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40화 (240/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40화

155. 세 번째 공모전(2)

드디어 보고서가 올라왔다.

<캘리그라피 공모전 보고서>

류성은 서류를 넘기며 차분하게 내용을 확인했다.

꼼꼼한 내용에 미소가 지어졌다.

회의에서 했던 중요한 것들이 전부 들어 있었고 추가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음, 좋은데?”

이대로 진행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캘리그라피를 직관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조각 공모전처럼 말이다. 이미 한 번 해봤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문제는 없을 터였다.

“인원을 나누어 심사를 보는 날짜도 다르게 한다라.”

예선전을 치르고 본선까지.

해당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너튜브를 통해 화제를 만드는 것.

모든 게 다 좋았다.

마지막 보고서 페이지를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비서님.”

“네, 이사장님.”

“최송이 대리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송이 대리가 이사장실로 올라왔다.

“보고서 잘 봤어요. 이대로 진행하죠.”

“아, 감사합니다!”

“잘되면 보너스도 있을 겁니다. 아시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대할게요.”

이후 최송이 대리가 팀을 꾸렸다.

순식간에 공모전 준비가 진행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RS재단 홈페이지에 해당 공모전 소식이 올라갔다.

* * *

RS재단에서 열리는 세 번째 공모전이었다.

1회는 조각 공모전.

2회는 시나리오 공모전.

하나같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었다.

그렇기에.

이번 세 번째 공모전 역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특히 주기적으로 RS재단 홈페이지에 드나드는 사람들에 의해 해당 소식에 순식간에 퍼졌다.

-오, 드디어 세 번째 공모전 떴습니다!

-뭘까요, 이번에는?

-어, 캘리그라피라고 하는데요?

-캘리그라피?

-서예네요ㅎㅎ

-헐, 마침 취미로 2년째 배우는 중이었는데!

-오, 저도요ㅋㅋ

-전 취미로 블로그에 올렸다가 최근에는 짧은 문구 좀 써달라는 문의도 들어오더라고요ㅎㅎ 신기했어요

-와, 대박이네요ㅋㅋ

-수익 좀 생기나요?

-생각보다 짭짤합니다^^

-크 멋지네요ㅋㅋㅋ

-이거 일반인도 많이 참여하겠는데요?

-재밌겠는데요?!

-저도 참여할 수 있을 만한 공모전이라니...!

-두근두근!

-기대됩니다ㅎㅎ

캘리그라피라는 게 일반인도 금방 배울 수 있는 분야였다.

정말 뛰어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수십 년의 세월을 녹여야겠지만 어느 분야라도 재능은 존재하는 법이었다. 취미로 시작한 이들이 단기간에 정말 예술적인 글자를 쓰기도 했다.

-저 참여할래요ㅋㅋ

-저도요ㅎㅎ

-3년째 캘리그라피로 취미생활 겸 수익도 내고 있었는데... 도전합니다^^

-너무 재밌을 거 같아요!

-저도 시작해 볼까요?ㅋㅋ

-이거 진짜 금방 배워요ㅎㅎ

-맞아요, 제 친구는 3개월 만에 저보다 잘 쓰더라구요ㅠㅠ

-글쓴이님은 얼마나 배우셨는데요?ㅋㅋ

-저는 2년이요ㅠㅠ;

-헐...ㅋㅋ

-ㅋㅋㅋ뭐, 그래도 재밌으니까 됐죠!

-맞습니다ㅎㅎ

-전 홍보하러 갑니다!

-저로 알릴게요 주변에!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세 번째 공모전이 사방으로 퍼졌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인터넷은 벌써 RS재단의 캘리그라피 공모전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특히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일상 게시판은 포화될 지경이었다.

[헐, 저 고딩인데 캘리그라피 동아리 중인데ㅋㅋ]

[오, 그래요?]

[넹! 친구들 전부 글씨 진짜 예쁘게 써요!!!ㅎㅎ]

[공모전 꼭 참여해요ㅋㅋ]

[넵! 친구들이랑 나가볼게요!]

[좋은 추억되실 듯]

[기대하구 있어용 헤헤]

[부럽네요ㅠㅠ 저도 한번 배워보고는 싶었었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손글씨, 예전에 배웠었는데...]

하지만 그건 초창기 분위기일 뿐이었다. 캘리그라피 공모전 이야기가 일반인에게 무수하게 퍼지고 뜨겁게 타오르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을 즈음, 새로운 인물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예 장인분들, 참여하시려나요?

-유명한 서예가님들 꼭 참여해 주시길!

-기대합니다ㅎㅎ

-너튜브로 생방도 할 거 같던데...

-와, 앉은 자리에서 붓을 휘갈기면 예술적인 글씨가 나타나는 거잖아요?

-멋있긴 하겠네요ㅋㅋ

-사전에 엄청 집중하신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앉은 자리에서 가만히 시간을 많이 보내시는 분도 있죠

-머릿속으로 써야 할 길을 완벽하게 떠올리고 써내려가는 대가님들이 많이 계시죠.

-복잡한 한자 같은 경우는 완성하는 데 몇 분씩 걸리기도 하더라고요

-그냥 그림이라도 봐도 됩니다.

-ㅇㅈ합니다

-하긴 서예가분들 사군자도 그리시죠?

-맞습니다ㅎㅎ

-사군자 그리고 옆에 시나 시조를 쓰시죠!

-진짜 서예가분들 눈앞에서 글쓰는 거 보면 엄청납니다^^ 제가 잠깐 배워봤거든요

-엄청 몰입되죠ㅎㅎ

-맞습니다^^

장인들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지속적으로.

당연하게도 서예가와 알고 지내는 주변인들이 그 소식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선생님.”

“오, 자네. 오랜만이구만.”

“하하, 네. 죄송합니다. 요즘 일이 바빠서 수업에 참여할 시간이 없었네요.”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런데 무슨 일인가?”

“실은 알려드리고 싶은 소식이 있어서요.”

“소식?”

“네. 이거 한번 보시겠어요?”

장춘복 서예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에게서 재밌는 소식을 들었다.

“어디 보자…….”

제자가 건넨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했다.

[RS재단 제3회 공모전 - 캘리그라피]

공모전이 열리는 모양이었다.

“캘리그라피?”

“네. 맞습니다. 혹시 RS재단이라도 들어보셨을까요?”

“오, 그래. 들어봤네.”

“거기서 캘리그라피 공모전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글씨를 예쁘게 쓰는 거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 서예나 마찬가지라는 건 알고 있네.”

“네, 그래서 선생님도 알아두시면 좋을 거 같아서요.”

“흐음.”

장춘복 서예가가 화면을 조금 더 자세하게 쳐다봤다.

[RS재단 제3회 공모전 - 캘리그라피]

1. 서문

서도(書道)란 글씨 쓰는 법을 배우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럼 서예(書藝)란 무엇일까요.

서도가 곧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입니다. 기적을 써내려가는 당신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그 아래로 상금이 나열되어 있었다.

대상이 무려 5억 원이었다.

그러나.

이미 서예를 설명하는 글에서 흥미가 생겨 버리고 말았다.

“허허, 서예를 좀 아는 작자로군.”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솔직히 반가운 소식이기는 했다.

캘리그라피라.

비록 서예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으나 결국 비슷한 의미였으니까.

“하하, 네. 관심이 좀 있으실까요?”

“나쁘지 않군.”

“생각보다 많은 대가분들이 나오실 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선생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 국내 최고 아닙니까.”

“그 정도는 아닐세. 나이가 너무 들었어.”

장춘복이 씁쓸하게 웃었다.

“손이 떨릴 때가 많아. 물러설 때가 된 거지.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런 공모전에 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오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예라는 분야를 위해서. 계속 이어질 후대의 후배들을 위해서 말이다.

“내 깊이 고민해 보겠네.”

“예, 선생님.”

“알려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제자가 떠나고 작업실로 돌아간 장춘복 서예가가 스마트폰을 만졌다.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검색할 정도는 되었다.

“여기 있구만.”

다시 찾아봐도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서예.

서도가 곧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

“허허.”

문장 하나가 마음을 울렸다.

단순하지만 짙었다.

평생을 서예에 바쳐왔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그 아래.

드디어 상금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가 크구만.”

대한민국 역사상 이 정도 규모의 서예 공모전은 존재하지 않았다.

2. 상금

대상 - 5억 원(1작)

최우수상 - 1억 원(5작)

우수상 - 5,000만 원(10작)

장려상 - 3,000만 원(15작)

특선 - 1,000만 원(30작)

3. 특전

상을 탄 모든 작품은 전시관에 전시됩니다. 전시관에서 판매될 경우 일부 수수료를 제외한 전액을 수상자에게 지급합니다. 판매되지 않은 작품은 RS재단에서 캘리그라피 및 서예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당하지 않은 이익에 결코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수상자를 위해, 그리고 해당 분야의 기반을 위해…….

4. 주의사항

캘리그라피는 서예를 기반으로 합니다. 자유롭고 개성 있는 창작물은 물론이고 전통적이고 우아한 창작물 또한 인정합니다.

전시할 기회도 주어지고 판매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서예의 기반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인생 마지막 놀이가 되겠구만.”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장춘복 서예 대가.

그가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미국 증시가 벌써 2주 넘게 하락하는 중이었다.

[이게 맞냐?ㅋㅋㅋ]

[정보꾼이 3배 레버리지 파니까 횡보하더라ㅋㅋ 그리고 1주일 버티더니 하락 시작! 벌써 2주째 하락하고 있다고!]

[어디까지 떨어질려나?]

[그런 고민 ㄴㄴ]

[고민 안 하면?]

[그냥 정보꾼 생방만 기다리라고ㅋㅋ 거기에 답이 나올 테니까!]

[아, 그럴까 진짜ㅎㅎ]

[ㄹㅇ 정보꾼 생방이 정답지라니까]

[언제 생방 하나요?ㅠ]

[제발 빨리좀...!]

[기다립니다, 기다린다고요!]

마침 그 게시판을 류성이 보고 있었다.

“크흠.”

요즘 공모전을 준비한다고 바빠서 너튜브에 신경을 쓰지 못하긴 했다. 그래서 일단 게시판에 공지를 하나 올렸다.

<오늘 밤 11시에 생방송 진행합니다>

나스닥도 적당히 빠진 시점이라 슬슬 대형 우량주를 매수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RS ETF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었으니 적절한 시점이었다.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오후 5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빠, 공모전은 정확히 언제야?”

“알아서 뭐하려고?”

“그냥, 캘리그라피 공모전이면 나도 관심이 좀 있어서. 생각보다 취미로 배우는 친구들이 좀 있더라고.”

“그래?”

“응.”

“뭐, 준비 제대로 하려면 아직 한, 두 달은 더 걸리지.”

“꽤 걸리겠네.”

“아무래도. 신청자가 생각 이상으로 많거든. 시간은 좀 걸릴 수 있겠지만 예선전부터 차곡차곡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음, 재밌을 거 같아.”

“관심이 많기는 하더라.”

“응. 사실 그거 자체가 추억이니까. 특히 일반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이라 더 그럴걸? 근데 멀리서 온 사람들은…….”

“숙박비, 차비 전부 지원해줄 거야.”

“헐, 대박.”

류현아의 반응에 웃음이 터졌다.

“RS재단 이사장을 물로 보냐?”

“오올.”

그에 듣고 있던 어머니와 아버지도 관심을 보냈다.

“내 친구가 서예를 배웠거든. 참여한다고 하더라구.”

“허허, 회사 직원들도 관심을 보이던데.”

조각상이나 시나리오 공모전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약간 축제 느낌이랄까.”

“그런가.”

“응, 완전 재밌을 듯!”

사람들이 그 정도로 기대를 하고 있다면 준비를 더 꼼꼼하게 해야 할 거 같았다. 공모전을 위한 전문 인원도 훨씬 많이 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시간은 충분하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면 될 터였다.

“잘 먹었습니다.”

류성은 본인의 그릇을 깨끗하게 씻은 뒤 집을 나서 헬스장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이모티콘 시안을 조금 짜고 괜찮은 가사 하나를 만들어냈다.

“후아.”

그리고 찾아온 밤 11시에 맞춰 생방송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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