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61화 (261/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61화

165. 압도적인 힘(1)

어느새 갓 샷이 한 캔만 남았다.

매일 아침에 한 캔.

그렇게 마시다 보니 순식간에 9캔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거, 참.”

설마 이렇게 열심히 마실 줄이야.

게다가.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이걸 마시다 보니 조금씩 활력이 생겨났다. 덕분에 최근 며칠간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어제보다 더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비서실장에게 ‘갓 샷’을 구해오라고 말이다.

“부회장님.”

“음, 그래.”

“여기 구해오라고 하신 갓 샷입니다. 물량이 적어서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관심이 뜨겁긴 한 모양이군.”

“예, 그런 거 같습니다.”

“오늘은 이걸 마셔봐야겠군.”

선물로 받은 레드 갓 샷은 1캔이 남았으니 아까웠다.

일반 갓 샷이라고는 들었는데.

크게 다를까 싶어서 별생각 없이 손에 들린 일반 갓 샷을 개봉했다.

“음?”

하지만 향기부터 깊이가 달랐다.

조금 옅은 느낌.

맛을 보니 더욱 확연해졌다.

“……많이 다르군.”

그제야 기존에 선물 받은 게 특별한 커피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신경을 꽤 써줬군, 그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 입을 더 마셨는데 괜히 기분만 가라앉았다.

“쯧.”

결국, 마지막 남은 레드 갓 샷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손에 들린 일반 갓 샷을 내려놓고 1개 남은 레드 갓 샷의 뚜껑을 오픈했다.

타악-

곧바로 한 입을 들이켰다.

호로록-

특유의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니 흡족함이 올라왔다.

“그래, 바로 이거지.”

언짢았던 기분이 자연스레 풀렸다.

“특별한 커피라…….”

커피를 음미하는 성삼전자 부회장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이런 멋진 선물을 받았는데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나도 뭔가 주고 싶은데.”

뭐로 돌려줘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당장 정할 문제는 아니지.

생각을 멈추고 레드 갓 샷의 맛을 음미했다.

“으음……!”

모든 감각을 동원해 온전히 그 맛에 빠져들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으니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었다.

충분히 맛을 보고.

커피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에야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비서실장이 보였다.

“강 실장.”

“예, 부회장님.”

“여기 하나 남은 커피는 자네가 마시게나.”

“감사합니다.”

조심스레 받아든 일반 갓 샷을 주머니에 챙기는 강 실장의 모습에 부회장이 혀를 찼다.

“지금 바로 마시게. 아침이잖나.”

“알겠습니다.”

캔 뚜껑을 따고서 무심하게 들이키던 강 실장의 눈이 조금 커졌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

“맛있습니다.”

“그거 아나? 내가 마시고 있는 게 훨씬 더 맛있다네.”

“아, 그렇습니까?”

“그래. 궁금하지 않아?”

“괜찮습니다.”

“어허, 훨씬 맛있는데도?”

말하는 걸 보아하니 자랑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한 강 실장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만 마셔볼 수 있겠습니까?”

“자네가 정 원한다면야.”

“제가 컵을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빠르게 컵을 가져오자 부회장이 레드 갓 샷을 조금 따라줬다.

“그럼 마셔보겠습니다.”

“놀라지나 말게.”

“아시잖습니까. 저 그렇게 쉽게 놀라지 않습니다.”

“후후, 기대하지.”

레드 갓 샷을 마신 강 실장의 표정이 굳었다.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 꿈틀거리다 결국 위로 솟구치는 입꼬리.

누가 봐도 놀랐고 누가 봐도 너무 맛있어서 웃음이 터져 버린 모습이었다.

“어떤가?”

“……크흠. 알 거 같습니다.”

“뭘 말인가?”

“부회장님 기분이 최근 계속 좋았던 이유를 말입니다.”

“흐하하, 그래?”

“예. 전부 이 커피 덕분이었군요.”

“맞아, 요즘 기분이 아주 좋아.”

“어떻게든 제가 더 구해보겠습니다.”

“어려울 걸세.”

“음……!”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 뒤 업무를 지시했다.

“참, RS재단과 이사장에 관해 조금 알아보게. 내가 직접 고민을 해보려고 했는데 아는 게 있어야지. 이런 쪽은 우리 강 실장이 전문 아닌가.”

“알겠습니다.”

“선물을 줄 생각이니 뭐가 필요할지 제대로 파악하게나.”

“예.”

“좋아, 그럼 나갈 채비를 하지.”

오늘도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였다.

* * *

외부 현장을 책임지는 팀장 김만호 대리가 보고서를 건네며 말했다.

“모든 증거 수집 완료했습니다.”

“그래?”

류성은 보고서를 확인했다.

읽기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는 악행들이 가득했다.

“여덟 곳이라…….”

“나머진 정상이었고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문제는 저 여덟 보육원의 행태였다.

폭력은 기본이었다.

아이에게 밥을 굶기는 건 예사였다. 자그마한 실수라도 하면 잠을 재우지 않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끼리의 싸움을 방관하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조장하는 곳도 있었다. 각종 지원금을 횡령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고.

“……전부 조질 수 있는 거지?”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래, 그러면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함이었지만 그사이에도 아이들은 고통받았을 터.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자고. 구청에 연락하고, 경찰, 언론에도. 너튜브 이슈 채널에도 광고 주고.”

“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그래.”

김만호가 이사장실을 나서며 전화를 걸었다.

“RS재단입니다, 구청이죠? 예, 보육원 관련으로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시작은 순조로웠다. 구청에서도 협조하겠다는 대답을 줬고 경찰 조사도 시작되었다. 지금껏 모은 증거를 토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RS재단에서 파악한 불법 보육원!]

[무려 여덟 곳의 보육원이 학대, 폭력, 그리고 횡령을 저질러……!]

[보육원 관계자 '그런 일 없었다.'고 부정해……]

[경찰 관계자, 최대한 공정하게 사건을……]

언론도 힘을 실어줬다.

당연하게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댓글도 많이 달렸다.

당장 그 보육원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경찰 조사가 지지부진해지고 기사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다른 이슈가 터지면서 보육원 사건이 순식간에 묻혀 버리기에 이르렀다. 구청에서도 협조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후, 일단 원인부터 파악해 보자고.”

“예……!”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꽤 급이 높은 국회의원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사장님, 아무래도 정치인이 연관된 모양입니다.”

“하, 그놈의 정치인……!”

“여기랑 여기, 보육원 총 세 곳에서 뒷돈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각종 지원금을 나눠 먹은 거죠.”

“해결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미치겠군. 일단 너튜브 이슈 영상에 한 번 더 광고 넣어.”

이슈 채널에 광고를 넣었다. 다시 한번 보육원 영상이 올라왔고 조회수도 나쁘지 않게 상승했다.

류성은 서둘러 해당 영상에 올라오는 댓글을 확인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사건이 묻혀선 안 된다며 분노했다.

“으음…….”

그런데, 웃기게도 따봉을 가장 많이 받은 건 홍보글이었다.

그것도 성인 사이트 홍보글.

“너튜버 영상에 댓글 알바까지 쓴 모양입니다.”

황당함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너튜브로는 부족했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게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진 못했다.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해당 보육원장과 불법에 연관된 이들을 처벌하는 거였는데 그게 멈춰 버렸으니 답이 없었다.

가슴이 갑갑해졌다.

“일단, 회의를 좀 해보자고.”

“예, 이사장님.”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재단 회의를 열었다.

“일단 화제성이 너무 부족해요.”

“논쟁거리가 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상황을 지켜보는 다른 이들이 한 손이라도 더 거들어줄 테니까요. 정치인이라면 적도 많을 테고요.”

“이슈 채널로는 부족해요.”

“이건 어떨까요? RS엔터 배우, 가수의 SNS를 이용하는 거죠. 워낙 팬덤이 강하니 분명 화제가 될 겁니다.”

“음,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작습니다.”

“왜죠?”

“정치와 연관되는 순간 연예인의 수명은 매우 짧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 사람들도 알고 있으니 거절할 확률이 높아요.”

“아…….”

“으음, 그러면 일단…….”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이렇다 할 정답이 보이지 않았다.

막막한 기분이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그 순간, 구원자가 등장했다.

“부회장님……?”

-오랜만이군.

성삼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남는 커피 좀 있나?

“아, 물론이죠.”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대화긴 했지만 무려 성삼전자의 부회장이었으니 함부로 대할 순 없었다.

“레드 갓 샷 한 상자에 다른 종류로 두 상자 더 보내드리겠습니다. 레드 갓 샷에 못지않게 맛있으니 기대하셔도 좋고요.”

-오호, 세 상자나?

“네.”

-허허, 고맙네. 그냥 받기만 하는 건 미안하군.

“괜찮습니다.”

-내가 괜찮지 않아. 그래, 요즘 재단 분위기가 좋지 않던데 거기에 내가 자그마한 도움을 주지.

“예……?”

-걱정하던 부분은 말끔하게 해결될 걸세. 30분만 기다리게.

통화를 마친 류성은 멍하니 직원들을 쳐다봤다.

“이사장님?”

“아, 네.”

“누구한테 온 전화기에 그러세요?”

“성삼전자 부회장님한테서 연락이 와서요.”

“예에……?”

“서, 성삼전자 부회장님이요?”

“네.”

“대, 대박. 그런 분이랑도 연락하셨구나.”

“어쩌다 보니까요. 그보다, 그분이 해결을 해주겠다고 하시네요. 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고요. 일단 그렇게만 이야기를 하시고 끊어버렸거든요.”

“어, 그러면…….”

직원들의 눈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류성도 마찬가지였고.

뭔가, 정말로 그가 움직이면 달라질 거 같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볼까요?”

“좋아요.”

기대와 초조함으로 뒤섞인 30분이 흘렀다.

“허어…….”

“이, 이사장님! 이거, 이거요!”

“와, 진짜…….”

거짓말처럼 모든 게 해결되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도 언론사가 많았던 걸까 싶을 정도로 무수한 기사가 폭풍처럼 쏟아졌다.

대부분 기사가 보육원 사건을 언급하는 내용이었다. 순식간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 1, 2, 3위에 관련 내용이 떠올랐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경찰청장, 긴급 발표!]

[갑작스러운 기자회견? 경찰청장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경찰청장, 기자회견 실시!]

10분이 더 지나자 너튜브에서 기자회견이 송출되었다.

[많은 국민 여러분이 관심을 보여주신 보육원 횡령 및 폭행 사건은 경찰청장인 제가 책임을 지고서, 제대로 된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

이 모든 것이 성삼전자의 힘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차기 회장.

현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의 권력을 제대로 느껴 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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