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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19화 (219/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19화

143. 벽

영화 관련 최대규모 카페에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 : 얼마 전에 있었던 RS 시나리오 공모전 썰품]

상당히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자극적이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본문 내용 : 알바로 RS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가볍게 썰 풀어줌. 솔직히 이런 거 알바비 엄청나게 짠 거 다들 알지? 그래도 감독이 꿈이라서 알바부터 시작하는 중인데 얼마 전, 대사건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해 버리고 말았음.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네ㄷㄷ

아무튼!

열나게 뛰어다니면서 소품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대표가 등장한 거임!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냐?ㅋㅋ

대표가 뚜벅뚜벅, 감독한테 걸어가더라고.

실내가 좀 울리거든?

그래서 대화 소리가 잘 들렸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조연출이랑 알바생들 급여 올려주라는 얘기였음ㄷㄷ

감독이 괜찮겠냐고 묻고.

대표는 업계 최고 대우 2배 이상 올리라고 선언해 버림! 감독이 알겠다고 대답하니까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들 다 환호 지름ㅋㅋㅋ

물론 나도!

솔직히 생활 좀 어려웠는데 덕분에 진짜 급여 올랐음 최고 대우 2배로 오르니까 내가 원래 받고 있던 거에 5배는 되더라ㄷㄷㄷ

진짜... 진짜 고맙더라고

여기선 가볍게 그냥 적고 있는데 그날 많이 울었다. 절대 내 꿈이랑 목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했고.

언젠간...

은혜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음!

아무튼 그랬음.

한 마디로 RS엔터 겁나 좋은 곳이니까 다들 알아두길!]

당연하게도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댓글]

여의도증권맨 : 햐, 나도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진짜... 이거 팩트입니다!

하겐다쿠 : 구라 아니죠? 업계 최고 대우의 2배? 말이 됨?ㄷㄷ?

엔티크가구 : 당장 거기 알바 신청하러 갑니다!

해피바이럭스 : 와, 진짜 멋있네ㄷㄷ

킹콩 : 리스펙합니다ㅠㅠ

연어먹자 : 저런 사람이 현실에 있다니...?

참치최고 : 멋진 사람이네 역시 RS재단 이사장ㅋㅋ

킬럽 : 저도 감독이 꿈입니다!

화일럿 : 감동ㅠㅠ

적지 않은 화제가 되면서 기사로도 떠올랐다.

[RS엔터 대표, 업계 최고대우?]

[RS엔터 대표, 영화 감독에게 직접 업계 대우를 고쳐줄 것을 외치다!]

[시나리오 공모전 영화 제작 현장 실태 충격!]

[RS재단 영화 업계 대우 충격!]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야, 대단한데?”

그 기사를 류현아가 읽고 있었다.

역시, 우리 오빠.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도착하자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술팀, 거기 소품 배치하고.”

“예!”

“천천히 해, 천천히.”

“알겠습니다!”

류현아는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안녕하세요!”

“음료수 있는데 마시면서 하세요.”

“하하, 고맙습니다.”

확실히 초반 촬영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그때도 사람들이 열심히 움직였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밝지는 않았었다.

지금은, 뭐.

스태프들 표정에 은은한 미소가 항상 그려진 상태였다.

덕분이었다.

류현아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럼 고생하세요!”

“예, 배우님도요.”

“헤헤, 네!”

충분히 인사를 마치고 임시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촬영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촬영 시간이 다가왔다.

“자, 53번 씬 촬영 준비하겠습니다.”

감독의 말에 류현아가 몸을 일으켰다.

두근, 두근.

기분 좋은 설렘이 올라왔다.

“후읍, 후아…….”

심호흡하면서 상대 배우와 함께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액션!”

이윽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방송국 기자실 내부에서 선배 기자와 수다를 떠는 장면이었다.

류현아가 고개를 스윽 돌렸다.

“진짜 올려요? 정말로?”

“아, 올리라니까.”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다니까요?”

“야, 뒷배가 누군지 알면 깜짝 놀랄걸? 그런 생각 안 해도 되니까 올려, 그냥.”

“……누군데요?”

“하아, 젠장. 이거 너만 알아야 한다.”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잖아요.”

“후우, 누구냐면 말이야…….”

감독이 웃으며 외쳤다.

“컷! 좋습니다. 이번엔 바스트 샷 들어갑니다.”

바스트 샷은 가슴부터 머리 위까지만 화면에 나오도록 촬영하는 기술이었다.

“액션!”

똑같은 대사와 표정으로 연기를 마쳤다.

“컷! 좋아요. 바로 클로즈업 샷 들어가죠.”

그렇게 구도를 바꿔 여러 차례 연기해야 씬 하나의 촬영이 끝나는 것이었다.

“현아 씨, 고생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다음 씬 들어가죠.”

“네!”

그렇게 연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저벅.

누군가 감독의 뒤에 자리를 잡았다. 슬쩍 고개를 돌린 감독은 류성이 온 걸 보고는 미소를 머금었다.

“현아 씨 보러 오셨나 보군요.”

“네, 연기는 괜찮나요?”

“그럼요. 실력이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미 류현아의 연기를 여러 차례 확인했던 터라 의심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감독의 의견이 조금 궁금했을 뿐.

“특별대우는 하지 말아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거라서요.”

“허허, 네. 살펴 가십시오.”

“감독님도 수고하시고요.”

류성은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류현아를 잠깐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촬영현장을 빠져나갔다.

* * *

최근 보육원 후원 규모를 전국으로 늘리면서 강의 장소를 새롭게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아이들이 모두 모여 첫 번째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긴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에 주차를 마쳤다.

대규모 극장이었다.

일단 시간이 조금 남은 터라 극장 내부에 진입해 가장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근처에 있던 다른 보육원 원장님들이 류성을 알아보고는 가볍게 인사를 해왔다. 류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결국 글이란 것은 해석하기에 달린 거죠.

오늘은 유명한 작가님을 모셨다.

-그 해석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꿈틀거릴 수도 있고 죽어버린 것처럼 묻힐 수도 있습니다. 분명 같은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된 활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작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류성도 묵묵히 들었다.

작가가 되는 방법보다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도움이 될 조언이었다.

-글은 예리한 칼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폭력보다 더 지독하게 상대방을 괴롭힐 수도 있죠.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반대로 글은 이불처럼 따스해질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러분이 적은 글을 보고 웃고 울면서 위로받을 테니까요.

어려운 부분은 길지 않았다.

작가는 대상이 아이들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어려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까요? 지금부터는 조금 재밌는 시간이 될 거 같네요. 자, 제가 문장 하나를 써보겠습니다.

덕분에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졸고 있는 아이도 보였지만 의외로 대다수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이윽고.

강의가 종료되면서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작가님.”

“괜찮은 시간이었을지 모르겠네요.”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에게 강의료를 지급한 이후 강당에 올랐다.

“안녕? 다들 오늘 강의 잘 들었지?”

“네에에에!”

“기운이 넘치는데? 배도 고플 테고.”

“배고파요!”

“그럼 조금 있다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아이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그전에 한 가지만 얘기할게. 앞으로는 각 지역에서 편안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수도권은 수도권에서, 지방은 지방에서. 물론 강사님은 같은 분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서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경우가 많지는 않을 거라서 말이야.”

새로운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앞으로 너희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조금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너희들 처지에선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졌겠지.”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류성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는 다를 거라고 분명하게 말해둘 테니까.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요청하면 된다. RS재단은 그걸 위해 존재하는 거야. 오늘의 강의도. 앞으로의 강의도 그걸 위한 과정인 거고. 꿈과 목표가 있으면 그 어떤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거니까. 학원? 요청만 하면 다닐 수 있어.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본인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말하면 되는 거야. 학교에서 피해를 보고 있어도 얘기해.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변호사님이 도와줄 테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너희를 보며 얘기할 거다. 세상 정말 불공평하다고. RS재단에서 후원을 받는 게 너무 부럽다고. 그러니까 어깨 펴고 기죽지 말고 다녀라. 다들 알겠지?”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차 물었다.

“잠이라도 자는 거야? 다들, 알겠지?”

“네……!”

“목소리가 너무 작은데?”

“네! 알겠어요!”

강당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래, 지금처럼 항상 씩씩하게 다니는 거야. 자, 그럼 밥 먹으러 가자.”

누군가에겐 오늘의 이야기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면서 강당을 내려왔다.

* * *

아이들이 하나둘씩 움직였다.

“히히, 완전 최고다, 그치?”

“응, 최고!”

“우리 삼촌이야!”

“우리 삼촌이거든?”

나이가 어린 아이들도 뭔가 깨달은 게 있는지 연신 웃으며 자랑을 해댔다. 나이가 많을수록 느끼는 게 더욱 컸다.

특히 중학생들.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자라온 중학생 아이들은 미묘한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지금 느낀 감당할 수 없는 벅참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만 불공평했던 세상이 앞으로는 달라질 거라는 희망. 그게 자꾸만 힘들게 쌓아왔던 단단했던 벽을 무너트리는 것만 같아서.

그런 아이들을 눈에 담으며 도유종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진짜 멋지다니까.”

“응. 정말.”

예지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참으로 행복해서.

너무나 든든해서 말이다.

“진짜 열심히 해야지.”

“뭐 하려고, 오빠는?”

“나? 나는…… 감독.”

“감독?”

“응. 많이 고민해 봤는데 영화 감독에 도전해 보려고. 내가 생각보다 더 영화를 좋아하더라고. 배우가 되고 싶진 않고, 멋진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멋지다. 잘할 수 있을 거야.”

“고맙네.”

“아저씨한테는 얘기했고?”

“이제 해야지.”

둘은 동생들과 함께 대규모 극장을 빠져나왔다.

“아저씨!”

“음? 아, 유종이구나.”

“네. 저 할 말이 있어서요.”

“할 말?”

“네! 저도 하고 싶은 거 찾았거든요.”

“오, 그래? 뭔데?”

“영화 감독이요.”

그 말을 들은 류성이 가볍게 웃었다.

알아서 갈 길을 가는구나.

도유정의 재능이라면 감독으로서 이름을 크게 날릴 수 있을 터였다.

“잘됐네. RS엔터에서 제작하는 영화 촬영에 참여해 볼래? 아르바이트로.”

“진짜요?”

“응. 알바비도 거기서 줄 거야.”

“감사합니다!”

“그래, 재밌게 구경하고 잘 배워봐.”

도유종의 어깨를 툭 하고 치면서 뒤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자, 다들 배고프지? 가자!”

“네, 삼촌!”

“좋아요!”

오늘을 위해 호텔 식당 하나를 전부 빌려놓은 상태였다.

좋아하겠지.

아이들이 신나게 먹을 걸 생각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이윽고 도착한 식당.

“우와아아아아!”

“대박!”

“뷔페야, 뷔페!”

양갈비, 등심, 안심 스테이크, LA갈비, 대게, 랍스타, 한식, 중식, 일식 등등. 다양한 음식이 퀄리티 좋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하나같이 침을 꿀꺽 삼켰다.

“자, 먹자.”

각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형아, 이건 뭐야? 신기해!”

“바닷가재야. 랍스타라고도 부르고.”

“이건?”

“이거는 관자인가?”

“요거는?”

“음, 요거는 전복이지.”

“우와……!”

그 행복이 여실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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