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10화 (210/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10화

137. 시나리오 공모전(1)

흥분도 가라앉힐 겸.

류성은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더 자세하게 해당 사안에 대해 설명했다.

“잘 모르는 분도 계실 테니까 풀어서 설명을 하자면…….”

그렇게 얼떨결에 강의 같은 느낌이 되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청자가 늘어났다는 것.

“조금 이해가 되셨죠?”

호응마저 뜨겁다는 사실이었다.

웅녀 : 만쉐에에에!

알탕 : 그래서, 액티브 ETF는 언제 나오나요?

“알탕 님, 좋은 질문이네요. 현재 모든 과정을 끝내놓은 상태고요. RS투자사에서 발행만 하면 됩니다. 이번 달 안으로 내놓을 생각이고요. 해당 ETF로 수익을 내는 건 6월 1일부터 진행할 계획입니다.”

채팅이 무섭게 솟구쳤다.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부자만세 : 와ㅠㅠ 진짜 너무 설레네요

쿠키짱 : 액티브ETF가 그런 거였군요, 어후. 기대되는데요?

찐반등 : 무조건 살래요, 무조건!

곰탱 : 드디어 부자 될 기회가 나에게도...!

본부장 : 당장 실행햇!

벌칙당첨 : 5월 말일, 기다릴게요ㅎㅎ

17층 : 올인 갑니다...!

사람들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각설탕 : 음, 낯이 익은데... 뭐지, 뭐지!

누군가 후원을 했다.

[각설탕 님이 2,000원을 후원합니다.]

[헐, 이제 보니 RS재단 이사장님이셨네!!!!]

또 다른 의미의 중대발표였다.

* * *

같은 시각, 투자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액티브 ETF?

-돌았는데? 그럼 정보꾼이 내는 수익률 똑같이 낼 수 있는 거잔슴?

-맞음, 대박임ㄹㅇ

-유명한 액티브ETF가 ARKK 맞지?

-ㅇㅇ, 돈나무 누님이 운용하는 액티브임

-요즘은 좀 부진하던데ㅠ

-살짝 수익률이 아쉽긴 함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 그런지 액티브 ETF를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정보꾼이 하는 이야기가 어떤 걸 뜻하는지도 단번에 파악해 냈다.

-뭐, 정보꾼은 국내 주식으로 운용하겠지?

-아마도?

-미국에 상장하진 못할 듯, 당연히

-좀 아쉽네, 국내 한정이라

-그래도 정보꾼이니까 수익률은 장난 없을 듯?

-ㄹㅇ

-이건 무조건 사야지ㅋㅋㅋ

-소액이라도 사본다, 나는!

-난 전재산 투자할 거임ㅋㅋ

-이건 무조건 아님?

-지금까지 단타 실력만 봐도 그냥 압도적!

-우리나라 최고 수익률 달성할지도?

-기대된다ㄹㅇ

하지만 그조차 자그마한 이벤트일 뿐이었다.

-에에엨? 지금 생방 보고 있는 분들?

-ㅇㅇ 왜?

-방금 못 봤음?

-RS재단 이사장? 이게 뭔 소리임?

-오잉?ㅋㅋ

-허얼, 맞네. 낯이 익다 싶었더니ㅁㅊㅋㅋㅋ

-RS재단이 먼데? 유명함?

-나도 모름

-그 조각 공모전, 모르냐?

-그건 알지

-거기 주최 측이 RS재단임ㅋㅋ 그리고 지금 시나리오 공모전도 핫하잖아!

-아, 거기임?ㄷㄷ?

-정보꾼이 거기 이사장이라고?ㄹㅇ?

-전에 조각 공모전할 때 개막식 영상 링크임!

-얼레, 맞네!

-개막식에서 인사도 했었네ㅋㅋ

-찐이었구만ㄷㄷ

정말 상상도 못 한 정체였다.

투자계의 네임드, 정보꾼.

그가 RS재단이라는 거대 재단의 이사장이라니. 투자 게시판은 물론이고 인터넷 기사 또한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투자계에 떠오르는 신, 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투자의 신, 사실은 재단 이사장?]

[RS재단에서 사용하는 자금의 비밀?]

[투자로 돈을 벌고, 사회에 환원하다!]

[정보꾼 자금 출처?]

각종 어그로 기사가 생성되었다.

그러나 내용은 비슷했다.

[주식대마왕TV 채널을 운영하는 너튜버는 투자계에서는 정보꾼, 혹은 가면남 등으로 불리는 네임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상은 RS재단의 이사장이었다. RS재단은 조각 공모전, 시나리오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사회 환원에 앞장섰으며 또한 소아병동 후원, 소년 소녀 가정 후원, 보육원 후원 등…….]

팩트를 기반으로 한 사실적인 기사.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류성은 한층 더 주목을 받았다.

실검에 오를 정도였다.

1위. 정보꾼

2위. RS재단

3위. 주식대마왕TV

4위. RS투자사

5위. 가면남

RS재단의 이름 역시 크게 퍼졌다.

* * *

한동안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와, 오빠. 진짜 대박!”

“크흠.”

여동생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부모님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규모가 크구나.”

“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아버지.”

“괜찮다. 나쁜 일 한 것도 아니고.”

“그래, 좋은 일 한 건데.”

“그래도 앞으로는 큰일이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면 좋겠다.”

“그럴게요, 꼭.”

“그래, 그거면 됐지.”

그래도 잘 이해해 주셔서 무탈하게 넘어갔다.

가족들이야 뭐.

처음부터 그의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특히 RS재단 직원들은 궁금한 게 얼마나 많은지 정말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와, 이사장님. 대박!”

“이사장님, 그러면 재단 자금이 전부…….”

“네, 투자로 번 돈이었죠.”

“엄청나네요, 우와.”

“거기서 액티브 ETF 나오면 저희도 사도 되나요?”

“안 될 거 없죠.”

“그, 뭐 법에 걸리고 이런 건 없나요?”

“네, 개별주가 아니라 ETF니까 상관없어요.”

“아하!”

한, 두 사람이 아니었기에 차라리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일종의 QnA라고나 할까.

그러나 사람은 직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친구들 연락도 많았다.

“네가 이사장이라고?”

“엄청나네, 진짜.”

“찐으로 성공했구나, 부럽다!”

“그래, 다들 고맙다.”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어서 다 같이 모여 만나기도 했다. 맛있는 것도 사줬고 간단하게 설명도 해줬다. 물론, 되지도 않는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정말 멋지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협업,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요.”

외에도 보육원 사람들, 협업을 진행 중인 병원 원장님들, 친척들은 물론이고 모교 선생님들까지. 많은 연락을 받았고 또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후우, 사람이 정말 많구나.”

덕분에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지 여실히 깨달았다.

전부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피곤하긴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이냐?”

“어.”

“새끼.”

“뭐, 너는 대충 알고 있었잖아. RS건물 어떻게 샀는지도 들었으니까.”

“그건 그렇지.”

이신우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 친구 사이였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사이.

“아무튼 이제 곧 4, 5호점도 열 거야.”

“좋네.”

“오픈 행사할 때 부탁 좀 하자.”

“오냐, 알았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류성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근데, 진짜 아무도 안 오네?”

“내가 뭐 연예인도 아니고.”

“하긴, 그런가?”

“투자 너튜버한테 사인받을 이유도 없잖아.”

“맞네.”

가끔 알아보는 사람도 있는 거 같기는 한데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주변에 경호원 두 명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고.

아무튼.

알려지기 전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 * *

RS재단에 현장팀이 개설되었다.

최근 면접을 통과한 직원들 전부가 그곳에 속해 활동했다. 해야 하는 업무는 소년 소녀 가정을 직접 돌아보고 건강 상태나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기록하는 일이었다.

“역시, 잘 뽑았어.”

류성은 현장팀의 보고서를 읽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김만호와 이미나의 보고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류성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적당한 시기에 둘을 대리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팀장을 맡겼다.

덕분에 일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변했다.

“진짜 신경 안 써도 되겠네.”

이제 류성이 직접 돌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휴식은 길지 않았다.

시나리오 공모전이 마감된 까닭이었다.

전문가들을 대거 초빙했다.

그들 전부가 심사위원이었다.

“후우, 엄청나군요.”

“생각보다 퀄리티도 높고…….”

“문제는…….”

“작품이 너무 많다는 거죠.”

“허허허.”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참여한 상태라 1분 1초가 아쉬웠다.

“그래도 초반만 보면 느낌이 오니까요.”

“그렇죠.”

“사실 1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죠.”

그 1페이지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

노련함, 경력, 깔끔함.

그런 글은 계속 읽어보게 된다.

특색있는 글, 독창성.

그런 글도 마찬가지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글들.

특색도 없고 오타는 넘치고 내용까지 진부하면 1페이지를 넘어서지 못한다. 거기서 탈락이 결정되는 것이다.

“쯧. 이건 영…….”

그런 글이 사실 대다수였다. 눈에 들어오는 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이 압도적이니 심사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류성이었다.

그는 RS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지금은 구석진 곳에서 탈락한 글을 위주로 읽어보는 중이었다.

“이건 괜찮은데.”

괜찮다고 여겨지는 글은 심사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통과시켰다.

“그냥 제 취향인 거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허허, 그럼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탈락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이건…….

확실히 재미가 없었다.

이것도 별로고.

다른 작품을 손에 들었다. 역시 흥미롭진 않았다. 상시 발동하고 있는 ‘예술가의 감각’이 별로라고 외쳐댔다.

아쉽네, 이것도.

그렇게 몇 개의 작품을 더 확인했을까.

“오……?”

드디어 괜찮은 느낌의 글을 발견했다.

이건 통과.

본선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떨어트리기엔 아까운 글이었다.

“후우.”

한참을 그렇게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깨가 뻐근해졌다.

좀 쉬어야겠네.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심사실을 벗어났다. RS건물에 있는 마사지샵으로 이동했다. 최근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마련한 마사지샵이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류성도 종종 이용할 정도였고.

“오셨어요, 이사장님?”

“네. 어깨 위주로 좀 풀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깨에 올라오는 손길은 묵직했다.

꾸욱.

이어지는 마사지에 통증과 시원함이 교차되었다.

“으음……!”

“조금 아파도 참으세요.”

“크흡, 네.”

5분 정도 지나자 통증이 사라지고 대신 어깨 근육이 풀린 듯 말랑해졌다. 나머지 부위도 적당히 풀고서야 마사지가 끝났다.

“후우, 시원하고 좋네요.”

“다행이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마사지사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심사실로 향했다.

온종일.

그곳에서 탈락한 시나리오를 눈에 담았다. 혹시나 버려졌을지도 모를 대박작을 기대하면서.

* * *

무려 2주일 만이었다.

“아……!”

시나리오를 보는 류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소름이 돋았다.

초반은 조금 루즈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살인청부업자로 살아온 주인공에게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었다.

살인의 대상은 언제나 기준이 있었다.

악인에 치우칠 때.

그럴 때만 청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다른 살인청부업자에게 당해 죽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는 저승사자가 존재했다.

-너를 안내하겠다.

도착한 곳은 지옥이었다.

-첫 번째 시험이다.

-팔열지옥을 벗어나고 싶다면 자격을 보여라.

-모두 죽이고 살아남아라.

-여기서 죽으면 바로 팔열지옥으로 전승될 것이다.

그곳에서 데스매치가 벌어졌다. 지옥에 떨어진 이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주인공, 살인청부업자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들과 치열하게 싸웠다. 그 긴박한 묘사와 연출은 날 것의 느낌을 전해줬다.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긴장감이 넘쳤다.

“……재밌어.”

스토리는 살짝 어색한 감이 있으나 분명한 것은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직 그것만으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나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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