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15화
140. RS엔터
HH솔루션의 상승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7.19% 상승>
<3.23% 상승>
<-2.11% 하락>
<9.91% 상승>
<10.65% 상승>
<5.23% 상승>
하루하루 상당한 수익률을 달성하며 주식의 가격을 높여나갔다.
당연히.
해당 주식을 들고 있는 RS ETF의 수익률 역시 높아졌다. 자금이 많이 늘어나면서 현금 비중이 상승했고 그 탓에 수익률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와, 지난주부터 계속 오르네?ㄷㄷ?]
[활화산 터진 듯?ㅋㅋ]
[님들, 자랑해도 되나요? 저 RS ETF 수익률 벌써 47퍼센트인데? 상장되자마자 모아뒀던 돈 올인한 건데 이렇게 오를 줄이야ㅋㅋ]
[미친, 47퍼?]
[네ㅋㅋ 너무 행복하네요!]
[아니, 돌았네ㅋㅋㅋ]
[이게 진짜 돈복사구나...]
[단타를 안 하는 대신에 RS ETF로 대한민국 개미들 전부 강제로 단타 수익률 맛보여 주고 있네ㅋㅋㅋ]
[대단하다ㄹㅇ]
[이게 정보꾼이라고, 이 자식들아!]
[내가 믿으라고 했지! 의심하지 말지어다!]
[투자의 신, 정보꾼을 찬양하라!]
누군가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근데 HH솔루션 많이 담았잖아. 그거는 수익률 60퍼센트가 넘던데 RS ETF는 30프로 수준이네?]
[ETF니까, 인마.]
[뭔 차이임?]
[현금보유 모르냐?]
[그건 아는데...]
[간단하게 설명해드림. 니가 100만 원 들고 있어. 근데 50만 원 써서 수익 10퍼센트 봤어. 그럼 얼마 번 거냐?]
[50만 써서 수익률 10퍼니까 5만 원이지.]
[근데 넌 100만 원을 들고 있잖아.]
[그렇지?]
[그럼 니 최종 수익률은 얼만데?]
[100만 원 들고 있는데 5만 원 수익금이니까 최종 수익률은 5퍼센트...?]
[그래, 그거야.]
[아하...?]
[RS ETF도 똑같은 거야. 현금이 100만 원인 거고 운용하는 자금이 50만 원인 거지. 이걸 자금 규모만 키우면 똑같은 논리임.]
[오, 찐으로 이해했다.]
[선생님이냐? 잘 가르쳐 주네?ㅋㅋ]
그 의문은 주식을 잘 아는 누군가가 대답해주면서 금방 종식되었다.
남은 건 하나였다.
RS ETF의 수익률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당연하게도.
무수한 개미들이 해당 ETF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나도 RS ETF사야겠다ㅠㅠ]
[아직 안 늦었겠지...?]
[어이, 친구들. 주식 투자에 늦은 건 없다고!]
[ㄹㅇ, 특히 정보꾼인데 뭔 의심이 그리 많아?]
[닥치고 사라!]
[소액이라도 사라, 멍청이들아!]
[아니, 님들ㅠㅠ 자제 좀]
[왜?]
[ETF 자금 늘어나면 가용할 수 있는 자금 비율이 떨어지잖아! 그럼 당연히 수익률도 낮아지지!]
[뭔 소리냐, 어려운데...]
[어휴, 진짜ㅋㅋ]
[그냥 너무 소문내면 우리 수익률 떨어질 수도 있다고!]
[아, 오키ㅋㅋ]
류성은 투자 게시판을 보면서 웃었다.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니까.”
몇 개의 글을 더 보다가 투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500억이었던 자금이.
[투자자금 현황]
87,508,011,532원.
지금은 875억 원으로 늘어버렸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RS ETF를 구매하고 있었다.
“자금이 너무 큰데.”
설마 이렇게 빠르게 늘어날 줄은 몰랐다.
흐음, 당장은 괜찮지만.
앞으로가 조금 문제라고나 할까. 인플레이션이라도 빨리 끝나면 미국 주식이라도 매수할 텐데 지금은 그조차 어려웠다.
뭐, 꾸준히 단타를 이어갈 수밖에.
소액으로라도 말이다.
* * *
오랜만에 하늘 보육원에 들렀다.
“삼초오오온!”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나빠요!”
“아이고, 미안. 근데 그렇게 오랜만인가?”
“엄청요!”
“한 2주일 정도 된 거 같은데.”
“엄청 오랜만 맞잖아요!”
“아아, 그렇구나. 다음엔 매주 오도록 할게.”
“꼭이요!”
“그래, 그래.”
아이들과 놀아주고서 바로 예지은을 따로 만났다.
“소식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기획사 하나 인수했거든.”
“아, 정말요?”
“응. 아직 몰랐구나?”
“네. 찾아보진 않아서…….”
“잘했어. 괜히 기다리면 시간만 더 안 가니까. 아무튼, 그래서 RS엔터라고 내가 직접 대표로 있는 곳이야. 들어올래?”
예지은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밝게 웃으면서 말이다.
뭔가 오랜만에 보는 듯한 미소에 류성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러면 계약하자.”
“네……!”
“대신 노래 준비될 동안 보컬 트레이닝도 받아야 해. 학교 수업 끝나면 곧바로 사무실로 와야 하는데.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그래, 그럼 해보자.”
“고맙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바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RS사무실로 이동하기로 했다.
“주말이니까 간 김에 실력 테스트도 한번 받아보면 좋고.”
“네, 좋아요!”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다.
노래가 좋을 테니까.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한애라 원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잘 부탁드려요, 이사장님.”
“물론이죠.”
그렇게 예지은과 함께 RS건물로 이동했다.
“여기야.”
“우와……!”
“물론 건물 전체는 아니고. 5층이 RS엔터거든.”
“엄청나요.”
“그렇지?”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예지은의 눈동자가 커졌다. 깜짝 놀라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올라가자.”
“네, 네!”
5층에 올라오자 활기찬 기운이 복도에서부터 느껴졌다. 적지 않은 사람이 힘차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대부분이 영화 제작 관련 업계 종사자였다. 쉽게 말해서 감독 휘하의 팀원들이라고 보면 되었다.
“엇, 대표님. 안녕하세요?”
“네.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면서 대표실로 들어갔다.
예지은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녀도 류성을 믿고 있었고 류성도 예지은의 보호자나 다름이 없었지만 다른 이들을 배려해야만 했다.
“아쉽지만 표준 계약서야. 데뷔하고 나면 바로 갱신하자.”
“전 괜찮아요. 알아서 해주세요.”
“그래. 걱정 없이 노래 실컷 부르게 해줄게.”
“고맙습니다.”
계약체결을 끝내고 대표실을 나섰다.
“노래도 한번 불러봐야지.”
“네!”
마침 보컬 트레이닝 룸의 문이 열리더니 기존 걸그룹 ‘카타르나’의 멤버 세 명이 연습실에서 나왔다. 류성을 발견한 소녀 세 명이 빠르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어, 그래. 보컬 연습한 거야?”
“네!”
“음, 고생하네.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곧 노래도 나올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 아니…… 뭐, 그래.”
적잖게 대화를 나눈 터라 이제 카타르나 멤버와는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물론 그녀들은 아직 류성을 어려워하는 느낌이었지만.
“고생하고. 우리도 들어가자.”
“아, 네.”
이어서 예지은을 데리고 보컬 트레이닝 연습실로 들어갔다. 이제 막 카타르나 멤버가 나온 터라 트레이너가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류성은 잠시 보컬 트레이너에게 다가가 부탁했다.
“트레이너님, 새로 계약할 친구거든요.”
“으흥, 그래요?”
“네. 노래 실력이 어떤지 잠깐만 봐줄 수 있으세요?”
“그럼요. 우리 이쁜 친구, 이름이?”
“예지은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지은 양? 일단 제일 자신 있는 노래 하나 불러볼까요?”
“아, 네. 그러면…….”
고민하던 예지은이 가사를 읊조렸다.
-고단한 하루길 끝에
-거울을 보면 비치는 내 모습
-마치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나를 보지 않고
류성이 작사한 노래, 밝은 그림자였다.
알고 있는 노래다.
유명한 노래기도 했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어려운 면이 존재한다. 기존 가수와 자연스럽게 비교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지은의 노래를 들으면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둠이 드리워질 때
-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도
-공허한 골목길 아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너
그저 온전히 노래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에 빠지고.
감정을 툭하고 건드리는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진다.
-먹구름이 자욱해지고
-빛이 사라져 시야가 멎어도
-너는 오늘도 나를
-나는 내일도 너를
이어지는 클라이막스까지.
후우, 역시.
예지은의 노래 재능은 정말 엄청났다. 슬쩍 고개를 돌려 보컬 트레이너의 표정을 살펴봤는데 그녀 역시 놀란 듯 눈을 끔뻑거렸다. 이내 노래에 빠진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후우. 미쳤어, 미쳤어……!”
트레이너가 호들갑을 떨어댔다.
“어떻게 MR도 없이 본인 목소리만으로 이런 몰입력을 갖출 수가 있죠? 대표님!”
“어, 네?”
“이 친구, 지은 양은 천재라고요, 천재!”
“아, 그런가요?”
“아, 그런가요? 라고 물어볼 게 아니라구요! 엄청난 재능이에요, 정말! 노래 제대로 배운 적도 없죠?”
“그럴 겁니다.”
“근데도 이런 안정된 창법이라니. 그냥 타고났어요! 본능적으로 목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고 있다니까요!”
옆에서 듣고 있는 예지은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였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본인의 재능이 이렇게 칭찬받고 있으니 당황스럽기도 할 테고.
“잘 알고 있습니다, 트레이너님.”
“그렇죠?”
“네. 그러니까 데려왔죠.”
“참, 그렇겠네요.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이런 재능은…… 정말 오랜만이어서요.”
“이해합니다.”
류성도 학교에서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그러했으니까.
“아무튼, 계약하게 될 테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 보석이지만 제가 더 반짝반짝 닦아 볼게요.”
트레이너의 눈빛에 열정이 차올랐다. 조금은 부담스러워서 화제를 돌렸다.
“카타르나 애들은 어때요?”
“엄청나죠. 또래 실력은 월등하게 넘어섰어요. 아리는 음색이 정말 좋아서 중저음에 탁월하고요. 나라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고음을 지르면 소름이……! 연서는 랩 실력도 좋고 보컬도 상당한 수준이죠.”
“다행이군요.”
“그러고 보니, RS엔터는 정말…… 보물 상자네요.”
“앞으로는 더 대단해질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류성에게는 다른 이의 잠재력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 * *
벌써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대표님.”
“네, 부대표님. 노래가 완성되었다고요?”
“맞습니다. 총 세 곡인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그러죠.”
첫 번째 곡이 흘러나왔다.
3분이 조금 넘는 곡에 가사는 아직 없었다.
“어떠신지.”
“흐음. 무난한데요? 이렇다 할 임팩트가 없네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곡을 들었다.
이것도 역시 별로.
마지막 세 번째 곡을 듣는데 류성의 눈이 번쩍였다. 예술감의 감각이 소리치고 있었다.
바로 이거라고.
곡이 끝나자마자 류성이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부대표님, 바로 이겁니다.”
“하하, 그렇죠? 좋죠?”
“네. 퍼포먼스도 챙길 수 있겠고 노래 실력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겠는데요?”
그 말에 부대표, 최서호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네?”
“음악을 잘 아시는군요?”
“조금 압니다.”
“크으. 사실 세 가지 노래 전부 별로라고 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욕인지 칭찬인진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어이구, 칭찬이죠. 당연히!”
“그렇죠?”
“그럼요, 당연하죠!”
이제 최서호와도 상당히 가까워졌다.
동네 아저씨 느낌이랄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재능이 있었다.
잠재력도 그런 종류였고.
“그럼 연습시키고 바로 데뷔 준비해 보죠.”
“예, 대표님! 준비하겠습니다!”
“자금은 원 없이 쓰세요. 아시죠, 제 성격?”
“그럼요. 아주 제대로 쓰겠습니다!”
“지켜볼 겁니다, 부대표님.”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와의 티키타카는 상당히 재밌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놀 수는 없으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엔터에 속한 이들을 떠올렸다.
“참, 배우 준비생 말인데요.”
“네.”
“그 둘도 이번 영화 오디션에 꼭 참여시키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RS엔터에서 스타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