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62화 (262/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62화

165. 압도적인 힘(2)

부장 검사가 너튜브로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무려 여덟 개의 보육원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지원금을 횡령하였습니다. 해당 지원금을 함께 횡령한 이가 있다는 증거까지 확보했습니다. 그게 누가 되었건 결코 수사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저, 경찰청장의 이름을 걸고 국민 여러분께 약속…….]

먼 친척이 병원비를 후원받기 시작하면서 RS재단에 조금 관심을 뒀었다. 그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냥, 재단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RS재단의 이름이 더 많이 들려왔다. 그들이 해내는 일들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RS재단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숨은 선한 이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아직 세상이 이 정도라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물론 그중에서도 RS재단은 훨씬 더 대단했다. 아니, 재단을 운영하는 이사장이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덕분에 초심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평소라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RS재단의 선행이 이어질수록, 그런 선행을 계속 지켜보면 볼수록 열정은 오히려 불을 지펴갔다. 꺼져야 할 불꽃이 오히려 더 강렬하게 그를 지배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일을 했다.

그러자 보이는 세계가 달라졌다.

주변 평판 역시도.

-허, 부장 검사님 왜 저래?

-대단하시네.

-이건 우리가 본받아야겠다, 진짜.

-멋지다, 우리도 저렇게 해보자고.

-좋지.

RS재단이 그에게 무언가 해준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부장 검사는 이상하게도 많은 걸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였다.

보육원과 국회의원의 횡령 및 학대 사건에 관심을 두고 지켜봤다. 재단이 힘들어 보이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처음엔 시작이 좋았는데 이후 어긋나기 시작했다.

슬슬 나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 중이었는데.

사건이 생각보다 쉽게 풀려버렸다.

“흐음, 누군가 개입한 모양인데.”

정황상 그건 분명했지만 RS재단 일에 개입한 게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잘된 일인 건 분명했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뭐, 괜찮겠지.”

앞으로도 RS재단의 방향성이 바뀌지만 않는다면, 그는 영원히 재단의 편에 서리라 다짐했다. 적어도 이런 각박한 세상에 그런 재단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도울 기회는 앞으로도 꾸준하리라 여겼다.

* * *

보고를 받는 성삼전자 부회장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덕분에 사건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되었습니다.”

“그 영감도 움직였다고?”

“예, 아무래도…….”

“그냥 움직일 영감이 아닌데 말이야.”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졌다.

추론이라고나 할까.

손가락이 가볍게 탁자를 두드렸다.

툭, 투욱, 툭.

이내 고개를 들었다.

“RS재단의 영향력이 꽤 컸던 모양이야.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은 이들이 예상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 흥미롭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들고 그 사람들이 재단을 지키려는 형국이 되어버린 건가. 하긴 나도 움직였으니.”

부회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새로운 방식의 권력인가.”

“……그게, 가능할까요?”

“지금 당장은 확신할 수 없지. 그래도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위협을 느끼는 녀석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

“그렇겠군요.”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어.”

부회장은 거기서 말을 줄였다.

마침 비서실장이 어딘가로부터 연락을 받더니 인사를 하고서 부회장실을 나섰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부회장님, RS재단에서 보내왔습니다.”

“오오, 왔군.”

프리미엄 갓 샷이 도착한 것이다.

“개봉할까요?”

“어서.”

나타난 것은 세 가지 종류의 커피였다.

“이건 전에 마셨던 거고. 나머지 두 개는 마셔보지 못한 거로군.”

“맞습니다.”

“흐음, 좋아. 오늘은 그린 갓 샷을 마셔봐야겠어.”

곧바로 캔 뚜껑을 땄다.

토옥-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향을 맡았다.

“다르지만, 좋군.”

과연 레드 갓 샷과 비교한다면 뭐가 더 맛있을까.

참으로 기대가 되었다.

이런 긴장과 즐거움이라니.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건지.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그냥 지금, 이 감정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일부러 향을 한 번 더 맡으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으음.”

더는 욕망을 견디지 못한 채 커피를 들이켰다.

꿀꺽-

목을 타고 넘어가는 이 청량감. 그 시원함에 두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분명히 밸런스 잘 맞춘 커피인데 감춰진 듯한 시원한 맛이 그를 재촉했다.

더, 더 마셔보라고.

꿀꺽, 꿀꺽.

그래서 부회장은 몇 모금을 더 마셨다.

“허어…….”

마실수록 시원한 정도가 강해졌다. 마치 전신에 묵은 스트레스 덩어리를 녹여버리는 기분이었다. 강력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올랐다.

“부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음? 어, 어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게.”

“예.”

“허, 이거…… 장난 아니군.”

“맛있습니까?”

“그래, 이건 정말이지…….”

뭐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문득 아까웠다.

이걸 다 마시면 벌써 한 캔이 사라지는 거였으니까. 그렇다고 마시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금도 세포 하나하나가 그린 갓 샷을 원하고 있었다. 마시라고, 당장 마셔보라고.

다시 커피를 음미했다.

“으음……!”

이번에도 시원함이 전신을 휘돌았다.

스트레스가 녹아내렸다.

신체에 활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어쩐지, 젊어진 느낌이었다.

* * *

한참 전부터 국내 유망주와 일본 유망주의 축구 대결이 이어졌었다. 실력이 상당히 좋아서 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교류전이 이어지는 날이었다.

“현재까지 결과는 반반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해. 알겠지?”

“네, 감독님!”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그래, 수현이. 믿는다.”

“넵!”

정수현은 힘차게 대답하며 필드에 올랐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몸 푸는 시간이 주어졌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관객석을 훑었다.

오늘도 안 오셨나?

그러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엇, 아저씨!”

RS재단의 이사장, 류성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정수현은 그에게 달려갔다.

“미안, 그동안 못 보러 와서.”

“괜찮아요.”

“오늘이 마지막 시합이지?”

“네!”

“그래, 마지막 시합은 볼 수 있겠네. 재밌게 놀아봐.”

“재밌게요?”

“어. 재밌게. 한일전이라고 괜히 무조건 이겨야겠다, 이런 생각보다는 즐겁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지금은 그런 성장의 시기니까.”

“네, 재밌게 뛸게요.”

“파이팅이다.”

응원을 받고 돌아온 정수현의 눈이 뜨겁게 타올랐다.

아저씨가 와주셨어.

그러니까, 오늘은 재밌게 축구를 하면서 무조건 이길 생각이었다.

몸을 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합이 시작되었다.

선공을 대한민국 U-15팀이었다. 중앙 센터 마크에 공을 놓은 채 킥오프가 시작되었다.

삐익!

패스를 받은 정수현이 앞으로 달려갔다.

현란한 드리블.

그러나 과하지 않았다.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달려드는 일본의 U-15 선수를 돌파했다.

이어지는 킬패스.

속도를 높여 안으로 파고들었다. 팀원에게서 날아드는 패스를 가볍게 받아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

몸을 돌리며 슛을 때릴 듯 페인트를 주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며 틈을 파고들었다.

남은 수비수가 많지 않았다.

좌, 우측. 그리고 뒤쪽.

달려드는 일본 수비수는 많았지만 정면은 꽤 여유로웠다.

한 명만 더.

오른쪽으로 공을 차고 달리듯 페인트를 주다가 다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는 순간, 드디어 각이 보였다.

“후으으읍!”

반 박자 빠른 슈팅이 이어졌다.

파아아앙!

절묘한 각을 이루며 뻗어간 공이 골키퍼의 손을 스치며 골문을 두드렸다.

와아아아아-

깔끔한 득점이었다.

“아저씨이이이이!”

“그래, 잘했어.”

류성은 세레머니를 하는 정수현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녀석, 잘하긴 하네.

경기가 재개되었는데 분위기를 제대로 탄 모양이었다. 대한민국 U15팀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았다. 일본팀의 패스가 수비수에게 가로막혔다.

이어지는 역습.

정수현에게 연결된 공이 다시 한번 골문을 두드렸다.

철렁-

벌써 2 대 0이었다.

“일 터지겠는데?”

정수현은 그날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결과도 깔끔했다.

4 대 1로 대한민국의 압승이었다.

* * *

오랜만에 이신우와 함께 치킨 프랜차이즈 면접을 보기로 했다.

“야, 진짜 얼마 만이냐.”

“좀 바빴잖아.”

“그래도 혼자 면접 보려니까 장난 아니더라. 얼마나 고민할 게 많은지. 그리고 이런 말 해서 좀 그런데…….”

“뭔데?”

“내가 혼자 뽑은 점주 중에 이상한 인간이 몇 있더라고.”

“그래?”

“어. 내가 분명히 처음부터 착한 영향력 스티커 붙인다고 얘기했고 동네 애들은 충분히 챙겨주는 게 필수라고 확답까지 받았단 말이야. 계약서에도 내용 작성했고. 근데도 안 지키는 점주가 있었다니까. 그것도 내가 뽑은 점주 중에서만 두 명이나 나오니까 좀 그렇더라고.”

“흐음.”

류성은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뭐.

그는 상대방의 잠재력을 볼 수 있으니까. 거기엔 다양한 재능을 비롯해 그 사람이 지닌 타고난 인성이나 성격도 존재했다. 그 모든 걸 확인하면서 사람을 뽑으니 당연히 최고의 선택이 될 수밖에.

“그래서 오늘 왔잖아.”

“쩝, 고맙다.”

“그리고 나중에 프랜차이즈 한번 싹 돌자고.”

“응? 왜?”

“점주들 한 명씩 좀 보려고. 대화 조금만 해보면 알 수 있거든. 내가 지적해주는 사람은 주의해서 지켜보면 될 거야.”

“오오, 오케이!”

함께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참, 그건 어떻게 됐냐?”

“뭐?”

“그, 보육원 말이야.”

“아, 그거?”

“어. 뭔가 좀 어려워 보이다가 갑자기 잘 풀리는 거 같던데. 마무리는 된 거 같은데 그 이후로 뭔가 얘기가 안 보여서.”

“잘 끝났지. 일단 보육원은 RS재단이 흡수하기로 했고.”

“오오, 그래?”

“어. 그리고 애들은 당연히 우리가 케어해야지.”

“좋네. 다행이구만.”

“다행이지. 그냥 너무 늦은 거 같아서 미안할 따름이야.”

그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 일단 면접에 집중하자고.”

“오케이.”

류성은 이신우와 함께 치킨 프랜차이즈 면접을 진행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네. 반갑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좀 할게요.”

“예!”

“일단…….”

류성이 바쁘게 재단을 관리하는 동안 이신우 혼자서 프랜차이즈를 꽤 넓힌 덕분에 벌써 50호점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그럼 한번 볼까.

류성은 면접자들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 사람은 통과.

저 사람은 별로니까 탈락.

빠르게 합격자를 추렸다.

“난 이렇게 여섯 명이 괜찮던데.”

“오, 그래?”

“어.”

“흠, 근데 사람이 좀 적네.”

“여섯 명이?”

“어. 지점이 늘어나니까 여유가 되더라고. 아마 앞으로 꾸준히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싶긴 하네. 오늘은 한 열 명은 뽑을 생각이었거든.”

“흐음, 그러면…… 여기 두 명까진 괜찮을 거 같은데.”

“총 여덟 명인가?”

“그렇지.”

“오케이, 이번엔 이 정도만 해야겠다.”

“근데 속도가 확실히 빠르네. 이제 회장님인가?”

“회장은 아직 오버고.”

“그럼 사장님?”

“크흠. 뭐, 굳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랄까.”

이신우의 대답에 류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앞으로 사장님이라 부르겠습니다요.”

“오냐.”

50호점이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주인이라.

확실히 대단했다.

사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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