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16화 (216/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16화

141. 오디션(1)

부대표 최서호가 카타르나를 불렀다.

“부대표님!”

“오냐, 소파에 앉아봐.”

“네에!”

확실히 오래 지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부대표 앞에서 카타르나는 눈빛이 초롱거리는 토끼 같았다.

“근데 무슨 일이에요?”

“어, 노래가 나왔거든.”

“아아, 나왔어요?”

“그래. 틀어줄 테니까 한번 들어들 봐.”

하지만 카타르나의 표정에는 생각보다 기대감이 크진 않았다. 기존에 있던 기획사일 때도 좋은 노래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데뷔가 차일피일 미뤄진 적도 있었으니까.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로 데뷔하긴 했지만 결국 이렇게 불러주는 곳 하나 없는 실정이었다.

“다들, 또 그런 표정!”

“네……?”

“뭐, 됐다. 노래부터 듣고 얘기하자.”

“네에.”

최서호는 자신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너무나 분명했으니까.

거대한 자본금.

그거라면 안 될 게 없는 세상이었다.

노래의 퀄리티도 마찬가지.

이번에는 카타르나 애들도 분명 만족할 터였다.

♪♩♩♬♩-

생각에 빠진 사이 전주가 흘러나왔다.

자, 어떠냐?

최서호는 희미하게 웃으며 아리, 나라, 연서를 주시했다.

“어……?”

가장 먼저 래퍼, 연서가 반응했다.

이어서 아리와 나라도.

세 사람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지더니 서로를 쳐다봤다. 입만 벙긋거리더니 부대표 최서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아이들의 반응에 절로 흡족해졌다.

“자, 일단 끝까지 들어.”

“어, 네……!”

그제야 셋이 제대로 음악을 감상했다.

그들의 감성에 딱 맞았다.

그야말로 카타르나 그룹을 위한 노래였다. 퍼포먼스, 가창력 두 가지 전부를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노래였다.

중독성도 상당했고.

반복되는 후렴구마저 완벽했다.

어느새 3분이 흘렀다.

“다 들었지?”

“부, 부대표님. 이거, 이거 우리 곡 맞아요?”

“그래, 맞아.”

“정말요? 진짜로요?”

“그렇다니까.”

“진짜, 진짜, 진짜로요?”

“아, 진짜로! 왜, 이상해?”

세 명의 소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주 거세게.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너무 좋아요……!”

“진짜 최고예요!”

“이게, 이게 정말로 우리 노래라니…….”

최서호가 미소를 머금었다.

“일단 이 곡 하나로 복귀할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가사 작업은 곧 끝날 거고 그 이후에 댄스 만들고 바로 연습해야 하니까 체력관리하고.”

“네, 부대표님!”

“진짜, 진짜로 열심히 할게요!”

“그래, 복귀하면서 홍보도 제대로 할 예정이니까 기대하고 있어.”

“……고맙습니다!”

“인사는 대표님께.”

“아, 네!”

하지만 대표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우리, 힘내자.”

“당연하지!”

“보컬 연습이나 더 할까?”

“음. 선생님이 목 상한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춤 연습하자!”

“좋아!”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아이들이었다.

덕분에 사이도 좋았고.

으쌰으쌰, 힘을 내면서 연습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이걸로!”

그녀들의 맹연습이 시작되었다.

* * *

집에 돌아오니 홀로그램이 그를 반겨줬다.

어서와, 정기후원.

소아병동 키다리 아저씨.

착한 프랜차이즈.

엄청난 포인트 홍수가 쏟아졌다.

끝이 아니었다.

액티브 ETF로 달성한 수익률과 투자자들의 시드머니를 합산해 보상을 지급하는 새로운 한정 퀘스트 덕분에 매월 얻는 포인트가 증가했다.

[RS ETF의 6월 수익률을 파악합니다.]

[투자자 6월 자금현황을 파악합니다.]

[파악 완료.]

[선행 포인트 37점을 획득합니다.]

류성의 눈이 반짝였다.

상당한데, 이것도?

RS ETF 한정퀘스트도 매월 포인트를 지급하는 지속성 퀘스트였다. 그러니 앞으로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371포인트가 모였다.

재능 ‘몸으로 말해요’를 사고 싶긴 하지만 사실 당장 급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은 뒤로 미뤄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물론 사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한 달 정도 차이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주식 정보권을 하나 더 구매하는 게 확실히 이로워 보였다. 괜찮은 정보가 나온다면 7월에 발생하는 기업이나 증시의 흐름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인플레이션 징조를 파악할 수도 있고.

120포인트로 오르긴 했지만.

이 정도야, 뭐.

결정을 내리고서 상점을 열었다.

[재화]

1. 주식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120

2. 코인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120

3. 토지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4. 부동산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5. 랜덤 정보

-주식이나 코인, 토지 및 부동산 외에도 원자재, 미술품, 경제시황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무작위로 지급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60

1번, 주식 정보를 선택했다.

[구매 완료]

[선행 포인트(120점)를 차감합니다.]

[‘인플레이션 수혜주 정보권’을 획득합니다.]

[남은 선행 포인트 : 251]

류성의 눈이 번뜩하고 뜨였다.

“왔다……!”

이번에 구매한 정보권 이름부터가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인플레이션 수혜주 정보권.

거기서 이미 어떤 내용일지 느낌이 팍 꽂혔다.

확인……!

다급히 문서를 펼쳤다.

[인플레이션 수혜주 정보권]

[7월 13일,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인 CPI가 발표되었다. 수치는 6.2%로 명확한 인플레이션이었다. 뒤늦게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인정했으며 덕분에 관련 수혜주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곡물 및 사료 관련주였다. 그중에서도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 3개의 주식이 가장 큰 수익률을 달성했다.]

정보는 짧았으나 내용은 알찼다.

예상대로였다.

CPI가 발표되고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인정하게 된다면 미국 증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하락할 게 분명했다.

“드디어…….”

진짜 인플레이션의 시작이 도래하리라. 당연하게도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다. 단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이슈가 아니니 반년, 길면 1년까지 고통의 시간이 지속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경기침체가 올지도.”

충분히 수익을 보고 인버스 ETF를 매도할 생각이다.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적당한 시점에 매도한 뒤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값싼 우량주를 사들이면 될 터였다. 단기적으로는 3배 레버리지를 매수해서 수익을 내고 말이다.

얼추 계획이 잡혔다.

생각을 정리하고 당장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

세 가지 주식을 분할로 매수했다.

* * *

역시나 소식이 가장 빠른 곳은 투자 갤러리였다.

[얼레? 오늘 보니까 새로운 주식 사들였네요?]

[뭐가요?]

[아, RS ETF요ㅋㅋ]

[오 그래요?]

[네.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 3개 집중적으로 사모은 듯? 뭐, 금액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아직은]

[오호...?]

[계속 꾸준히 매수하려나ㅎㅎ]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 사봐야지 소액만ㅋㅋ]

[나도 소액만ㄷㄷ]

[그냥 RS ETF를 사놓고 장투하세요, 님들아]

[그게 젤 나을지도?]

[진짜 아무 신경 안쓰고 현생 살면서 본인 힐링라이프 즐기다가 계좌 보면 돈복사 되어 있을 거임^^]

[ㅇㅈ합니다ㅋㅋ]

[역시 갓정보꾼...]

[남들은 증시 하락한다고 난리인데 이 와중에도 클라스는 역시 어디 안 가네요]

[증시 상승 시작하면 엄청 날 듯]

[기대합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도 해당 주식의 비중이 높아졌다.

[얼레? 오늘도 늘어났는데?]

[오 찐이네요?]

[계속 분할매수 하려는 모양인듯?]

[엄청 천천히 매수하나 봐요, 생각보다 거래량이 팍하고 튀진 않음]

[주가는 오히려 하락중임ㅋㅋ]

[어, 실패인 거임?]

[설마요 정보꾼인데ㅎㅎ]

[장투 목적일지도?]

[음, 역시 그냥 맘 편하게 RS ETF나 사야 할 듯!]

[쳇, 어제 소액 샀는데 손절함ㅋㅋ]

[나도 손절ㅋㅋㅋㅋ]

[눈물나네 진짜ㅠㅠ]

[진짜 장투면 몇 달 들고 갈 수도?]

[아, 내 성향상 그건 힘든데ㅎㅎ]

개미 투자자들이 뭐라고 하건 RS ETF에서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의 주식 매수 금액이 조금씩 늘어났다.

[오랜만에 수익률 좀 빠지네]

[그러게ㄷㄷ]

[으, 그래도 버텨본다ㅠㅠ]

[하, 나는 이 정도면 만족함. 수익실현 인증!]

[주식 초보 특징! 마이너스는 버티면서 상승은 못 버팀]

[레알ㅋㅋㅋ]

[마이너스 30퍼는 울면서 버티고 수익률 30퍼 보면 심장마비 걸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종목 사서 수익 나는 건 팔고 마이너스 나는 건 냅둠. 나중에 보면 수익 줄 좋은 기업은 일찍 팔아버리고 하락세 걷는 기업만 들고 있음ㅋㅋ]

[바보들 진짜ㅋㅋ]

[찐으로 뿜었다ㅠㅠ]

[아이고ㅋㅋㅋ]

모두가 흥미를 잃어갈 때도.

매일 조금씩.

차곡차곡 비중이 증가했다.

* * *

영화 제작 준비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제 배우를 구할 차례였다

오디션 일정이 잡혔고 해당 일정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후아, 후아……!”

류현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정이 나오자마자 바로 신청서를 냈는데 드디어 오디션을 보는 당일이 되었다.

“엄청 긴장되네.”

조금 늦게 자서 아침도 못 먹었다.

배도 안 고프고.

오늘 아침은 거르기도 하고서 거울을 보며 세수를 했다.

푸하-

고개를 들자 초췌한 얼굴이 보였다.

“잘하자. 할 수 있어.”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통과할 거야.

연습도 많이 했고 학원에서도 칭찬을 많이 들었다.

가능성이 보인다고.

재능이 있다고.

이럴수록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하다고.

“그러니까, 믿자.”

하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푸하-

다시 한번 찬물에 세수하고 거실로 나왔다.

“럭키야, 자고 있니?”

냐아아아.

“아니네, 그냥 누워 있어. 누나는 오디션 보고 올게. 대신 기운 좀 주라.”

해먹에 누워 있는 럭키의 뱃살을 만졌다. 말캉거리는 느낌에 기운이 솟아났다.

“히히.”

충분히 만지고 돌아서는데 거실 식탁 위에 놓인 동그란 환이 보였다.

“아…….”

청심환이었다.

류현아의 스케쥴을 아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오빠, 진짜…….”

괜히 감동하며 청심환을 챙겼다. 오디션을 보기 30분 전에 먹어야 효과가 제일 좋을 테니까. 조금 붉어진 눈으로 현관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내부에 있는 거울로 본인의 모습이 보였다.

딱 좋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생긴 자연스러운 피곤함과 초췌함이 이번 배역에 잘 어울렸다.

“후우, 가자!”

1층으로 내려와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선물로 받은 차가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운전하기도 힘들었으니까.

5분 만에 도착한 지하철을 타고 오디션장으로 향했다.

이윽고 도착한 목적지.

자그마한 소규모 극장이 보였다.

“후읍, 후아.”

오디션 대기실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배가되었다.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안개가 낀 기분.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져 버린 감각이었다.

“다음…….”

“다음…….”

오디션을 보는 이들이 한 명씩 줄어들었다.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급격한 긴장감이 시간의 흐름을 방해했다.

큰일이었다.

류현아는 청심환도 먹지 못한 채 본인의 순서에 맞춰 단상에 올라야만 했다.

“네, 소개 부탁드립니다.”

언제 여기에 올라온 걸까.

의문이 들었으나.

막상 무대에 올라왔다고 인지하는 순간 세상이 달라졌다. 거짓말처럼 시야가 밝아지고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다. 두근거림이 가라앉고 은은한 설렘이 전신을 지배했다.

“저는…….”

집중력이 최고조로 끌어 올랐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류현아라고 합니다!”

그간의 노력을 선보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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