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09화
136. 중대발표
도착한 곳은 원룸형 빌라였다.
“여깁니다.”
“반갑습니다, 부센터장 노현찬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양서형이라고 합니다.”
마중 나와 있는 40대의 중년인이 보였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 나오셔도 되는데요.”
“괜찮아요, 안 그래도 내일부터 입원이라 짐을 정리하는 중이었거든요.”
“으음.”
“일단 들어가시죠.”
“네.”
방으로 들어가자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맞이했다.
“귀엽죠?”
“네. 엄청 발랄하네요. 이름은 뭔가요?”
“꼬맹이라고 해요.”
“꼬맹이, 포메라니안이네요.”
“네, 7살이구요.”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할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항암 치료를 해야 하신다고요?”
“네.”
양서형은 꼬맹이를 품에 안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겠죠. 근데 살고자 하면 그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죠. 마음이 중요하죠.”
“그래서 맡길 곳을 계속 찾던 중이었어요. 근데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죽기라도 하면, 7살이나 되는 애를 누가 입양하겠어요. 안락사당할 확률이 높다고 해서 망설이던 중이었죠.”
“으음.”
“그러다 RS동물보호센터라는 곳이 있는 걸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노현찬이 애써 밝게 웃었다.
“연락 잘 주셨습니다. RS동물보호센터는 안락사가 없거든요. 국내 최대 규모기도 하고요. 현재 전국 보호소에 연락을 넣어서 안락사 대상인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아아……!”
“그러니 완쾌하시고 데려가시면 됩니다.”
“금액은 얼마나…….”
“돈이라뇨. 그저 치료에 전념하세요.”
그제야 양서형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어휴, 아닙니다.”
“그러면 마음 놓고 치료에 전념하겠습니다.”
“네. 꼬맹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면 연락 주시고요. 영상이라도 찍어서 보내드릴 테니까요. 아니면, 으음. 짐 정리가 바쁘지 않으면 보호센터라도 한번 보시겠어요?”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30분이면 갈 수 있으니까요. 올 때도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초췌한 와중에도 양서형은 밝게 웃었다.
오늘 만나서 본.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럼, 출발하시죠.”
“네.”
그와 함께 다시 보호센터로 돌아왔다.
이동시간 30분.
그 시간조차 양서형에겐 부담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버텼다.
“여깁니다.”
“아……!”
도착해서 확인한 보호센터의 규모에 양서형은 멍하니 입만 뻐끔거렸다.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꼭, 꼭 나을게요.”
어쩐지 그에겐 위로가 된 듯했다.
* * *
바쁘게 움직이는 노현찬의 입가로 묘한 미소가 걸렸다.
“거참.”
문득, 얼마 전 센터장의 말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아마, 고생 좀 하실 겁니다.
-생각보다 더 힘들 겁니다.
이미 어느 정도 각오를 했었는데.
그런데.
그 각오보다 훨씬 더 바쁘고 또 힘들었다.
그래도 쉴 수는 없었다.
외면할 수 없는 각각의 사연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졌으니까.
“경찰이요?”
-네. 신고받고 출동했는데 강아지 주인분이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하다가 연락 드렸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요.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쉴 수 있을까.
“그럼요. 도울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실 수 있을까요?
“네, 바로 가죠. 주소는 문자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자 메시지가 왔다.
세종이었다.
대충 1시간 15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출발하시죠, 선생님.
“네!”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과 함께 이동했다.
속도를 조금 낸 걸까.
1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깁니다!”
기다리고 있던 경찰이 그들을 안내했다.
“강아지는 아직 안에 있고요?”
“네, 이대로 데려가도 좋을지 몰라서요.”
“잘하셨습니다.”
방으로 들어가자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여기서 강아지 주인이 먼 곳으로 떠났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된 겁니까?”
“5일은 된 거 같습니다.”
“5일…….”
그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을 것이다.
“도착하니, 주인 옆에 엎드려 있더라고요.”
“……그랬군요.”
한시도 죽은 주인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했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곁을 지켰으리라.
주인이니까.
그 이유 하나가 강아지에겐 전부일 테니까.
“후우, 상태 좀 봐주시죠. 선생님.”
“알겠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그러자 강아지가 주춤, 물러섰다.
“괜찮아.”
조금 더 다가갔다.
경계는 하지만 성질을 내지는 않았다.
그저 낯설 뿐이었다.
주인이 보이지 않으니 당황스럽기도 할 테고.
“그래, 착하네.”
전문가답게 빠르게 강아지를 안정시켰다.
이어지는 검사.
간단하게 확인했지만 역시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탈수 직전이네요. 힘도 없고. 혹시 몰라서 강아지용 이온음료를 챙겨왔는데 먹이면 한결 나아질 겁니다.”
“다행이군요.”
“네, 그래도 데려가서 제대로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노현찬이 경찰을 쳐다봤다.
“다른 보호자는 없고요?”
“네. 연락하는 사람도 거의 없더군요. 친척이 있긴 했는데 강아지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하고요.”
“그럼 문제 될 게 없겠네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주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뭘요, 저희야말로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네.”
노현찬은 강아지를 철창에 넣고 긴장감을 낮춰주기 위해 검은 천을 덮어줬다.
“가자. 가서 친구들이랑 재밌게 살자.”
주인을 잃어버린 슬픔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1시간을 달려 도착해 강아지를 치료소에 맡겼다. 이제 수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열심히 보살필 터였다.
“그러면, 이제…….”
다시 바쁘게 돌아다닐 시간이었다.
* * *
류성은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운 없는 목소리에 피식하고 웃었다.
-이렇게 일이 많을 줄은…….
“그러게, 제가 바빠질 거라고 했잖아요.”
-크흠,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인원 보충해야죠?”
-아이고, 그럼 감사하죠.
“바로 채용 공고 올리고 최대한 빨리 인원 늘립시다.”
-알겠습니다, 센터장님!
“며칠만 더 고생해 주세요. 나중에는 알아서 사람들이 찾아올 테니까요.”
-하하,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작했겠네.”
어플을 눌러 방송을 시청했다.
나름 집중했다.
흥미롭게 시청하다가 시간을 확인하고서 생방송을 준비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아직 방송이 끝나려면 시간이 꽤 남았으니까.
조금 긴장되기는 했다.
굳은 어깨를 풀면서 의자에 앉았다.
“흐음.”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마 전 떠올랐던 퀘스트를 재차 확인했다.
[한정 퀘스트 발동!]
[액티브 ETF를 발행하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라! 매월 달성한 수익률과 해당 ETF를 구매한 투자자들의 시드머니를 합산해 보상을 지급한다!]
[남은 시간 : 무제한]
[성공 보상 : 선행 포인트.]
액티브 ETF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떠오른 퀘스트였다.
상부상조라고나 할까.
류성에게는 해가 될 게 없었다.
슬쩍 구독자를 확인했다.
“이야…….”
정말 방송 한 번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구독자가 쉴 새 없이 올라갔다.
<주식대마왕TV>
-구독자 38.09만 명
어느새 38만 명을 넘어버렸다.
방송하기 전과 비교한다면.
그 사이에 대략 20만 명 정도가 늘어난 것이었다. 정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체감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이 왔다.
-오늘 아주 치열한 접전, 재밌게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탈락자와 우승자는 가려야겠죠?
-그러면 탈락자부터 발표해 볼까요? 네, 탈락자는 바로!
해당 타이밍에 맞춰 생방송을 틀었다.
알탕 : 오옷, 가하!
새벽잠 :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우승ㅊㅋㅊㅋ
짝발 : 히잌, 늦었네ㅠㅠ
별복도 : ㅊㅋㅊㅋ요!
얼죽아 : 결국 우승하셨네요ㅎㅎ
수건접기 : 역시, 만세!ㅋㅋ
시청자가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 방송 안 끝났으니까 잠깐만 더 볼게요.”
이윽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장면이 나왔다.
-어떤 결심인지 알 수 있을까요?
-가면을 벗어야겠다는 결심이요.
-어, 음……!
바로 폭탄발언을 하는 순간이었다.
-왕중왕전 마지막 회가 방영되는 날, 생방송을 틀겠습니다. 거기서 가면을 벗고 중대발표를 할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0초 정도가 흐르자 시청자 숫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다.
-5,517명.
-7,915명.
-8,792명.
-10,092명.
-12,388명.
자연스럽게 채팅 빈도도 늘었다.
돈벌자 : 가면은 언제 벗나요!
갸웃 : 무슨 발표예요?ㅠ 설마 단타 이제 안 하나요?ㅠ
주린잉 : 좋은 발표이길...!
불빛 : 와, 가면을 벗으시네 드디어ㄷㄷ
반도체갓 : 형님! 가면을...! 괜찮으시려나ㄷㄷ
걱정하는 이들도 많지만, 뭐.
이제 상관은 없었다.
정 불안하면 경호원을 24시간 데리고 다니면 되니까.
“채팅이 너무 빠른데요?”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대충 반응해 줬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방송 마무리되면 가면부터 벗도록 할게요. 걱정하는 부분은 알겠지만 괜찮습니다. 솔직히 너튜브 하는 사람들도 다 얼굴 까고 하잖아요. 큰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발생하지는 않거든요.”
약 5분이 지나고 드디어 방송이 끝났다.
그사이에.
시청자는 7만 명을 넘어갔다.
“어후, 진짜 많이 오셨네요. 단타를 하는 게 아니라서 사실 걱정을 좀 했었는데 다행입니다. 자, 그러면 일단 가면부터 벗어볼까요?”
조금은 천천히 하회탈 가면을 벗었다.
민얼굴이 드러났다.
“뭐, 평범하게 생겼죠?”
생각보다 평범한, 그러면서도 호감형인 얼굴이었다.
알탕 : 헐, 배신감...ㅠ
짝발 : 아니, 뭐예요? 잘생기셨네ㄷㄷ
반도체갓 : 에에엑?
얼죽아 : 조금 못생겼을 거라고 기대햇는데ㅠㅠ
호양TV : 흐흐, 형님! 만세!
크리미 : 다 가지셨네ㄷㄷ
그런데 류성의 외모를 칭찬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불덮자 : 저게 평범하면 난 나가 죽어야죠ㅠ
주린잉 : 어머, 훈남ㅎㅎ
완화 : 허얼, 훈남 스멜ㅠㅠ
물론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다들 농담을 잘하시네요. 인사치레라도 감사합니다. 자자, 그러면 바로 중대발표 하겠습니다. 괜히 시간 끌 필요 없으니까요. 사실 제가 투자사 하나를 운용하고 있거든요. 지금처럼 가볍게 시청자 여러분이랑 단타를 하는 것도 재밌긴 한데 굴리는 돈이 커지다 보니까 도무지 단타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어떻게 해야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잠시 채팅을 멈추고 류성에게 집중했다.
“그러다가 액티브 ETF를 운용하면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RS투자사라고 있는데 거기서 액티브 ETF를 하나 발행할 예정이거든요. ETF는 아시죠?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패시브 ETF는 나스닥이나 에센피500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예요. 그래서 안전하지만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고요.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투자 종목과 비중을 수시로 조율하는 ETF랍니다.”
알탕 : 오호라? 그러니까 정보꾼 님이 해당 ETF로 수익을 내면 그 ETF를 산 사람도 똑같이 수익이 나는 거네요?
“알탕 님, 역시 잘 아시네요. 맞습니다. 여러분은 RS투자사에서 발행한 액티브 ETF를 구매하기만 하면 저랑 똑같은 수익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제가 해당 ETF로 열심히 단타를 칠 거라서요. 제 실력을 믿는다면 구매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양TV : 미친, 대박...!
짝발 : 와, 소름ㅋㅋㅋ
팔토시 : 완전 부자 되겠는데요?
물컵 : 용어가 좀 어렵지만 찾아보고 꼭 같이 가고 싶네요!
건조대 : 돌았다! 액티브 ETF라니ㄷㄷㄷ
확실히 놀라운 소식이었던 걸까.
사람들의 흥분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