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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59화 (259/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59화

164. 판매 시작(1)

채한성이 미소를 지었다.

“뭐, 그 사건은 아직도 제 업적 중에 하나긴 하네요. 아, 그런 일도 있었어요. 용기 있는 젊은 사람이 죽을 위기에 빠진 이를 구해준 영웅적인 일이요. 안타깝게도 그 당시 다른 이슈에 기자 대부분이 시선을 빼앗긴 상태였죠. 저도 그 이슈에 빠져 있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작 더 대단한 일을 한 건 사람을 구한 젊은 남자인데, 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걸까.”

아이들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박의 기회를 차버리고 제가 나섰습니다. 사람을 구한 젊은 남성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면서도 차분하게 작성했죠. 그렇게 기사를 내고 보니 상황이 달라져 있더군요. 대박인 줄 알았던 이슈는 쪽박이었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기사는 어느새 대박이 되어버린 거죠.”

강의는 처음이었기에.

이렇게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신기하면서도 어색했다.

그래서일까.

여기서 준비한 말을 꺼냈어야 했는데.

말이 조금 엇나가고 말았다.

“그때 생각했어요. 아, 단순히 기사를 쫓는 기자가 되지 말아야겠다. 제대로 된 기사를 만드는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그때부터 남들이 보지 않는 곳을 돌아다니고 남들이 쓰지 않는 글을 쓰기 시작했죠. 조금씩 명성이 쌓였고 이름이 알려졌고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린 주관적인 기사만 쓰고 있었던 겁니다. 기자는 언제나 냉정해야 하고 또 냉철한 마인드로 상황을 중립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그 기본에서 이미 멀어졌던 거죠.”

채한성이 미간을 좁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휘둘렀던 펜이 누군가를 상처입혔고 누군가의 삶을 망가트렸더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기사는 펜을 휘두르는 직업이라는 걸. 펜은 생각보다 더 날카롭다는 걸 말입니다. 어쩌면 범죄자가 휘두르는 칼보다 더.”

무거운 주제가 강당에 내려앉았다.

“그렇기에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하게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존재한다고 해야겠죠. 그 실수를 발판으로 삼아 성장했고 덕분에 지금은 저 자신에게 떳떳하니까요. 자, 기자가 어떤 직업인지 조금은 감이 왔겠죠?”

아이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네에에에!”

“기자님, 최고예요!”

“멋있어요!”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이 그 어떤 이익의 움직임 없이 온전한 마음으로 그를 응원했다.

멋있다고 외쳐댔다.

최고라고.

이게 뭐라고 마음을 울려대는 건지.

“어, 음…….”

채한성은 묘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감추기 위해 몸을 돌렸다.

“크흠. 아직 강의가 안 끝났으니 조용!”

마음을 추스르며 강의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으니 하나 더 꺼내 볼까요. 이건 제 기자 인생에 경험한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죠. 어떤 거냐면…….”

아이들에게도.

그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 *

채한성 기자의 강의가 좋았던 걸까.

“기사를 써보고 싶어요!”

“좋은 기자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요.”

“재밌을 거 같아요. 의미도 있고요.”

기자에 흥미를 갖는 아이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어떤 강의였기에.

호기심이 생긴 류성이 녹화본을 확인했다.

[기자란, 그렇기에 언제나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하는 법이죠.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기사를 쓰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펜을 휘두른다? 칼이 아니기에 많은 이들이 그 힘을 외면하는 거지, 실상 그 기자들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겁니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기자를 외치는 사내였다.

“멋있네.”

이런 사람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있기에 대한민국이 살아갈 만한 것이리라.

흐음.

일단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학과도 따지지 않는 게 기자였으니까. 물론 대학교 관련 학과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걸 필수자격으로 보진 않았다.

그러니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준비를 좀 해야겠네.”

물론 글 쓰는 게 그렇게 재밌진 않을 것이다.

어렵기도 할 테고.

아마 금방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넘어서 인생의 목적이나 목표로 설정하는 아이가 나타난다면, 훗날 멋진 기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영상으로 보고 있는 채한성 기자처럼 말이다.

“최서호 부대표님.”

“이사장님?”

“한 가지 의논할 게 있어서요. 이번에 아이들이 기자 관련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듣던 최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제 조카가 언론사 기자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는데 부탁 좀 해볼까요?”

“오, 그래요?”

“네. 지금은 떨어지고 잠깐 쉬고 있거든요. 과외 형식으로 원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뭐라도 가르쳐 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좋죠, 저야.”

“그럼 제가 전화 해보겠습니다.”

“아, 보수도 넉넉하게 챙겨드린다고 꼭 말해주시고요.”

“흐흐, 알겠습니다.”

이걸로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뭐가 되었건 최대한 다양한 부분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었다.

* * *

드디어 갓 샷을 판매하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물량은 많지 않았다.

그간 쌓아둔다고는 했지만 그래 봤자 소량이었다. 그래서 굳이 홍보하지도 않았다. 다만 RS음료 홈페이지에만 ‘갓 샷’이 소량 유통될 거라는 공지사항 하나를 올렸다.

<프리미엄 커피 ‘갓 샷’은 소량만 판매될 예정입니다.>

그걸로 충분했다.

[갓 샷, 드디어 나오나?]

[RS음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사항, 갓 샷의 등장!]

[갓 샷, 물량은?]

[갓 샷이 유통되는 날짜 D-2일]

[예상 가격대는?]

기사가 넘칠 정도로 나왔고 SNS 반응도 뜨거웠으니까.

-와ㅠㅠ 갓 샷 나온다고 하네요

-근데 물량이 적던데요?

-진짜 완전 소량인 거 같아요ㅠㅠ

-으으...!

-근데 어디에 유통되나요?

-동네 편의점에 진짜 조금씩 들어간다고 하던데요?ㅋㅋ

-유통되는 날 바로 달립니다!

-오, 편의점ㅋㅋㅋ

-좋네요, 좋아!

-그, 예전에 그거 생각나네요!

-뭐요?

-버터칩 사건이랑 포켓몬빵 사건이요ㅋㅋㅋ

-아, 그때도 줄 섰었는데ㅋㅋㅋ

-이번에도 서야죠!!!

-ㅋㅋㅋ가보자고요!

-가즈아아아!

그리고 찾아온 당일.

커뮤니티나 SNS에 올렸던 글이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인지 정말로 동네 편의점마다 줄을 서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편의점 새로운 물품 들어오는 시간이 동네마다 조금씩 달라요. 편의점마다도 조금씩 다르고요

-잘 확인하세요ㅋㅋ

-전 동네 편의점 알바생한테 물어봤쬬ㅎㅎ

-오ㅋㅋㅋ

-아침 9시라고 해서 새벽부터 대기중임!

-어때요?

-내 뒤로 사람 겁나 많음ㅋㅋㅋ

-헐ㄷㄷㄷ

그리고 새로운 물건이 입고되는 순간.

“갓 샷 들어왔죠?”

“아, 네.”

“몇 개나 있어요?”

“어, 10개 들어오긴 했는데…….”

알바생이 뒤를 쳐다봤다.

첫 번째 손님도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같이 눈을 시뻘겋게 뜬 채로 노려보고 있었다. 10개를 전부 사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럼 10개를…….”

“10개요?”

“아, 아뇨. 10개를 다 사는 건 좀 그렇겠죠?”

“네, 뭐. 아무래도…….”

“……2개만 살게요.”

“저기 냉장고에 있을 거예요.”

첫 번째 손님이 2개를 꺼내어 계산했다.

“3만 원입니다.”

“예?”

“개당 15,000원이에요.”

“아, 더럽게 비싸네요.”

“사실 거예요?”

“……그래도 사야죠. 그럼요! 계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무려 3만 원이라는 거금을 사용해 ‘갓 샷’을 2캔 구매했다. 주머니에 고이 모시고서 서둘러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곧바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수십 장을 찍고서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선택해 SNS에 올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하트가 무섭게 솟구쳤다.

“크흐, 바로 이 맛이라니까!”

댓글도 금방 달렸다.

하우스걸 : 우왕! 갓 샷이네요!

처치 : 오오, 부러워요ㅠㅠ

사랑니 : 하트 꾸욱^-^

두부맛나 : 오씨, 뭐임? 갓 샷? 와우!

꼬맹이 : 헐, 저도 줄 서고 있는데ㅠ

초코릿 : 와, 맛은 어때요?

뒤통수때려 : 맛잇음? 어떰?

사람들의 관심을 만끽하며 히죽거리던 그가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이게 뭐라고 15,000원이나 하냐고…….”

물론 덕분에 SNS에서 주목을 받는 상태긴 하지만 아무튼 아까운 건 아까운 거였다.

“이게 그렇게 맛있나? 쯧, 맛없기만 해봐라.”

사내는 곧바로 캔 뚜껑을 땄다.

따악-

소리와 함께 갇혀 있던 향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어……?”

확실히 향이 다르긴 했다.

그래, 비싸니까.

이 정도는 해야 맞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맛을 봤다. 벼락이 내리꽂히기라도 한 걸까, 머리에서 폭발이 들리더니 전신이 굳어버렸다.

“……미, 미쳤다!”

생각나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최고의 찬사기도 했다.

이건 정말 미쳐 버린 맛이었으니까.

* * *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갓 샷’에 호기심을 보였다.

“부대표님도 갓 샷이 그렇게 맛있던가요?”

“아, 하하. 네…….”

최서호 부대표가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냈다.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로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갓 샷은 정말 맛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내는 저 속내를 모른 척하기도 어려웠다.

“그보다, 이번에 데뷔하는 아이돌 무대를 정말 그렇게 꾸며줄 수 있으실지…….”

“허허, 부대표님. 나 국장이에요.”

“그럼요, 잘 알죠.”

“내가 된다고 하면 그냥 되는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말을 돌리려고 했으나 국장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갓 샷이, 그렇게 입맛에 맞았습니까? 제가 커피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재단 이사장님이 타준 커피도 마셔본 몸이란 말입니다.”

“아, 그, 그러셨군요.”

“근데 갓 샷은 그보다 더 맛있더군요. 부대표님도 그랬습니까?”

“그, 음…….”

허영찬 국장이 눈을 빛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저 눈빛은, 솔직히.

배신하기 어려웠다.

“어땠습니까, 맛이?”

“……맛있긴 했습니다. 근데, 국장님 정도까진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하고요.”

“오호, 그래요?”

“예.”

“그럼 제가 훨씬 더 갓 샷을 맛있게 먹는다는 거군요.”

“그, 그렇겠네요.”

“허허, 누가 선물로 한 상자만 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그래도 한 줄기 울컥한 감정이 솟구치기는 했다.

“……국장님도 선물 받았잖습니까.”

“어허, 언제적 얘깁니까.”

“그리고, 시중에 팔기도 하고요.”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아…….”

국장이 상체를 숙이며 압박했다.

“사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단 말입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원.”

최서호 부대표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선택의 순간이었으니까.

선물을 주고 이번에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시원하게 확답을 받느냐, 아니면 선물을 주지 않고서 불편한 마음으로 시간을 끄느냐.

“제가…….”

“예, 편히 말씀하시죠.”

“제가…….”

“예.”

이미 답은 정해진 상태였다.

다만 입이 떨어지지 않을 뿐.

“그러니까, 제가…….”

“허허, 어서 말을 하세요.”

“제, 제가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우리 부대표님. 내 아주 잘 먹도록 하지요.”

“예에.”

“그리고 그 아이돌 그룹 말입니다. 어디, 마음껏 해보십시오. 제가 전부 다 허락할 테니.”

“감사합니다……!”

이번 아이돌에 투자한 자금이 장난이 아니었다.

반드시 성공하리라.

그 스타트를 아주 잘 끊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게 전부 ‘갓 샷’의 힘이었다.

“부대표님, 그래서 갓 샷은 언제 주실지.”

“……당장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시원시원하군요, 크허허허허!”

커피 한 상자로 데뷔 무대 전권을 얻어내다니, 이런 일은 아마 역사상 없었을 것이다. 엄청난 이득을 본 게 확실한데도 묘하게 손해를 본 듯한 이 감정은 분명 착각일 터였다.

그래, 착각이겠지.

부대표는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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