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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53화 (53/424)

053화 특별 의뢰 (2)

미하엘의 마법은 전격계.

그중에서도 감전 마법이 주를 이루는 마도사였다.

그런 미하엘에게 네크로맨서는 최악의 상성 중 하나였다.

미하엘이 아시테르 일행을 돌아보았다.

그렇다고 여기 있는 3등급 학생들에게 저 노인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자신이 저 노인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이것 참…….”

노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도 상당했지만 문제는 옆에 있는 반키라스였다.

보고에 따르면 반키라스 또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무서운 마법을 구사하는 인물이라 했다.

급하게 오느라 반키라스가 사용하는 마법을 정확히 보고받진 못했지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지금 그렇게 한눈을 팔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바닥에서 올라온 해골 병사들이 미하엘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하엘이 곧바로 전격 마법을 쏟아냈다.

전격에 맞은 해골 병사들은 잠시 주춤할 뿐 다시 움직임을 이었다.

“너희들은 함부로 나서지 말고 뒤로 물러나 있어라. 저 소년은 너희들이 함부로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닐 테니까 괜히 자극하지 말고. 혹시나 저 녀석이 이곳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그 방향만 체크해 둬라.”

해골 병사들을 막아내며 미하엘이 아시테르 일행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이미 라빈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며 마법을 준비했다.

“라빈?”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우리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무려 B+랭크 이상의 특별 의뢰라구요. 혹시 알아요? 저 녀석을 우리가 잡으면 점수를 더 높게 쳐줄지.”

“야 라빈. 그거 맞는 거야…? 저 녀석 위험해 보이는데…….”

에스파가 회의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에스파를 돌아보며 웃었다.

“잊었어요? 위험하기로는 나도 마찬가지라구요.”

라빈은 망설임 없이 반키라스와 마주 섰다.

에스파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아시테르는 라빈이 아닌 다른 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반키라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아카데미 학생들인가요?”

“그렇다면?”

“그렇군요… 나는 아카데미 학생들과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상관 말고 조용히 돌아간다면 이대로 보내 줄게요.”

“싫은데? 우리는 널 붙잡아야만 하거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잖아?”

라빈의 답에 반키라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끝내 물러나지 않으시겠단 건가요?”

“너야말로 왜 그렇게 귀족을 싫어하는 거야?”

반키라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저기 나무에 묶여 있는 사람들 전부 다 귀족들뿐이잖아?”

“용케도 알아보셨네요.”

“그야 나도 귀족이니까.”

“그랬나요.”

휘링―!

반키라스의 곁을 맴돌고 있던 마력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라빈도 몸을 움직였다.

그녀는 곧바로 양쪽 팔에서 뼈를 꺼냈다.

“에스파 오빠!”

“맡겨둬!”

에스파가 마력으로 활을 형성해 내려는 때 주변에서 몇몇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황한 에스파가 몸을 돌리며 활시위를 당겼다.

“뭐야, 적들이 더 있었어!”

“오른쪽은 내가, 왼쪽은 네가!”

아시테르가 짧은 외침과 함께 몸을 날렸다.

에스파는 빠르게 화살을 쏘며 적들을 견제했다.

드륵!

파바박!!

대지에서 솟구친 토(土)벽이 에스파의 화살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뭐가 저리 단단해!?”

흠집조차 남지 않는 걸 보며 에스파가 입을 떡하니 벌렸다.

지금까지 나름 마력 화살의 위력을 많이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의 토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에스파를 향해 커다란 물방울이 쏟아졌다.

에스파가 본능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이 정도는 라빈의 공격에 비하면!”

물방울을 가볍게 피해낸 에스파가 토벽의 옆면까지 단숨에 치고 들어갔다.

토벽이 단단하면 그것을 피해서 쏘면 그만이었다.

그는 곧바로 활시위를 당기며 상대를 쫓았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마도사 한 명이 에스파를 향해 마법을 펼쳤다.

허공에 돌무더기가 뭉치더니 곧 에스파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건 너무한 것 아냐!?”

에스파가 돌무더기를 향해 마력 화살을 여러 차례 날렸다.

같은 곳을 여러 번 맞추니 돌무더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무더기는 여전히 에스파를 향해 날아오길 멈추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이다!”

피슝!!

마지막 한 발을 맞추자 돌무더기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돌무더기에 그대로 짓눌릴 뻔한 상황.

에스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에스파의 양옆에서 화염줄기가 형성되었다.

“어… 어라……!?”

당황한 에스파가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화염줄기는 에스파를 놓치지 않았다.

휘릭―!

화염줄기가 에스파에게 닿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력탄이 에스파의 곁을 스쳤다.

마력탄은 정확히 화염줄기의 중간을 끊으며 지나갔다.

“어……?”

놀란 에스파가 마력탄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하고 있어? 또 온다.”

황급히 뛰어온 아시테르가 에스파의 곁을 지나쳤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들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듬직해 에스파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묘하게도 아시테르가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긴장돼서 하얗게 변해버렸던 머릿속이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서포트 부탁할게 에스파!”

“알겠어!!”

힘차게 대답한 에스파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매직 에로우(마력 화살)를 만들었다.

그동안 아시테르는 놀라운 속도로 적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흑의인들이 다시 마법을 펼쳤다.

아시테르는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토벽들을 한발 먼저 밟았다.

토벽이 솟구칠 때마다 아시테르의 몸도 허공을 날았다.

“놈을 막아라!”

누군가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공격 마법들이 쏟아졌다.

아시테르는 놀랍게도 토벽의 옆면을 이용해 몸을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와아…….”

그 움직임에 에스파도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이는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놈은 대체 무슨 마법을 사용하길래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겠어…….”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 놈을 죽여라!!”

그들이 다시 공격 마법을 사용하려는 때 에스파가 마력으로 커다란 활을 형성했다.

그는 어느새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이제 반격 개시다.”

에스파의 매직 에로우가 허공을 갈랐다.

체구가 작은 사내 한 명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흙 마법을 사용했다.

“소용없는 짓을.”

사내는 다시 토벽을 생성해 에스파의 화살을 막아내려 했다.

그 순간 놀랍게도 에스파의 화살이 방향을 바꿨다.

“뭐, 뭐야……!?”

당황한 사내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초승달 모양으로 날아간 화살이 토벽을 비껴가며 사내의 허벅지를 그대로 관통했다.

“크아악!!”

사내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부릅뜬 두 눈으로 에스파를 찾았다.

“이 방법은 몰랐죠?”

“이 애송이새끼가……!”

사내가 다시 마법을 펼치려 했다.

그러나 그가 까맣게 잊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날아온 마력탄이 사내의 양팔을 맞혔다.

이어 가까이로 파고든 아시테르의 주먹이 사내의 복부를 때렸다.

“수케!!”

“저놈을 막아!!”

놀란 동료들이 사내를 도우려 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에스파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속사 실력을 보여주며 매직 에로우를 퍼부었다.

하나하나가 위력이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 있는 공격도 아니었다.

에스파가 그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아시테르가 주변의 다른 적들을 하나둘 쓰러트렸다.

“아카데미 학생들이라고 해서 너무 얕잡아 보았나보군.”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중년인이 강철을 소환해내며 말했다.

소환해낸 강철로 매직 에로우를 모두 막아낸 중년인이 다가오는 아시테르를 보며 웃었다.

그가 양팔을 뻗자 강철이 빠르게 날아가 아시테르의 등을 때렸다.

“커헉!”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아시테르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재빨리 몸을 일으킨 아시테르가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냈다.

눈으로 쫓았음에도 미처 피해내지 못했다.

상대의 공격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현재 자신의 몸이 너무나도 느렸다.

“마력을 온전히 쓸 수만 있었어도…….”

그러나 이내 아시테르가 고개를 저었다.

테르세우스가 자신에게 이러한 미션을 주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와 약한 소리를 할 순 없지.”

덕분에 배운 점들도 상당히 많았다.

마력의 양도 충분하고 화염 마법을 주로 사용했을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휘릭―!

다시 한 번 강철이 아시테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아시테르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시테르!”

그런 아시테르를 도와주기 위해 에스파가 연신 화살을 쏘았다.

중년인의 시선이 자연스레 에스파에게로 향했다.

“네놈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딱 그거 하나뿐인가 보구나. 그렇지?”

그가 에스파를 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단번에 자신의 밑천을 파악당한 에스파가 마른침을 삼켰다.

두려움이 밀려들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했다.

에스파가 다시 활을 들어올렸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활을 보며 중년인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쪽은 이쪽인가.”

중년인은 소환된 강철들로 아시테르를 무차별 공격했다.

아시테르는 쉼 없이 쏟아지는 공격들을 피해내며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몇몇 피하지 못한 공격들 때문에 아시테르의 몸에도 점점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때 아시테르의 시선에 들어오는 잿빛 운무가 보였다.

“어디 갔었던 거예요? 늦었잖아요.”

낮게 중얼거린 아시테르가 중년인을 향해 마력탄을 쏘았다.

강철이 채찍처럼 움직이며 마력탄을 모두 쳐내버렸다.

“소용없는 짓을.”

중년인은 아시테르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고통스런 비명은 뒤에서 들려왔다.

“끄아아―!!”

“가,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가…….”

“이게 어떻게 된…….”

중년인의 수하들이 하나둘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놀란 중년인이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냐!?”

쓰러진 수하들을 보며 중년인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들의 발밑엔 잿빛 운무가 자욱하니 껴 있었다.

“설마 독인가……?”

중년인은 혹시 몰라 잿빛 운무에서 거리를 벌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에스파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와 중년인의 팔과 다리를 노렸다.

“흥!”

여기저기서 뻗어 나온 강철이 에스파의 화살을 쳐냈다.

어느새 에스파는 이곳에서 한참 멀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 독이 퍼질 걸 알고…? 그렇다면 동료가 한 명 더 있었던 건가?”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릴 때 아시테르가 그의 앞으로 등장했다.

그는 중년인을 향해 거침없이 팔을 휘둘렀다.

“소용없는 짓을!”

두 눈을 부릅뜬 중년인이 아시테르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강철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강철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러고보니 조금 전 아시테르의 팔에 마력이 맺혀 있지도 않았다.

“설마……!?”

눈속임으로 중년인을 속인 아시테르가 어느새 그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발끝에 마력을 집중시킨 덕분에 찰나지만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빈틈 발견.”

아시테르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마력탄이 중년인의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정확히 공격이 들어갔음에도 중년인은 신음소리 하나 흘리지 않고 버텨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아시테르가 아니었다.

그는 연달아 중년인의 몸에 공격을 가했다.

틈이 보였을 때 몰아붙여야 했다.

여러 차례 공격이 가해지는 와중에 중년인이 점차 자세를 되찾아갔다.

그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이며 곧바로 아시테르에게 반격을 가했다.

파방!

강철이 또 한 번 아시테르의 몸을 때렸다.

“크학……!”

공격에 미리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년인의 공격은 여전히 묵직했다.

아시테르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이 건방진 애송이놈이……!”

중년인이 쓰러진 아시테르를 처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무…뭣……!?”

“그 이상 우리 대장을 괴롭히지 말아주시겠어요.”

지금까지 몸을 숨기고 있던 데미리우스가 잿빛 운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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