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25화
148. 갑질 빌런(1)
검찰총장의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졌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CJB는 물론이고 해태시네마에서 스크린을 늘려주면서 관객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첫 주말 관객 7만 8천 명 달성!]
[스크린 늘자 관객도 급증!]
[두 번째 주말 토, 일 이틀간 관객수 12만 명 넘어!]
[누적 관객수 57만 명 달성!]
[스크린 추가로 늘려!]
[세 번째 주말 토, 일 이틀간 관객수 20만 명 달성!]
[엄청난 기세로 흥행몰이!]
마지막 네 번째 주말과 평일은 그보다 훨씬 늘어났다. 스크린이 몇 배로 증가하면서 관객도 늘어난 덕분이었다.
[네 번째 주말 토요일 관객 14만 7천 명 돌파!]
[일요일 하루, 관객 15만 명 갱신!]
[4주차 평일 평균 관객수 6만 2천 명!]
결국, 한 달간 누적 관객수 150만 명을 돌파했다.
[사그라지지 않는 광풍!]
[검찰총장 인기!]
[주, 조연 배우 스타 되다!]
검찰총장이 대박이 나면서 주, 조연 배우들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기자로서의 생활을 현실감 넘치게 보여준 류현아가 일약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조연 기자, 최이서 역을 맡은 류현아 배우에 대해서!]
[류현아 배우, 예능 출연하다!]
[검찰총장 배우들, 단체 예능 나들이!]
[매력 만점, 류현아 배우!]
류성은 인터넷을 종료하고 어제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류성의 표정이 묘했다.
“흐음, 예능감이 있었네.”
아니면 편집이 잘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류현아의 입담이 꽤 재밌다는 사실이었다. 마침 또 국민 MC인 유석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케미도 잘 맞았고. 아니, 조금 더 배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잘하네.”
기왕 RS엔터에 들어왔으니 제대로 밀어줄 생각이었다.
홍보도 빵빵하게 해주고.
다음 영화도 괜찮은 거로 오디션을 잡아놓았다.
연기력도 괜찮으니.
아마도 붙을 확률이 높으리라.
“푸훕.”
마지막까지 시선 강탈이었다.
반응은 어떠려나.
해당 예능 프로그램 게시판에 들어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훑어봤다.
제목 : ㅋㅋ오늘 진짜 꿀잼이었네요!
제목 : 특히 검찰총장 배우들, 최고ㅎㅎ
제목 : 다들 잘돼서 좋아요!
제목 : 특히 류현아 배우님ㅋㅋ 오늘 빅잼 선사하셨네요
제목 : ㅇㅈ합니다
제목 : 다음에 또 출연해 주길...!
제목 : 얼굴도 예쁘시고!
제목 : 최근 루즈했었는데 모처럼 터졌네요
제목 : 이래서 안 볼 수가 없음ㅠ
역시나 기대보다 좋았다.
“눈이 안 좋은 분도 계시긴 하지만.”
반응을 충분히 확인하고서 불을 껐다.
* * *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 작품이 또 하나 상영되었다.
이번에는 평행우주의 살인마였다.
[RS엔터, 두 번째 영화 ‘평행우주의 살인마’ 개봉!]
[서로를 죽이기 위한 생존 영화!]
[독특하고 창의적인 소재를 현실적으로 잘 그려낸 영상!]
[1인 2역 소화! 중고배우 ‘오성민’의 재발견!]
이번에는 처음부터 스크린을 꽤 많이 배정받았다. 덕분에 1주차 관객수가 50만 명에 달했다. 류성은 가족들과 함께 해당 영화를 관람했다.
모두 보고 나서 일어나는데 류현아가 엄지를 들었다.
“오빠, 대박. 이것도 진짜 재밌다.”
“검총보다?”
“에이, 그래도 검총이 최고지!”
류현아가 직접 연기한 영화니 애정이 있는 게 당연하리라.
“아버지는 어땠어요?”
“오랜만에 정말 몰입해서 봤다.”
“그래요?”
“응. 재밌더라. CG도 좋았고.”
말이 독립영화일 뿐 결코 저예산은 아니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으니 이 정도 퀄리티는 당연했다.
슬쩍 주변을 확인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와, 검찰총장 못지않은데?”
“이건 판타지 요소가 제대로 있어서 더 보는 맛이 있긴 하더라.”
“영상미 쥑이더만.”
“크흐, 지구 두 개 같이 보여주는데 소름 돋았잖아.”
다른 사람들의 평도 좋았다.
괜히 힘이 났다.
앞으로 나올 영화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돈이지.
더 많은 예산을 내려주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만 했다.
“……머지않았네.”
“응? 뭐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증시 저점이 곧 다가올 터였다.
* * *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퀘스트 발동!]
오랜만에 소소한 퀘스트가 등장했다.
정말 별것 아니었다.
“익스큐즈 미!”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라는 내용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식당을 찾고 있었기에 간단하게 알려줬다.
“땡큐, 땡큐!”
“오케이, 바이.”
“바이!”
최하급 랜덤카드와 선행 포인트 1점을 얻었다.
보상은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이런 사소한 도움에서 오는 기쁨은 역시나 무시할 수 없었다.
“날씨 좋네.”
시원하니 아주 딱이었다.
느긋하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 이거 좀 버려달라고요.”
“쓰레기는 직접 버리셔야죠.”
“하, 난 지금 밖으로 나가는 길이잖아요!”
“그럼 버리고 가셨어야죠.”
“아, 진짜. 경비면 그냥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될 일이지, 뭘 그렇게 따지고 그래요? 확 짤라 드려요?”
“그런 말이 아니라…….”
“아니면 뭔데요!”
“……경비 업무가 아닙니다.”
아파트 정문에서 소란이 발생했다.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그런 어이없는 상황을 두 눈으로 목격해버린 것이다.
“아저씨, 어서요!”
“아무리 그래도…….”
“아, 진짜!”
류성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가 경비 아저씨의 앞을 막아섰다.
“뭐야, 당신은?”
“저도 여기 사는 주민인데 보기가 안 좋아서요.”
자동차에 타서 창문만 내린 채 쓰레기를 흔드는 젊은 남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하, 정말. 오늘 뭐 안 되는 날이네. 그럼 당신이 버리든가.”
그러곤 쓰레기를 류성에게 던져 버렸다.
투욱.
음식물 쓰레기가 봉투에서 터져 나오면서 류성의 옷과 바닥에 흩뿌려졌다. 절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냄새는 덤이었다.
“어이, 당신. 그냥 가면 후회할 겁니다.”
“후회는 무슨. 어휴, 더러워라. 아, 세탁비 필요하면 말하고. 신고해도 좋고. 신고해 봐야 과태료 조금 나오고 말더라고. 흐흐.”
남성은 킬킬거리며 단지를 벗어났다. 류성은 굳은 표정으로 해당 차량의 번호를 눈에 담았다.
12가 1234.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애써 감추며 몸을 돌렸다.
“괜찮으세요?”
“어휴, 괜찮아요. 그보다 옷이…….”
“저도 괜찮아요. 같이 치우시죠.”
“아닙니다, 제가 치워야죠.”
“제가 괜히 더 저 사람 화나게 만들어서 던진 거니까요. 일단 그러면 저는 여기 봉투에 든 거라도 버리고 올게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정말 괜찮아요.”
류성은 음씩 쓰레기를 치우고서 옷에 묻은 걸 대충이나마 정리했다. 이후 손을 씻고 경비실 앞으로 향하니 이미 바닥을 깨끗하게 치운 뒤였다.
“벌써 치우셨네요.”
“뭐, 어렵다고요. 사실…… 쓰레기 버리는 거 어려운 일은 아니죠. 해주면 그만이기도 하고요. 근데 한 번, 두 번 받아주면 경비 업무에도 차질이 생겨서요.”
“그럼요. 당연한 겁니다.”
너무나 당연한 선을 넘어버리는 일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는 한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경비 아저씨의 웃는 모습을 보니 더 짜증이 치밀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봉투 그대로 던진 건 선을 넘어도 한참이나 넘는 일이었으니까.
어디 두고 보자고.
일단은 집으로 들어갔다.
“어, 왔어?”
“응.”
“과일 먹을래?”
“어, 먹을게. 나 잠시 화장실 좀!”
냄새가 더 풍기기 전에 화장실에 들어가 옷부터 벗었다. 남아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씻어내고서 샤워를 했다.
쏴아아-
가벼운 옷을 입고 거실로 나오자 거실 탁자 위에 딸기가 놓여 있었다.
“나왔네.”
“응.”
“근데 이게 뭔 냄새야?”
“아, 옷에 뭐가 좀 묻어서.”
“그래? 빨래부터 해야겠네.”
류성은 머쓱하게 웃으며 거실 소파에 앉았다.
냐아아-
마침 럭키가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머리를 들이밀었다.
물끄러미 럭키를 바라보다가 재능 ‘몸으로 말해요’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24시간 동물의 속마음을 들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on, off 기능이 있었다.
덕분에 듣고 싶을 때만 들을 수 있었다.
-만져라.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럭키의 생각에 괜히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우리 럭키 덕분에 웃는다.“
미간을 쓰다듬어주자 럭키가 고로롱거렸다.
어휴, 짜식.
요즘 살이 아주 포동포동 오른 상태였다.
더 찌면 안 되는데.
비만은 건강에 좋지 않을 테니 말이다.
“곧 돼냥이 되겠네.”
웃으면서 딸기가 찍힌 포크를 손에 들었다. 맛을 보니 아주 새콤하면서도 달달했다. 설탕이나 소금에 찍지 않고 있는 그대로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어때, 맛있지?”
“응, 완전.”
“그래, 다 먹고 설거지만 좀 하고. 빨래도 다 돌렸으니까 엄마는 이제 쉬어야겠다.”
“알았어.”
거실에 혼자 남은 류성이 고개를 돌렸다.
흐음, 먹으려나.
딸기를 조금 떼어내서 럭키에게 줘봤는데 녀석은 냄새를 몇 번 맡더니 귀찮다는 듯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거참.”
과일을 참 안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하긴, 육식파니까.
느긋하게 딸기를 먹으면서 현재 경호업무를 보고 있는 업체에 연락을 넣었다.
-네, 이사장님.
“부탁 좀 드리려고요.”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알아볼 사람이 있어서요. 알고 있는 정보는 차량 번호랑 거주하는 아파트 두 개고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전부 파악하고 싶은데 괜찮은 사람이나 업체가 있을까요?”
-일하다 보니 그런 쪽이랑도 인맥이 있는 편이죠. 제가 실력 좋은 곳으로 10분 안에 연락처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통화를 끊자 5분 뒤에 메시지가 왔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사장님. 경호업체 대표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사람을 찾으신다고요?
“맞습니다.”
-하하, 제가 전문이죠. 누구를 찾아드릴까요?
“차량 번호 12가에 1234. 아파트는…….”
-정보가 충분하네요. 1주일 내로 모든 정보 정리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기다리죠.”
-아, 그런데 금액이…….
“선수금부터 보내드리죠.”
-하하,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고 딸기를 씹어먹었다.
어떤 놈인지 한번 보자고.
한시라도 빨리 정보가 손에 들어오기를.
* * *
카페에서 사람을 만났다.
“여기 있습니다, 서류.”
“봐도 되겠죠?”
“그럼요.”
서류 봉투를 열자 차량 번호 12가 1234를 사용하는 차주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맞네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 재수 없는 눈매는 잊히질 않았으니까.
나머지 정보도 빼곡했고.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금을 이체했다.
“어휴,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찾아주십시오!”
“그러죠.”
류성은 서류를 챙겨 자리를 떴다.
주차된 차에 올라타 문을 잠그고서 다시 서류를 확인했다.
“나이는 35세, 식당 운영 중이라.”
그런 성격으로 식당이라니.
임대로 사용 중이고.
웃긴 건 착한 영향력 스티커까지 붙여놓은 식당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실제로는 찾아오는 아이들을 냉담하게 보내는 중이라고 서류에 적혀 있었다.
“돈 주고 홍보한 모양이네.”
가끔 그런 식당이 있었다. 친척이나 혹은 지인에게 부탁해 아이가 식당에 찾아오도록 하고 그 아이에게 무료로 음식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후 CCTV 영상을 너튜브에 뿌려서 인지도를 높이면 자연스레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혹한 사람들이 ‘돈쭐’을 내주기 때문이었다.
“쯧.”
한 마디로 좋은 일을 악용한 사례였다.
외에도 가족 신상이 있었다.
친척에 관한 정보까지 있어서 확인해봤지만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었다. 당사자만 제대로 혼쭐을 내주면 될 거 같았다.
식당, 식당이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주소를 찍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