거예요.”

“거기서 더요?”

“네. 계속 꾸준히 조건을 높여나가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먹고사니까요?”

“이제 잘 아시네요!”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말이.”

다시 봐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가수를 떠나 인간적으로.

그래서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조금 부끄럽네요. 참! 요즘 시나리오 공모전도 수시로 검색해 보고 있어요. 책 보는 거랑 영화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요. 기대해도 되죠?”

“그럼요.”

가벼운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음식도 다 먹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배가 가득 차오른 상태였다.

“허, 벌써 시간이…….”

“엄청나게 빨리 지나갔네요.”

“네.”

“그만큼 재밌는 시간이었나 봐요.”

마이유의 직설적인 말에 류성은 내심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러면 이제 계약서 작성할까요?”

“좋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럼 또 연락할게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류성은 마이유와 로드매니저에게 인사하고서 차량에 탑승했다.

“시간 참 빠르네.”

별 이야기를 나눈 거 같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

오늘은.

그런 사람을 만나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일은…….”

성숙시대를 만나 사진을 찍어줘야 할 테고.

신기하네, 정말.

설마 이렇게 연예인을 만나고 다니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크흠.”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 * *

다음 날, 약속했던 장소 앞에 있으니 고급차량인 벤이 다가왔다.

“혹시, 류성 사진작가님 맞으세요?”

“아, 네.”

“성숙시대 매니저입니다.”

“반갑습니다.”

“타시면 됩니다.”

“네.”

문을 열자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던 성숙시대가 보였다. 뭐랄까, 아름다운 아티스트 일곱의 시선을 동시에 받는 건 생각보다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어머, 사진작가님?”

“안녕하세요? 류성이라고 합니다.”

“들어오세요.”

하필 남은 자리가 첫 번째 중앙이었다.

좌, 우로 앉은 태현과 서연.

그 사이를 비집고 앉으니 정신이 멍해졌다. 그도 남자인 이상 가슴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사진작가님?”

“어, 음.”

그래도 재능 ‘침착함’이 항상 패시브로 작동하고 있는 터라 금방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추억을 찍어달라고 하셨잖아요.”

“네, 맞아요!”

“그럼 일단 충무로 거리부터 가보죠.”

“충무로 거리요?”

“네. 거기가 옛날 느낌이 나면서도 깔끔해서 사진 찍기에 괜찮거든요. 의상도 잘 어울릴 거 같구요.”

그 말에 매니저가 곧바로 운전을 시작했다.

“그럼 충무로 거리로 출발하겠습니다.”

그 사이 류성은 일곱 여인에게서 폭풍과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유랑은 어떻게 아는 거예요?”

“아, 작사 공모전을…….”

“와, 작사도 하셨구나. 아? 류성 작사가님이면 설마……!”

“나 알아, 나!”

“나도, 나도!”

“밝은 그림자! 맞죠?”

“네, 맞습니다.”

“그 노래 진짜 좋아하는데…….”

“별산책도 가사 직접 쓰신 거죠?”

“맞아요. 잘 아시네요?”

“와, 대박!”

그녀들의 관심도가 급증했다는 메시지가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구나.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었는데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사진 보고 너무 좋아서…….”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눈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이렇게 멀었던가?

류성은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며 차량에서 내렸다.

“후아.”

겨우 살 거 같았다

“조금만 걸어가면 되겠네요.”

“네!”

“다들 어서 내려.”

“응, 언니!”

성숙시대의 등장에 충무로 거리를 걷던 이들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대박, 성숙시대잖아.”

“저 남자는 누구지?”

“매니저겠지.”

“아하.”

“부럽다, 그래도.”

“진짜…….”

특히나 남자들의 시선이 한껏 쏠렸다.

당연했다.

무려 성숙시대였으니까. 그래도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성숙시대도 마음을 좀 놓고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와, 여기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정말.”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도 않고.”

“여유로워서 좋다!”

그녀들은 자유를 즐겼다. 사진 촬영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를 테니까.

저벅.

다만 류성은 걸으면서 장소를 물색했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한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괜찮은데?

느낌이 있어 보이는 골목길 앞에서 멈췄다.

“음, 여기서 찍어볼까요?”

“좋아요!”

성숙시대 그룹원 전원이 골목길에 진입했다.

사람도 없고.

날씨도 좋아서 사진을 찍기에 딱이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녀들을 눈에 담았다.

“허…….”

순식간에 변해 버린 눈빛.

그리고 자세.

한순간에 촬영 모드로 진입해 버렸다.

“포즈는 어떻게 취할까요?”

“음, 편하게 해주세요.”

“네!”

“대신 포즈 잡고 움직이지 마시고요.”

그녀들이 취한 포즈를 확인하며 류성은 자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빛이 쏟아지는 최상의 각도를 찾기 위함이었다.

여기.

가장 완벽한 구도가 눈에 들어왔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순간 확신했다.

제대로 찍혔다는 것을.

사진을 확인하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역시.”

성숙시대를 비추는 불그스름한 햇살이 자연스레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의상까지 완벽했기에 흠잡을 곳이 없었다. 사진 자체가 마치 강제로 추억을 소환하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그냥 골목길 구경하면서 걷는 느낌으로 갈게요.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눠주시고요.”

“아, 네!”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찰칵, 찰칵!

전부 합격점이었다.

“됐어요.”

“벌써요?”

“네, 이 정도면 충분하죠.”

“어…….”

“저희도 봐도 될까요?”

“그럼요.”

류성이 카메라를 건넸다.

중앙 스크린에 나타난 사진을 보며 성숙시대 전원이 눈을 끔뻑거렸다.

“와…….”

“너무 예쁘잖아……!”

“꺄아아아악!”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아직 촬영할 장소는 많았으니까.

“다음은 남산으로 가볼까요?”

“남산이요?”

“네. 추억하면 역시 남산 자물쇠 아니겠어요?”

곧바로 2차 목적지로 향했다.

* * *

남산 자물쇠 앞에서 한 가지를 요구했다.

“자물쇠 하나씩 걸어주세요. 다 같이요. 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시구요.”

“네에!”

“자, 우리 그냥 자물쇠 걸자.”

“좋아!”

일곱의 여인들이 자물쇠를 열고 철창에 걸었다.

소원도 빌었고.

무슨 소원이냐고 물어보는 둥, 장난도 쳤다. 정말 카메라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들끼리 놀러 온 것처럼 보였다.

찰칵-

행복한 웃는 미소를 사진에 담았다.

“좋네요.”

“어, 벌써 끝났나요?”

“네. 꽤 여러 장 찍었는데 전부 느낌이 괜찮아요.”

“와아!”

이번에도 그녀들은 사진을 보며 감탄했다.

“어쩜 이렇게 찍으세요?”

“뭐, 그냥요?”

“와, 진짜 농담 아니고 지금까지 본 작가님 중에서 최고인 거 같아요!”

“그 정도는 아니구요.”

“진짠데……!”

“너무 비행기 태워주시네요. 자, 그럼 다시 이동하시죠.”

“아, 네!”

그렇게 명소 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끝났네요.”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저두요.”

“이렇게 편하게 촬영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는데…….”

“그치, 언니?”

“응. 진짜 재밌었어.”

“히히, 좋다.”

정말 가볍게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서 파생된 결과물은 심상치 않았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뭘요,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그래두요.”

“진짜 상상으로만 그리던 그런 사진이에요. 그렇지 않아?”

“정말요. 최고예요, 작가님.”

이어지는 그녀들의 칭찬에 류성이 흡족하게 웃었다.

“만족했다니 다행이네요.”

“저, 이거 주변에 막 소문내도 되나요?”

“소문이요?”

“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사진작가님을 알게 되었다구요. 안 될까요?”

류성은 잠시 기다렸다.

혹시나 또 퀘스트가 등장할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잠잠했다.

그에 류성이 고개를 저었다.

“음, 죄송합니다. 사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어서요.”

“아아…….”

“아쉽네요, 정말.”

“그래도 성숙시대가 찍어달라고 불러주는 건 괜찮을 거 같네요.”

“정말이죠? 진짜죠?”

“네.”

“아싸! 고마워요!”

덕분에 류성도 그녀들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받았다. 밝은 기운에 전염된 모양이었다.

좋네, 이런 것도.

하지만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안 태워다 드려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이 앞이 회사라서요. 아직 점심시간도 안 지났으니 나머지 업무는 봐야죠.”

“아아……!”

“고생했어요, 다들.”

“안녕히 가세요!”

“네.”

가볍게 인사한 뒤 RS재단으로 향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중…….]

[정산 완료.]

[하급 랜덤카드가 지급됩니다.]

[선행 포인트 12점을 획득합니다.]

가는 길에 퀘스트 보상을 획득했다.

생각보다 쏠쏠했다.

* * *

왕중왕전 2회차 방송도 시청자와 함께 감상했다.

“류카월드 님이 확실히 센스가 있으시네요.”

류카월드가 주식대마왕TV의 영상을 보면서 단타를 따라 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더 재밌게 뽑혔다.

알고는 있었지만.

편집된 장면으로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알탕 : 엌ㅋㅋㅋㅋㅋㅋ

표범이당 : 아, 겁나 웃기네 진짜ㅋㅋ

떡상각 : ㅋㅋㅋㅋㅋㅋㅋ

어서오랏 : 으읔 배꼽ㅠㅠ

시청자도 재밌는지 난리가 났다. 무려 2만 명이 넘는 이들이 채팅을 쳤기에 솔직히 채팅 내용을 보는 건 어려웠다. 그저 그들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을 즐길 뿐이었다.

“다음 주면 류카월드님이랑 1대1 배틀이네요.”

가면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많이 기대되었다.

류카월드는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남자였으니까.

대단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나올지 진짜 궁금한데, 뭐. 저는 항상 해오던 대로 해야겠죠. 그때 늦지 않게 다들 와주세요. 방송에서 하는 마지막 단타니까요.”

시청자들이 ‘ㅇㅇ’를 쳤다.

“감사합니다, 다들.”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방송 촬영도 끝나가고.

무엇보다 벌써 4월 말이 코앞이었다. 마지막 방송을 하고 나면 시나리오 공모전으로 바빠질 게 눈에 보였다.

증시는, 뭐.

지금 당장은 횡보하는 중이었다.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시장조차 눈치를 보고 있다고나 할까.

다시 하락하겠지.

악재 정보권에 적힌 마지막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빠져들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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