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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277화 (완결) (277/277)

돈과 재능이 쏟아져 277화

174. 마지막 인터뷰

가장 위에 있는 영상을 눌렀다.

[자, 이번에 진짜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죠? 이게 말이나 됩니까? 우리나라 너무 무섭네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쩡한 재단 하나를 음해하다니. 사실 먼지 하나 안 털린 건 자랑스럽지만, 재벌이 어디 그냥 재벌입니까? 걔네들은 먼지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대로 중간에 캐치해 내지 못했으면 분명 RS재단도 흔들렸을 거란 얘깁니다! 어후, RS재단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그래서, 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거에요. 영상도 재벌 3세 세 녀석 전부 구속될 때까지 꾸준히 올릴 겁니다! 그러니 구독자 여러분도 계속해서 관심을 보여주길 부탁드리면서…….]

분노한 너튜버의 외침이었다.

댓글 역시 마찬가지였다.

[댓글]

키다리맨 : 너무 공감합니다!

클래스 : 진짜 RS재단 무너지기라도 했으면 어찌 되었을지...!

길거리 : 와, 생각만 해도 소름ㅠㅠ

777 : 헐, 망했다고 상상해 보니 레알 충격인데요?

폭스 : 제 친구가 후원을 받는 중이라 더 와닿는 얘기였네요ㅠ

폴리스 : 제 자식도 후원받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재단이 무너졌다면... 전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겠죠. 세상을 원망하면서 말이에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정말, 너무나 다행스럽습니다. 큰 힘은 안 되겠지만 돕겠습니다.

럭키가이 : 저도 끝까지 갑니다!

버프 : 지지해요ㅎㅎ

드론 : 무조건 동참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너튜버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전부 RS재단을 위해서였다.

괜스레 기분이 또 묘해졌다.

감동적이면서 놀라웠다.

대중들이 이렇게나 화를 내주리라곤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었으니까.

“크흠.”

감정을 추스른 뒤에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그 아래 쇼츠 영상이 보였다.

해당 영상의 제목은 ‘한세훈 검사의 단호한 결의’였다.

꾸욱.

재생을 누르자 멋지게 생긴 사내가 보였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마이크가 놓인 단상 앞에 있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한세훈이 반드시 피고인의 횡포를 낱낱이 파헤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드디어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을 겁니다. 검찰의 명예를 걸고 모든 죄에 대한 합당한 벌을 받게 만들겠습니다! 끝까지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하이라이트 부분을 편집한 건지 내용은 짧았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한세훈 검사라.”

그가 칼잡이가 되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뭔가 친근하네.

괜히 응원하게 되는 인상이었다.

댓글도 긍정적이었다.

멋지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였다. 다만 의아한 건 가장 상단에 있는 댓글이 어떤 링크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좋아요가 가장 많아서 일단 클릭해봤다.

그러자 SNS로 연결되었다.

-자, 불매운동 최신 근황입니다!

-여기 보이시나요? 제가 운영하는 작은 편의점인데요. xx기업 계열사에서 만든 물건들, 단 하나도 안 팔리고 있어요. 벌써 1주일이 넘었거든요?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기적!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 봐요. 아, 제 수익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기업의 물건이 대신 잘 팔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매출이 오히려 올랐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요. 음, 어쨌든 이번 사건의 주범인 xx기업은 타격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

“이래서 좋아요를 많이 받은 거구나.”

해당 인플루언서의 게시글 아래에 달린 댓글만 5,721개였다.

-여기 매장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저희 편의점도요ㅎㅎ

-마트도 똑같네요!

-와, 진짜 불매운동 제대로네요

-타격 상당하겠어요

-해외에도 기반이 있으니 무너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흔들리긴 하겠네요!

-이게 국민의 힘입니다ㅎㅎ

-RS재단은 국민을 받치는 기둥이고요!

-그럼요! 우릴 지켜줬으니 이젠 우리가 지켜줘야죠!

-맞습니다, 지켜줍시다!

-멋지네요.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댓글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렸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댓글을 더 읽어봤다.

-유중렬 소식도 전해봅니다, 혐의 벗을 길 없고 구속 수사 중이고 이제 곧 법원에서 판결받을 겁니다! 실형 선고받을 확률 99%니까 지켜보시면 될 거 같아요! 물론 상대 쪽에서 항소할 수도 있는데 그다지 승산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강추!

유중렬의 상황을 꽤 잘 아는 사람이 보였다.

변호사나 검사인가?

아무튼, 이 정도까지 된 거라면.

“상황이 끝났다고 봐도 되려나.”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니라.

똑똑-

그때 부사장이 노크하며 이사장실로 들어왔다.

“이사장님.”

“아, 네.”

“메일 하나가 왔는데 내용을 보셔야 할 거 같아서요.”

“메일이요?”

“네, 여기…….”

한애라 부사장이 태블릿을 보여줬다.

“타임지……?”

타임지에서 온 이메일이었다.

확인해 보니.

RS재단의 이사장, 그러니까 류성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 * *

오랜만에 성삼전자 부회장과 저녁을 먹었다.

“허허, 정말 대단하더군.”

“뭘요.”

“이런 말 듣기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을 보고 생각했다네. 재벌은 본디 지닌 게 많아. 돈도 돈이지만 그 인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정치계, 법조계, 그리고 대한민국 전반에 흐르는 다양한 곳에 자리 잡은 유능한 인재들까지 말이야.”

“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넨 달라. RS재단은 다르다고 해야겠지. 내 살다 살다 재단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처음 들어봤네. 다른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사건이야. 돈을 벌어 재벌이 된 게 아니라 돈을 풀어 대한민국 5천만 인구의 마음을 사버리다니. 이건 새로운 형식의 지배 그룹이야. 아니, 어쩌면 그런 형식조차 뛰어넘었을지도 모르겠군.”

과한 칭찬에 류성이 볼을 긁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아니, 아니야. 알아보니 RS재단에 후원받은 이들이 정말 많더군. 100만 명이 넘는 한부모 가정, 장애가 있는 자식을 가진 수십 만의 부모와 친척들. 병동 후원을 받는 무수한 이들까지. 이게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건지 아는가?”

류성은 그저 웃었다.

그도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대부분 이들이 자네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단순히 우리 그룹의 물건을 사서 이용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지. 그들은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항상 재단에 고마움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내 장담하건대, 이젠 그 누구도 자넬 건들지 못할 걸세.”

“하하…….”

류성도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이번 사건을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도 RS재단을 함부로 억압하지 못할 것이다.

“참, 인터뷰도 한다면서?”

“맞습니다.”

“벌써 소문이 파다하더군. 나도 올해 타임지 소식지에 우리나라 사람이 목록에 있다고 해서 봤더니 그게 자네더군. 국내에서만 재단을 운영하는데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100인에 속하다니, 솔직히 놀랐다네.”

소식 한번 빠르다 싶었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허허, 언제인가?”

“1시간 뒤입니다.”

“허어. 그랬구만. 잘하고 오게.”

“예. 진심을 다하면 되겠죠.”

“그렇지. 자네라면 그렇게 해도 충분하지.”

이젠 부회장과도 꽤 친해졌다.

자주 밥도 먹는 사이니.

무엇보다 성삼전자는 꾸준히 RS재단에 모금을 하고 있었고 류성 또한 프리미엄 갓 샷을 주기적으로 선물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사이가 나쁠 수가 없다고나 할까.

“슬슬 가봐야겠군. 다음에 또 보자고. 자넬 만나면 잡생각이 사라져서 좋거든. 나도 옛 시절로 돌아간 기분도 들고. 덕분에 최근 경영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지.”

“저도 소식 듣고 있습니다.”

“어떻던가?”

“보기 좋습니다.”

“허허허, 좋군. 아주 좋아. 자네는 역시 달라.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자네가 처음일세. 내가 그런 질문을 하면 전부 비슷한 대답만 하거든. 놀랍다거나, 대단하다거나. 뻔한 이야기지. 그래서 자네의 말이 더 와닿는다네.”

“즐거워 보여서, 그만.”

“그래, 그런 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겠지. 결국 사람은 재미를 추구하는 법이니까. 나 역시 그렇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이런, 벌써 시간이…… 내가 너무 말이 많았군.”

“아닙니다.”

“늦지 않게 가보게.”

“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래, 인터뷰 잘하고.”

식당에서 나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촬영 스튜디오였다.

이미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는지 몇 사람이 다가왔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선두였다.

“반갑습니다, 이사장님. 저는 뉴욕 타임즈 아시아 지부에서 나온 한석진 팀장입니다.”

“류성입니다.”

그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최근 사건에 본부장님이 감명을 깊게 받았거든요.”

“아아, 그래서 제가 선정된 거군요.”

“하하, 맞습니다. 물론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오겠다고 그랬습니다. 이게 해외에도 이슈가 되면서 상당한 여파를 일으켰거든요. 덕분에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히게 되셨죠.”

“감사한 일이군요.”

“그렇게 여겨주신다면 저희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연스럽게 한 팀장이 류성을 이끌었다.

“일단 촬영부터 시작해도 될까요? 메인에 실릴 사진이 필요하거든요.”

“그러시죠.”

류성은 스튜디오 중앙 의자에 앉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앉아 계시면 됩니다.”

“네.”

이미 사진작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류성이었기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오, 좋습니다. 찍겠습니다!”

덕분에 사진 촬영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야, 사진이 정말 잘 나왔는데요?”

“그런가요?”

“네. 이거, 잘하면…… 표지에 실릴 수도 있겠어요. 귀찮으시겠지만 몇 장만 더 찍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20분가량 촬영이 이어졌다.

덕분에 최고의 사진을 뽑아낼 수 있었다.

“후, 완벽합니다.”

이제 인터뷰만 남았다.

스튜디오 내부.

편안한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 이제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녹음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좋습니다. 먼저 RS재단이 걸어온 역사부터 말해줄 수 있을까요? 자세할수록 좋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RS재단이 걸어온 길을 줄줄이 읊었다.

“처음에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면서 그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고양이를 그냥 둘 수가 없었죠. 그러다 옆에 있는 어린 고양이를 거두게 되었고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럭키라는 이름도 지어줬죠. 지금도 잘 크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 느낀 감정이 저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줬습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투자를 시작했죠. 코인으로 수익을 내고 RS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가장 먼저 동네에 있는 보육원에 투자했고 그렇게 서서히 범위를 넓혀나갔죠. 병원과 협업을 맺어 소아병동에도 후원했고…….”

이렇게 되짚어보니.

참으로 많은 걸 해왔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결국, 여기까지 이어졌네요.”

“어후, 정말 엄청나군요.”

“그러게요. 저도 지금 말하면서 조금 놀랐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군요.”

“네.”

“투자로 번 돈이라면 개인 자산일 텐데요. 정말 큰돈을 RS재단으로 넘겨 후원을 시작했더라고요. 그렇게 한 근본적인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라…….”

퀘스트로 시작된 선행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을. 류성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어려움은 애들 장난이었다는 것도.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지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주 한잔에 털어버리고 일어나고 또 걸어가는 게 삶인 거죠. 그런데 넘어지고 보니 낭떠러지고. 깨지고 보니 모든 게 망해있고. 부딪혔더니 뼈가 부러지면 안 되잖습니까. 그저 울음 한 번에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날 최소한의 힘은 줘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 힘을 주고 싶었던 거군요.”

“맞습니다. 어린 나이의 불행을 이겨낼 힘. 젊은 청춘의 실패를 딛고 일어날 힘. 사건 사고로 무너져 버린 미래를 다시 세울 힘. 중년이 되어 다시 배워갈 힘. 나이가 들어 그 어느 옆에, 누군가 있어 줄 힘.”

“좋습니다. 그러면…….”

인터뷰는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솔직한 마음을 전부 드러내는 게 참으로 기꺼웠다.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으음. 하고 싶은 말이라…….”

류성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가만히 그 생각을 읊었다.

“처음에는 하염없이 퍼주기만 하는 일을 왜 하냐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많습니다. 바라는 것 없이 돕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을 산 적도 있었죠. 그래도 멈추지 않았어요. 돈을 벌어 재단에 쏟아붓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앞장섰습니다. 최근 절 음해하려는 이들의 등장을 보며 씁쓸한 마음도 들었죠. 그런데, 사람들이 나서줬습니다.”

많은 이들이 움직였던 이번 사건을 떠올렸다.

다시 솟구치는 전율.

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저는 아무것도 바란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돕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그저, 언제고 내가 베푼 것들이 사회 전반을 받치는 기둥이 되고. 그렇게 사람이, 그리고 사회가 단단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나서서 절 도와주는 걸 지켜보니, 울컥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잘못된 길을 걸은 게 아니구나.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었구나. 좋은 일을 했을 때, 선행했을 때, 남을 도와줬을 때, 그 도움이 권리가 되지 않았구나. 왜, 그러잖습니까? 호의가 권리가 되어버린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호의는 호의로 다가갔고 그들 역시 호의로 저를 도와줬습니다. 나의 도움을 그들도 고마워하고 있었구나. 그 모든 걸 이번 사건으로 여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류성이 해맑게 웃었다.

“내가 내민 손이 선의로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된 거 같아 기쁩니다. 모두가 보답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거 같아, 행복합니다.”

수년간 걸어온 길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온 마음을 담은 진심이 세상에 전해지길 바라면서.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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