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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34화 (234/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34화

152. 영향력(3)

정기회의에 참석한 허영찬 국장이 보고를 들었다.

“이번 촬영 계획은…….”

틈틈이 드러나는 허점을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국장의 모습은 상당히 카리스마 있었다.

“잠깐만.”

“네, 국장님.”

“로케이션을 그렇게 많이 돌린다고?”

“어, 그게…….”

“정말 빠듯하게 움직이면 시간은 되겠지. 숫자만으로 계획을 세우면 충분히 가능해 보일 테니까.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건 사람이야, 사람. 사건, 사고는 언제든 터지게 마련이고 그 사소한 부분이 시간을 잡아먹는 법이야. 그런 부분까지 충분히 감안을 하고 계획을 세워야지.”

“죄송합니다!”

“보완해서 다시 보고서 올리도록 하게.”

“예, 국장님.”

몇 차례의 보고가 더 이어졌다.

“흠, 좋아. 그렇게 진행하자고.”

“네, 국장님!”

“그리고, 황 피디.”

국장은 마무리를 짓기 전에 한 사람을 쳐다봤다.

“RS엔터 소속 신인 가수 말이야.”

“예지은 가수요?”

“맞아. 오늘 들어보니 실력이 좋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N넷을 책임지는 황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게 들었습니다. 실력만 본다면 확실히 신인은 뛰어넘었죠. 롱런 한다면 국민 가수가 될 거 같습니다.”

“들었나, 김 피디?”

“예? 아, 네.”

“자네 예능에 한번 불러보는 게 어때?”

김 피디가 그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죠. 가볍게 음식 먹는 예능이니까 부담도 없고요.”

“추진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근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허영찬이 부드럽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지. RS재단에 빚을 진 게 있어서 그래. 좀 도와주면 좋겠어.”

감추지 않고 이야기를 해서일까.

의아해하던 피디들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도와야죠.”

“맞습니다. RS재단이면 인정할 만한 곳이죠.”

“그럼요.”

“다들 고맙네.”

정기회의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 *

예지은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신인임에도 음원 순위 1위를 달성한 건 물론이고 각종 예능에 출연해 매력적인 모습까지 보여줬다.

어린 나이에 순수함.

RS재단의 후광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고 과하게 활동하진 않았다. 너무 많은 스케줄은 가수를 피곤하게 만들고 이미지를 과하게 소모하니까.

덕분에 예지은은 정말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즐겁게 가수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오늘 어땠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

“네. 진짜 신기한 거 같아요.”

류성은 오랜만에 예지은과 점심을 먹었다.

“뭐가 신기한데?”

“음. 사실 데뷔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예전에 이상한 엔터 아저씨를 만났던 것도 그렇고. 또 주위에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요. 연예계라는 곳이 정글 같다고. 정말 힘들고 어렵다고 그랬거든요.”

“음, 부정할 수 없긴 하지.”

“그렇죠?”

“응.”

“근데…… 전 너무 편하고 재밌어서요.”

류성이 흐뭇하게 웃었다.

“편해?”

“네! 진짜 신기하게 촬영하러 가거나 노래 부르러 가면 사람들이 엄청 친절하게 대해줘요. 처음엔 왜 그런지 몰랐거든요. 근데 이유가 있더라고요. 뭔지 궁금하시죠?”

이렇게 수다스러운 모습이라니.

류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궁금하네.”

“RS재단에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고 하더라구요.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건 아니지만 어떤 분은 친척이, 어떤 사람은 가족이, 어떤 언니는 친구들 만날 때마다 계속 얘기를 듣는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이젠 본인이 꼭 RS재단에 도움을 받은 기분이라고…….”

듣다 보니 확실히 수긍이 갔다.

“그럴 수 있지. 몇 다리만 거치면 5천만 인구가 지인이라고들 하니까.”

“신기해요, 정말.”

환하게 웃던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게 전부 아저씨 덕분인 거 다 알거든요. 진짜 RS재단이랑 엔터랑 최고인 거 같아요. 덕분에 저 같은 애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어허. 너 같은 애라니.”

“저도 알아요. RS재단이 아니었으면 이런 생활은 꿈도 못 꿨을 거라는 거요.”

“으음.”

뭐라 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저.

기특한 마음에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슥슥-

기분 좋게 웃는 예지은. 그 모습을 보니 가수로 데뷔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게 한눈에 보였다.

밝고 쾌활해졌다.

지금 생활이 정말 좋은 모양이었다.

“앞으로도 노래 열심히 불러. 힘들게 말고, 재밌게.”

“네, 그럴게요!”

“그래, 음식 식겠다.”

“그리고 아저씨.”

“크흠, 그래. 근데 말이야. 지은이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

“네? 어, 글쎄요. 저는 잘…….”

“하하, 농담이야.”

남은 음식을 즐겁게 먹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 * *

2월 초부터 RS ETF의 자금이 서서히 반도체 기업으로 이동했다.

-성삼전자 엄청 사들이네요?

-누가요?

-RS 투자사요. 지금 RS ETF 내역 보니까 전부 정리하고 성삼전자랑 반도체 기업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듯?

-아, 기억남!

-ㅇㅇ?

-예전에 생방에서 언급했었음. 반도체 슈퍼싸이클 올 거라고

-아, 맞네. 생각나네요

-벌써 시간이ㅋㅋ

-와, 저도 슬슬 반도체나 사야겠네요

-저도요ㅋㅋㅋ

-이미 RS ETF가 상당액 사면서 많이 올라 버려서ㅠㅠ

-그러네요ㅠㅠ

-너무 올랐네... 좀 부담되는데요?

-쩝, 어쩌지ㅋㅋ

-전 애초에 RS ETF만 들고 있었더니 세상 평안하네요ㅎㅎ

-부럽군요ㅋㅋㅋ

-안 되겠음, 나도 RS ETF나 더 사야지

-이미 있지만 추매갑니다

-저도ㅋㅋㅋ

RS ETF를 매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운용할 수 있는 자금도 많아졌다.

-RS ETF 운용자금이 5천억 넘어갔네요

-크, 엄청나구만요ㅎㅎ

-이번에 반도체 슈퍼싸이클 제대로 익절하면 더 늘어날 듯!

-과연……

-솔직히 정보꾼이라 믿고 싶은데 벌써 성삼전자 7만 원이 넘어서...ㅠㅠ

-최근 급등하긴 했죠

-내려갈 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지켜보자고요ㅎㅎ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오전 9시.

RS재단에 출근한 류성은 습관처럼 개인 사무실로 올라갔다.

“오늘은 어떠려나.”

국내 증시를 확인해 보니 반도체가 하락하는 중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하락하는 걸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거나 아쉬워하겠지만 류성은 달랐다.

“좋은데?”

매수할 기회로밖엔 보이지 않았으니까.

안 그래도 자금이 너무 많았다.

최근 RS ETF를 매수한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운용하는 게 버거웠다.

그 와중에 찾아온 기회였다.

이번 반도체 슈퍼싸이클로 수익을 내고 그 자금으로 미국 나스닥 ETF를 매수할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아마 앞으로는 꾸준히 나스닥 ETF만 매수해도 수익이 좋으리라. 가끔 단타 정도만 해주면서 수익률을 조금씩만 높여도 업계에서는 최상위에 들 터였다.

일단 매수부터.

류성은 하락하고 있는 반도체 기업을 차례대로 매수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

성삼전자에만 150억을 사용했다.

가장 확실한 종목이니까.

국내 정보권에 10만 원을 넘어선다고 했으니 현재 7만 원 초반 가격대는 충분히 싸다고 할 수 있었다.

“더 떨어지면 나야 더 좋고.”

중, 소형주 반도체 기업은 조금씩만 추가로 매수했다. 변동성이 워낙 크기에 아직 큰 금액을 쓸 필요는 없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았다.

다들 잘 사고 있으려나.

궁금해서 주식 게시판에 들렀다.

[이거 봐요, 내려간다고 했잖아요!]

[했제충 등장!]

[아니ㅋㅋㅋ 더 내려갈 거라니까!]

[오키도키]

[너무 오르긴 했었죠ㅋㅋ 어디까지 조정 주려나]

[반도체 슈퍼싸이클 기대감만으로 너무 올랐음. 실제로 반도체 칩 가격도 좀 올라가고 해야 하는데...]

[음, 무섭다ㅠㅠ]

[그냥 RS ETF나 사라고요ㅋㅋ]

[한동안 관망!]

본인의 돈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투자였기에 증시의 사소한 움직임에 겁을 먹는 건 당연했다.

“뭐, 각자의 판단이니까.”

충분히 알려줬고 방향도 제시했으니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돈을 버는 것도.

혹은 잃는 것도.

[바보들, 이럴 때일수록 더 사야 하는 법인데]

[정보꾼님 믿습니다, 저도 추매!]

[저도요ㅎㅎ]

[미국 증시 분위기도 좋은데, 뭘 겁먹고 그래요ㅋㅋ]

[정보꾼님만 따라가면 됨, 그냥!]

[ㅇㅈ합니다]

류성은 그래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추종자를 보며 웃었다.

“부자 될 겁니다.”

낮게 중얼거린 뒤 개인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 *

군대에서 행군하던 중이었다.

끝까지 버티라는 간부의 말에 이를 악물고 걷던 최민철 일병. 어느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나면서 비틀거렸고 결국 비탈길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필이면 뾰족한 바위에 무릎이 찍히면서 상처가 났다.

당시에는 괜찮았다.

조금 쉬면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록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결국 군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전방 십자인대파열을 진단받았다.

“그래도 수술하고 재활하면 괜찮아 질 겁니다.”

그 말을 믿었다.

민간병원은 비용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군병원에서 수술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통증도 계속되었고.

그러나 군병원은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그즈음 의병 전역을 판정받으면서 민간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음, 수술 부위가 좋지 않네요.”

“네……?”

“재건술을 다시 실행해야 할 거 같습니다. 문제는 증상이 심하게 악화되었다는 겁니다. 재건술을 다시 해도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복무했던 곳에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민간인 신분이었기에.

그들은 국가유공자를 신청하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이어갈 뿐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결국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국가유공자를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심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 되었다.

“민철아…….”

“응?”

“국가유공자, 떨어졌다는데?”

“뭐……?”

통보문을 받은 최민철이 미간을 구겼다.

“이게, 이게 말이 돼? 행군하다가 넘어져서 다친 건데 떨어졌다고?”

“다친 이후 1주일 넘게 자대에서 생활하다 뒤늦게 군병원에 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명확한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하아…….”

그걸 어떻게 자료로 준비한단 말인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문제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엄마, 미안. 나 때문에 괜히.”

“무슨 소리야! 괜찮아. 엄마는 정말 괜찮아.”

“그래도, 병원비가…….”

“건강보험료도 잘 지원해 주니까 감당할 수 있을 거야.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고 일단 수술하고 재활 치료 열심히 하자.”

“응…….”

결국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비는 얼마나 나올까요, 선생님?”

“수술비는…….”

문제는 그제야 재활비용에 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수술비 자체는 그래도 감당할 수 있었으나 재활치료비는 답이 없었다.

“재활치료비가 그, 그렇게 비싸요?”

“네. 단순한 물리치료만이 아니라 운동 치료까지 겸해야 하니까요.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주는 항목이 거의 없기도 하고요.”

“아…….”

옆에 있던 어머니도 표정이 굳었으나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해야지. 어서 하자.”

“하지만…….”

최민철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답은 하나라는 걸.

반드시 수술해야만 했으니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일단은…….

재활은 수술이 끝난 이후에 다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이 참으로.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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