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53화 (253/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53화

160. 커피 선물(3)

2차 예선전이 마무리되었다.

주목받은 이들이 꽤 있었다.

서예의 대가 장춘복을 비롯한 몇 사람. 캘리그라피에서도 특별함을 드러낸 5, 6명이 가장 많이 화면에 잡혔다.

외에도 인재가 많았다. 아직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에 본선이 더욱 기대되었다.

씽잉 : 진짜 본선 기다려지네요

줌아웃 : 100명 진출이죠?

할라라 : 맞아요ㅋㅋ 그때는 현장에는 참여를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맘보쏭 : 아쉽ㅠㅠ

클릭맨 : 하긴 시끄러울 테니까요

세상에서젤높은산 : 본선이기도 하고ㅎㅎ

뭐야재밌네 : 대신 본선에 참여하는 사람의 모든 장면을 촬영한다고 하네요. 드론이 100개인 거죠ㅋㅋㅋ

어잌쿠 : 한 사람당 드론 하나라고요?

길거지 : 맞아요ㅋㅋ

돈복사할래 : 헐, 대박ㅋㅋ

역시최강 : 역시 클라스가 다르다니까요!

또보고파 : 하긴 이런 영상 남겨놓으면 두고두고 쓸 수도 있을 테니!

실시간 방송을 지켜보던 이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글멍이 끝난 까닭이었다.

그러는 사이 대부분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제야 타이밍을 기다리던 사회자가 단상에 올랐다.

-자,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5분 내로 모두 작품을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자가 서둘러 움직였다.

모든 작품이 제출되고.

사회자가 마무리 멘트를 이어갔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본선은 이번 주 토요일에 치러질 예정입니다. 최후의 100인이 마지막 결전을 치르게 될 텐데요, 그때까지 푹 쉬면서 컨디션을 잘 조절하길 바랍니다. 2차 예선전 결과는 이틀 뒤, 재단 홈페이지에 올라갈 예정이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이윽고 생방송이 종료되었다.

정신차려 : 읔, 끝났네요ㅠ

고삼이야 : 글멍 재밌었는데...

챌린지 : 까비, 다음에 봐요!

주식하자 : 걍 틀어놓고 가끔 멍하니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ㅎㅎ

라이브 : 끝났네, 쩝ㅋㅋ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삼킨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 * *

2차 예선전 관련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자 갓 샷이 확연히 줄어든 상태였다.

“음……?”

고개를 돌리니 딴청을 부리는 류현아가 보였다.

“류현아. 이거 네가 다 마신 거야?”

“엥? 아닌데!”

“진짜 아니야?”

“그, 아니라니까!”

“근데 왜 이렇게 줄어들었어?”

“아, 모르지, 나야.”

아무리 봐도 표정이 수상한데.

“다음엔 집에 안 들고 와야겠다.”

“뭐어어어! 그건 아니지!”

“그럼 빨리 말하던가.”

“아, 그게. 그러니까…… 조금씩 가져갔어.”

“뭔 소리야?”

“엄마, 아빠랑 나하고 환이랑 몇 캔씩 들고 갔다고!”

“왜?”

“친구들한테 주려고. 요즘 워낙 화제잖아. 근데 구할 방법은 없다 보니까 나한테 부탁을 좀 하더라고. 그래서 찐친한테 하나씩만 선물로 줬어.”

“아, 그래?”

“으응.”

“진즉 말하지, 집에 몇 상자 더 가져올 테니까 더 가져가라.”

“지, 진짜?”

“이걸로 농담하겠냐? 그리고, 아버지한테도 잘 말씀드리고.”

“히히, 알았어!”

아무래도 아버지, 어머니도 지인에게 선물로 드린 모양이었다.

넉넉하게 가져와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 * *

다시 갓 샷이 충분히 쌓였다.

“몇 상자나 되는 거죠?”

“200상자가 조금 넘습니다.”

“그러면…….”

“2,000캔 정도 됩니다.”

그 말에 류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네요. 선물할 곳이 워낙 많았었는데.”

“하하, 안 그래도 요즘 화제더라고요. SNS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네, 저도 신기하더라구요.”

누구는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쉽게도 이뤄지곤 한다.

눈앞에 있는 류성처럼.

김상수 사장은 그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되새겼다.

다른 사람이구나.

부러워할 수도 없을 만큼 높고 대단한 곳에 있음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심지어 운까지 따라주니 그는 앞으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리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

“아, 그러니까 계속해서 열심히 커피를 쌓아놓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장의 말을 들으며 류성이 웃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계세요. 그보다 몇 가지 조언을 좀 듣고 싶은데요.”

“조언이요?”

“네.”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면 얼마든지요.”

“그럼 잠깐 사무실로 가시죠.”

“예, 이사장님.”

사무실에 앉아 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음, 제가 본래 건강 음료를 제작할 생각이었던 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근데 지금 갓 샷이 유명해져서요. 차라리 건강 커피로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물론 맛은 지금이랑 똑같을 겁니다.”

그에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맛이 똑같은데 건강 커피가 가능한가요?”

“예, 나름의 비법이 있어서요.”

“음…… 진짜 가능만 하다면야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 전에 제가 맛을 좀 봐도 괜찮을지.”

“물론이죠. 지금 바로 만들어볼까요?”

“가능할까요?”

“네. 됩니다.”

류성은 곧바로 제조실로 향했다.

지금도 커피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는데 마침 완성되기 직전의 캔이 보였다.

류성은 품에서 차오르는 병을 꺼냈다. 체력 강화 물약을 넣어놓은 상태였는데 지금 거의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그겁니까, 비결이?”

“네. 저만의 비법이 농축된 묘약이죠. 내일이면 아마 한결 몸이 가벼워질 거예요. 체력이 튼튼해지거든요.”

“아하하…….”

하루 만에 몸이 가벼워지다니.

그럴 수가 있을까.

사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기다렸고 그사이 류성은 묘약을 한 방울 떨어트렸다.

그 순간이었다.

[재능 ‘바리스타의 손맛’이 적용됩니다.]

뜬금없이 떠오른 메시지에 류성이 눈을 끔뻑거렸다.

“음……?”

직접 제조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재능이 적용된 모양이었다. 아니면 차오르는 병에 ‘체력 강화 물약’을 넣는 순간 이미 적용된 건지도 모르고.

뭐, 급한 건 아니니까.

이건 천천히 알아보면 될 문제였다.

“자, 여기 한번 드셔보시죠.”

“아, 네.”

커피를 받아든 김상수 사장이 맛을 봤다. 이미 갓 샷을 마셔본 경험이 있었기에 비교만 가볍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혀에 닿는 순간 모든 계획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어때요, 괜찮나요?”

이건 또 다른 영역이었다.

한 차원 더 높아진 맛에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아니, 아닙니다.”

“네?”

“괜찮은 수준이 아니에요, 이건. 분명 같은 커피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사장의 혼란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정말 ‘바리스타의 손맛’이 적용된 상태라면 한층 더 맛이 강해졌을 테니까.

“아, 맛이 좀 다르죠? 본래는 맛에 변화가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이사장님. 이게, 이게 정말로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까?”

“네, 됩니다. 물론 꽤 오랜 시간 꾸준히 마셔야 하겠지만요.”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이 정도 맛이라면 가격이 얼마가 되었건 반드시 찾아서 마실 테니까요. 다만…….”

“편하게 말씀하시죠.”

“솔직히 말해서 건강 음료라는 프레임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거 같습니다. 이 정도 맛이면 그냥 커피 그 자체로 판매하시는 게…….”

“흐음.”

사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 묘약을 쓰지 않으면 맛이 떨어질 겁니다. 전에 마셨던 딱 그 수준으로요.”

“그 묘약이란 거, 대량생산은 힘들까요?”

“네. 정말 극소량만 만들 수 있어서요.”

“으음. 그렇군요.”

“뭐, 급한 건 아니니까 조금 더 고민해 보죠. 천천히 준비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의견을 나눠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 류성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에 커피 상자를 옮겨줬던 배송 직원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도착한 모양이네요.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1층으로 내려가자 반가운 두 사람이 보였다.

“또 뵙네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그럼 바로 옮기겠습니다.”

“네. 조심하시고요.”

“흐흐,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사람이 파워풀하게 상자를 옮겼다.

순식간에 200상자가 쌓였다.

그대로 RS재단까지 이동한 뒤에 1층 창고에 상자를 넣어뒀다. 류성은 이번에도 고마운 마음으로 봉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뭘요. 조심해서 가시고요. 아,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헙, 요즘 엄청 유명한 커피일 텐데요.”

“맛있게 드세요.”

“잘 마시겠습니다!”

둘은 웃으며 돌아갔다.

이제 내 차례인가.

류성은 창고에 쌓인 커피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일단 집에도 가져가고.

나머지는 후원받는 이들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 보육원, 소아병동의 부모님들, 소년·소녀 가정의 어르신들,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RS재단으로부터 후원받는 무수한 이들에게 말이다.

“……충분하려나.”

부족하면 쌓일 때마다 다시 보내면 되리라.

* * *

택배기사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이윽고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대문이 열렸다. 안으로 진입하자 마당을 제집처럼 쓰고 있는 무수한 고양이가 보였다. 택배기사는 그 모습이 익숙한 듯 부드럽게 웃으며 내부로 진입했다.

냐아아아.

그제야 반응을 보이는 고양이들.

“어휴, 오랜만이다. 다들 살찐 거 같은데 적당히 좀 먹어.”

사내는 자연스럽게 현관문 앞에 상자를 내려놓으며 외쳤다.

“할머니! 택배 두고 갈게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생했어!”

“예!”

“물이라도 한잔하고 가든가.”

“괜찮아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려.”

택배기사가 떠나고 홀로 남은 할머니 근처로 고양이들이 모여왔다.

냐아아아.

그에 할머니가 웃음을 흘리며 손을 뻗었다.

“그려, 그려. 뭐, 심심혀? 근디 지금 이거 풀어봐야 하는데.”

상자를 내려다보던 고양이 할머니가 미간을 좁혔다.

“어디 보자, 이게…… 알에스 재단?”

재단에서 온 택배였다.

“또 무신 선물이여.”

투덜거리면서도 할머니의 입가엔 미소가 머금어졌다. 고양이와 적당히 놀아준 뒤 방으로 들어가 택배 상자를 오픈했다.

“커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캔을 손에 쥐었다.

하나만 마셔봐야겠구만.

커피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성의가 있었으니까.

따악.

마개를 열고 조금 들이켰다.

“으메?”

나이가 들면서 이런 자극을 느낀 게 얼마 만인지. 그저 맛있다는 걸 넘어서 고급스러운 풍미가 느껴졌다.

한 상자에 10캔.

지금은 9캔이 남았기에 4개만 품에 넣었다.

“혼자 먹을 순 없제.”

곧바로 근처 양로원으로 들어섰다.

“으잉? 할망구가 웬일이야?”

“이거나 처묵어.”

“커피? 웬 커피?”

“맛있더라고. 난 갈 테니까 먹든가 말든가.”

“바로 갈라고?”

“애들 밥 줘야 돼. 조금 있다가 올 거여.”

순식간에 사라진 고양이 할머니. 덕분에 양로원에는 노인 세 명만이 남았다. 그들은 일단 커피를 한 캔씩 손에 쥐었다.

“하나 남는데?”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자고.”

“그려.”

안 그래도 목이 조금 마른 상태긴 했다. 화투에 집중하던 참이라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몰랐으니까. 셋은 전부 커피 마개를 개봉한 뒤에 조금 들이켰다.

꿀꺽-

거의 동시에 셋이 서로를 쳐다봤다.

“이, 이게 뭐여?”

“아니, 뭔 놈의 커피가 이래?”

“허어……!”

한 번 맛을 본 이상 멈출 수가 없었다. 손에 들린 커피를 후르릅 마셔버렸다. 남은 한 캔을 노리며 달려드는 앙상한 세 개의 팔뚝이 보였다.

“어허, 손모가지 날아간다잉.”

“내가 먼저 잡았어.”

“이거 안 놓냐.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디!”

“아따, 언제부터 나이를 들먹였다고!”

“지금부터다, 이 녀석아!”

결국, 승자는 나이가 가장 많은 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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