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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23화 (223/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23화

146. 비장의 패

주기적으로 동물보호센터에 들러 ‘몸으로 말해요’를 활용해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픈 녀석들이 눈에 보였다. 분명 어제만 해도 괜찮았는데 오늘은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허, 진짜 신기하네요.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덕분에 치료소 수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은 류성을 보며 신기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지경이었다.

“아픈 강아지를 어쩜 저렇게 잘 찾아내는지.”

“용하다니까요.”

“센터장님, 진짜 대단하시네. 거참.”

“괜히 센터장님이시겠어?”

“게다가 재단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크, 대단하신 분이지.”

덕분에 류성에 관한 재밌는 소문이 자꾸만 부풀려졌다.

치료소만이 아니라.

센터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에게 말이다.

“우리 센터장님 말이야.”

“응, 왜?”

“어제 또 고양이 죽기 전에 발견했잖아.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고 고양이를 치료소로 데려갔는데 마침 심장마비가 온 거지. 다행히 병원이라 바로 조치를 취해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고.”

“어우, 다행이네.”

“약 먹이면서 컨디션 관리만 잘하면 그래도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니까 정말 다행이지.”

이런 일이 여러 번 발생하니 이젠 정말 점쟁이는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도 생겼다.

“진짜로 점쟁이는 아니겠지?”

“헛소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네.”

“에이, 설마.”

“점쟁이면 어때. 용하면 된 거지.”

“그런가?”

“그럼.”

“하긴, 용하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강아지, 고양이만 멀쩡하면 된 거지. 덕분에 센터 분위기가 요즘 더 좋잖아.”

“하하, 그건 맞지.”

“센터도 정말 좋고 사람도 좋고 대우도 좋으니 평생 여기서 일하고 싶다.”

“나도.”

류성도 그 소문을 듣기는 했다.

근데, 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해명하는 것도 이상하니까.

그저 오늘도 강아지와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할 뿐이었다.

“오늘은 괜찮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아픈 아이가 없었다.

슬슬 배가 고픈데.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먹고 가야겠네.

드디어 대망의 사내 식당이 오픈하는 날이었으니 음식 맛이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벌써 식당으로 향하는 직원들이 다수 보였다.

저벅.

슬쩍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월급을 이렇게 많이 주는데 사내 식당이 별로면 어때요?”

“맞아요, 맞아.”

“나도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해. 그냥 근처 식당이 너무 없어서 불편했으니까 그 부분만 해결돼도 충분히 좋은 거잖아.”

“그렇긴 하죠.”

“그 부분만 개선되어도 최고지.”

그들의 기대감은 낮아 보였다. 하지만 류성은 뒤에서 센터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재밌네.

이제 곧 그 기대감이 아주 제대로 깨질 테니까.

“이야, 실내가 엄청 넓은데?”

“그러게요.”

“저건 뭐지? 일식, 중식, 양식, 한식……?”

“여기 무료 맞죠?”

“마, 맞지. 센터에서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까.”

“와, 근데 이게 가능해요……?”

정말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안심 스테이크도 있는데요?”

“여기는 중국 요리 엄청 많은데? 짬뽕, 짜장에 탕수육, 양장피, 팔보채, 유산슬, 깐풍기, 라조육, 라조기, 고추 잡채, 칠리새우에…… 어후.”

“참치도 있어요!”

“여긴 한우 정식도 있는데요……?”

“양갈비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에…….”

“백반도 장난 아니에요!”

그냥 퀄리티가 달랐다.

“미친, 우리 평생 여기서 일하자.”

“진짜요. 제발……!”

“뼈를 묻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류성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에 뒤를 돌아본 직원들이 놀라며 류성에게 인사를 했다.

“센터장님!”

“엇, 안녕하세요!”

“네. 식당은 좀 어때요?”

“최곱니다!”

“다행이네요. 맛도 좋을 테니까 드시고 싶은 거로 마음껏 시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류성은 한우 정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음, 괜찮네.

제대로 구워진 소고기에 몇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맛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역시.”

돈을 쓴 보람이 있었다.

고개를 들자.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센터 직원들이 보였다.

“……미친.”

“대박인데요?”

“와, 너무 맛있어요, 이거.”

“어후, 장난 아니네요.”

모두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괜찮네, 여기.

RS건물에도 똑같은 형식의 사내 식당 하나를 개설하기로 했다.

* * *

류성은 RS엔터 부대표의 일 처리에 진심으로 감명을 받았다.

“허, 대단한데요?”

“감사합니다.”

“CJB에서 상영관 자리를 이 정도나 내주기로 했다고요?”

“네, 맞습니다.”

“놀랍네요, 정말.”

부대표가 웃으며 연신 자랑을 했다.

“하하, 제가 좀 열심히 뛰어다니긴 했죠. 일단 CJB는 전국에 189개 점포가 있는데 스크린 개수는 총 1,327개더군요.”

“그럼 거의 10퍼센트네요.”

“네. 40일간 133개 스크린을 할당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반응이 좋으면 더 늘어나겠지만요.”

지금은 그 정도도 감지덕지했다.

“해태시네마는요?”

“거기는 15퍼센트 정도 할당해 주기로 했습니다.”

“스크린이 몇 개나 되죠?”

“전국에 142개 점포가 있고 스크린 개수는 총 951개입니다. 그중에 15퍼센트인데 정확하게는 145개 스크린을 얻어냈습니다.”

“으음. 점포 하나당 스크린 하나군요.”

“맞습니다.”

“그래도 CJB보다는 좋네요.”

업계 인맥이 좋다고 하더니 생각 이상이었다.

“하하, RS재단이 큰 덕분이죠.”

“네?”

“제가 아무리 발에 땀 나게 뛰어다녀도 이건 무리죠. 엔터 뒤에 RS재단이 있으니 상대측에서도 충분히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생각보다 RS엔터 이미지가 좋기도 했고요.”

“다행이네요.”

“영화는 잘되겠죠?”

류성은 웃으며 파일을 덮었다.

“잘될 겁니다.”

검찰총장 촬영현장도 자주 갔었고 영상도 뒤에서 간간이 확인했었다.

이건 될 수밖에 없지.

스토리도 좋은데 심지어 감독까지 유능했다.

“안 될 이유가 없죠.”

“하하, 그렇죠!”

신인 배우들이 많았지만 전부 오디션을 보고 뽑은 터라 실력도 괜찮았고.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좋습니다!”

“참, 지금 사내 식당 준비 중인데 어떤 거 같으세요?”

“어휴, 사내 식당 하나 생기면 편하고 좋죠. 사실 매일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거든요. 차라리 식당에 딱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고르면 되니까 훨씬 편하죠.”

“역시 그렇겠죠?”

“그럼요.”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내디뎠다.

* * *

미국 물가지수가 너무 높게 나와버렸다.

[CPI 7% 돌파!]

[미국 FOMC회의에서 금리 인상 예고해]

[최소 0.5%p를 올릴 것이리라 언급!]

시장은 0.5%만 올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무려 0.75%나 올려버렸다.

[미국 중앙은행, 이번에는 자이언트 스텝 단행!]

[미국 기준금리 어느새 1.75%p에 도달!]

[급락하는 미국 증시!]

[달러 강세에 글로벌 위기론 등장!]

[원달러 환율 1,290원 돌파!]

그 탓에 미국 증시는 다시 크게 하락했다.

기존 지지선을 깨트리고.

아래로, 그 아래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흐음. 너무 과한데.”

류성은 고민하다가 아껴두고 있던 비장의 패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래 정보 확인권(1회)]

미래의 어느 날을 지정하여 해당 날짜에 올라온 주식 및 코인 관련 인터넷 기사 20개를 확인할 수 있다. 조회수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나열된다.

마지막 남은 미래 정보 확인권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날짜를 선택해 주십시오.]

일단 조금 먼 미래를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당장 한두 달 뒤를 보는 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년 1분기.”

고민하다가 내년 3월로 선택했다.

그러자.

눈앞으로 기사가 떠올랐다.

[더는 금리 인상 없다! 생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 종식!]

[금리 인하 기대감 만연!]

[파인애플 신고가 달성!]

[가장 많이 하락했던 반도체 기업, 무섭게 상승해]

류성의 눈이 반짝였다.

아무래도 증시 반등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정확한 시기가 문제인데.”

조금 더 내려보던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몇 개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 극적 타결!]

[2개월 넘도록 증시 우상향, 저점 지났나?]

[전 세계 압박에 러시아 한 걸음 물러나]

일단 힌트는 충분했다.

3월 기사인데 2개월 넘게 상승 중이라고 했으니 1월이 저점일 가능성이 높았다.

“주식이 보통 반년에서 1년 정도 선행하니…….”

시기상으로 보면 딱이었다.

수익은 충분하니까.

이제 곧 다가올 12월부터 인버스를 매도하면 될 거 같았다.

* * *

오랜만에 생방송을 틀었다.

“벌써 금리 2퍼센트가 코앞이네요. 목표가 3퍼센트라고 했으니 빅스텝 두 번이면 목표치에 접근하겠어요. 그러니까 자이언트스텝은 이제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도 이제 머지않았고 슬슬 저점이 형성될 시점으로 보이네요.”

류성의 말에 다들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탕 : 으, 드디어 저점...!

정신차려 : 언제 저점 나올까요?ㅠㅠ

기대감 : 하, 이제 상승 좀 하자!

불안감 : 인버스 투자 시기를 놓쳐버려서 조금씩 매수 중인데 제발...!

송이버섯 : 언제 오를까요!

킬러 : 가자, 가자 가즈아아아아!

고수당 : 제발 이제 좀ㅠㅠ

정보권을 통해 본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음, 제가 볼 때는 내년 1월이면 저점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중 무역 분위기도 변하는 느낌이고요. 미중 무역이 정리되면 러시아도 지금처럼 버티긴 어려울 거라서요. 그걸 전부 고려해서 추측을 해봤죠. 그래서 저는 올해 12월부터 분할로 매도할 예정이니까 알아두시면 될 거 같네요.”

킹메이커 : 와, 그대로만 되면 최고긴 하겠네요

미주짱 : 크, 어케 될려나ㅋㅋ

주린잉 : 오오, 저도 12월에 매도 시작할게요!

“좋습니다, 주린잉 님.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분할매도가 끝나면 RS ETF자금이랑 제 개인 자금 사용해서 일부는 미국 3배 레버리지를, 일부는 대기업 우량주를 담아볼 생각입니다. 개별주는 장기적으로 들고 갈 예정이니까 참고 부탁드립니다. 자, 이 정도로 증시 상황 설명 마치고요. 지금부터는 단타나 조금 해볼까요?”

류성의 말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다.

1만 명이 넘어가는 숫자.

그들 대다수가 Go를 외쳐댔다.

엄청난 채팅량.

류성은 서둘러 대답했다.

“좋습니다! 다운비트 접속해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돈복사나 해보자고요.”

적당한 금액으로 가볍게 단타를 시작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선 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였으니 하나같이 거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어, 시청자 여러분들. 자금이 엄청난데요?”

전부 부자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벌써 차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몇 번 더 단타를 진행하면서 시청자가 2만 명에 가까워졌는데 그 정도가 되니 단타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역시 RS ETF로 방향을 선회한 게 신의 한 수였다.

“마지막 단타일 거 같네요. 지지선은 2,317만 원입니다.”

해당 가격에 매수벽이 엄청나게 쌓였다. 그러나 곧 2,315만 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모든 시청자가 매수에 성공했다. 이어서 약반등을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수익 1.09퍼센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도 수익 달성했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후원이 쏟아졌다.

갈수록 후원이 늘어났지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어려운 곳에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서 생방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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