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20화 (220/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20화

144. 흘러가는 시간(1)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아버지는 출근을.

류현아는 오늘 촬영이 없어서 류환과 함께 대학교로 향했다.

“다녀올게요.”

류성은 당연히 RS재단으로 출근했다.

일상적인 업무가 이어졌다.

어느새 퇴근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직원들과 함께 건물을 나섰다. 차를 타고 가는데 지하철로 향하는 백 대리가 보였다.

걸어가시나?

태워주려고 갓길에 차를 대었다. 창문을 내리는데 백 대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반대편에 있는 노점상으로 향했다.

“할머니.”

“아이고, 뭐 사시려고?”

“채소 전부 다 주세요.”

“이걸 전부?”

“네. 집에 가족이 많아서요.”

“아이고, 고마워요, 고마워.”

류성의 눈가가 반달을 그렸다.

백 대리님, 의외인데?

여기서 부르기도 애매해서 그냥 가려고 하는데 마침 걸어오는 재단 직원 두 명이 보였다.

뭐라고 하려나.

궁금해서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엇, 백 대리님?”

“아, 네.”

“뭐 하고 계세요?”

“아아, 그냥 나물 좀 샀어요.”

“와……!”

백 대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검은 봉지를 여러 개 받아들었다. 서둘러 움직이는데 직원이 따라붙었다.

“백 대리님, 멋있는데요?”

“크흠, 뭘요.”

“저도 본받을게요!”

“어휴, 진짜로 그냥 나물 먹으려고 산 겁니다.”

“에이.”

“진짜예요.”

“얼굴 빨개지셨는데요?”

“크흐으음.”

아쉽게도 거리가 너무 멀어져 더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했다.

이미 류성의 입꼬리는 하늘로 솟구친 상태였으니까.

“……좋네.”

선함이 주변에도 퍼져나가는 모양이었다.

기분 좋은 퇴근길이었다.

* * *

집에 돌아와 생방송을 켰다.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단타나 조금 해볼까 싶어서요. 아, 그 전에 가볍게 증시에 관해서 이야기도 나눠볼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인정하면서 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요. 덕분에 인플레이션 관련주가 많이 오르고 있네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질문을 했다.

달러킹 : 운성, 한월사료, 미래사료도 인플 관련주인가요?

콩볶자 : RS ETF가 담은 기업들은요?

알탕 : 인플 관련주 추천 해주세요!

짝발 : 오, 인플 관련주...!

채팅을 스윽 읽으며 대답해 줬다.

“맞습니다. 제가 RS ETF를 통해서 매수한 기업도 인플레이션 관련주죠. 음, 인플레이션 관련주 추천이라. 은행도 괜찮고요, 아니면 필수소비재도 좋죠. 예를 들자면 유명한 코크 기업이 있겠네요. 현재는 원자재, 에너지 수출 축소로 인플레이션이 왔기 때문에 원자재 관련 기업도 좋습니다.”

외에도 앞으로의 흐름까지 체크해 줬다.

그렇게 적잖은 정보를 언급하고서 단타 준비를 시작했다.

“RS ETF는 방송에서 보이긴 좀 그래서요. 개인적으로 준비한 소규모 자금으로 시청자 여러분이랑 재밌게 단타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끔 이런 시간 가질 테니까 좋아요랑 구독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단타 실력을 주기적으로 보여줘야 사람들이 또 RS ETF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노력에 비해서 효율이 좋으니 굳이 이런 선순환을 멈출 필요가 없었다.

“자, 그러면 다들 다운비트 접속해 주시고요.”

류성도 계좌를 슬쩍 눈에 담았다.

10억 원.

이제는 정말 소액이라고 느껴지는 금액이 거래소에 입금된 상태였다.

“차트 좀 보겠습니다.”

비트코인 차트를 띄우자 최근 상당히 많이 하락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미국 증시가 좋지 않다 보니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에서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탓이었다.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긴 하네요.”

차트를 보고 있으니 단기적인 흐름이 인지되었다. 그래도 어느 차트건 반등은 존재하게 마련이었고 그 반등을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차티스트의 역할이었다.

“어디 보자…….”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럭키가 도도하게 걸어왔다.

냐아앙-

최근 너무 잘 먹어서 살이 꽤 찐 상태였기에 뱃살이 출렁거렸다. 그래도 고양이라고 점프력 하나는 일품이었다. 높은 침대를 가볍게 뛰어오르더니 구석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 럭키네요. 일단 매수 타점은 3,117만 원입니다. 매수 걸어놓으시고요. 기다리면서 럭키랑 좀 놀아야겠습니다.”

무릎을 탁탁, 치자 럭키가 눈을 반짝이며 침대에서 내려와 의자 앞으로 다가왔다. 상체를 스윽 일으키더니 폴짝, 뛰어올랐다. 류성의 무릎에 자연스럽게 안착한 것이다.

골골골-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녀석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백반최고 : 개냥이네요 완전!

소소한 : 부럽다ㅠㅠ

류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애가 참 착하죠. 물론 가끔 냥냥펀치를 날리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발톱을 세우는 건 아니었으니.

확실히 순한 편이었다.

기분 좋게 수다를 떠는 사이 매수가 이뤄졌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소액이라 그런지 금방 체결되었다. 물론 시청자들의 자금력이 상당해서 아직 매수벽이 두껍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강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음, 지지선보다 조금 더 내려가네요.”

-3,116만

-3,115만

-3,114만

일부 호들갑을 떠는 시청자가 보였다.

킬러 : 헐, 매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ㅠ

울보 : 손절 라인이닷ㅠㅠ

무지개 : 신규 분들이 많으신가 보네요 오늘ㅋㅋ

알탕 : 쫄지 마세요ㅎㅎ

류성은 가만히 기다렸다.

이윽고.

3,111만 원까지 하락한 비트코인이 반등을 시작했다.

“딱 1퍼센트만 보자고요. 3,149만 원에 매도 걸어두겠습니다.”

서서히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다.

-3,115만 원

-3,117만 원

-3,121만 원

-3,125만 원

이윽고 3,130만 원이 되었다.

잠시 출렁였으나.

다시 힘을 내며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울보 : 헐, 손절했는데...ㅠ

어리니주식 : 절반 매도 아니고, 올 매도인가요?

춥다 : 더 오르지 않을까요?

류성은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절반만 팔고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요. 지금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그냥 전부 매도하는 게 맞습니다. 이후 느긋하게 다시 저점 잡으면 되니까 욕심내지 않겠습니다.”

그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

거대한 매도벽이 사라졌으나 반등의 힘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3,151만 원

-3,153만 원

-3,154만 원

조금 더 올라가자 또 호들갑을 떠는 이들이 등장했다.

킹받네 : 아, 이거 봐ㅠ 더 오른다니까!

훈련병 : 아오, 분할매도할걸ㄷㄷ

물을 흐리려는 이들이 꽤 보였다.

뭐, 이것도 재미니까.

류성은 속으로 웃으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비트코인은 힘을 잃었다.

-3,152만 원

-3,149만 원.

-3,146만 원.

이윽고 3,130만 원까지 하락했다.

몽둥이 : 이야, 역시ㄷㄷ

계란 : 캬, 매매 타이밍 예술이네요!

휘둘러 : 같은 걸 봐도 해석하는 거 자체가 차원이 다르신 듯ㅠㅠ

뭉뭉 : 수익 감사해요!

알탕 : 오늘도 여윽시ㅋㅋ

주린잉 : 소고기 사묵을게요ㅎㅎ

박하사탕 : 아까 더 오른다고 했던 사람들 어디 갔어요?ㅋ

매복 : 원래 시청자 늘면 이상한 사람도 많아짐ㅋㅋ

덩달아 후원이 몇 차례 쏟아졌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고맙습니다.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그 말을 하자 또 채팅이 우르르 솟구쳤다.

알탕 : 좋은 일이라...!

앵무새 : 예전엔 흘려 들었는데 진짜 좋은 일에 쓰시는군요ㅋㅋ

가무 : 리얼, 재단 이사장님 클라스!!!

숨죽여 : 멋져요ㅋㅋ 저도 후원 조금만!

상사 : 그러고 보니 RS엔터 대표기도 하죠?

러브러브 : 넘 대단함ㅋㅋ

류성은 다시 인사를 하고서 지지선을 하나 그었다.

“자, 그럼 다시 차트 볼까요? 이번에는…….”

몇 차례 더 수익을 내면서 오랜만에 실력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RS의 모든 것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한 번 더 각인되었다.

* * *

카타르나의 홍보가 시작되었다.

[RS엔터, 걸그룹 출격!]

[드디어 선보이는 RS엔터에서의 첫 번째 노래!]

[RS재단의 자금력을 활용...]

[본격적인 홍보 스타트! 카타르나, 신곡은?]

부대표는 정말 제대로 돈을 쏟아부었다. 각종 플랫폼에도 홍보를 맡겼고 구독자가 많은 너튜버에게도 광고를 넣었다.

블로그, SNS 등.

입소문이 날 수 있는 다방면에 돈을 들이부은 것이다.

“홍보비가 적은데요?”

하지만 류성은 만족하지 못했다.

“예? 어, 가능한 곳은 홍보를 다 했습니다.”

“흐음, 지하철 역사 내부에도요?”

“아, 그건…….”

“버스 조합에도 광고 넣으시죠. 버스나 정류장에 사진 큰 거 하나 붙여놓으면 생각보다 효과가 좋거든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적인 홍보지시가 이어지면서 부대표의 입이 함지박만큼 커졌다.

“감사는요, 무슨. 그보다…….”

“예, 말씀하시죠.”

고민하던 류성이 결국 입을 열었다

“신곡 가사, 그거 별로더군요.”

“아…….”

부대표가 씁쓸하게 웃었다.

“가사가 좀 애매하긴 하더라고요. 계속 수정요청을 하고는 있습니다.”

“취소합시다.”

“취소 말입니까?”

“네. 제가 쓴 게 있으니까 이걸로 가죠.”

“예? 대표님이요?”

“네, 사실 제가 가사도 조금 쓰거든요.”

멍한 표정의 부대표를 향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거 전부 제가 쓴 가사들입니다.”

“어, 예.”

일단 폰을 받은 부대표가 화면을 확인했다.

가수와 제목을 보는 순간.

“헙, 대, 대표님? 이걸 대표님이 쓰셨다고요?”

“네. 작사가 이름 보이시죠?”

“류성 작사가……!”

그제야 류성의 이름을 떠올린 듯, 부대표의 눈알이 파르르 떨렸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와중에 류성은 이번에 새롭게 작성한 가사를 건넸다.

“노래랑 같이 읽어보시죠.”

“자, 잠시만요.”

부대표는 서둘러 노래를 틀고서 류성이 적은 가사를 눈에 담았다.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꽂히더니 손에 들린 가사와 어우러졌다.

“……퍼펙트.”

그야말로 완벽하게 말이다.

“괜찮죠?”

“예, 대표님.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이건, 이건 미쳤습니다, 정말로!”

“항상 미쳤다고 하시던데…….”

“크흠, 이번엔 진짜 미쳤다니까요.”

“이걸로 갑시다, 그러면.”

“당연하죠! 기존 가사 의뢰는 당장 취소하겠습니다!”

“네. 그래도 우리한테 사유가 있으니 의뢰비는 정상적으로 지급하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어지는 나날들.

드디어 걸그룹 카타르나의 노래가 너튜브에 올라가는 당일이 되었다.

“후아, 잘되겠죠?”

“그럼요.”

“흐흐, 사실 크게 걱정은 안 해요. 대표님이 설마 직접 가사를 써주실 줄이야. 그 류성 작사가님이 대표님일 거라고는……!”

“부대표님. 그 말 10번은 들은 거 같은데요?”

“크흠, 죄송합니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아서…….”

“뭐, 이해합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잘 안 믿긴 하더라고요.”

특히 RS재단의 직원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믿기 어렵긴 하죠.”

“그러게요.”

“흐흐, 아무튼 정말 노래가 완벽해졌습니다.”

류성이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대표의 업무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기존 가사가 정말 많이 별로였으니까.

“잘될 겁니다.”

“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 카타르나가 대표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부대표님. 안녕하세요!”

“그래, 들어와.”

“네!”

“이제 곧 올라가니까 뮤비나 같이 보자고 불렀어.”

“좋아요!”

멤버 셋이 소파에 앉았다.

류성이 버튼을 누르자 앞쪽으로 스크린이 내려왔다.

지이이잉-

빔프로젝트를 켜고서 노트북과 연결했다.

“1분 남았네요.”

잠시 기다리자 저녁 7시가 되었다.

영상이 올라오는 순간 곧바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오, 나오네.”

커튼을 치고 불을 끈 상태라 스크린에 잡힌 화면이 아주 선명했다.

이어지는 영상.

그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와아……!”

“너무 예뻐요!”

아리, 나라, 연서가 반짝이는 표정으로 뮤비를 눈에 담았다.

류성과 부대표로 마찬가지.

함께 이번 신곡을 즐겁게 감상했다.

♪♩♩♬♩-

파워풀하면서도 세련된 곡이었다. 노래 실력도 좋고 퍼포먼스까지 있으니 인기가 없을 이유가 없었다. 홍보까지 제대로 해둔 상태니 분명 대박이 날 게 분명했다.

“대표님, 부대표님. 너무 좋아요!”

“진짜 최고예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럼 댓글도 좀 볼까?”

그 말에 아리, 나라, 연서가 침을 삼켰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까.

“새로 고침부터 하고.”

F5를 누르는 순간 영상의 조회수와 댓글이 갱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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