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재능이 쏟아져 264화
167. 황 노인
RS엔터 부대표 최서호가 이메일을 확인했다.
“또…… 보내주셨네.”
류성이 보낸 가사였다.
“활동력이 참 남다르다니까.”
얼마나 열심히 작사하는지 팔리는 가사보다 쌓이는 가사가 많았다. 덕분에 10개가 넘는 가사가 보관함에 쌓여 있었다.
물론 그냥 두기만 한 건 아니었다. 엔터 소속 가수만이 아니라 다른 기획사에 가사를 팔기도 했다.
그래도 여유분이 많았다.
인맥을 동원해 가수에게 뿌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가사가 쌓였다.
물론 이것도 자산이라 나쁜 일은 아니지만 너무 쌓이니까 부담이 된다고나 할까.
똑똑.
그때, 누군가 노크를 했다.
“네, 들어오세요.”
호랑이도 자기 이야기를 하면 온다더니, 마침 류성이 등장했다.
“아이고, 대표님. 오셨어요?”
“네. 아, 메일은 보셨나요?”
“그럼요. 봤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곳 생기면 유용하게 써주세요.”
“물론이죠. 근데…… 너무 많이 보내주시는 건 아닌지.”
“뭐, 쌓이면 좋죠.”
“크흠, 그렇죠. 자산이니까.”
“네, 그냥 편하게 써주세요. 묵혀도 괜찮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류성은 소파에 앉았다.
“그보다 어쩐 일로 오셨는지.”
“아아, 제가 지금 다음 공모전을 작곡으로 생각하고 있어서요.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네요.”
“오, 작곡 공모전인가요?”
“네.”
“지금까지 조각이랑 독립 시나리오, 그리고 캘리그라피 이렇게 3개를 했었는데 사실 전부 마이너 아닙니까. 독립 시나리오도 그렇고요.”
“그런 면이 있었죠.”
“지금 정도면 메이저 공모전 하나 해줘도 괜찮을 거라 봅니다. 특히 RS엔터에도 도움이 될 거 같고요. 가사는 많은데 그걸 활용할 곡이 없어서 말이죠.”
“으흠.”
“수상작 괜찮은 건 드라마 OST로 써도 좋을 테니 엔터 인맥을 쌓기도 쉬울 거고요. 여러모로…….”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서호의 말을 경청했다.
“좋습니다, 해보죠.”
“기대하겠습니다.”
“네. 뭐, 이번에는 RS재단도 경험이 쌓여서 저는 그리 바쁠 거 같진 않네요.”
“좋은 일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유지해야죠.”
“맞습니다. 사실 이사장님이 너무 바쁘긴 했었죠.”
“대신 저는 후원에 좀 더 집중하려고요.”
“아아……!”
그저 직원만 더 뽑으면 충분할 거 같았다.
“그럼 수고하시고요.”
“예.”
“아, 마지막으로…….”
류성은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현아는 요즘 어때요?”
“류현아 배우, 말씀이시죠?”
“네.”
“아주 열심히 촬영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네. 모르셨습니까?”
“그 녀석이 저한테 말을 안 해줘서요.”
“하하하, 그랬군요.”
“연기 실력은 어떤 거 같아요?”
최서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배우로서 재능이 출중합니다.”
“으흠.”
“지금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가 연말에 방영이 될 겁니다. 그때부터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잘하고 있다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혹시나 인성에 문제 있다 싶으면 바로 말해주시고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가보겠습니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류성은 RS엔터 부대표실에서 나와 재단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다시 일상적인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누구를 더 도와줘야 할까.
어떤 이를 후원할까.
오늘도 즐겁게 고민을 이어갔다.
* * *
RS재단의 후원은 매일 꾸준히 늘어났다.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협업 중인 병원이 늘어나면서 이제 정말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알게 모르게 RS재단 팬카페와 관련 단체 채팅방이 생겨날 정도였다. 게다가 상당히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갔다.
-RS재단, 최고죠!
-우리 아들이 덕분에 살았잖아요ㅠㅠ
-이번에 또 병원 협업했던데요?
-허어, 대단하네요
-보육원은 이미 전국적으로 케어하고 있고 예체능 유망주도 후원해주고 있더라고요.
-크, 몇 번을 들어도 좋은 곳이라니까요ㅎㅎ
-덕분에 살아갑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은혜죠. 언젠가 갚을 기회가 생기면 참 좋겠어요
-그러게 말입니다ㅎㅎ
그들은 RS재단의 활동을 매일 공유했다.
-오늘부터 대학생 및 대학원생 후원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로스쿨도 그렇고요
-오호, 그래요?
-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대학생이랑 대학원생까지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충당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을 포함해서요. 다만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도 집안 형편이 좋으면 제외고요. 그리고 성적도 본다고 하네요. 의지가 있는 학생 위주로 일단 추리려는 모양입니다.
-그렇군요
-몇 가지 조건이 있긴 하지만 도움이 크게 될 거 같더군요, 그래서 공유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해요!
-제가 아는 사이트에 공유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사소한 소식도 놓치지 않았다.
-작곡 공모전 요강 올라왔습니다
-참고하세요, 다들!
-이번 공모전도 대단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네, 문화강국이야말로 진정한 세계 강국이니까요ㅎㅎ
머지않아 또 다른 소식이 퍼졌다.
-어? 프리미엄 갓 샷 나온다고 하네요?
-프리미엄이라...?
-그냥 갓 샷은 드셔보셨나요?
-네, 마셔봤어요ㅎㅎ
-어떠셨나요?
-음, 살면서 반드시 마셔봐야 할 커피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정도예요?
-네, 꼭 드셔보세요ㅎㅎ
-저도 마셔봤는데ㅋㅋ
-어때요?ㅎㅎ
-위에 말은 너무 약소하게 표현하신 거 같아요ㅋㅋ 그냥 미칩니다, 정말
-우와...!
-얼마가 되건 꼭 마셔보세요! 대박이에요, 정말!
-오오!
-아, 근데 단점 하나 있긴 해요
-뭔가요?
-한번 마시면 입이 고급화가 되어서 다른 커피가 맛이 없어진다는 거요
-앗, 전 그럼 패스ㅋㅋㅋ
-캬, 대단하네요
-그럼 프리미엄이면... 더 대단하겠군요?
-그렇겠죠?
-이건 좀 궁금하네요ㅎㅎ
-하지만 구할 길이 없네요ㅋㅋ 물량이 너무 적어요
-쩝, 그러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ㅎㅎ
프리미엄 갓 샷은 그리 이슈가 되진 않았다.
금방 머리에서 잊혀졌다.
마셔본 이가 정말 적었으니까.
-그보다, 이번에 RS재단에서...
-오오...!
심지어 프리미엄 갓 샷을 마신 이들은 누구 하나 자랑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결국 없었던 걸까. 연말이 다가왔을 즈음부터 프리미엄 갓 샷을 둘러싼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 *
류성은 다시 한번 정보를 확인했다.
[10월 -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던 물가가 다시 2개월 연속 상승추세. 인플레이션 재발 공포로 증시 대하락. 미연준, 다시 금리 인상 시작할 수 있다고 선언]
[11월 - 11월 2일, FOMC 회의에서 미국 금리 0.5%P 인상 결정! 인플레이션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12월 - S&P 3개월 만에 17% 하락. 나스닥 21% 하락으로 마무리!]
이미 주식은 전부 팔아치운 상태였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개인 자금으로는 하락에 투자하는 중이었지만 투자사 자금은 금액이 워낙 커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증시가 조금 진정되면 다시 매수할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너튜브 구독자와 공유했다.
“내년 초가 되면 그래도 저점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인지한 상태라서 이제는 미연준에서 제대로 대응을 할 거라 믿거든요. 뭐, 꼭 그래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럴수럴수 : 오오, 내년 초에 저점이군요!
부대짱 :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네요ㅎㅎ
분양 : 벌써 연말이니 뭐ㅋㅋ
초코맛딸기 : 현금 모아갈게요!!!
소기업 : 저도 매도 완료ㅋㅋ
분위기어떰 : 진짜 이번엔 미연준 대응 잘하겠죠?
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할 겁니다. 이번에도 실수하면 정말 신뢰가 급격하게 사라지거든요.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 천천히 매수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증시 흐름을 언급하고 슬슬 생방송을 종료하려던 시기였다.
브랜드맨 : 근데 요즘 괴소문 돌던데ㅋㅋㅋ
알탕 : 괴소문? 아, 그거요?
유명한 : ㅇㅇ? 뭔 얘기인가요?
류성도 의문이 들었다.
괴소문이 뭐지?
일단 채팅을 조금 더 훑어봤다.
불길속으로 : 프리미엄 커피 마시면 막 무슨 건강해진다고ㅋㅋㅋ
꽃송이 : 마약이냐는 소문도 있던데요?ㅋㅋ
파란색하늘 : 심지어 젊어진다는 말도 있음ㅋㅋ
멤버 : 엌ㅋㅋㅋㅋㅋㅋ
이유 : 뭔 얘기에요?
일단 : 프리미엄 갓 샷 얘기에요ㅋㅋ
리모컨 : 그걸 마시면... 건강해지고 젊어진다고요?
벌칙 : 맞음ㅋㅋㅋㅋㅋㅋ
순간 류성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아, 무슨 얘기하나 했더니 프리미엄 갓 샷 말씀하시는 거였어요?”
채팅이 우수수 솟구쳤다.
불길속으로 : 넼ㅋㅋ 그거 진짠가요?ㅋㅋ
멤버 : 알려주시죠ㅋㅋㅋ
알탕 :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분이 요기 계셨네ㅋㅋ
류성은 고민하다가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프리미엄 갓 샷의 의도가 애초에 건강이라서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건강도 챙기자는 의도였죠. 그래서 커피 외에도 건강에 도움이 될 법한 레시피를 첨가했고요. 아마 그래서 그런 소문이 도는 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 영양제를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뭐 그런 느낌인 거죠.”
사실에 가깝게 대답해줬다.
사람들은 그제야 이해했는지 느낌표를 마구 올려댔다.
“더 궁금한 건 없으시고요? 아, 물량이요? 음, 아무래도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필요하다 보니 물량을 늘리는 건 어려울 거 같네요.”
프리미엄 갓 샷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 물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순 없었기에 저런 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일반 갓 샷은 많이 만들고 있으니 그걸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 그러면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류성은 인사를 하며 생방송을 종료했다.
* * *
대한민국 바닥에 흘러드는 돈의 절반은 황 노인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젊은 나이부터 시작한 사채로 돈을 불리고 불려 지금은 가히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현금 부자가 되었으니까.
그러나 다만 문제는.
작년부터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아.”
병은 아니었다.
그저 나이가 들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었다.
“쿨럭, 쿨럭.”
“회장님…….”
“어허, 됐다니까.”
그래서 황 노인을 평생 모셔온 김상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작년부터 뒤져보지 않은 책이 없고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상 하나를 황 노인에게 보여줬다.
“회장님, 일단 이거 보시겠습니까?”
“이게 쿨럭, 뭐지?”
“최근 보게 된 영상입니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오, 이 젊은이는?”
“맞습니다. RS재단 이사장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하는 꼴이 우스워 RS재단을 위해 나선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몸이 약해져서일까.
그냥 돕고 싶었다.
결국 한 손 거들게 되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었다.
“근데, 이건 왜 보여주는 게야.”
“최근 이슈가 되어서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확인하다가 이 영상을 보게 되었고요. 여기 채팅에 보면 괴소문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프리미엄 커피를 마시면 건강해지고 젊어진다는 괴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건강해지고, 젊어진다?”
“예. 그리고 여기 RS재단 이사장이 대답합니다.”
소리가 조금 커졌다.
[뭐, 프리미엄 갓 샷의 의도가 애초에 건강이라서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건강도 챙기자는 의도였죠. 그래서 커피 외에도 건강에 도움이 될 법한 레시피를 첨가했고요. 아마 그래서 그런 소문이 도는 게 아닌가 싶네요. 좋은 영양제를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뭐 그런 느낌인 거죠.]
황 노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재밌는 소문이군.”
“그래서 좀 더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성삼전자 부회장도 해당 커피를 마시고 최근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이, 참인가?”
“예, 회장님. 성삼전자 부회장은 주기적으로 RS재단으로부터 프리미엄 커피를 선물로 받고 있다고 합니다. 외에도 다른 루트로 프리미엄 커피를 자주 마신 사람을 조사해 봤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확실히 뭔가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상호야.”
“……예.”
“사실 난 믿음이 그리 가진 않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마음이 놓인다면 한번 해봐.”
“……감사합니다. 곧 구해 오겠습니다.”
“그래, 쿨럭. 기다리마.”
김상호는 이후 지닌 모든 능력을 사용해 프리미엄 갓 샷을 구했다.
레드, 블루, 그린.
세 가지 종류 전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