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29화 (229/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29화

150. 크리스마스(1)

갈성후는 평소처럼 식당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우, 오늘은 좀 오려나.”

시간에 맞춰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뭐야, 왜 이래?”

심지어 배달 어플에서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류가 났다 싶어서 확인해 봤는데 아무 문제도 없었다.

무슨 일이지.

고민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가게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여기 맞지?”

“맞네, 맞아.”

“어휴, 진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모르겠다니까.”

“정말, 나 여기 가끔 왔었는데.”

“나두.”

“환불받고 싶다, 진짜로.”

들려오는 소리에 갈성후가 표정을 구기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저기요, 뭔 소리예요?”

“흥.”

그러나 두 사람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멀어졌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진짜.”

그런데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났다.

“여기야?”

“어휴, 보기만 해도 왕재수.”

“짜증 난다, 가자, 가.”

“에라이, 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 미친! 뭐냐고, 진짜!”

뭔가 일이라도 터진 건가 싶었다.

누가 악평이라도 올렸나.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넷에 접속해 가게 상호명을 검색했다. 이후 날짜를 최신으로 맞추고 차례대로 살펴보니 마침 어제저녁에 올라온 블로그 글이 상당수 보였다.

“뭐가 이렇게 많아?”

하나씩 제목부터 확인해 봤다.

[xx스시, 충격적인 사건. 이거 사기 아닌가?]

[경비 갑질남, 알고 보니 일식집 사장?]

[아직도 존재하는 아파트 단지 갑질 사건들]

[경비 갑질남 정체!]

뭔가 불길한 기운이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내, 내 얘기야, 설마?”

서둘러 아무 블로그나 하나 클릭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놀라운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며칠 전부터 화제가 된 영상이 있죠? 네, xx스시 주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설명을 드리자면…….]

갈성후의 동공이 흔들렸다.

정말 그의 얘기였으니까.

해당 블로그에 달린 댓글만 100개가 넘었다.

[댓글]

이웃집사람 : 진짜 xx스시, 주인 쓰레기네요

예상상 : 와, 사기죄 신고 안 되나요?

킬러할게요 : 죽일까

엠피딸린다 : 대단한 새끼네ㅋㅋ

판결내림 : 종신형이다 너는!

눌러서 확인해 보니 하나같이 갈성후를 욕하고 있었다.

“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치, 침착하자.

화제가 된 영상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너튜버에 접속하자 최상단에 해당 영상이 마침 떠오른 상태였다.

제목부터 불안했다.

영상을 재생하는 순간 몸에서 힘이 쭈욱 빠졌다.

“……망했다.”

조회수만 벌써 372만이었다.

심지어 1탄이었다.

2탄은 조회수가 465만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었다.

* * *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착한 영향력 스티커 협회에서 나와 스티커를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고소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아…….”

“사람이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에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도 찾아왔다.

“건물주인이 나가달라고 하네요.”

“예? 아니,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요.”

“두 달밖에 안 남았죠. 계약 연장은 없을 거라고 전해달라더군요.”

“그, 그게 갑자기…….”

“저는 분명 전했습니다. 나갈 준비 하세요.”

심지어 기자까지 찾아왔다.

“경비원한테 갑질한 게 사실인가요?”

“영상까지 있던데, 부정하는 건 아니죠?”

“착한 영향력 스티커로 사기 칠 생각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현재 심정을…….”

세상이 빙그르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아, 몰라요, 몰라!”

결국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박혀 버렸다.

이대로는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까지 할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RS재단의 이사장이라는 바로 그 남자.

“……젠장.”

이렇게 가만히 지낼 순 없었다.

일단 살고 봐야지.

모자를 눌러쓰고서 황급히 류스시로 향했다.

“저, 저기. 사장님, 사장님 좀 불러주세요!”

“예? 누구세요?”

“옆에 일식집 사장입니다!”

“근데 왜…….”

“부탁 좀 드릴게요. 제발, 여기 사장님. 재단 이사장이란 그 인간 좀 불러달라고요!”

“허, 참.”

고민하던 셰프가 류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사장님. 여기 옆집 일식집 사장이란 분이 찾아와서…… 아,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고서 전해줬다.

“곧 오신다고 하네요.”

“고, 고맙습니다.”

갈성후는 류스시 식당 밖에서 기다렸다. 애초에 식당 내부에는 손님으로 가득해서 자리가 없었으니까.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으려니 스스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후우, 언제 오는 거냐고”

그래도 사과를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오판이었지만.

* * *

류성은 무심하게 갈성후를 쳐다봤다.

“미,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뭐가요?”

“저 이대로 가면 죽어요. 가게에 들인 돈이 얼만데요.”

“그래서요?”

“아, 사과했잖아요. 그러니까 그만합시다, 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지.

류성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렸다.

“어, 어디 가요!”

“왜 나한테 사과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본데 알아서 하시죠.”

“아, 시X.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가 고함을 지르며 류성에게 걸어가는 순간이었다.

스윽.

어느새 다가온 경호원 두 명이 갈성후의 앞을 막아섰다.

“어, 아, 아니. 뭔데, 당신들은?”

“내 경호원입니다만.”

“…….”

경호원이 선사하는 위압감에 움츠러든 갈성후가 쭈뼛거렸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심지어 다가오지도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등을 돌렸다.

“시간만 버렸네.”

이미 혼쭐은 제대로 내줬으니 남은 건 저 사람의 몫이었다. 경비원이나 아이들을 찾아가서 진심 어린 사과라도 하겠다고 말했으면 그땐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려 줄 의향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모양이었다.

더는.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 * *

매일 하루가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워낙 많은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전부 의미 있는 일이라 뿌듯한 마음이 컸다.

“어느 정도 바쁜 건 끝났고.”

마침 12월 중순이라 이제 인버스 ETF에 투자한 금액을 조금씩 회수할 생각이었다. 그런 의미로 미리 공지 하나를 올렸다.

[오늘 밤 11시에 찾아뵙겠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방송인데요. 중요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시간에 맞춰 생방송을 켰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생방송을 켰음에도 시청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알탕 : 오늘도 1등!

짝발 : 오늘은 내가 1등!

짝발 : 이 아니네요

하마하품 : 공지 보고 대기하다가 왔어요!ㅋㅋ

끄억 : 왜케 올만이에요ㅠ

주린잉 : 기다렸어요ㅎㅎ

반도체갓 : 크 형님ㅠㅠ

호양TV : 올만입니다아악!

반가운 닉네임이 많이 보였다.

“그래요. 오랜만이네요. 워낙 바쁜 일이 많아서 말이죠. 한동안 증시에 신경을 못 쓰다가 이제 겨우 여유가 좀 생겼습니다. 마침 미증시 시장도 서서히 변해갈 시점이라 언급도 드리고 싶었고요. 일단 가볍게 현재 상황부터 정리를 해보자고요.”

류성은 자료를 공유하면서 현 상황을 언급했다.

대부분이 알고는 있겠지만.

명확히 인지하고 지나가야 할 부분들과 과거 사례를 자료로 보여주면서 신뢰도를 높여나갔다.

“그래서, 저는 이제 저점이 형성될 시기라고 봅니다. 전에도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알탕 : 기억나요!

영화조아 : 아, 그랬었죠ㅋㅋ

주린잉 : 다 체크해 뒀죠

“대단하네요. 그래서 오늘부터 분할매도 시작할 생각이거든요. 미국 증시 열리면 바로 매도 시작할게요.”

11시 30분이 되자 미국 본장이 열렸다.

거래량이 솟구쳤다.

특히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가 매섭게 치고 올라갔다.

“워낙 하락하는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요즘 인버스에 투자하는 개미가 그렇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매도 시작할 거니까 그 부분 참고하셔서 좋은 투자 하길 바랍니다. 단타가 아니니까 뭐, 여기서 제가 팔아라 말아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매도를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계좌상태를 확인했다.

종목명 : SQQQ

보유주식 : 6,800,001주

매입금액 : 170,000,026달러

수익률 : 123.97%

평가손익 : 210,749,032달러

총평가 : 380,749,058달러

종목명 : SOXS

보유주식 : 5,666,667주

매입금액 : 170,000,031달러

수익률 : 154.21%

평가손익 : 262,157,040달러

총평가 : 432,157,066달러

지금 가격에 다 팔기만 해도 8억 달러가 넘어갈 터였다.

현재 환율이 1,307원.

환산하자면 1조 원이 넘어가는 압도적인 거금이었다.

어지럽네.

수시로 계좌상태를 체크해 왔기에 망정이니 아니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자, 그러면 매도하겠습니다.”

냉정함을 유지하며 SQQQ ETF와 SOXS ETF를 각각 5백억 원 치 매도했다. 확실히 미국의 자금은 놀라웠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5백억 원 치 물량이 전부 팔려버린 것이다.

“음, 금방 팔렸네요?”

심지어 증시가 하락하면서 류성이 들고 있는 인버스 ETF의 수익이 조금 더 높아졌다.

“조금만 더 팔게요.”

다시 500억 정도의 물량을 매도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팔려나갔다.

그 사이에 류성은 시청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해서, 1월을 최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생방송을 켜지 않더라도 들고 있는 ETF는 매일 조금씩 매도할 예정입니다. 이후에 개별주를 비롯해서 SOXL ETF와 TQQQ ETF를 구매할 생각이고요. 자, 그러면 분할매도 끝났으니 오늘은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좋은 밤 되시길!”

인사를 하고서 생방송을 껐다.

“후우.”

참으로 긴 투자시간이었다.

드디어 결실을 보겠구나.

수익금이 발생하면 일부를 RS재단에 넘길 계획이었다. 그러면 지지부진했던 후원 확대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되네.”

그날을 기다리며 잠을 청했다.

* * *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형아, 형아.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 오겠지?”

“음…… 글쎄.”

“오빠, 오늘도 안 오는 거야?”

홍민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올해는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진짜? 진짜로?”

“응, 그러니까 양말 걸어놓을까?”

“좋아!”

동생 두 녀석이 다급히 서랍을 뒤졌다.

“찾았다!”

“나도, 히히.”

빨간 양말을 가지고 나오더니 대문에 걸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꼬옥 쥐고는 기도했다.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세요.”

“저두요……!”

홍민기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고.

“허허, 녀석들.”

“할아버지. 좋죠?”

“좋고말고.”

“내년에도 꼭 같이 크리스마스 보내요.”

“그럼, 그래야지.”

할아버지의 대답에 홍민기가 웃었다.

참으로 행복했다.

작년만 해도 이렇게 평화롭게 지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진짜…… 좋다.”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RS에서 나왔습니다.”

“아, 잠시만요!”

문을 열자 RS재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산타 복장을 한 채로 들어왔다.

“우와, 산타 할아버지다!”

“바보야. 아저씨가 변장한 거잖아.”

“웅? 진짜?”

그에 직원들이 웃었다.

“하하, 산타 할아버지가 너무 바쁘다고 우리한테 대신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자, 선물부터 받을까?”

“고맙습니다아아!”

홍민기도 선물을 받았다.

“민기도 받아야지.”

“고맙습니다.”

“할아버지도요. 여기 선물이에요. 따뜻한 옷으로 준비했어요.”

“어휴, 뭐 이런 걸…….”

“이사장님 성격 아시잖아요.”

“허허, 그럼, 알지. 얼마나 살뜰하게 챙겨주는지.”

“언제든 문제 생기면 꼭 연락해 주시고요.”

“걱정하지 말어. 나도…… 이제 오래 살고 싶어졌으니까.”

그 말을 듣고 있던 홍민기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오래오래, 건강하게요.”

“그려, 오래오래 건강하게.”

괜스레 붉어진 눈가를 남몰래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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