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55화
161. 특별 보너스
본선에 참여하게 된 이는 딱 100명이었다. 탈락자는 현실의 쓴맛에 눈물을 흘렸고 합격자는 기쁨에 울부짖었다.
하지만 울고 웃은 모두가 아래쪽에 적힌 참가자 부상을 보는 순간 하나같이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공지사항 마지막 하단에 참여자 부상 보셨나요?
-아, 봤어요! 대박이었죠ㅋㅋ
-진짜 재단 최고ㅎㅎㄹ
-본선에 참여한 100명에게 전부 갓 샷(God shot)을 한 상자씩 지급한다고 나와 있더라고요. 이거 맞죠?
-맞아요ㅋㅋㅋ
-그게 끝이 아니죠!!
-2차 예선전에 통과했던 사람한테도 1캔씩 돌린다고 했잖아요!
-맞아요, 맞아ㅋㅋㅋ
-눈을 몇 번이나 비볐는지ㅎㅎ
-아쉽게 2차에서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갓 샷 1캔이라도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또 나쁘지 않더라구요ㅎㅎ
-ㅇㅈ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ㅠㅠ전 1차 탈락했는데...
-까비ㅎㅎ
-1차 참가자는 너무 많아서 다 주긴 좀 그렇죠
-ㅎㅎㅎ
-아, 근데요 궁금한 게 있는데. 본선 진출한 분들 절반 정도는 입상하는 거죠?
-아니죠.
-아닌가요?
-네. 넘습니다. 특선까지 하면 입상자가 61명이니까요
-캬, 생각보다 더 많네요!
-퍼주는 모양새긴 하지만 뭐, 이런 공모전 있으면 좋긴 하죠
-ㅇㅈ합니다
-부럽네요...!
-잘되길 바랍니다ㅎㅎ
-너튜브 생방 기다리고 있어요!
-확실히 유명 재단이라 그런지 일 처리가 너무 좋네요
-진짜 최고죠ㅋㅋ
-꼭 생방 볼게요!!!
-다들 파이팅!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망의 본선 당일이 찾아왔다.
* * *
아침에 일어나 ‘차오르는 병’을 꺼냈다. 1주일 사이에 병이 가득 차올랐기에 내용물을 다른 병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류성은 방 한쪽에 구비되어 있는 음료수 전용 냉장고에서 빈 병을 꺼냈다. 뚜껑에는 ‘체력’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쪼로록.
거기에 희석된 체력 강화 물약을 부었다.
“그래도 꽤 찼네.”
앞으로도 꾸준히 빈 병을 채워나갈 계획을 세우며 출근 준비를 했다. 샤워하고 거실로 나와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다들 먹자.”
“잘 먹겠습니다!”
반찬은 물론이고 메인 요리도 호화로웠다. 덕분에 다들 아주 맛있게 먹었다. 가장 먼저 밥그릇을 비운 아버지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난 거실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을게.”
“더 안 먹고, 당신?”
“어, 충분히 먹었어.”
“그래요, 그럼.”
이어서 류성도 밥그릇을 전부 비웠다.
“잘 먹었습니다.”
빈 그릇을 치우고서 냉장고에 들어 있는 ‘갓 샷’을 하나 꺼내어 소파로 향했다. 아버지가 이미 TV를 보면서 커피를 음미하는 중이었다.
“후우, 좋구나.”
“안 질리세요?”
“그럼. 이렇게 맛있는데.”
아무리 맛있어도 자주 마시면 물리기 마련인데. 궁극의 커피는 특이하게도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따악.
류성은 마개를 따고서 커피를 한 입 마셨다.
꿀꺽-
청량하면서도 시원했다.
“흐아.”
게다가 지금 이 시간이 참으로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웠다. 직접 커피를 타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생략된 것만으로도 아침이 한층 달라졌다.
“나도 커피 마셔야지!”
뒤이어 류현아와 류환, 그리고 어머니도 갓 샷을 하나씩 들고 왔다. 가장 신이 난 건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지닌 류현아였다.
“히히, 오늘도 힘찬 하루를 위하여!”
그러면서 손에 들린 캔으로 류성의 캔을 두드렸다.
마치 술잔을 부딪치듯이.
“짜안!”
어머니와 아버지, 류환의 캔커피에도 마찬가지 행동을 했다. 부모님은 그런 딸의 모습이 귀여운지 밝게 웃었고 류성과 류환도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느긋한 하루의 시작은 생각보다 더 즐거웠으니까.
“으으, 맛있어!”
“크흐!”
“뭔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히히.”
오늘도 갓 샷과 함께하는 상쾌한 아침이었다.
그사이 류성은 커피를 모두 마셨다. 시간을 확인하니 지금 출발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전 먼저 가볼게요.”
“이렇게 일찍?”
“네. 오늘 공모전 본선이라 신경 쓸 부분이 꽤 있어서요.”
“아아, 그래. 고생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차를 몰고서 본선 경기가 치러지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준비는 어제 끝내놓은 상태였고 지금은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중이었다. 참가자들은 고요한 공간에서 본인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엇, 형님! 아니, 이사장님!”
“어, 그래.”
“일찍 나오셨네요.”
“확인은 해야지.”
“넵, 30분 남았으니까 저도 마무리하고 오겠습니다.”
“고생하고.”
외부 현장 팀장 김만호가 자리로 돌아가 다양한 사람들을 이끌었다. 재단에서 고용한 업체 직원이 다수였으나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건 RS재단 직원들이었다.
“후아, 체크 끝났어요. 아무 이상 없습니다.”
“수고했어.”
이제 참가자만 오면 끝이었다.
-본선이 20분 남았습니다!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한 번 나가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본선이 10분 남았습니다. 참가자분들은 배정받은 곳에 자리를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본선이 10분……
속속 등장한 참가자들이 본인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체육관 실내 공간이 워낙 넓어서 참가자 간의 거리가 아주 넓었다. 그들의 모습을 허공에 떠오른 드론들이 촬영하고 있었다.
이윽고.
본선 경기가 막을 올렸다.
-100명, 단 100명의 참가자만 남았습니다! 마지막 본선 무대에서 남은 실력을 전부 발휘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본선의 주제는 지구에게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센스 있는 내용을 기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지구에게 말하고 싶은 것.
참가자들은 주제를 머릿속에 넣은 채 글을 쓰기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했다.
이윽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한글이 화면에 담겼다.
* * *
몇 명의 실력자가 주목을 받았다. 서예로 보자면 장춘복 대가를 비롯한 몇 명의 대가가 존재했고 캘리그라피로 보자면 의외로 20대나 30대의 젊은 실력자 몇 명이 두각을 드러냈다.
공물 : 오, 저 사람은 누구죠? 31번 카메라요
샐리 : 그러게요, 잘 쓰시네ㅎㅎ
청자 : 얼굴도 예쁘신 듯?
위원장 : 이야, 글자 하나하나가 엄청 느낌 있는데요?
먼길 : 크, 전 그래도 장춘복 대가가 역시 최고!
청자 : 그분은 저도 ㅇㅈ합니다
그들의 실력은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일필휘지.
본선을 장식하기에 무리가 없는 실력이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생방송도 흥행 가도를 달렸다.
전체를 포괄하는 생방송 시청자만 30만 명을 돌파했고 각각의 참여자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나머지 100개의 생방송도 시청자가 수백에서 수천 명, 많게는 만 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감정 : 저는 보다가 관심 생기는 분 나오면 두 개 켜서 보고 있어요ㅎ
울컥 : 오, 그런 방법이?
음료한잔 : 굿 아이디어네요ㅎㅎ
멤버 : 전 3개 보는 중ㅋㅋㅋ
시간은 의외로 금방 흘러갔다.
참가자도 겨우 100명.
그들이 아무리 최고의 글을 쓴다고 해도 사실상 작업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벌써 1시간 30분이 흘렀군요. 작업을 마무리한 참가자분들이 꽤 많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힘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30분 뒤에 본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사람은 10명 남짓이었다.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블릿을 사용한 사람은 파일을 메일로 보냈고 서예가는 작품지를 충분히 말린 뒤에 제출했다.
-10분 남았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았다.
성연아였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수정에 퇴고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작품을 마무리했다.
“후아, 끝……!”
기지개를 켜면서 그녀도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캘리그라피 공모전 본선이 마무리되었다.
* * *
폐막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개막식에 비견될 정도였다.
대규모 축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무수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RS재단의 이름은 이제 국내에서는 대기업 못지않은 인지도를 갖게 되었다. 어떤 면에선 웬만한 대기업을 넘어서기도 했고 말이다.
-이걸로, 폐막식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류성이 단상에 올랐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아갈 겁니다. 그렇다고 의미 없이 돈을 낭비하진 않을 겁니다. 약자로 위장한 이들에게 휘둘리지도 않을 겁니다. RS재단은 진정으로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서만 존재할 겁니다. 지쳐 쓰러질 순 있으나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짝짝짝-
류성이 단상에서 내려와 모습을 감출 때까지.
“후, 끝났네.”
안도하며 복도를 돌아 나왔다.
RS재단의 직원들이 기다리는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간 함께 고생해 줬던 이들이 반겼다.
“이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류성은 웃으며 답했다.
“음, 마무리 짓고 재단으로 돌아가죠. 전 직원이 모인 곳에서 할 얘기도 있고요.”
“네, 알겠습니다!”
뒷정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끝낼 수 있었다.
“자, 다들 돌아갑시다.”
RS재단 사무실에 모든 직원을 불렀다.
운영팀, 홍보팀, 경리팀, 대응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외부 현장팀까지.
모두가 모인 자리였다.
“이렇게 모두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한 자리에서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직원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기도 했고.
재단이 정말 커졌구나.
그런 마음도 덩달아 들었다.
“아무튼, 다들 고생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불러모아서 미안하네요.”
“괜찮아요!”
“맞아요, 괜찮습니다!”
“하하, 네. 사실 좋아할 거라 믿었어요. 왜냐하면 오늘 준비한 게 바로 특별 보너스거든요.”
한자리에 모인 직원들이 환호성을 쏟아냈다.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류성이 손을 들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직 심사와 시상식이 남긴 했지만 폐막식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나머지도 괜찮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간 고생하신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한 사람씩 나와서 받으시고 바로 퇴근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특별 보너스는 두둑하게 현금으로 주고받는 게 좋잖아요?”
“맞습니다!”
“최곱니다, 이사장님!”
그렇게 특별 보너스를 건넸다.
부사장부터 차례대로.
“한애라 부사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말로요.”
이어서 대리급 직원과 주임급 직원.
마지막으로 사원들까지.
“마지막이네요. 고생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퇴근 잘하시고요.”
“네!”
굳이 축하를 가장한 회식을 열진 않았다. 특별 보너스를 줬으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일 테니까.
류성은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서 사무실을 나섰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류성의 생각대로 정말 마음 맞는 이들이 따로 모였다.
“이 주임님, 보셨어요?”
“보너스요?”
“네. 와, 전 방금 확인했는데…… 이거 맞는 거죠?”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웃었다.
“하긴, 희성 씨는 보너스 받는 게 처음이죠?”
“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요.”
“그럼 놀랄 수 있죠. 우리 이사장님이 워낙 손이 크거든요. 특히 직원들 대우는 정말 최고라니까요. 그러니까 아마도 그 금액이 맞을 거예요.”
“저, 정말이죠?”
“네.”
“월급보다…… 훨씬 많은데요?”
“다들 그럴걸요?”
주임이 다른 이들을 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와……!”
그러자 김희성이 눈을 반짝였다.
“저, 정말 뼈를 묻을게요.”
“아하하!”
“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죠.”
“엇?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해요.”
주임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살까지 묻으려고요.”
“네?”
“뼈도 묻고 살도 묻을 거예요. 아주 그냥 문드러질 때까지 RS재단에 붙어 있으려고요.”
“아! 저도요!”
“그런 의미로, 다들 한잔하러 갈까요?”
“좋아요!”
“으, 이사장님도 계시면 좋을 텐데.”
“워낙 바쁘시니까요.”
“아쉽긴 하지만……!”
“우리끼리라도 맛있는 거 먹어요!”
“고고!”
두둑한 지갑에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까지 차올랐다.
일한 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것.
그게 그들을 더욱 열심히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