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48화
158. 공장 인수
류카월드, 연성재의 연락이었다.
“여보세요?”
-아휴, 저 연성재입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이제야 공장 상태가 딱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서요. 죄송합니다.
“아, 괜찮습니다.”
-괜찮으면 지금 보러 가실까요?
“저야 좋죠.”
-그러면 제가 충무로로 가겠습니다.
“아, 그러실래요?”
-네. 마침 근처라서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1층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1층 카페로 내려갔다.
손님이 꽤 많았다.
“바리스타님. 딸기 라떼 한잔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아침에 이미 커피를 마신 터라 딸기 라떼 한 잔이면 충분했다. 금방 나온 라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웅성웅성-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음.”
아무래도 류성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래도 귀찮게 굴지는 않았다.
그냥 류성을 보며 신기하게 여기는 시선이 전부였다. 다행이라 여기면서 너튜브를 시청했다.
큽, 크흐흐.
재밌는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휴식을 즐겼다.
“정보꾼님?”
“음?”
뒤늦게 정신을 차리자 이미 맞은 편에 연성재가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아,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요. 엄청나게 집중하시던데요?”
“하하, 그냥 너튜버 좀 보고 있었죠.”
“아하! 요즘 재밌는 게 참 많죠?”
“네.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라고요.”
“크으, 그 느낌 잘 알죠.”
“참, 커피 한 잔 드실래요?”
“헙, 저야 좋죠.”
류성은 연성재에게 궁극의 커피를 타줬다.
후르릅-
맛을 본 연성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에 마셨던 것보다는 강렬함이 덜한데요?”
“아아, 맞아요. 사실 버전이 두 가지거든요.”
“허, 그래요?”
“네. 평소에는 지금 버전으로만 타드리는 편이죠.”
“하긴…… 예전에 그건 좀 심하긴 했어요.”
연성재는 궁극의 커피를 천천히 음미했다. 커피가 바닥이 나고서야 정신을 차린 연성재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맛있어서 정신을 잃었네요.”
“괜찮았나요?”
“그럼요. 너무 잘 마셨어요. 지난번보다 오히려 좋은데요? 덜 중독적이라고 해야 하나, 이성을 유지한 채로 음미하기에 최고였습니다.”
“다행이네요.”
“하하, 그럼 이제 가실까요?
“좋죠.”
둘은 카페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각자의 차로 이동할까 하다가 대화도 나눌 겸 연성재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거리가 좀 있나요?”
“한 50분 정도 걸릴 거예요.”
“생각보다는 가깝네요.”
이윽고 차량이 출발했다.
* * *
목적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공장이었다.
나름 깔끔하기도 하고.
“외관은 좋은데요?”
“그렇죠? 내부도 아주 깔끔해요.”
연성재의 말처럼 내부 역시 크게 흠잡을 건 없었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이렇게 괜찮은 공장이 망하기 직전이라고요?”
“네, 맞아요.”
“왜죠?”
“뭐, 뻔한 이야기예요. 잘되리라 생각하고 무리해서 돈을 끌어다 쓴 거죠. 그래서 공장도 멋지게 지었고 유통망도 만들었고요. 레시피도 애초에 지니고 있던 집안이라 매출이 처음부터 괜찮게 나올 거라 봤겠죠. 근데 현실은 조금 다르지 않겠어요?”
“매출이 안 나온 모양이군요.”
“네, 홍보비가 이렇게까지 많이 들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고 하더군요.”
“아아…….”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가장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홍보비였다. 어느 정도 써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사용될 금액을 현실로 마주하면 고민이 깊어지게 마련이었다.
거기서 대부분 사람은 발을 빼게 된다. 홍보에 이렇게까지 돈을 써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고 결국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보업계는 돈이 드는 만큼 효과가 나오게 마련이었다.
돈을 적게 쓰는 만큼 이름은 덜 알려질 수밖에 없고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이름을 떨치는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은 사실 극히 소수일 뿐이었다.
“레시피는 괜찮아요. 음료 맛도 긍정적인 평가고요. 그래서 입소문이 탈 때까지 버티고 있었는데 최근 사건이 터진 거죠.”
“금리 인상 얘기군요.”
“네. 작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했었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했으니까요. 그게 결국 부담이 되면서 크게 휘청이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면 확실히 타이밍이 좋았다.
괜찮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현재 공장을 운영하는 이들을 만났다.
“어서 오십시오.”
“네, 반갑습니다.”
“하하,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과하게 류성을 반겼다.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국이야 연초부터 금리를 조금씩 내렸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과 금리 차인가 커서 그런지 낮추는 속도가 매우 느렸으니까.
“차라도 한 잔 드릴까요?”
“네, 잘 마시겠습니다.”
사장은 애써 조급함을 감췄다.
물론 티는 다 났지만.
“그, 음. RS재단 이사장님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인수를 생각하신다구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금 둘러보셨을 텐데, 어떠셨는지…….”
“일단 내, 외관은 정말 마음에 들던데요?”
“다행이군요.”
사장은 한시라도 빨리 공장을 파는 게 이득이라 여기는 중이었다.
류성도 굳이 시간을 길게 끌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몇 가지만 더 확인하고 사들이기로 했다.
“일단 현재 제작, 유통 중인 음료수로…….”
“아, 이거군요.”
“혹시 드셔보셨을까요?”
“네, 마셔봤습니다.”
“오오. 바로 그 제품을 여기서 만들고 있죠. 유통망은 현재…….”
여러 사항을 서류로 확인하고 공장도 다시 체크했다.
정말로 괜찮았다.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었다.
“좋습니다. 가격만 맞으면 바로 매입하도록 하죠.”
“하하, 감사합니다.”
다만 저 조급함은 조금 과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혹시 몰라서 일단 잠재력을 확인해봤다.
[잠재력]
정직(A+급) 신뢰(A+급) 포용력(A급) 실행력(A급) 공감능력(A급) 이해(A급)…….
좋은 잠재력이 정말 많았다.
그걸 보니.
오히려 더 의아해졌다.
“가격은 제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대신, 하나만 대답해 주시죠.”
“네, 질문하십시오.”
“왜 이렇게 급하게 판매하려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그…….”
난감해하는 사장이 한숨을 쉬었다.
“제가 너무 티를 낸 모양이군요.”
“말씀하기 곤란하실까요?”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게…….”
머리를 긁적이던 사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미 손해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감당할 수준은 됩니다. 레시피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정말 급하면 레시피도 처분하면 됩니다. 근데, 직원은 아니잖습니까. 적어도 고생한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팔아야 이자라도 아껴서 한 푼이라도 더 줄 수 있으니까요.”
어느새 사장의 표정에 걱정, 근심이 가득해졌다.
“제가 못난 놈이죠. 근 몇 달간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거든요. 그게 항상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불평, 불만 한 번 표현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순진한 건지, 바보스러운 건지. 근데 말입니다. 전 그런 직원들이 좋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챙겨주고 싶어요. 그것 때문에 욕심이 좀 있습니다. 빨리 팔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싼 가격에 넘길 순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제야 사장의 조급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멋진 분이셨네요.”
“아닙니다. 정말 멋졌다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진 않았겠죠.”
사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말해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류성은 그런 사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음, 일단 제가 정확한 시세는 잘 모릅니다. 류카월드 님이 알려주시거나 아니면 사장님이 툭 터놓고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군요.”
그에 연성재가 대답했다.
“그러면 제가 알려드릴게요.”
“저야 좋죠.”
“잠시 밖으로…….”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상태가 정말 좋긴 하거든요.”
“네, 그러네요.”
“제가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80억이면 적정한 수준이더군요. 깔끔한 상태긴 하지만 사실 규모는 작은 편이라서요.”
“하긴, 크진 않더라고요.”
그러나 류성에겐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제가 그래도 인맥이 좀 있잖아요. 사실 얘기를 들은 게 좀 있어요.”
“어떤……?”
“이미 인수를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었더라고요.”
“오호. 그래요?”
“네. 거기서 제안한 금액이 70억이었고요. 근데 해당 금액에는 팔지 않았다고 하네요. 아마도 최소 80억 원은 생각하고 있는 거로 보여요.”
“80억이라. 그거면 충분합니까?”
“뭐, 빚을 갚기엔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빚을 갚기에 충분하다는 말은 곧, 직원들 임금까진 신경 쓰지 않은 금액이란 의미였다.
“일단 들어가죠.”
“가격은 결정하신 거고요?”
“네, 결정했습니다.”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무실로 진입했다.
[퀘스트 발동!]
심지어 그런 류성의 마음을 응원하듯 퀘스트까지 떠올랐다. 슬쩍 내용을 확인한 류성이 자리에 앉으며 웃었다.
“사장님.”
“예.”
“100억에 인수하겠습니다.”
“예? 배, 백억이요?”
“네. 부족한가요?”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충분합니다, 충분하고 말고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어, 어떤 겁니까?”
사장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간단합니다. 사장님이 계속 이 공장을 맡아주셔야 합니다. 적지 않은 연봉은 물론이고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드리죠.”
20억이라는 거금을 더 쓰는 것?
상관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장에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직, 신뢰와 같은 잠재력이 등급까지 높은 경우는 정말 희소했으니까.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어, 그…… 제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서요.”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류성은 다시 한번 조건을 언급했다. 그제야 사장은 정신을 차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류성은 오늘 이 거래가 매우 흡족했다.
엄청난 이득이야.
뛰어난 인재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지 않은 법이니까.
[퀘스트 클리어!]
[정산 중…….]
[정산 완료.]
[상급 랜덤카드가 지급됩니다.]
[선행 포인트 31점을 획득합니다.]
보상은 덤이었다.
* * *
연성재의 차를 타고 RS건물로 이동했다. 적당한 곳에 차가 멈췄고 류성은 조수석에서 내리기 위해 문을 살짝 열었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그, 정보꾼 님?”
“네?”
“다음에 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도 되죠?”
“물론이죠. 언제든 오세요.”
“흐흐, 감사합니다. 어, 그리고요.”
“네.”
“나이도 두 살밖에 차이 안 나던데 다음엔 좀 더 편해지면 좋겠네요.”
연성재의 말에 류성이 웃었다.
“저야 좋죠.”
“그럼 그렇게 알고 갑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그제야 조수석에서 내린 류성이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류성을 바라보던 연성재가 의자에 몸을 묻은 채로 오늘 있었던 공장 인수 계약을 떠올렸다.
“대단하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놀라웠다.
“80억이면 충분한 걸 말이야.”
무려 20억이나 더 주고서 공장을 인수했다.
이유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공장에서 일한 이들에게 노동의 대가가 충분히 지급되길 바라는 것. 더불어 직원을 생각할 줄 아는 사장을 옆에 두는 것이리라.
“20억이라.”
보통 사람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건가.”
연성재는 증권가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봐왔다.
돈에 매몰된 사람들.
욕망에 휘둘리는 무수한 인간군상을 말이다.
그중에도 사람이.
혹은 인재가 우선이라고 말한 이는 많았다. 그러나 상황이 닥치면 언제나 그들은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했다.
“……겁나 멋있네.”
그런데 사람을 우선시하는 경우를 이번에 보게 되었다.
난생처음이었다.
이렇게까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