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50화 (250/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50화

159. 1차 예선전(2)

1차 예선전이 치러지는 공원 위를 드론이 날아다녔다. 그중 하나의 드론이 장춘복 대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었고 모든 준비과정이 너튜버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중이었다.

류성 또한 RS재단 채널에 올라온 실시간 생방송에 접속해 대가의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순간.

시작된 붓질과 함께 류성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재능 ‘예술가의 감각’이 울부짖었다.

과할 정도의 흥분이었다.

이 정도로 강력하게 반응한 건 해당 재능을 얻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으음……!”

확실히 수십 년이 넘는 시간을 서예에 바친 대가는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술의 경지였다. 멍하니 정신을 놓아버린 사이 글자가 완성되었다.

“……멋지네.”

그제야 간신히 ‘예술가의 감각’을 억누를 수 있었다. 여운을 즐기기 위해 슬쩍 눈을 감으니 조금 전 대가의 붓필이 흐릿하게 형상을 이뤘다.

몽롱한 기분이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마침 장춘복 대가의 붓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슥슥-

사군자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허어.”

절로 감탄이 나왔다. 물론 그건 류성 혼자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함께 영상을 시청하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줌아웃 : 글씨 쓰는 게 원래 이렇게 멋진 거였음?

최고 : 와씨ㅋㅋ 뭐지 빨려 들어간다...!

베스트맨 : 엄청나네요, 소름 돋았어요

덕담고고 : 이게 서예라는 거군요. 워낙 개막식 화제가 되어서 생방 떴길래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건 진짜! 그냥 너무 멋있습니다!

캐스퍼 : 감동ㅠㅠ 너무 감동ㅠㅠ

씽잉 : 저게 사군자인가요???

리버스 : 맞아요! 보니까 사군자 중에서도 대나무인 거 같네요!

씽잉 : 너무 이쁘네요ㄷㄷ

자문 : 와씨...!

롤롤 : 뭔가 이 감탄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ㅠㅠ

챌린지 : 실제로 구경하고 싶을 정도임

온달 : 저 구경왔는데 멀어서 잘 안 보여요ㅋㅋ

챌린지 : 아, 그래요?

온달 : 그래서 너튜버도 보는 중ㅎㅎ

추카추카 : 엌ㅋㅋ 침대에서 보는 게 짱이죠!

돼야지 : ㅇㅈ합니다ㅎㅎ

부자될래 : 감동 크게 먹는 중ing

반응은 하나같이 좋았다.

시청자도 꽤 많았고.

“7만 명이면 나쁘지 않지.”

여전히 시청자 유입 상승세가 멈추지 않은 상태였으니 아마 10만 명은 가뿐하게 넘어설 거 같았다.

스윽.

다시 시선을 조금 올리자 어느새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미쳤구나.”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드론이 조금 위로 떠오르며 다른 참가자의 작품을 화면에 담았다.

아쉬웠지만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싶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등장하면 드론은 어김없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곤 했다. 참여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까지만 말이다.

캔버스 : 와, 캘리그라피!

빌런조아 : 멋있는데요, 이것도?

물류 : 엄청 매력적이네요

개구리왕 : 감각이ㄷㄷ

연어 : 심지어 엄청 젊으신 분!

실력 좋은 이들이 정말 많았다. 붓글씨도 매력적이었지만 캘리그라피 역시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태블릿을 사용해 감각적으로 글자를 적어나가는 모습이 마치 그림과도 흡사했다.

씽잉 : 그림 그리는 거 보는 느낌이네요 이건ㅎㅎ

시작하자 : 서예랑 맛이 또 다르군요?

기다림 : 와, 글자가 존예!

물류 : 멍하니 보게 되네요

소년 : 이게 불멍? 아니, 글멍인가요?

리버스 : 오ㅋㅋㅋ글멍 좋다!

워로천 : 글멍 가즈아아아앜ㅋㅋ

예압 : 이제 글멍이 유행되려나?

반짝이는 : ㅋㅋ그럴지도요?

빨대 : 그러고 보니, 태블릿이 확실히 좋긴 하네요?

감귤 : 왜요?

빨대 : 수정이 되잖아요ㅎㅎ

캘리그라피는 수정이 가능했다.

시간은 꽤 걸렸지만.

대신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어여쁜 글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균형적인 아름다움이 채워졌다. 그러다 실패하면 지우고 다시 적으면 되었기에 서예보다는 확실히 기회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컸다.

그 차이일까.

서예를 하는 참가자는 벌써 대부분이 자리를 정리하고서 작품을 제출했다. 남은 사람들은 거의 다 태블릿을 사용해 글자를 쓰는 참가자들이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대략 5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사회자가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참가자 여러분은 10분 안에 마무리를 해주셔야 합니다!

남은 시간, 몇 명이 초조하게 손을 놀렸다.

다행스럽게도.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 모든 참가자가 작품을 완성한 채 제출에 성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5분간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그룹이 등장하기 전 너튜버 생방송 채팅이 무섭게 솟구쳤다. 글멍을 하면서 조용히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드디어 채팅에 참여한 까닭이었다.

신차 : 시청자 11만 명 넘었네요ㅋㅋ

리모컨 :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온 거죠

집중 : 갑자기 채팅 겁나 폭주하네!!!

거제도 : 왜케 활발해진 거?

드디어 : 글멍하던 사람들 잠깬 듯ㅋㅋㅋㅋ

그들이 수다를 떠는 사이 5분이 흘렀다.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이 등장했다.

-두 번째 그룹은 준비해 주십시오! 이번 1차 예선전의 주제는 바로 포용입니다! 무엇을 위한 포용인지, 목적은 무엇인지, 그 무엇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포용을 주제로 자유롭게! 각자의 생각을 보여주십시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가 조금 바뀌었다.

배려에서 포용으로.

이번에도 실력 좋은 참가자는 당연히 있었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던 심사위원이 눈을 빛냈다.

“31번 참가자한테 조금 다가갑시다.”

“네.”

심사위원의 조언에 따라 드론을 조종하는 이들.

“좋네요, 방해되지 않게 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몇 대의 드론이 하늘을 배회했다. 하나라도 더 뛰어난 작품들이 실시간 방송에 노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태초 : 와, 93번 참가자 미쳤...!

ai세상 : 전 17번이 더 좋네요!

물렁살 : 크, 3시간 넘게 글멍하는 중!

킬링 : ㄷㄷㄷ

지능 : 생각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음!

팬다 : 저도요ㅋㅋ 신기하네요

인컴 : 우와아아...!

음료수 : 주제는 하나인데 그걸 각자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재밌고요ㅎㅎ 무엇보다 글씨가 진짜 이뻐서 보는 맛이 있네요

모닝 : 멋있따아아아아!

불빛 : 저도 캘리그라피 배워야겠음ㅎㅎ

어느새 13만 명이 넘어선 시청자들. 생각보다 글멍하는 이들이 많은지 채팅은 다시 줄어들었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1차 예선전이 이어졌다.

* * *

워낙 참가자가 많았기에 1차 예선전이 가장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총 5일간 1차 예선전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오늘이 이틀 차였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어제보다 높았다. 처음에는 아주 미미한 크기의 호기심만 지니고 있던 이들도 막상 구경을 해보니 생각과는 크게 달랐던 것이었다.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예술.

거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실시간 생방송 시청자가 20만 명을 넘어갔다. 기사도 긍정적인 뉘앙스로 도배가 되었다.

[RS재단의 세 번째 공모전, 성공적인 예선전!]

[캘리그라피 공모전, 감각의 예술!]

[개막식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RS재단, 1차 예선전은 과연……]

그러나 완벽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문제점도 있을 터.

류성은 그걸 파악하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 다들 점심은 잘 드셨고요?”

“네!”

“잘 먹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현재 공모전 관련 이야기나 해보죠.”

그래서 오후 2시에 회의를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주셔야 합니다. 이제 이틀째이니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 부분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니까요. 아시겠죠?”

“네, 이사장님!”

“그러면 홍보팀부터 얘기해 볼까요? 현재까지 문제 될 부분이 있던가요?”

홍보팀 백성욱 대리가 대답했다.

“홍보팀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현재 너튜버 채널도 잘 운영되고 있고 갈수록 검색어 순위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실시간 시청자 숫자도 어제 최고 15만 명을 넘어섰었고요. 지금은 20만 명을 돌파한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업무팀은 어떻죠?”

“업무팀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경리팀도요.”

마지막으로 남은 대응팀 박영준 대리를 쳐다봤다.

“박영준 대리님?”

“아, 네. 저희는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죠?”

“생각보다 정숙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원에서 치러지는 예선전이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구경을 하러 온 이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보니 조금씩만 떠들어도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어제 류성도 예선전 현장에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지시가 늦었군요. 얘기 잘해주셨습니다. 저도 어제 보니까 확실히 소란스럽더군요.”

“맞습니다.”

“박영준 대리님.”

“네.”

“지금 바로 시에 연락해서 공모전 참가 영역을 조금 더 늘려달라고 하세요. 이후 사람들을 그보다 뒤에 배치할 수 있도록 요청하시고요. 추가로 사설 경호업체에도 의뢰를 넣읍시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인원을 조금 더 배치할 필요성이 느껴지네요.”

“알겠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음, 일부러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말에 류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없을 수가 없지.

이런 부분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단호하게 쫓아내세요. 모든 책임은 RS재단에서 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더 필요한 부분은 없고요?”

“충분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1차 예선전 잘 마무리해 보자고요.”

회의를 마치고 직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류성은 조금 한가로워졌다.

외부나 돌아다닐까 싶던 찰나, 음료 공장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사장님.”

-혹시 바쁘신가요?

“괜찮습니다.”

-마침 원하던 제조 공정이 완성되어서요.

“오, 그래요?”

-네, 보러 오시겠어요?

“물론이죠.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한 45분 정도 걸릴 거 같네요.”

-알겠습니다. 조심히 오십시오.

류성은 기대하며 음료 공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더 두근거렸다.

“성공할 수 있으려나.”

잡념에 빠진 사이 목적지가 보였다.

벌써 도착한 것이다.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하자 새롭게 달린 간판이 시야를 잡아끌었다.

이름을 차분하게 읊어봤다.

“RS음료라. 어감 좋네.”

혀에 착착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정문으로 진입했다. 기다리고 있던 사장이 튀어나와 류성을 반겼다.

“오셨습니까?”

“네.”

“바로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도착한 곳은 새롭게 지어진 음료 제조실이었다.

“전에 받았던 커피 레시피를 활용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소량이기도 하고 또 프리미엄으로 제조하신다고 하셔서 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했고요. 특히 드립 커피를 기계로 내려야 하다 보니 생산 속도는 매우 느릴 겁니다.”

류성은 이미 해당 제조실에 빠져 버렸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체크는 필요했다.

“속도가 얼마나 느린 거죠?”

“1시간에 대략 20캔 정도 나올 겁니다.”

그 말에 미소가 짙어졌다.

“1시간에 20캔인 거죠?”

“맞습니다.”

“하루 480캔이나 되는군요?”

“풀로 가동하면 그렇습니다.”

“딱 좋은데요?”

“휴우, 다행입니다.”

커피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어차피 주요 목적은 프리미엄 건강 음료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건 ‘차오르는 병’을 활용해야 했기에 당연히 많이 만들 수 없었다. 대신 공정에 정확성과 세밀함을 더했으니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부터 해보죠.”

“알겠습니다.”

사장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빨간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

그러자 기계가 움직였다.

초궁극의 커피.

해당 레시피를 기계가 재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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