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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56화 (56/424)

056화 라담스토우 마을의 소년

“호오… 내 공격을 막아내? 과연 테오도라가 칭찬할 만 하구나. 라담스토우 마을에 특이한 마법을 사용하는 소년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너 맞지?”

“…….”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이젠 돌아가셨어요.”

반키라스가 팔을 들어 올리자 커다란 송곳니가 허공에 만들어졌다.

이를 본 마르쿠드가 견고한 강철 방패를 만들었다.

카드득!!!

날카로운 송곳니가 강철 방패에 파고들지 못하고 막혀 버렸다.

반키라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표정을 살핀 마르쿠드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이런 경우는 처음 보나?”

“흥……!”

반키라스가 손아귀를 움켜쥐자 놀랍게도 마르쿠드의 강철 방패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붉은 송곳니가 사선을 그으며 떨어졌다.

스각.

송곳니가 마르쿠드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자신의 몸을 돌아본 마르쿠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따끔하구만.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마르쿠드가 손뼉을 치자 반키라스의 양옆에서 올라온 강철이 단번에 반키라스를 찍어 눌렀다.

반키라스의 주위를 맴돌던 붉은 마력이 있는 힘껏 저항해봤지만 엄청난 힘에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버티고 있는 반키라스의 앞에서 마르쿠드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진짜 위력적인 마법은 말이다. 너처럼 쥐새끼마냥 갉아먹는 수준이 아니야. 특별히 내가 제대로 보여주도록 하마.”

슈와아―!!

은빛 마력이 마르쿠드의 전신을 감쌌다.

마르쿠드가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허공에 만들어진 강철 주먹이 반키라스에게 날아갔다.

파앙!

반키라스도 마지막 힘을 다해 붉은 송곳니를 형성해냈다.

송곳니와 강철 주먹의 대결.

깨부숴지는 쪽은 송곳니였다.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버린 송곳니가 허공에 붉은 가루를 뿌리며 흩어졌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강철 주먹이 그대로 반키라스의 몸을 때렸다.

“커헉……!”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반키라스가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단 한 방.

겨우 단 한 방으로 반키라스가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나 날카롭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던 붉은 송곳니도 단단한 강철 앞에선 소용없었다.

“흐음… 그래도 제법 잘 싸웠다.”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떠는 반키라스를 보며 마르쿠드가 말했다.

화르릉―!!

그때 곁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저 녀석 살살 좀 하지… 동생의 일이라서 그런가 엄청나게 화끈하구만…….”

테오도라와 노인의 싸움은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노인이 만들어낸 시체들이 화마에 뒤집혀 굴러다녔다.

세밀리아가 만들어낸 물방울들이 번지는 화마를 제압했다.

자토는 여기저기 움직이며 소리 마법을 펼쳤다.

짝! 짜악!

그가 크게 박수를 칠 때마다 진동이 울렸다.

노인의 시선이 자토에게로 향했다.

“참으로 성가신 마법이군…….”

한순간이지만 저 소리 마법이 발동될 때마다 마력의 움직임이 경직되는 것처럼 멈췄다.

마력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방해를 가하는 마법이라니.

반키라스의 마법만큼이나 탐이 나는 마법이었다.

휘링―!

화염 원반들이 양옆에서 날아와 노인을 덮쳤다.

시체들을 이용해 화염 원반을 막아낸 노인이 혀를 찼다.

마법기사단도 아닌 고작 마법기사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이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자존심이 상해버린 것이다.

그의 시선이 다른 한쪽으로 향했다.

기절한 반키라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노인과 거리도 제법 멀어 이제와 그를 따로 챙기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거기다 강철 마법을 사용하는 거한이 이쪽 싸움에 합류하려 하고 있었다.

“쯧… 여기까지인가. 아쉽지만 저 아이는 포기해야겠군.”

노인이 시선을 돌리려는 찰나 그의 발밑에서 뜨거운 불꽃이 치솟았다.

솟아오른 불줄기를 피하며 노인이 로브를 휘둘렀다.

그러자 로브에서 뻗어 나온 망자들의 손이 불길을 덮었다.

사각에서 날아온 화염 원반들이 노인의 빈틈을 노렸다.

이를 뒤늦게 눈치 챈 노인이 시체들을 이용해 방어하려 했다.

짝!!

또다시 소리가 들리고 노인의 마력 운용이 한순간 경직되었다.

노인의 마력으로 움직이던 시체들도 덩달아 움직임을 멈췄다.

화락!

뜨거운 통증이 노인의 왼쪽 팔에서 느껴졌다.

“크음……!”

시체로 방어하려 했던 노인이 신음을 삼켰다.

이대로는 언제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어느새 노인의 가까이로 다가온 테오도라가 입을 열었다.

“당신. ‘발할라(Valhalla)’에 대해 알고 있죠?”

“……!”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테오도라의 입에서 나오자 노인이 처음으로 크게 움찔했다.

그 정도 반응이면 충분했다.

테오도라는 노인이 발할라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노인이 부릅뜬 두 눈으로 테오도라를 노려보았다.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반응을 보니 맞나보군요. 혹시 본인이 발할라에 소속되어 있는 겁니까?”

“이것 참 놀랍군… 이름이 뭐냐?”

“테오도라. 이제부터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될 겁니다. 특히나 당신이 발할라에 소속된 마도사라면 말이죠.”

테오도라가 팔을 뻗자 치솟은 화염이 거대한 원반을 형성하며 날아갔다.

엄청난 마력에 노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꼭 다시 보게 될 거다.”

노인이 로브를 활짝 들어 올리자 그 속에서 수많은 망자들이 튀어나왔다.

화염 원반이 회전하며 망자들의 몸통을 반으로 갈랐다.

옮겨붙은 불길은 곁에 있는 망자들까지 함께 태워버렸다.

“놈이 도망친다!”

자토가 움직여 쫓아가려 했지만 노인은 이미 모습을 감춰버린 뒤였다.

그 감쪽같은 솜씨에 세밀리아와 마르쿠드도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도망치는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히네.”

“어떻게 빠져나간 걸까?”

“나야 모르지.”

마르쿠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는 곧바로 아시테르에게로 다가가 꿀밤을 한 대 날렸다.

“네가 테오도라의 동생이냐?”

“마르쿠드. 네 눈에는 안 보이는 거야? 내 동생은 환자인데.”

어느새 그의 뒤로 다가온 테오도라가 해맑게 웃으며 한손에 불꽃을 피웠다.

금방이라도 불꽃을 마르쿠드에게로 옮길 기세였다.

그러자 마르쿠드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며 아시테르를 한쪽 팔로 끌어안았다.

“반가움의 인사였다 반가움의 인사!! 으하하하!!!”

호탕하게 웃어 젖히던 마르쿠드가 아시테르의 귓가에 슬쩍 입을 가져갔다.

그리곤 조용히 속삭인다.

“뭐하냐? 웃어.”

“아하… 하하하……!”

아시테르가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마르쿠드의 굵직한 팔을 붙잡았다.

그 모습에 테오도라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어떻게 하지?”

자토가 기절해 있는 반키라스를 일으키며 말했다.

뒤늦게 정신이 든 반키라스가 아직도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흘렸다.

어찌나 충격이 컸는지 머리가 울릴 지경이었다.

자토는 반키라스의 몸을 근처 나무 기둥에 기대주었다.

그의 몸을 묶기 위해 마법을 준비하던 세밀리아를 테오도라가 말렸다.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테오도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반키라스는 얌전히 있을 거야.”

테오도라의 시선이 반키라스에게로 향했다.

대답을 바라는 무언의 눈짓이었다.

결국 반키라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해봐 반키라스.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거야? 내가 아는 너는 결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닌데.”

“제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반키라스가 와트만을 노려보았다.

와트만이 반키라스의 시선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뭐냐 그 시선은? 천민주제에 감히…….”

“당신이 마을의 모든 의사들과 치유 마도사들을 불러들였잖아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치료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 했어……!”

“나는 내 딸을 살리기 위해 그랬을 뿐이다!”

“그래요…! 당신은 그저 당신 딸만 소중했죠. 죽어가는 내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내가 내 딸을 챙기겠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지?”

잠깐 사이 몸을 추스린 와트만이 한껏 기고만장해진 얼굴로 반키라스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암중에서 반키라스를 도와주던 무시무시한 노인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그것만이면 문제가 되지 않죠… 당신은…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마을의 모든 약재들까지 다 사들여서 우리들에게 비싼 값으로 되팔려고 했잖아요……?”

“그건… 크흠…! 근데 이봐 너희들! 뭣 하고 있어!? 어서 저놈을 포박해!! 저 짐승 같은 눈빛 좀 봐라! 누가 범죄자 피가 섞인 놈 아니랄까 봐… 부박하기만 한 저 천민 놈은 믿을 수 없으니 당장 포박해!! 홧김에 우리들을 기습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반키라스에게는 이미 그럴만한 마력이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설사 그럴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더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겁니다.”

테오도라가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와트만이 테오도라의 옷깃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뭐야!? 내가 하라면 할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죄송합니다 와트만님.”

“너 이……!”

와트만이 눈을 부라렸다.

반면 테오도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반키라스가 와트만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약재를 다 사들여서 독점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들을 조금만 더 보살펴주었어도… 마을 사람들과 내 어머니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쯧… 그래도 저놈이…! 나는 내 딸을 위해 필요한 약재들을 사들였을 뿐이야. 그리고 내 딸을 치료하기 위해 치유 마도사 5명이 모두 붙었어야 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테오도라가 잠시 세밀리아와 자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두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마을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와트만이 고개를 돌려 테오도라 쪽을 바라봤다.

그가 발끈한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 저 새끼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믿는다기보다… 자세한 정황이 무엇인지는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반키라스의 말을 못 믿을 이유도 없겠죠.”

“하! 저놈은 범죄자의 피가 섞인 놈이야. 고귀한 귀족의 피가 흐르는 나와는 다르단 말이야! 당연히 내가 하는 말을 믿어야지!! 아니면 네놈도 출신이 천해서 저놈의 편이라도 들어주고 싶은 거냐!? 그게 아니라면 내 말을 들어라!”

테오도라가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그가 한 마디 하려는 때 아시테르가 앞으로 나섰다.

“이해가 안 되네요.”

“뭐!?”

“고귀한 귀족의 피가 흐르면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고, 나쁜 짓을 해도 정당한 행위가 되는 건가요?”

“이 꼬맹이가 지금 뭐라는 거야!? 그럼 저 범죄자의 피를 물려받은 놈이 한 말을 믿겠다는 거냐?”

“그게 어때서요? 범죄를 저지른 건 반키라스의 부모님이지 반키라스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못 믿을 이유는 없죠. 설사 반키라스 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저는 반키라스의 말도 들어봤을 거예요. 그렇지 형?”

아시테르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연스럽게 테오도라에게로 말을 넘겼다.

동생의 능숙한 화법에 테오도라가 피식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 동생 언제 이렇게 똑똑해졌어? 아니지… 내 동생이라 원래부터 이렇게 똑똑했었나!?”

“아이 그럼…! 형만한 아우 없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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