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58화 (258/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58화

163. 매매기법(2)

오랜만에 투자 게시판이 활황이었다.

-와, 정보꾼님 진짜 알짜 정보 겁나 쏟아내셨네ㅋㅋ

-오늘 방송 대박이었지ㅋㅋㅋ

-리얼, 실시간으로 봤는데 하나같이 알차더라

-못 본 사람 어쩌냐ㅋㅋ

-다시 보기 하면 되지^-^

-아맞네ㅋㅋㅋ

-근데 뭔데 그럼?

-안 봤음?

-ㅇㅇ, 일하느라 놓쳤지

-오늘 증시 방향 언급하고 추가로 단타 매매기법도 알려줬는데ㅋㅋ

-ㄹㅇ?

-ㅇㅇ지지선 뭘로 보는지 다 알려주더라ㅋㅋㅋ

-퍼줍니다^^

-이거 알고도 단타 수익 못 내면 뭐다?

-욕심쟁이다!

-욕심만 버리고 정확한 손절라인이랑 익절라인만 지키면 충분히 높은 확률로 단타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하네요

-오호...?

-스윙이나 장투하려면 분지형 매매기법 활용하시고요

-그건 또 뭔데요?ㅋㅋㅋ

-영상 봐야 이해가 쉬울 텐데

-으으!

-간단하게 말하자면 뭐, 대구 광역시 알죠?

-알죠

-거기가 분지형태 도시잖아요, 차트가 그런 모양이 나올 경우 예의주시하라고 얘기하던데요?

-오호?

-분지형태면 고점에서 하락하다가 이후 충분히 횡보해야 할 테고 그러다가 높게 솟구치면 되는 거잖아요?

-맞음. 욕조 형태라고 해야 되려나?

-오, 욕조ㅋㅋ

-찰떡같이 이해되네요, 감사ㅋㅋ

밤이 늦도록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확실히 사람들의 성향이 이 부분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말 많은 사람이 장기투자보다는 단타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리라.

-단타 이야기가 많군요?

-매매기법이 핫한듯ㅎㅎ

-정작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 재발 아니었어요?

-아, 고거...

-뭐, 확실한 건 아니니까요ㅋㅋ

-크흠, 그런가요?

-ㅇㅇ일단 매매기법이나 공부해야죠!

-하긴, 그건 평생 사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맞습니다ㅋㅋ

-그래도 이제 막 진입하려고 했었는데 인플레이션 재발 이야기 나오니까 꺼림칙하긴 하네요. 정보꾼님만 아니었어도 신경 안 썼을 텐데ㅋㅋ

-고것도 ㅇㅈ하죠

-저도 진입하려다 멈칫했어요ㅎㅎ

-관망하려고요ㅋㅋ 정보꾼님이 알려준 매매기법 공부나 하면서요

-오, 좋은 방법이네요

-내일부터 소액으로 국내 기업들 해당 방법으로 단타 도전해보겠습니다

-저두요!

-굿굿, 다들 돈복사 하자고요ㅋㅋ

많은 이들이 내일을 기약했다.

* * *

생각보다 많은 인증글이 올라왔다.

-와, 대박ㅋㅋㅋ 스샷 보이세요?ㅠㅠ 오늘 단타 성공확률 끝내줬네요!

-헐, 엄청나네요!

-어케 하신 건가요?

-정보꾼님이 알려준 매매기법 활용했습니다!

-오, 분지형 기법이요?

-아뇨, 그건 스윙, 장투형이라 단타 기법 활용했죠!

-아, 1분봉 60일선이랑 30분봉 20일선 보는 거요?

-네ㅋㅋ 예전 류카월드님 영상 보면 단타 분석하는 거 있는데 그게 정답이었더라고요, 그거 보면서 공부하니까 한결 수월했네요

-오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강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주식 방송을 업으로 삼은 일부 너튜버도 해당 기법을 활용했다. 왕느TV의 왕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진짜. 형님들! 이거 맞아요? 맞냐고요? 진짜 따라서 합니다? 했는데 안 되면 알죠? 바로 방종이에요, 방종!]

생방송 시청자 5천 명이 넘는 나름 대기업 너튜버였다.

[하, 그러니까 1분봉 60일선이랑 30분봉 20일선이 겹치는 지지선을 찾으라는 거죠? 어디 보자, 어…… 이거네, 이거! 맞죠?]

시청자들이 호응해 줬다.

뚱뚜룽 : 맞음, 거기!

무화과 : 오, 1,710원이 지지선이네!

똑딱 : 맞네 1,710원ㅋㅋ

내꼬 : 혼자 하기 심심했는데 진입해 봐야겠네요

[오, 맞다 이거죠? 그럼 저도 들어가 볼게요. 하, 근데 이런 식으로 사기당한 게 너무 많은데... 에이, 그래도 정보꾼님이 알려준 거니까 믿어봅니다! 내가 진짜 이런 거 안 속는데, 정보꾼님이니까 속아준다, 진짜!]

이윽고 해당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다.

[후, 1억치 샀고요. 미수까지 쓴 거라 하락하면 저 죽습니다, 진짜!]

물론 말로만 엄살이란 건 시청자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주식으로 돈을 많이 잃은 건 팩트였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광고와 조회수로 벌어들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엄살은 일종의 희극이었다.

알면서도 속고.

그러면서 또 웃어주는 게 바로 왕느TV의 컨셉이었으니까.

드라마 : ㅋㅋㅋ아, 언제봐도 개웃기네

각성 : 과연?ㅋㅋㅋㅋㅋ

안심고기 : 떨어져라, 떨어져라!

고구마밤떡 : 엌ㅋㅋㅋㅋㅋㅋ

물수건 : 왕반꿀 또 가나요!

팬다 : 왕반꿀, 왕반꿀! 왕느가 사면 무조건 하락이죠?ㅋㅋㅋ

처맞는다 : 오늘도 하락에 한 표!

모두가 하락을 기대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정말 너무 좋았던 걸까. 아니면 정보꾼이 알려준 단타 매매기법이 신의 한 수였던 걸까.

[오, 오오……? 오오오!]

주식 가격이 1,710원을 찍더니 이후 매섭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도 상당수 탑승을 한 건지 기세가 매서웠다.

[간다, 간다, 간드아아아아아앗!]

그에 왕느가 갑자기 티셔츠를 벗더니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최근 살이 쪘는지 늘어난 가슴살과 뱃살이 출렁거렸다.

이 또한 컨셉이었다.

꽤 더러운 컨셉.

하지만 시청자들은 크큭거리며 웃었다.

무화과 : 와씨 ㅋㅋ 진짜 가네?

물수건 : 언제봐도 드러운 몸ㅋㅋㅋ

똑딱 : 오, 익절해야지!

내꼬 : 수익 냈어요, 개이득ㅋㅋㅋㅋ

각성 : 아놔 이게 왜 오르냐고!

안심고기 : 하, 젠장ㅋㅋ

물수건 : 왕느는 오르는 거 보면 노잼인데!

처맞는다 : 이게 왜 오르냐고ㅠ

그러나 시청자들의 투덜거림에도 왕느는 웃으며 즐겼다.

[아, 몰라, 몰라! 나만 돈 따면 그만이라고!]

그러곤 적당한 지점에서 주식을 팔아버렸다.

[응, 더 오르면 내 거 아니죠? 200만 원 벌었죠? 개이득이죠? 크하하하하! 정보꾼 형님, 재단 이사장 형님! 감사합니다! 언제 제가 한 번 꼭 맛있는 거 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후로 같은 매매기법을 활용해 총 700만 원을 벌었다.

[그래,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내가 지금까지 잃은 돈이 얼만데!]

오랜만에 찾아온 돈복사의 날이었다.

* * *

사회부에서도 깡다구 있고 명성 높기로 유명한 채한성 기자가 찾아온 손님을 바라봤다.

“RS재단에서 오셨다고요?”

“네, 기자님. 여기, 제 명함입니다.”

“팀장이시군요. 그보다 무슨 일로 절 찾으셨는지.”

“강의를 부탁드리고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본래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사회부 기자로서 요즘 RS재단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온 터라,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어떤 강의를 말하는 겁니까?”

“RS재단에서 후원하는 보육원 아이들한테 해줄 강의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아……!”

“아이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강의, 강의라…….”

문득 기자 정신이 발동했다.

아이들은 어떨까.

정말로 소문으로 듣던 것만큼 아이들에게 잘 대해주는 걸까? 혹시나 무언가 잘못된 부분은 없을까. 물론 강의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을 확률은 높았지만, 단순히 보여주기식일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했다.

많은 재단이 그러했으니까.

RS재단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한 번만 하는 겁니까?”

“지역 몇 곳은 돌아다녀야 할 겁니다.”

여러 지역이라면 아이들을 파악할 시간도 충분할 테고.

괜찮겠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 뭐.

이것도 사회부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일 테니까.

“설마 전국은 아니죠?”

“그건 아닙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부산이랑 대전, 동해, 광주 정도입니다. 아, 물론 서울 수도권까지 포함해서요.”

“번거로운데요?”

“죄송합니다.”

“아니, 뭐.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으시고요. 마침 큰 사건 하나를 끝낸 터라 조금 쉴까 싶었거든요.”

“그 말씀은…….”

“좋습니다. 애들을 위해서라니까, 뭐. 한번 해보죠. 근데 강의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냥 제 방식대로 해도 됩니까?”

“네.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없다면요.”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해 보죠.”

“감사합니다.”

이후 언론사로 돌아간 채한성 기자는 어떤 강의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지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흥미로운 소재는 차고도 넘쳤으니까. 다만, 이야기하지 않아야 할 게 무엇인지를 정리할 뿐이었다.

* * *

서울, 수도권의 보육원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의하기 전.

조금 일찍 도착한 채한성 기자는 그런 아이들을 근처에서 지켜봤다.

“흐음, 다르긴 다르네.”

그도 기사 생활을 하면서 보육원 아이들을 많이 봐왔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들처럼 표정이 밝은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얼굴 어딘가에 그늘이 졌었는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거참. 한 명이 안 보이냐.”

대부분 아이가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웃고 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덤덤한 듯한 기색의 아이들도 있었다.

“흠, 저건 그냥 익숙한 건데.”

특히나 고등학생들. 그 정도로 나이를 먹은 아이들은 크게 설레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얼굴에 그늘이 지거나 어둡지도 않았다. 귀찮은 듯한 기색도 없었고 싫다거나 분위기에 굳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안했다.

일상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뭐, 일단 여기까지.”

더 건질 게 없다고 여긴 채한성 기자가 대기실로 향했다.

“아, 오셨습니까?”

“네.”

“30분 뒤에 시작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러죠.”

대기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분위기는 분위기고.

기왕 시작했으니 제대로 강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간 정리해 뒀던 생각과 자료를 머릿속으로 차분하게 되짚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30분이 흐르고.

단상에 오른 그가 앉아 있는 아이들을 눈에 담았다.

“반갑습니다. 사회부 기자, 채한성이라고 합니다. 저는 기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해하기가 쉽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기억해두면 언젠가는 인생에 도움이 될 테니 잘 들어주면 좋겠군요.”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는 기사를 써서 범죄자 체포에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죠?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자고요. 그 당시 저는 기자로서 인지도가 있던 시절이었고 해당 범죄 역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상태였죠. 그 범죄가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뒤로 미루자고요. 저는 그때 그 녀석을 반드시 잡고 말겠다는 의지로 기사를 썼습니다. 마침 범죄자도 제 기사를 본 모양이더군요. 아마 그 범죄자의 신경을 꽤 거슬리게 했을 겁니다. 그래서였죠. 어떻게 제 일정을 알고서 방심한 틈에 저를 찾아왔더군요. 손에는 칼을 들고 있었죠.”

순식간에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정신없이 몸싸움을 벌였고 소란스러워진 덕분에 간신히 살았습니다.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덕분에 그 범죄자는 죄목이 추가되어 훨씬 더 무거운 형량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했다.

흥미로웠으니까.

억지로 듣겠다는 태도가 아니었다. 열과 성을 다해, 모든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온전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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