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07화
134. 기분 좋은 날
시청자가 너무 많이 늘었다.
어느새 9만 명이었다.
솔직히 단타가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확실히 버겁네요.”
하지만 오히려 머리는 맑아졌다.
타이밍이 고민이었는데.
아무래도 이제 가면을 벗을 때가 온 거 같았다.
우승하게 된다면.
깔끔하게 얼굴을 공개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아니면…….
개인 생방송에서 공개해도 될 테고.
“그래도 일단 수익률 50퍼센트까지는 맞춰놓은 상태네요. 조금 느릴 수 있겠지만 계속 돈복사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류카월드는 수익률이 얼마일까.
궁금해할 시간이 없었다.
채팅창에 무수히 등장하고 있었으니까.
알립니다 : 류카월드, 다시 상승 시작!
알리미 : 류카월드 상한가 도달! 수익률 41퍼센트!
류성의 눈이 조금 커졌다.
“41퍼센트라, 대단하시네요.”
수익률이 10퍼센트도 차이나지 않는 상태였다. 조금 더 차이를 벌리지 않는다면 류카월드에게 투표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뭐,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얻을 건 전부 얻은 상태였으니까.
주린잉 : 오늘도 돈복사^^
방패던져 : 크, 엄청나네요ㄷㄷ 방송 보고 속이는 건가 했는데 찐이셨네
어벤져 : 오늘 소고기 묵을게요!
줌인아웃 : 조금만 더 돈복사 가쥬아!
일레븐 : 가쥬아아아앜!
수만 명의 시청자.
그리고 방송으로 인한 인지도.
이거면 충분했다.
우승은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퀘스트도 잘 클리어했고.
더할 나위 없는 방송 출연이었다.
“자, 단타 성공했네요.”
몇 차례 단타를 더 이어갔다.
수익률 57퍼센트가 넘었다.
“좋습니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마지막 단타가 되겠네요. 집중해서 가장 좋은 수익률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재능 ‘차티스트의 눈’이 지지선을 찾아냈다.
아주 큼지막한 선이었다.
마침 근처까지 하락한 상태였기에 바로 해당 가격대를 언급했다.
“해당 가격대에 매수 걸어놓으면 됩니다.”
그렇게 마지막 단타가 끝났다.
“2.73퍼센트 수익, 수고하셨습니다.”
결국 마지막 단타 덕분에 누적 수익률 60%가 넘어갔다.
거의 동시에.
단타 대결이 종료되었다.
-자, 이제 단타 멈춰주세요!
MC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사를 했다.
“끝났네요. 곧 화면 꺼질 텐데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투표해야 하니까 아직 나가지는 말아주시고요.”
이어서 생방송이 종료되고 투표시간이 찾아왔다. 채팅창에 남아 있는 무수한 시청자들이 각자의 생각대로 투표를 진행했다.
-자, 10분 내로 투표 마무리 짓겠습니다!
류카월드와 류성이 단상 아래에서 쉬는 동안 투표가 완료되었다. 그 결과를 발표할 시간이 찾아왔다.
-오늘 아주 치열한 접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탈락자와 우승자는 가려야겠죠? 자, 투표는 완료된 상태인데요. 와우, 정말 박빙이었네요. 그러면 탈락자부터 발표해볼까요? 네, 탈락자는 바로!
MC의 시선이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바로, 37,223표를 얻은 류카월드 님입니다!
자연스럽게 우승자가 정해졌다.
-우승자는 39,297표를 얻은 주식대마왕 님입니다! 두 분, 모두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 모두 앞으로 나섰다.
-류카월드 님, 소감 부탁드릴게요.
-아, 오늘 진짜 제대로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엄청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정말 놀라운 실력을 지닌 투자자를 알게 되어서 제 기분이 다 좋네요. 앞으로 꾸준히 주식대마왕tv 님 영상 보면서 저도 돈복사 하겠습니다!
-류카월드님 소감 알차게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주식대마왕 님?
-네.
-최종 우승자가 되셨는데요, 어떠신가요?
-시청자가 많으니 부담이 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결심이요?
-네.
-어떤 결심인지 알 수 있을까요?
-가면을 벗어야겠다는 결심이요.
-어, 음……!
꽤나 큰 폭탄선언이었다.
-왕중왕전 마지막 회가 방영되는 날, 생방송을 틀겠습니다. 거기서 가면을 벗고 중대발표를 할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까지 방송 출연으로 뽕을 뽑았다.
상금은 덤이었다.
* * *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조금은 여유로운 상황.
이제 이 여유를 다시 바쁘게 굴려야 할 시기였다.
“모든 병을 지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불치병이나 화상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한 병을 후원하려고 합니다.”
“좋은 생각 같아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전국을 다 시작할 순 없으니 일단 수도권부터 진행을 해보도록 하죠. 당장은 현재 연계되어 있는 병원에 먼저 문의를 해봅시다.”
“네, 진행할게요.”
“정리되면 바로 알려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어떤 병을 후원할지부터 결정해야 했다.
그러니.
병원에 문의해서 후원할 수 있는 병이나 환자 목록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다음은, 재활용센터가 설립되기 직전이더군요?”
“맞습니다, 이사장님.”
류성의 말에 백 대리가 대답했다.
그에게 전권을 위임했었다.
문득 예전 리어카 퀘스트가 떠올랐다.
충격이었지.
온종일 종이를 주워 몇천 원을 버는 모습을 보고서 많이 놀랐었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지원할까 고민했었고.
그 결과물이 곧 탄생하리라.
“어려움은 없고요?”
“네, 괜찮습니다.”
“음, 현재 진행 상황은요?”
“전국 각 지역에 존재하는 규모가 큰 고물상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폐지 가격을 더 올려서 받을 수 있도록이요. 철저하게 내역을 확인할 거고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해당 폐지를 재활용 사업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환원해서 선순환 방식이 자리 잡도록 하겠습니다.”
“좋네요. 계속 맡아주세요.”
“네, 이사장님!”
“그럼 이걸로 회의 종료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저는 병원이랑 여기저기 좀 보고 올게요.”
“아, 박정연 씨 보려고요?”
“네.”
“다녀오세요.”
사무실에선 크게 할 일이 없었던지라 류성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첫 번째로 박정연.
2도 화상을 입은 피해자였다.
최근 바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놓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노화 회복 물약이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물약인 만큼, 어쩌면 화상을 지워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효과가 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병우유를 사고.
거기에 노화 회복 물약 한 방울을 넣었다.
“마시겠지?”
항상 음료를 건네주기 직전이 가장 떨렸다.
안 받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윽고 도착한 병원.
“들어가도 되나요?”
“아, 네.”
안으로 들어가자 박정연이 보였다.
얼굴과 상체가 붕대로 감긴 상태였다.
“밥은 먹었어요?”
“네. 먹었어요.”
“다행이네요. 상태는 좀 어때요?”
“처음보다는 좋아요. 아직 아프긴 하지만요.”
“으음.”
류성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음료를 건넸다.
“이것도 마셔봐요.”
“우유네요?”
“네. 유제품이 화상 환자한테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 고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유를 바로 받아서 마셨다.
“잘 마시네요.”
“네,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으면 뭐라도 해야죠.”
“그럼요. 그래야죠.”
그곳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가해자에 관한 일.
이제 곧 법정에 선다는 얘기까지도.
“꼭…… 제대로 처벌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겁니다.”
이미 그녀의 인생은 무너졌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도 줄기세포 치료에 희망을 걸고서 살아갈 테니까.
“RS재단도 끝까지 도울 겁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그녀를 위로한 뒤 병원을 나섰다.
* * *
간호사가 소독하기 위해 붕대를 풀었다.
“아프면 말씀하시고요.”
“네에.”
박정연은 눈을 꾸욱 감아버렸다.
두려웠으니까.
일그러지고 눌어붙은 피부를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
들려오는 간호사의 의문 섞인 신음.
덜컥, 겁이 났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잘못된 걸까.
혹시나 더 악화된 건 아닐지 두려웠다.
“자, 잠시만요!”
간호사가 다급히 병실을 나서더니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선생님! 빨리요! 여기, 박정연 환자 좀 보세요, 어서!”
“뭐야? 무슨 일인데?”
그때까지도 박정연은 눈을 뜨지 못했다.
아……!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이럴 수가……! 바, 박정연 환자. 눈 좀 떠보세요. 상태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네……?”
그제야 눈을 뜨는 박정연.
잘못 들은 걸까.
하지만 재차 들려오는 의사의 말에 동공이 커졌다.
“피부 상태가 아주 좋아졌어요!”
“저, 정말요?”
“네. 거울 보시겠어요?”
“네, 네……!”
간호사가 보여주는 거울.
그 안에 비친 모습.
괴물 같았던 얼굴이 사라졌다. 물론 아직도 화상은 남아 있었지만 어제와는 확연하게 상태가 달랐다.
조금은.
그래, 조금은 사람다웠다.
“아, 아아……!”
감동으로 물든 박정연이 의사를 쳐다봤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정확하겐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가 지금 제대로 발동하는 게 아닌가 싶군요. 사실 학계에서도 이런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어서요.”
“저, 정말요?”
“네. 증상이 천천히 나아지다가 단기간에 호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흐음, 일단 추이를 지켜보다가 2차 치료를 진행하면 될 거 같군요. 이후 보존치료만 잘 이어간다면 거의 원래대로 돌아올 거 같습니다.”
“으, 으흡……!”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기적이 찾아왔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삶에 다가온 거대한 희망이었다.
* * *
벌써 4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시간 참 빠르구만.”
류성은 떠오르는 홀로그램을 눈에 담았다.
[연계 퀘스트 ‘어서 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선행 포인트 42점을 획득합니다.]
[상한선에 도달했습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소아병동의 키다리 아저씨!]
[소아병동 아이들 치유 진행 정도를 파악합니다.]
[파악 완료.]
[중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31점을 획득합니다.]
[착한 프랜차이즈!]
[2, 3호점까지 존재합니다.]
[파악 완료.]
[중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역시나 아름다운 보상이었다.
“크흐.”
선행 포인트만 72점에 각종 등급의 카드까지.
아주 흡족했다.
이대로 계속 더 모으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면 될 거 같았다.
이제 좀 쉬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네, 대표님.”
홍상훈 대표였다.
-결과 나왔습니다!
“아, 그래요?”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일단 밝은 것을 보니.
적어도 5년 이상은 나온 모양이었다.
“몇 년 구형인가요?”
-9년입니다!
“9년, 말입니까?”
-네, 9년 나왔습니다!
“허어.”
애초에 기대했던 게 7년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구형이 높게 나왔다.
-이대로 끝날 거 같습니다. 애초에 상대 변호사도 국선이라 의욕이 없었고요.
“잘됐군요.”
정말로 잘된 일이었다.
덕분에.
화상 사건에 얻은 퀘스트 2개가 연달아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17점을 획득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완료.]
[중상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 포인트 25점을 획득합니다.]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퀘스트와 화상 치유를 도우라던 퀘스트였다. 아무래도 동시에 나온 만큼 함께 클리어된 모양이었다.
“좋군요, 정말.”
-그러게 말입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