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33화
152. 영향력(2)
증시가 매섭게 솟구쳤다.
[미국 S&P 한 달간 무려 11% 상승으로 마무리.]
[나스닥 한 달간 13% 상승.]
[무섭게 솟구치는 미국 증시.]
[다시 시작된 대형 기술주의 가파른 상승세.]
[금리 인하 머지않았다!]
[기술은 현실이다.]
[미래는 기술이 전부일 것.]
[위기는 지나갔다.]
[신흥 부자들의 탄생이 시작되나?]
각종 인터넷 기사가 개미들을 자극했다.
“네, 새로운 부자들의 탄생이 기대된다면서 기사가 끝났네요.”
류성은 생방송을 하면서 해당 기사를 읽었다. 시청자들과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허소리 : ㅋㅋㅋ신흥부자 가즈아!
알탕 : 탄생할 만하죠ㅋㅋ
주린잉 : 버티신 분들 축하드립니다ㅎㅎ
익익절 : 돈복사 시작하자고!
손절안함 : 20년 장투할 예정임^^
애도 : 내가 바로 신흥 부자다ㅋㅋㅋ
기대감이 너무 강하긴 한데.
뭐, 오르는 건 팩트니까.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 개미들 예상대로 뻔하게 흘러가는 증시는 없다고들 하죠. 근데 지금은 여기서 보고, 저기서 봐도,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봐도 충분히 상승세를 이어갈 거 같습니다. 미연준도 금리 인하를 예고했고요. 인플레이션도 생각보다 빠르게 한풀 꺾여버렸죠. 아, 마침 제가 준비한 CPI 기사도 있거든요. 같이 볼까요?”
해당 기사를 화면에 띄웠다.
[6월 CPI가 6.2%로 나오면서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었다. 미국은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고 시장은 위태로웠다. 그러나 미·중 무역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러시아도 에너지, 원자재 수출을 정상으로 되돌리면서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잡히기 시작했다. 결국, 12월 CPI는 3.9%로…….]
류성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3.9퍼센트로 나오면서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야 말았다. 심지어 미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거라는 의중까지 내비쳤기에 증시는 훨씬 더 빠르고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시장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한 거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본장이 시작되었다.
“나머지 기사 보기 전에 매수부터 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레버리지 ETF를 100억씩 매수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매수 금액을 조금 줄인 상태였다.
“오늘은 ETF보다는 개별주 위주로 매수할게요.”
대신 아직 덜 오른 개별주를 공략했다.
파인애폴 100억.
아마종 100억.
구골 100억.
또슬라 100억 등등.
다양한 대형주 10개에 매수를 걸어뒀다. 위로 긁으면서 일부가 체결되었고 체결되지 못한 나머지가 매수벽을 만들었다.
“자, 체결되는 거 지켜보면서 기사나 조금 더 보자고요.”
준비해온 기사 몇 개를 더 보여줬다.
대부분이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도체 기사 하나를 언급했다.
“마지막 기사인데요. 빠르면 올해 1분기부터, 늦어도 2분기가 되면 반도체 슈퍼싸이클이 올 거라고 하네요. 해외 유명한 투자사에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 사항인데요. 여기가 반도체 싸이클을 정말 잘 맞추기로 유명한 곳이더라고요. 참고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알탕 : 오, 반도체 시작되나요?
주린잉 : 요즘 너무 힘이 없긴 해요
짝발 : 반도체라... 오를 때가 되긴 했죠!
일부 시청자도 수긍했다.
“네. 반도체만 유난히 심하게 빠졌죠. 개인적으로 해당 자료를 분석해보니 허점이 없어서 RS ETF로 반도체 기업을 매수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슈퍼싸이클이 올 확률이 높아 보여서요. 참고 부탁드릴게요.”
아쉽게도 개별주 대부분이 매수되지 못했다.
평균 30억 정도만 체결되었다.
상승세가 강해서 어느새 주식의 가격이 전부 솟아오른 까닭이었다.
“흐음.”
차티스트의 눈으로 단기 흐름을 판단했다.
강한 저항선이 코앞이었다.
저기에 맞으면 주가가 내려올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 이후에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였기에 체결되지 못한 나머지 금액을 지지선보다 조금 높은 곳에 예약으로 매수해 뒀다. 자고 일어나면 높은 확률로 대부분 체결되어 있으리라.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상승장 재밌게 즐기시고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 * *
새벽이 되도록 투자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박ㅠㅠ 또 오르네ㅠㅠ
-잠깐 휘청이더니 무섭게 솟구치네요ㅎㅎ
-상승세라니까ㅋㅋ
-저점 찍었다고, 다들 추매하라고ㅋㅋ
-그보다 반도체 슈퍼싸이클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들?
-아, 정보꾼님이 말한 거?
-ㅇㅇ
-뭐, 정보꾼님이 판단한 거면 오겠죠ㅋㅋ
-무한 신뢰...ㅎㅎ
-그럴 수밖에 없음^^
특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단체방은 인원이 수백 명, 많게는 천 명이 훌쩍 넘어버리기도 해서 이야기가 정말 쉴 새 없이 튀어나오고는 했다.
-근데 진짜 오를까요?ㅠ
-솔직히 아직 물가가 확실하게 잡힌 건 아니긴 하죠
-금리도 높고...
-님들, 근데 최악의 상황이 최저점인 겁니다.
-그건 맞죠ㅋㅋ
-여전히 금리는 높지만 인하할 거라고 말한 이상 게임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인플레이션도 솔직히 이 정도만 양호하고요. 금리가 3%인데 12월 CPI가 3.9%였으니 물가는 0.9%라는 얘기기도 하거든요.
-이미 잡혔다고 봐야 함
-맞음ㅋㅋ
-금리 이제 천천히 낮추면서 상황 보면 충분함
-우상향 가야죠ㅎㅎ
-올해 내내 상승하면서 작년 내내 하락했던 거 다 회복되길^^
-믿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상승을 외쳤다.
물론, 근거는 충분했다.
-원래 제 투자 원칙은 여기 톡방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즐거워할 때 매도하는 건데요...ㅎㅎ 이번만큼은 예외로 둬야 할 거 같네요
-오, 그래요?ㅋㅋ
-왜요?
-제 원칙보다... 솔직히 정보꾼님에 대한 믿음이 더 크거든요ㅋㅋ
-아... ㅇㅈ합니다
-납득할 수밖에 없군요ㅋㅋ
-ㅋㅋ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증시 또한 좋았다.
벌써 나스닥이 2퍼센트나 상승하는 중이었다.
-오늘도 상승 나이스!
-많이 올랐네요!
-TQQQ는 무려 6퍼센트 상승 중ㅎㅎ
-유지만 하길!
-조금 더 올라줘도 좋고^^
-헐, 또 오르네ㅋㅋ
-잠깐 일하고 왔는데 분위기 좋군요
-좀만 더...!
-크흐, 이게 얼마 만에 수익인지ㅠㅠ
-저도 드디어 양전!
장이 끝날 때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마무리,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주무세요ㅋㅋ
-꿀잠!
-전 이제 출근하러^^
-이제 일어나서 봤는데 미쳤네요ㅎㅎ
-기분 너무 좋음ㅎㅎ
S&P지수 1.98% 상승.
나스닥 2.59% 상승으로 마무리되었다.
* * *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방송국으로 향했다.
“오셨군요, 대표님.”
“네. 지은이는요?”
“지금 막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늦지는 않았네요.”
서둘러 무대가 보이는 곳까지 이동했다.
-사전 녹화고요. 시간상 두 번만 녹화 진행할 겁니다. 아시겠죠?
-네……!
마침 노래를 준비 중인 예지은이 보였다.
긴장한 거 같지는 않았다.
덤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으니 이윽고 간주가 흘러나왔다.
“……역시.”
실제로 듣는 노래가 최고였다.
부드럽게 감정을 건드린다.
크게 집중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바쁘게 움직이던 이들마저도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릴 정도로.
“이야…… 신인 아냐?”
“맞을걸.”
“실력 끝내주네.”
“오랜만에 스타 가수 나오겠는데?”
“크흐…….”
결국, 그들은 끝까지 노래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예지은의 노래가 멈추고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본래 업무에 복귀했다.
-음, 이걸로 해도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할래요?
-어, 괜찮으면 저 한 번만 더 해볼게요!
-그럽시다, 그러면.
같은 곡을 다시 불렀다.
들었던 노래를 연달아 또 듣고 있음에도 몰입이 되었다.
심지어 더 좋았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이었다.
-후아,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나는 순간 누군가 류성에게 다가왔다.
“혹시 RS재단 이사장님 아니십니까?”
“음? 아, 네. 맞습니다.”
“하하, 반갑습니다. 저는 허영천 국장입니다.”
명함을 받은 류성이 눈을 크게 떴다.
“국장님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저야말로요.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차라도 하실까요?”
대답하기 전에 국장의 머리 위를 슬쩍 훑었다. 재능 관찰자를 사용하는 순간 그의 잠재력이 떠올랐다.
[잠재력]
성실(A+급) 노력(A급) 관리(A급) 사업가의 기질(A급) 공감(A급)……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좋습니다.”
“허허, 가시죠.”
류성은 매니저에게 남은 일을 맡기고서 국장실로 이동했다.
“자, 여깁니다. 저기 소파에 앉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소파로 향하는 길에 오른쪽 끄트머리에 있는 자그마한 휴게실이 보였다. 마침 인스턴트커피와 캡슐 커피, 그리고 머신이 보였다.
“아, 국장님. 혹시 커피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그럼 오전이고 하니까 제가 아주 맛있는 커피 한잔 타드릴게요.”
“허허, 제가 모셨는데 제가 타드려야죠.”
“아닙니다, 꼭 맛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허어, 좋습니다. 그럼 기대해도 되겠죠?”
“물론이죠.”
류성은 웃으며 궁극의 커피를 만들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신선하군요.”
허영천 국장이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후르릅-
순간 그는 잔을 놓칠 뻔했다.
“으음……!”
나이가 들면서 먹어보지 못한 게 없었다. 맛있는 걸 먹을수록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지기 마련이었고.
그런데 이 커피는 그 모든 걸 지워버렸다.
온전히 커피로서 존재했다.
마치 처음 커피를 맛보던 어린 날의 그 시절처럼.
“좋군요, 정말로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국장은 말없이 커피를 음미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크흠, 이거 초대해 놓고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커피에 집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허허.”
국장은 류성의 태도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가 해온 일들도 그렇고.
“사실 조카가 있는데 그 녀석이 RS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했지 뭡니까.”
“정말요?”
“네. 지금 영화도 제작 중이더군요. RS엔터에서 말입니다.”
“세상 참 좁네요.”
“살다 보니 참으로 그렇더군요.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허영천 국장이 류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궁금하더군요.”
“편하게 말씀하시죠.”
“허허, 힘들게 번 돈을 왜 그렇게 사회 환원에 사용하는 겁니까. 물론 좋은 일이라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나이 든 사람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
“음…….”
잠시 고민하던 류성이 입을 열었다.
“국장님도 그런 경험 있으시겠죠.”
“경험이라면……?”
“어릴 적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요.”
“허허, 물론이죠.”
“신기하게도 많은 기억이 지워지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나 아니면 크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은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수학여행 갈 형편이 안 되는데 할머니가 말도 없이 학교 측에 수학여행 비용을 내셨더라고요. 그 기억이 참…… 잊히질 않아요.”
류성의 말에 국장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언뜻 그리움이 스쳤다.
“허허, 이해가 갑니다. 예전엔 정말 힘든 세상이었죠. 그런데도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이 참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 아쉬워요. 오히려 물고 뜯는 세상이죠.”
“맞습니다.”
“요즘 젊은이들한테 이런 말 하면 꼰대라고들 하더군요.”
“아닙니다. 전 좋아합니다.”
“허허, 그럼 다행입니다. 그래요, 이해가 되네요. 도움을 받았던 기억, 언제 떠올려도 흐뭇해지죠.”
“맞습니다. 그런 기억을 하나라도 전해주고 싶어서요. 특히나 힘든 아이들한테요. 뭐, 그러다 보니 어려운 사람들도 돕게 된 거고 여기까지 왔네요.”
“훌륭한 마인드군요.”
“아닙니다. 그냥 저 같은 사람도 한 명은 있어야 재밌지 않을까요. 힘들고 팍팍하기만 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럼…….”
국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하게 대화가 잘 통해서 1시간이나 흘러버린 것도 몰랐다.
똑똑.
노크하며 들어온 직원의 등장에 간신히 대화가 멈췄다.
“저, 국장님…….”
“무슨 일인가?”
“곧 정기회의가 열릴 시간입니다.”
“아,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돼버렸군. 이거, 미안합니다.”
국장의 말에 류성이 몸을 일으키며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가봐야 할 시간인걸요.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꼭 연락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또 커피 타드릴게요.”
“허허허, 좋습니다, 꼭 그러죠.”
허영찬 국장이라.
나이를 떠나 좋은 인연이 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