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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11화 (211/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11화

137. 시나리오 공모전(2)

이건 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이지.

영상으로 잘만 만든다면 상당한 인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

이걸 왜 떨어트린 거지?

의문과 함께 시나리오를 들고서 심사위원에게 다가갔다.

“음, 잠시 주목해 주세요. 바쁘시겠지만 하나 물어보려고요. 혹시 이 시나리오 누가 보셨나요? 제목은 무간지옥입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없으신가요?”

“음, 아무래도 다른 시나리오에 끼여서 떨어진 모양입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더욱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이건 본선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밌었나 보군요?”

“상당히 흥미롭더라고요.”

“오호, 궁금한데요?”

“보셔도 됩니다.”

“음……! 본선에 올라갈 테니 그때 보겠습니다. 아직 봐야 할 시나리오가 너무 많아서요.”

그 말에 류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너무 많긴 하죠.”

“하하, 괜찮습니다. 그만큼 보수를 넉넉하게 받으니까요.”

“맞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게 전부 커리어죠.”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니 조금만 힘냅시다.”

“알겠습니다.”

“음, 기운 좀 내길 바라는 의미로 제가 커피 한 잔씩 타드릴게요.”

커피라는 말에 심사위원 전원이 류성을 쳐다봤다.

모두의 눈에 기대가 담겼다.

아니, 어쩌면 욕망일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강렬했다.

“그, 궁극의 커피 말인가요?”

“네. 혹시 안 드실 분 계시면 미리 말씀해주시고요.”

“어휴, 여긴 없을걸요?”

“무조건 마시겠습니다!”

“저두요!”

“아, 하하. 네. 전부 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느긋하게 시나리오 보고 계시죠. 제가 커피 타가지고 들고 올 테니까.”

“안 도와 드려도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류성은 느긋하게 휴게실로 향했다. 워낙 숙달된 터라 금방 커피를 탈 수 있었다. 접시에 고이 담아 심사실로 들어가 한 잔씩 건넸다.

“자, 여기요.”

“감사합니다. 흐으.”

“여기도요.”

“잘 마실게요.”

심사위원 모두가 눈을 반짝였다.

누군가는 급하게.

누군가는 아주 소중한 듯이 커피를 대했다.

“으으음……!”

“역시.”

“흐아아.”

“바로 이 맛이거든요.”

“몇 번을 마셔도 최고네요.”

“환상적이라니까요.”

“매일, 아니 평생 마시고 싶네요.”

“저두요.”

궁극의 커피를 맛보며 심사위원들은 짧게나마 천상의 행복을 누렸다.

* * *

이연, 그녀도 이번에 시나리오 공모전에 참여했다.

사실 기대는 크지 않았다.

제대로 시나리오를 배워본 적도 없었으니까.

어린 시절에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그저 교실 구석진 곳에 앉아 필기를 열심히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바로 대학교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솔직히 돈도 아까웠다.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교에 다녀야 하는 걸까.

그런 의구심도 있었다.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년 넘게 돈을 모으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 덕분일까.

뒤늦게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너무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써보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몇 년간 죽어라 글을 쓰면서 시나리오를 배웠다. 인터넷으로 공부하면서 말이다. 독학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그즈음.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다.

“RS시나리오 공모전…….”

용기를 내어 구상하고 있던 작품의 시나리오를 열심히 작성했고 그걸 공모전에 출품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제1차 본선 진출작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아, 긴장돼…….”

물론 떨어졌을 확률이 99%겠지만.

그래도, 제발.

부디 본선에라도 올라가 주길.

상을 타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보고 싶었다. 이 길을 가도 된다는 최소한의 가능성. 그게 그녀에게는 본선 진출이었다.

“후아, 제발.”

일단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자 메인화면에 공지사항 팝업이 떡하니 떠올랐다.

[RS재단 시나리오 공모전 제1차 본선 진출작!]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아래로 나열된 작품.

이연은 거세게 박동하는 심장을 느끼며 스크롤을 천천히 내렸다.

[1차 본선 진출작 72작품]

1. 작품명 <하늘 끝 아래에서> 작가 : 이하윤

2. 작품명 <악당의 이유> 작가 : 더블선

3. 작품명 <공기가 사라진 세상> 작가 : 돈근육

4. 작품명 <사랑스러운……> 작가 : 러브미

5. 작품명…….

하나씩 꼼꼼하게 확인했다.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72개의 작품 안에 익숙한 제목과 필명이 들어 있기를 희망하면서 글자 하나를 명확하게 인지했다.

“으으…….”

20위까지는 없었다.

서서히 실망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30위도, 40위도 마찬가지였다.

“아…….”

50위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떨어진 걸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설렘은 사라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솟구치려고 했다.

“아니야, 괜찮아. 또 도전하면 되잖아.”

그런 속내를 애써 억눌렀다.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그렇게 다독이는 사이 71번째 작품에 도달했다.

“역시 없구…… 어?”

그리고 드러난 마지막 72번째 본선 진출작.

72. 작품명 <무간지옥> 작가 : 연이

거기에 그 이름이 존재했다.

무간지옥, 그리고 연이.

본인의 작품과 필명이 72번째 자리에 분명하게 놓여 있었던 것이다.

“아, 아아……!”

감동이 물밀 듯이 몰아닥쳤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어떻게 72번째에 자리하고 있는 건지.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순서는 순위와 하등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 아래 적힌 글귀를 보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더…… 열심히 써야지.”

1차 본선 진출이라니.

이것만으로도 목표는 달성했다. 태생이 욕심이 적은 편이라 진심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렇다고 멈출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오늘도 어제처럼.

그리고.

내일도 오늘처럼 글을 써나갈 뿐이었다. 시간과 노력이 쌓인다면 언제고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서 말이다.

* * *

오랜만에 생방송을 했다.

시청자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을 발휘해서 단타 수익을 올렸다.

“오늘 총 수익률은 17퍼센트네요. 아쉽지만 이제 차트가 망가져서 어렵겠어요. 비트코인도 여러분의 자금을 버티질 못하고 있어요.”

실시간 시청자만 5만 명이 넘어가니 단타가 버거워졌다. 게다가 갈수록 시드머니도 늘어나는 추세라서 확실히 부담스러웠다.

“단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오늘 예고도 없이 방송 켰는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액티브 ETF가 나오니까요, 그때 또 생방송 틀도록 할게요. 단타 방송은 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수시로 경제 시황 이야기는 나눠야 하니까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자, 럭키도 인사해야지?”

럭키를 안아 들자 냥냥펀치를 휘둘렀다.

냐아아앙!

나름의 서비스였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방송을 끄고 럭키와 함께 침대를 뒹굴었다.

“으차, 이제 뭘 하나?”

요즘은 상당히 여유로웠다.

조금 심심한가?

럭키의 뱃살을 만지며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데 홀로그램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38번. 국내에 책을 출판하라!]

[이벤트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선행 포인트(5점)를 획득합니다.]

[특수 연계 퀘스트 갱신.]

[39번. 해외에 책을 출판하라!]

아주 오랜만에 특수 연계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어라?”

아무래도 책이 서점에 나간 모양이었다.

연락을 받긴 했다.

곧 책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그게 오늘이었구나.”

오랜만에 정산서나 확인해 보기로 했다.

웹소설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시리즌 <15,081,200원>

코코아페이지 <42,950,550원>

웹툰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코코아페이지 <27,523,850원>

기타 해외 <317,523,850원>

류성에게 떨어지는 순수익이었다.

어라……?

마지막 웹툰 수익을 보다가 눈을 비볐다.

“3억이라고?”

일본과 북미에 먼저 웹툰이 진출한다고 듣긴 했는데 사실 신경 쓰고 있진 않았다. 웹툰이 팔려봐야 얼마나 팔릴까 싶었다. 여기서 떼고 저기서 떼고, 그림 작가 몫이 대부분으로 흘러갈 테니 원작자 몫은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도 3억……?”

너무 놀라서 눈이 끔뻑거릴 정도였다.

뭐가 있나?

다급히 검색을 해봤다.

-웹툰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그러자 기사가 주르륵 떠올랐다.

[국내 웹툰 ‘별품매!’ 해외에서 고공행진!]

[웹툰 ‘별품매’ 일본, 북미 싹쓸이!]

[웹툰 역대급 매출 달성!]

[최단기간, 해외 인기 1위 달성!]

[일본 플랫폼에서 압도적 1위 달성한 국내 웹툰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웹툰 '별품매' 일본 런칭! 첫 달 매출만 100억!]

[별을 품은 매니지먼트, 누적 매출 350억!]

첫 달 매출이 무려 100억 원이었다.

“허어…….”

이렇게나 큰 시장이었을 줄이야.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출판도 은근히 기대되었다.

“잘되려나?”

만약 해외에서 어느 정도라도 터져준다면.

해리포터는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도 같았다.

“흐음, 아무튼 간에.”

잘되기를 희망했다.

* * *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 4, 5호점이 오픈했다.

“여기는 더 큰데?”

“어, 2, 3호점이 워낙 잘되었으니까 괜찮겠다 싶어서. 무엇보다 4, 5호점 사장님들이 강하게 원하더라고.”

“하긴, 잘되겠지.”

“흐흐, 안 되면 되게 해야지!”

4, 5호점에도 류성이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먼저 4호점부터.

“안녕하세요!”

“반갑네요, 전에도 봤었는데.”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업을 위해 태어난 존재, 김경태였다.

“저는 투자자고요. 여기 이 녀석 친구입니다.”

“어, 저기, 혹시…….”

그런데 김경태가 류성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RS재단 이사장님 아니세요?”

“아, 맞아요.”

“그 정보꾼 님……?”

“네. 설마?”

“허업, 저 구독자예요!”

“대박. 진짜요?”

“네, 완전 팬입니다!”

“아하하…….”

구독자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인연이네요, 정말.”

“그러니까요. 우와, 완전 신기해요.”

“저도 신기하네요.”

“어어, 그럼 RS재단 이사장님이 우리 프랜차이즈 투자자인 거네요?”

“그렇죠.”

“오마이갓……!”

덕분에 김경태와 꽤 친해진 기분이었다.

“손님 많으니 저도 움직여볼까요?”

“아, 감사합니다!”

“뭘요. 그냥 커피나 타주는 건데요.”

“어휴, 저도 예전에 SNS로 봤는데 그 커피가 신의 한 수던걸요?”

“오, 역시 알아보셨군요?”

“흐흐, 그럼요.”

옆에 있던 이신우는 뭐가 불만인지 팔짱을 꼈다.

“크흠, 사장님. 저도 좀 끼워주시죠.”

“아이고, 당연하죠.”

“그럼 저랑 나가실까요. 커피 잡무는 저 투자자 친구한테 맡기시고요.”

“어, 음…….”

“가시죠, 자자.”

“아, 네.”

류성은 피식 웃으며 잡무를 시작했다.

궁극의 커피 타기.

빠르게 준비해서 오픈 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건넸다.

“어라, 이거 그거죠?”

“네, 그거 맞습니다.”

“전에 SNS에서 봤는데!”

“역시, 여기 오면 줄 거라고 했잖아, 내가.”

“진짜네, 오오!”

사람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맛있게 드세요.”

“잘 마실게요!”

그 와중에 류성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엇, 정보꾼 님……?”

“와, 맞네!”

“저 사람 RS재단 이사장이라던데? 왜 여기 있지?”

“거기서 운영하는 건가?”

“그럴지도.”

“대단하네, 정말.”

자연스럽게 더블 홍보 효과를 지니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 커피를 타주고서 5호점으로 이동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파이팅이요!”

“네, 감사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오픈한 5호점. 모델의 재능을 지니고 있던 정아련이 사장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엇, 안녕하세요?”

“도와주러 나온 거니까 화이팅합시다.”

“네, 고맙습니다!”

거기서도 커피를 타줬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많은 사람이 ‘맛있고 차칸 후라이드’에 관심을 보였다.

치킨은 훌륭했고.

서비스로 나온 커피는 황홀했으니까.

“와, 커피가…….”

“이거 너무 맛있어요!”

“치킨도 최고고요.”

“고맙습니다, 다들.”

오픈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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