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08화 (208/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08화

135. 각자의 사연

5월 초.

라이키코리아의 월간 정기회의가 진행되었다.

“지난달 매출 현황입니다.”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보고가 이어졌다.

대표가 눈을 빛냈다.

지난달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까닭이었다.

“……이상입니다.”

“그래, 매출 증가 좋지. 근데 이렇게 많이 증가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그 부분은 파악을 못 한 건가?”

“아닙니다. RS재단에서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한 덕분입니다.”

“RS재단? 거기라면…….”

“네, 최근 조각상 공모전을 개최했었습니다.”

“아아, 대상 작품을 우리가 구매했었지?”

“맞습니다.”

“그래, 거기서 우리 물품을 샀다고?”

“네.”

“얼마나 산 거지?”

“따로 준비한 게 있는데 보고 드릴까요?”

“한번 들어보자고.”

두 번째 보고가 진행되었다.

RS재단에서 구매한 라이키코리아의 물품이 나열되었다.

금액도 상당했다.

매출이 엄청난 라이키코리아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였다.

“알아본 결과, RS재단은 해당 물품을 전국적으로 후원했습니다.”

“전국이라.”

“특히 소년 소녀 가정과 한부모 가정에 여러 물품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대표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좋은 재단이군.”

“예, 맞습니다.”

“우리도 보답해야 할 텐데. 재단에 후원하는 게 가능한가?”

“후원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이하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찾아보겠습니다.”

“좋아, 기대하지.”

그렇게 월간 정기회의가 종료되었다.

* * *

KBB 방송국 사회부 기자, 정승환.

“후아, 피곤해 죽겠네.”

“어여 가라.”

“네, 가볼게요!”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한 터라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이 순간이 그나마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산책길 코스가 아주 예뻤기 때문이었다.

밀려드는 꽃향기를 음미하며 속도를 조금 높였다.

“후우, 좋다.”

어쩐지 정신력이 채워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흐흐, 집에 가면 일단 게임이나 해야지.”

그냥 하면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먹으면서 하는 게 최곤데.

입도 심심하니 치킨이나 사 가기로 했다.

어디서 살까나.

주변을 둘러보며 페달을 밟던 중이었다.

“어라, 사람이 없네.”

최근 새로 생긴 치킨집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던지라 굳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었다.

근데, 오늘이라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먹어봐도 좋을 거 같았다.

“오케이, 너로 정했다.”

해당 치킨집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빨리, 빨리!”

“가치 가아아아!”

그때 정승환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두 명의 어린아이가 냅다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뒤를 따라 들어가서 주문을 하려는데.

“저, 여기 쿠폰이요!”

“그래. 그보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꼬마 아이가 먼저 주문을 하는 중이었다.

어, 음.

치킨을 사러 왔던 거구나.

정승환은 뒤에서 잠깐 기다렸다.

“헤헤, 그냥요.”

“더 자주 와. 알겠지?”

“네에!”

“그래, 뭐로 줄까? 후라이드? 양념?”

“마요 치킨이요!”

“크, 치킨 먹을 줄 아는 꼬마라니까.”

“헤헤.”

“조금만 앉아서 기다려.”

“네에!”

기이한 상황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쿠폰을 받고 치킨을 줘?

아무리 봐도 손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장면이었다.

“손님, 주문 도와드릴까요?”

“아, 네. 어…….”

본래는 후라이드만 먹으려고 했는데.

마요 치킨?

아이들이 시켜서 그런 걸까.

조금 궁금해졌다.

“반반 되나요?”

“네, 됩니다.”

“그러면 후라이드랑 마요 반반으로 포장 좀 할게요.”

“알겠습니다. 1만 9천 원입니다.”

“저기, 근데요.”

“네, 손님.”

“방금 쿠폰은 뭐예요? 저도 받을 수 있는 건가 싶어서요.”

“아, 쿠폰이요? 이건 구청에서 나눠주는 거예요.”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 힘든 아이들한테 나눠주는 쿠폰이요.”

“아……! 쿠폰이 비싼가 봐요? 치킨을 쿠폰 주고 먹는 건 처음 봐서요.”

“하하, 5천 원짜리예요.”

“어, 근데…….”

“애들이잖아요. 많이 먹어야죠.”

사장님의 대답에 더 물어보기가 민망해졌다.

“좋은 일 하시네요.”

“어휴, 뭘요.”

“그럼 맛있게 튀겨주세요.”

“예,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뒤로 물러나 치킨집을 훑었다. 그러자 벽에 붙어 있는 착한 영향력 스티커가 보였다.

아아.

저 스티커를 붙인 곳은 많이 봤지만 실제로 아이들에게 베푸는 곳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해졌다.

잠깐, 이것도 사회부가 알려야 할 일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흐음.”

생각할수록 괜찮은 소재였다.

착한 영향력 스티커.

그걸 붙인 업체의 선한 행동을 기사로 쓴다면?

“좋은데……?”

지금까지 큰 사건만 다루다가 이런 소소한 사건을 보니 오히려 기분전환이 되는 느낌이었다. 살짝 개안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 그러면…….”

잡념이 구름처럼 떠다녔다. 이걸 소재로 기사를 쓴다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이어졌다.

“고맙습니다!”

“그래, 잘 가라.”

“네에!”

아이가 치킨을 받아 나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인지되지 않았다.

그만의 세상에 깊게 침잠되었다.

“손님. 손님……?”

“네?”

“치킨 나왔습니다.”

“아, 벌써요?”

“25분 정도 지났는데요.”

“아아, 크흠,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네, 조심히 가세요!”

정승환은 치킨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도착하자마자 샤워부터 하고서 깔끔해진 몸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게임부터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게임에 집중이 될 거 같지 않았다.

계속 방금 치킨집이 생각났다.

거기에 붙은 착한 영향력 스티커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어졌다.

“그래, 구상만 해두자.”

책상 오른쪽에 치킨을 두고서 메모장을 열었다.

일단 다리 하나 먹고.

후라이드 치킨을 손에 쥐고서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사삭-

끝내주는 식감과 함께 염지된 닭의 짭짤함이 올라왔다.

“오……!”

후라이드는 합격이었다.

다음은 마요치킨?

그것도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입에 넣어서 씹어보니.

꾸덕함이 먼저 느껴지면서 특유의 맛이 혀를 농락했다.

“……대박.”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미쳤네.

맛도 좋은 치킨집이 좋은 일까지 하다니.

“이런 걸 손해 보면서 나눠준다고?”

사라졌다고 여긴 의협심이 불끈하고 솟구쳤다.

동시에.

흐릿했던 기사 내용이 한층 뚜렷해졌다.

“후우, 좋아, 아주 좋다고.”

어느새 그는 본격적인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탁, 타다다닥-

치킨이 식어가는 것도 잊은 채로 말이다.

* * *

드디어 초록 포털 메인에 배너가 걸렸다.

그 아래로 작은 글귀로 강조된 문구.

-안락사 없는 보호소!

-국내 최대 규모!

확실히 시선을 끌 만해 보였다.

“홍보도 시작했고.”

아마 오늘부터 꽤 바빠지리라.

마침 전화까지 왔다.

“네, 부센터장님.”

-방금 홍보 시작한 거 확인했습니다!

“빠르시네요.”

-하하, 날짜랑 시간까지 알려주셨는데 체크해야죠. 크흐, 확실히 이 정도면 제대로 홍보가 되겠는데요?

“그럼요. 아마, 고생 좀 하실 겁니다.”

-바라는 바입니다!

“생각보다 더 힘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하하!

과연 이 웃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으리라.

“힘들면 바로 연락해 주시고요. 인원 빨리 추가해야 하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그럼 믿고 있을게요.”

대화하며 슬쩍 스크롤을 내렸다.

기사 하나가 보였다.

익숙한 상호에 멈칫하고 다시 확인했다.

“어, 그럼 또 전화 주세요.”

-알겠습니다, 센터장님.

통화를 끊고 기사를 다시 확인했다.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선을 넘나드는 행동?]

뭔가 묘하게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선을 넘나든다고?

미간을 좁히며 제목을 클릭했다.

[최근 오픈한 신규 프랜차이즈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2호점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치킨과 맥주를 즐기기 위해 성인 남녀들이 드나드는 공간에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두 명이 들어선 것이다.

치킨집 내부에는 두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이도, 친척이나 보호자로 보이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일반적인 손님처럼 치킨을 주문할 뿐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건넨 것은 돈이 아니었다.

한 장의 쿠폰이었다.

그러나 치킨집 사장은 오히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면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내 쿠폰을 받았고 두 아이에게 19,000원에 해당하는 치킨을 포장해 줬다. 선을 넘어버린 선한 행동이었다.

상호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는 모든 호점에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해당 스티커는…….]

본문 내용을 읽던 류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선을 넘어버린 선한 행동이라.”

혹시나 안 좋은 내용일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아주 긍정적인 내용이었다.

심지어 KBB 방송국에서도 꽤 인정받는 기자인지 기사 조회수도 높았으며 댓글도 상당히 많았다.

[댓글]

어르신이다 : 정승환 기자가 웬일로 소소한 글을 다 쓰는구만?

힐링킬러 : 어라, 여기 내가 아는 치킨집이네ㅋㅋ 여기 찐맛집인데!

└엔틱 : 진짜 좋은 일도 함?

└힐링킬러 : 모름, 치킨 사기도 바빠서. 근데 애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기는 하더라고요

└코간지러 : 어케 알아요?

└힐링킬러 : 거기 줄 서서 포장해야 함. 기다리는 동안 꽤 본 듯?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알아서 홍보가 되네?”

프랜차이즈 사업에 운이 트인 느낌이었다.

* * *

부센터장 노현찬이 업무를 지시했다.

“자자, 우리도 일합시다.”

“부센터장님만 제외하고 이미 다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요?”

“어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짠데…….”

“일단 전국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 연락부터 싹 돌리자고. 아직 연락되지 않은 곳이나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들한테 제대로 보여줘야지!”

“흐흐, 알겠어요.”

살가운 분위기 속에서 전화 업무가 시작되었다.

“네, xx보호소죠? 지난번에 연락드렸던 RS동물보호센터입니다.”

-또 무슨 일이죠?

“초록 포털 사이트에 홍보가 시작되어서요. 사진도 보내드리고 했는데 못 믿겠다고 하셨잖아요. 직접 와보시면 어떨까 문의드렸는데 바빠서 그건 안 된다고 하셨구요.”

-크흠, 그랬는데요?

“링크 보내드릴 테니까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설마 초록 포털 사이트가 허위광고를 기재하겠어요? 거기에 보면 RS동물보호센터에 관해서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확인해 주시고 안락사에 놓인 아이들, 꼭 보내주세요. 그 아이들 안 죽어도 되잖아요. 좋은 곳에서 뛰어놀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일단 볼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확인하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네!”

통화를 끊은 이들의 표정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진다.

“흐흐, 나도…….”

부센터장, 노현찬은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애들이 많이 생기겠구만.

이 넓은 공간을 채울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리라.

“부센터장님! 입양요청 들어왔는데요?”

“제가 받을게요, 넘겨주세요.”

“네!”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기를 들었다.

“네, 부센터장 노현찬입니다.”

-그…… 초록창 보고 문의 좀 하려구요.

“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갑자기 항암치료를 받게 되어서요. 치료 기간이 꽤 길 거 같다고 하는데 제가 혼자 살고 있어서요. 강아지를 어디 맡길 곳도 없고 해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아니, 제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어…….

“……바로 가겠습니다.”

노현찬이 몸을 일으켰다.

“주소 불러주시겠어요?”

-아, 여기가…….

“지금 출발해도 될까요?”

-네, 네. 됩니다.

“30분 내로 도착할 거 같습니다. 금방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장소를 메모하면서 바로 보호센터를 나섰다.

“정 대리는 나랑 움직이고. 하 팀장이 업무 좀 맡아줘.”

“네, 다녀오세요!”

대충 손을 흔들며 걸음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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