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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62화 (62/424)

062화 승급전 완료

아시테르 일행은 또다시 목표지점을 향해 움직였다.

목표지점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은 붉은 구슬 5개.

현재 가지고 있는 구슬은 3개였다.

다른 두 개의 팀을 더 마주쳐서 빼앗거나 구슬을 갖고 있는 몬스터들을 잡아야 했다.

“그나저나 아카데미도 대단하네. 대체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을 잡아두고 있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우리 입학시험 때도 그렇고.”

“아 그건 미안하게 되었어요, 다들. 아무래도 우리 가문에서 방해를 한 모양이더라고요.”

라빈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녀의 사과에 에스파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가능한 거야?”

“네. 우리 가문이라면 가능해요.”

“근데 레프레시아 가문에서 대체 왜? 왜 네가 아카데미에 들어오려는 것을 방해하는 거야?”

“글쎄요… 내 존재가 거슬렸나보죠.”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라빈을 보며 에스파가 신기해했다.

데미리우스도 흥미가 생겼는지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레프레시아 가문에서 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뭐, 어려울 것 없어요. 내가 혼외자식이거든요.”

그녀의 말에 에스파와 데미리우스가 우뚝 멈춰섰다.

반면 아시테르는 그게 뭐냐는 얼굴로 라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라빈이 피식 웃으며 설명을 보태주었다.

“아버지는 같은데 어머니가 달라요. 나랑 내 언니는.”

“아, 언니가 있었다고 했지.”

“그 언니도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에요. 가문의 정식 후계자로 채택 되어선… 가문 사람들의 욕심에 여기저기 치이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으… 5대 가문쯤 되면 그런 일도 벌어지는 거야?”

에스파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러자 데미리우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프레시아 가문뿐만이 아니에요. 작위가 없어지고 나서부터 귀족 가문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더욱더 출세에 열을 올렸으니까요.”

“맞아요. 실제로 가문 내에 마법기사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귀족회의에서 발언권의 차이도 달라지니까요.”

그렇지만 라빈은 관심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데미리우스가 다시 질문을 이었다.

“그런데 레프레시아 가문에서는 라빈 씨를 왜 방해한 거예요? 단순히 혼외자식이라?”

“그 이유가 세 가지쯤 된대요. 첫째는 내 출생. 둘째는 내 성격. 셋째는 내 언니 때문에.”

“출생과 성격은 알겠고… 언니는 왜?”

“내가 언니보다 뛰어나니까. 자칫 가문이 분열될까 우려하고 있는 거겠죠. 정작 나는 가문의 가주 자리엔 욕심 없는데. 아니 잠시만. 근데 내 성격에 대해서는 왜 다들 아무 말 안 해요? 왜?”

라빈이 중간에 무언가 잘못됨을 깨닫고 물었으나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라빈의 시선을 회피하며 처음으로 듣게 된 라빈의 사정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만 했다.

그때 그녀가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미리 사과할게요. 아마 나 때문에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지 몰라요. 위로 올라가는 것 말이죠.”

“괜찮아. 나는 지금도 이미 힘든 상태야. 여기서 더 힘들어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아시테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동안 노력을 해오긴 했지만 제한된 마력량에 화염 마법 봉인은 생각할수록 정말 커다란 제약이었다.

지금도 동료들의 힘이 아니면 2등급 승급전에서 많은 위기들을 겪었을 터였다.

“헤에? 그래도 너무 걱정 마요. 내가 어떻게 해서든 다른 사람들 모두 마법기사가 될 수 있도록 등급을 올려줄 테니까. 나만 믿고 따라와요.”

라빈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데미리우스도 팔을 걷어 올렸다.

“나도 도와줄 수 있어.”

“뭘 도와줘. 우리 모두의 힘으로 올라서는 거지. 그렇지 않아 아시테르?”

“당연!”

에스파의 물음에 아시테르가 힘차게 답했다.

그러자 라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여기서만 이러지 말고 그놈들 앞에서도 그렇게 자신감을 보이란 말이에요.”

“야,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해… 나도 그러고는 싶단 말이야. 하지만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질 않는 걸 어떻게 해…….”

에스파가 풀죽은 얼굴로 말하자 아시테르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래. 천천히 극복해나가는 중이잖아.”

“역시 너밖에 없다 아시테르.”

“자아, 그보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할까요?”

데미리우스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물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아시테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표정을 살핀 라빈이 먼저 상황을 눈치챘다.

“또 누가 오고 있는 거예요?”

“응. 마력의 흐름이 느껴져.”

“근데 진짜 신기해요. 오빠는 어떻게 마력을 읽을 수 있는 거예요?”

“흐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그냥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깨달았어.”

아시테르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러자 라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에스파도 그런 아시테르가 재수 없었는지 헛웃음을 지으며 괜히 그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뭐야? 왜 때리는 거야?”

“그냥 뭔가 괜히 얄미워서. 부럽고 좋은데 얄미워. 암튼 그런 마음이야.”

“에……?”

아시테르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세상 순수한 그의 표정에 에스파가 말을 말자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시테르의 말대로 네 명의 남녀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는데 미리부터 나무 위로 올라간 에스파가 마력 화살로 기습을 감행했다.

파바방!!

놀랍게도 마력 화살에 반응한 마도사가 있었다.

“치잇……!”

마력 화살이 보기 좋게 막혀버리자 에스파가 자리를 옮겼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부터 살피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이곳에 있다간 금방 위치가 발각될 터였다.

그동안 아시테르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를 알아본 네 명의 남녀가 곧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누군가 했더니 아시테르였잖아.”

“괜히 긴장했네.”

“다행이다. 손쉽게 구슬 하나 적립하겠어.”

그들 모두 아시테르와 마법 대결을 펼쳐본 적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거기다 아시테르를 상대로 몇 번이나 점수를 획득한 적 있는 학생도 있어 그들 모두 아시테르를 완전히 얕보고 있었다.

“아시테르면 근처에 에스파도 있겠네.”

“마법은 매직 에로우 하나밖에 쓰지 못한다는 애?”

“라빈도 같은 멤버 아냐?”

“그러고보니 걔는 무슨 마법을 쓰지?”

“걔도 기본적인 마법만 쓴다고 들었어. 그러니 레프레시아 가문에서도 외면하지.”

저들끼리 쑥덕대고 있는 동안 아시테르가 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네 명이 아시테르의 행동에 주목했다.

“너희들 모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뭔데?”

“첫 번째로 에스파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친구야.”

“뭐?”

아주 잠깐이면 충분했다.

아시테르가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만으로 저들은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당연히 그들은 에스파를 추적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에스파의 화살이 여기저기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대지의 가호!”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작은 돌무더기가 일어나 방패모양을 형성했다.

겨우 이런 정도에 막힐 에스파의 화살이 아니었다.

화살은 다양한 각도로 휘어지며 학생들을 공격했다.

“뭐, 뭐야!? 마력 화살이 휘잖아!?”

“모두 조심해!!”

“서둘러 다른 방어 마법을!!”

리더 격으로 보이는 학생이 외치자 다른 학생이 또 다른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아시테르가 벌써 그들의 지척에 다다른 상태였다.

“어느새……!”

학생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아시테르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의 손가락에서 튕겨져 나간 작은 마력 덩어리들이 학생들의 몸 여기저기를 때렸다.

“이게!”

발끈한 사내가 아시테르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날카로운 바람이 아시테르의 곁을 스쳤다.

“코푸라테. 네 윈드 커터는 정말 매섭더라.”

아시테르가 코푸라테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자 코푸라테가 연달아 윈드 커터를 펼쳤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아시테르의 몸에 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미안. 이제는 질 수가 없어서 말이야.”

상체를 숙이며 지근거리까지 파고든 아시테르가 코푸라테를 향해 손아귀를 펼쳤다.

그러자 뻗어 나간 마력의 줄기가 코푸라테의 상체를 여기저기 때렸다.

“그만!!”

아시테르의 앞에서 한 여인이 눈물을 보이며 외쳤다.

그러자 아시테르가 빠르게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네 이름은 페리코지? 특이하게 눈물로 마법을 사용하는 친구라 기억하고 있어.”

“말도 안 돼… 내 마법이 눈물을 매개로 한다는 걸 어떻게……?”

“엥? 그걸 어떻게 몰라? 매번 싸울 때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데.”

“어차피 네가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어.”

페리코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거대한 마력이 폭발하듯 몸을 일으키며 주변 일대를 덮쳤다.

미리부터 거리를 벌려놨던 아시테르였기에 마법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었다.

“진짜 신기한 마법이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할 수 있는 거지? 애초에 마력을 엄청나게 모아서 눈물을 흘리는 건가?”

아시테르가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긴박한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도 호기심을 드러내는 아시테르를 보며 라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그런 건 나중에 궁금해 하라구요.”

라빈의 뼈가 대지에 박혔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이 뼈에 집중되자 수많은 뼈들이 대지를 뚫고 솟구쳤다.

뼈들의 끝부분이 한데 뭉치며 커다란 감옥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로 에스파의 화살이 쏟아졌다.

파바방!!

한 차례 폭음이 들리고 안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나서야 에스파가 화살을 멈췄다.

그들의 상태를 확인한 에스파가 무안함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겁 좀 주려고 했는데 너무 심했나? 하도 우릴 무시하길래 나도 모르게 발끈해서 그만…….”

“잘했어요. 아주 혼쭐나야 돼 이런 사람들은.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구요.”

“라빈.”

“네네. 방금 말은 취소.”

라빈이 혀를 빼꼼히 내밀며 말했다.

그들의 품을 뒤진 아시테르가 붉은 구슬을 빼냈다.

“그럼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건가?”

“근데 2등급으로 가는 승급전이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거예요?”

“쉬운 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가 강해진 거겠지.”

라빈의 물음에 에스파가 한껏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때 모습을 보이지 않던 데미리우스가 곁으로 다가왔다.

“붉은 구슬은 다 구했어요.”

그가 손아귀를 펼치며 붉은 구슬 하나를 보여주었다.

라빈이 그것을 보며 말했다.

“설마 그 사이에 다른 곳 가서 구해 온 거예요?”

“응. 마침 근처에 다른 팀이 하나 더 있는 것 같길래.”

“대박. 혼자서도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역시 인재네 인재야.”

“다들 내 독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방심해서 그렇지 뭐.”

“하긴. 3등급 학생들 중 독을 마법으로 사용하는 건 데미리우스 오빠가 유일할 걸요? 아니지. 아카데미 학생들 통틀어서도 그러려나?”

“어쨌든… 이걸로 끝이다!!”

에스파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외쳤다.

다섯 개의 구슬을 다 모았으니 이제 이것들을 들고 목표지점으로 가기만하면 승급전도 끝이었다.

때마침 목표지점도 그다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테르 일행은 이후 다른 팀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고 목표지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교관이 아시테르 일행을 바라보며 외쳤다.

“너희가 16번째 팀이로군! 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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