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30화
150. 크리스마스(2)
전국 보육원에 산타 할아버지로 변장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껄껄, 산타 할아버지 왔어요!”
“우와아아아!”
정말 어린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인 줄 알고 좋아했고 나이가 있는 아이들은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즐거워했다.
“자, 여기 선물 받아야지!”
“고맙습니다아아!”
“오냐, 껄껄.”
산타 할아버지는 순서대로 선물을 나눠줬다.
“자, 여기 받고.”
마지막은 예지은과 도유종이었다.
“신기하다.”
“응. 재밌네, 생각보다.”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 받는 거…… 처음이잖아.”
“어, 음. 그러게.”
하긴 생일이라고 해봐야 미역국 먹는 게 끝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이라니.
생각도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이벤트까지…….”
그제야 웃고 있는 원장 어머니와 얼마나 신이 나는지 방방거리며 뛰어다니는 동생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이 마음을 도대체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오빠? 울어?”
“뭐? 무슨 소리야.”
이렇게도 좋은데 왜 울컥한 건지.
“그냥, 뭐가 들어간 거지.”
“치이.”
몰래 눈가를 훔치고선 도유종도 동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선물이 뭘까? 궁금한데?”
“풀어도 돼, 형아?”
“그럼, 당연하지!”
“우와, 그럼 나도 풀어봐야지!”
다들 선물상자를 풀었다.
도유종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무슨 선물일지 궁금하기는 했으니까.
스르륵.
상자를 개봉하자 선물이 드러났다.
“우와……!”
한눈에 봐도 비싼 몸이라 외쳐대는 녹화용 카메라였다.
절로 눈이 반짝거렸다.
너무 비싸서 갖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는데.
“와, 오빠. 카메라네?”
“어. 진짜 좋다.”
“나는 마이유 콘서트 VVIP티켓이지롱!”
“너 거기 엄청나게 가고 싶어 했잖아.”
“응, 완전 좋아!”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까 너 데뷔는 언제야?”
“이제 곧.”
“그래?”
“응.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그렇구나. 노래는 좋고?”
“아저씨가 가사를 직접 써주셨는데 엄청 좋아. 완전 기대 중이야. 물론 첫 데뷔라서 그렇게 주목받진 못하겠지만.”
“그렇겠지, 아무래도.”
“그냥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른다고만 생각해도 두근거려서 좋아.”
“다행이네.”
도유종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동생들을 눈에 담았다.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이 저러할까.
“우와아아아아!”
“선물 좋아!”
“완전 갖고 싶었던 건데……!”
“싼타 할아부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아아!”
“오냐, 내년에도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 알겠지?”
“네에!”
산타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원장님에게 다가갔다.
“허허, 원장님도 받으셔야죠.”
“어머, 제 것도요?”
“그럼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고마워요.”
정말 선물 같은 날이었다.
* * *
RS재단이 후원하는 많은 곳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물론 류성도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준비한 선물을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평일.
다시 평소의 업무로 돌아와 일상을 보냈다.
다만 전과는 달랐다.
어쩐지 한결 더 자신감 있는 하루가 이어졌다.
“날씨가 참 좋네.”
크리스마스를 의미 있게 보내서 그런 모양이었다. 가족과 잘 지낸 것도 좋았지만 후원받는 모든 이들이 한 번씩은 웃지 않았을까 싶었다.
“5,700억이라.”
게다가 벌써 절반 이상의 ETF 물량을 판매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엄청나게 증가한 상태였다. 심지어 그간 증시가 더 하락하면서 수익은 더욱 높아졌다.
나머지를 다 팔면.
아마 총합 1조 2천억 수준의 자금이 생길 거 같았다.
“후우, 엄청나네.”
살짝 현실감각을 벗어난 금액이기는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은행에 들러 RS재단에 1,000억 원을 이체시켰다.
사무실에서 해당 자금이 입금된 걸 확인하고서야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천억.”
이 돈이면 정말 많은 걸 할 수 있으리라.
바로 팀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이사장님?”
“네. 이제 슬슬 후원 영역을 넓히려고 합니다. 새롭게 후원할 수 있는 분야에 관해서 팀별로 간단하게 보고서 작성하시고요. 다음 주 회의 시간에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어느새 1주일이 지나고 회의 시간이 찾아왔다.
“자, 다들 준비는 해왔겠죠?”
“네, 이사장님!”
“좋습니다. 그러면 차례대로 들어보죠.”
가장 먼저 홍보 1팀 직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올린 보고서를 훑으면서 설명을 들었다.
“자료 조사를 시행하면서 몇 분을 실제로 만나보기도 했는데요. 대다수 국가유공자나 후손들은 그리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깊게 파다 보니 예외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분들이 조금 보였습니다.”
“예를 들자면요?”
“예를 들어 현역 복부 중에 크게 다쳐서 전역하게 된 이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수술비조차 자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으음.”
확실히 와닿는 부분이었다.
“국가유공자 심사도 어려운데 심사에 통과해도 한 달에 받는 금액이 40만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부상은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생 치료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죠.”
“그 부분은 공감이 가는군요.”
“전부를 돕자는 건 아니고 예외적으로 힘든 사람들 도우면 좋을 거 같습니다.”
“좋습니다. 진행하죠.”
“감사합니다!”
류성은 해당 보고서를 체크했다.
“다음이요.”
“네!”
몇 가지 후원 분야가 등장했다.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인가요?”
“네!”
업무팀장, 최송이가 직접 발표를 했다.
“저는 예체능 유망주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예체능 유망주라…….”
언젠가 생각하고 있던 분야이기는 했다.
“스포츠 분야, 예술 분야의 대우나 환경은 상당히 열악합니다. 특히 정상적인 가정인 경우에도 비용이 감당이 안 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 재능 넘치는 아이들도 많고요. 그런 아이들을 추려서 후원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추가로 가능하다면 해당 분야의 환경 자체를 개선해주는 것도 좋은 후원 방법이 될 거라고 봅니다.”
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좋군요. 진행해보죠.”
“감사합니다!”
“후원하려면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할 테니 다음 달까지 추가 보고서 제출 바랍니다.”
“네!”
추가 보고서란 말에 통과한 두 팀이 눈을 빛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새로운 후원 분야가 정해지면 해당 보고서를 올린 팀은 상당한 금액의 보너스를 받기 때문이었다.
“이걸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일상적인 업무로 돌아갔다.
연말이기 때문일까.
평소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피곤함보다는 뿌듯함이 훨씬 컸다.
* * *
배영화의 어머니인 정연희가 퇴원을 준비했다.
“엄마, 이제 괜찮은 거지?”
“그럼. 엄마 이제 괜찮아.”
한 달 넘게 입원을 하면서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덕분에 교통사고가 나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수준이었다.
후유증도 적었고.
평소처럼 지내는 데 무리가 없으리라.
끼이익.
그때 류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좀 늦었죠? 퇴원 축하드립니다.”
“이사장님……!”
“별건 아니고 과일이에요. 집에 가서 영화랑 드세요.”
“고마워요, 정말.”
“아닙니다. 가시죠, 태워다 드릴게요.”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전혀요. 제가 태워다 드려야 마음이 편해서요.”
“엄마, 그냥 타고 가자.”
“그, 그럴까?”
“응! 아저씨가 태워다 주는 게 좋다고 하시니까.”
“그래, 그러자.”
영화가 엄마를 이끌었다.
씩씩한 녀석이었다.
류성은 두 사람보다 조금 앞에서 걸으며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을 태워 집까지 바래다줬다.
“점심은 아직이죠?”
“네.”
“먹고 갈까요?”
류성의 질문에 배영화가 먼저 대답했다.
“좋아요!”
“그래, 가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고기요!”
“고기 좋지. 소고기 먹을까?”
“진짜요?”
“진짜지.”
“영화야, 얘는…….”
“괜찮습니다.”
류성은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마침 근처에 한우 맛집이 하나 있었으니까.
가끔 가는 곳이기도 했다.
“자, 도착했네요.”
류성은 두 사람을 데리고 식당에 들어가 모둠으로 5인분을 주문했다.
꽃등심, 살치살, 토시살, 갈빗살, 그리고 안심까지. 총 다섯 가지 부위가 접시에 담겨서 왔다. 자태만 봐도 황홀한 수준이었다.
“제가 구워드릴게요.”
류성은 먼저 가장 토시살을 불판에 올렸다. 담백한 순서대로 먹는 게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방이 많은 부위를 먹으면 맛은 좋지만 기름기가 빨리 차기 때문에 많이 먹지 못하게 된다.
“자, 드세요. 영화도 먹고.”
“잘 먹을게요.”
“잘 먹겠습니다!”
“처음에는 소금에만 살짝 찍어서 먹어봐.”
“네, 아저씨!”
배영화가 먼저 소금에 찍어 토시살을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몇 번 씹지도 않고서 눈이 커졌다.
“우와……!”
“어때?”
“마, 맛있어요.”
정연희 역시 정말 오랜만에 무언가를 먹으면서 감탄했다. 그냥 천천히 씹기만 해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그런 맛이었다.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며 류성도 토시살을 먹었다.
“으음.”
역시 소고기는 언제 먹어도 진리였다.
다음은, 안심.
정말 부드럽지만 지방이 많지 않아 느끼하지는 않은 부위였다. 미디엄 레어로 적당하게 구운 뒤에 흡입했다.
“우와아아……!”
“엄청나지?”
“최고예요, 진짜!”
5인분이었던 소고기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꽃등심도 먹었고.
마지막은 마블링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살치살을 올려 극상의 고소함과 풍미를 만끽했다.
한껏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는데.
“앗, 잠시만요.”
정연희가 자리를 떠나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거리는 조금 있지만.
울림이 있어서 그런지 대화가 들려왔다.
“네? 아…… 그렇죠. 한 달이나 자리를 그냥 둘 순 없으니까요. 네, 이해해요. 그럼요. 네.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돌아온 그녀를 보며 상황을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원래 일하던 식당인데 자리가 없다고 하시네요.”
“흐음.”
정연희는 좋은 사람이었고 또 뛰어난 사람이었다.
잠재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홍보에 관한 재능이 특출났다.
“잘됐네요.”
“네?”
“마침 저도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RS엔터 홍보팀에 들어오는 건 어떠세요?”
“호, 홍보팀이요?”
“네. 영화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예전에는 광고 기획팀에서도 일했다고 들었거든요. 엄마가 만든 CF라고 막 보여주더라고요.”
“아, 그랬나요?”
정연희가 배영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끄럽네요. 정말 오래전 얘기라서요.”
“괜찮습니다.”
재능은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RS엔터에 속한 배우랑 가수들. 홍보 좀 예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광고 기획팀에서 일한 경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아닌가요?”
그녀가 류성을 쳐다봤다.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연희의 눈빛은 이미 변해 있었다.
열정으로 차오른 상태였다.
“잘할 겁니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요.”
“……해볼게요.”
그렇게 또 한 명의 인재를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