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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05화 (105/424)

105화 결승전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오오!!!”

“와아아아아―!!”

심판의 말에 관중들이 뜨거운 환호성을 터트렸다.

아카데미 학생들뿐만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 마법기사단원들까지도 관중석에 자리했다.

“2등급 학생들의 경기에 자네들까지 관심을 보이다니 신기한 일이로군.”

결승전 때문에 이곳을 찾아온 테르세우스가 자리에 앉아 있는 몇몇 마법기사단장들을 보며 말했다.

마법기사단장들이 테르세우스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

“저 아이들의 경기를 보러왔겠습니까. 테르세우스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모인 것이지요.”

“테르세우스님이야 말로 이 대회에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큰 대회도 아닌데 어쩐 일로 이곳까지 자리를 빛내주시는 겁니까?”

“다른 일은 몰라도 아카데미와 관련된 일들은 최대한 참석하려 노력중이네.”

테르세우스가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가 자리에 착석하자 다른 인사들도 자리에 앉았다.

순록 마법기사단의 단장 창파울로가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테르세우스님. 이번 대회의 수준이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1등급도 안 된 학생들이 벌써부터 이런 실력들을 보인다니… 왕국의 미래가 밝습니다.”

“창파울로 단장. 아직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른 것 같습니다. 그래봤자 마법기사 아카데미에서나 통할 수준들입니다.”

“하지만 정말입니다. 준결승만 봐도 작년보다 수준이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나 준결승 마지막 경기 때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그리나 단장?”

“…….”

아그리나 단장은 말없이 시합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해주지 않자 창파울로도 무안함에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던 테르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뭐가 어찌되었건 학생들의 수준이 올라가면 그만큼 우리 왕국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겠나.”

그는 시합장에 들어서는 선수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곧 익숙한 얼굴이 시선에 들어오자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저 녀석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었나.”

“아는 얼굴입니까?”

“후후 인연이 좀 있는 친구지.”

“이번 대회의 이변인 녀석입니다.”

“저 친구가?”

“네. 3등급까지 어떻게 올라온 건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화염 마도사였다는 게 알려졌다는군요.”

“으하하!! 그랬나!?”

테르세우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 관중들의 앞으로 나섰다.

“이번 대회는 제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본인은 조율 마법기사단의 단장 엔달라프입니다.”

엔달라프가 자신을 소개하자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소리치기 시작했다.

8개의 마법기사단을 이끄는 8명의 마법기사단장 중 한 명이 직접 결승전을 주관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번 결승전에 생각보다 많은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소리였다.

“먼저 소개드리겠습니다! 자신의 뼈를 사용하는 괴기한 마법의 마도사 라빈입니다!”

엔달라프의 소개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번 대회의 단연 인기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라빈이라 하겠다.

그녀는 작은 체구에 귀여운 외모를 지녔는데 전투 스타일은 완전히 상반되었다.

화끈하게 적진까지 달려들어 자신의 뼈를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훔쳤다.

거기다 뼈에서 쏟아지는 뼛조각으로 원거리 전투까지 가능하니, 그녀의 능력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음은 엄청난 속사로 많은 사람들을 놀래킨 궁사, 에스파입니다!”

엔달라프가 라빈의 옆에 있는 에스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에스파가 쑥스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관중들이 그를 보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응원한다 에스파!!”

“평범한 사람들도 아카데미에서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힘내라!!”

그들의 응원에 엔달라프도 미소를 보였다.

라빈과 에스파 팀이야말로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결승까지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최약체라고 평가받던 그들이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더군다나 에스파는 단 하나의 마법만을 사용한다.

마법 화살(Magic Arrow).

이 기본적인 마법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더욱 훌륭한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냈으니, 사람들이 이만큼 열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평범함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낸다.

어쩌면 다른 마도사들보다 유독 에스파에게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일지도 몰랐다.

이제 엔달라프의 시선이 반대쪽으로 향했다.

“모두 기다리셨습니다! 무패의 전격 마도사! 알렌시아입니다!”

“우와아―!!!”

“오오오오오!!!”

“꺄아아―!!”

이번에도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알렌시아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척 봐도 그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동안의 시합을 혼자서 이겨왔다.

그런 월등한 실력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해졌으니.

알렌시아가 인기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녀가 사용하는 전격 마법은 뛰어난 파괴력까지 자랑해 여러 마법기사단이 탐내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던 엔달라프가 이번엔 아시테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신비한 인물.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처럼 하더니 뛰어난 재치로 상대를 단번에 제압하는가 하면, 준결승에서는 뛰어난 화염 마법을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마지막 선수입니다! 그동안 자신을 감추고 지내다 바로 전 시합! 준결승에서 숨겨두었던 화염 마법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아시테르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모두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됩니다.”

그동안은 아시테르에게 야유만 쏟아졌었다.

그런데 단 한 번.

전 시합에서 보인 화염 마법 덕분에 관중들은 아시테르에게도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솔직히 준결승 때 아시테르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 관중들도 많았을 터다.

가장 최약체인 줄 알았던 선수가 화려한 실력으로 본격적인 데뷔전을 치렀으니 말이다.

아직 마법기사 아카데미 학생들은 대부분 아시테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눈치였지만, 아카데미와 상관없는 관중들은 아시테르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잘해라 아시테르!!”

“이번에도 그 화끈한 화염 마법 좀 보여줘!”

“아이스 골렘을 한 번에 태워버렸을 땐 저도 모르게 짜릿했어요!”

그들의 말이 아시테르의 귓가에 들려왔다.

함께 그것을 듣고 있던 알렌시아가 아시테르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이제 좋겠어요?”

“뭐가요?”

“사람들의 반응이 확 달라졌잖아요.”

아시테르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 아시테르를 보며 라빈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주 좋아 죽네 그냥.”

“하하하 라빈.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참 신기하다. 우리 둘이 적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지?”

“그치. 그동안은 쭉 함께 해왔으니까. 그래도 한 번쯤 오빠랑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어. 차라리 잘 됐지 뭐.”

“아시테르.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너와 알렌시아 씨를 이겨주겠어.”

에스파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라빈이 인상을 쓰며 아시테르에게 말했다.

“근데 왜 그동안 우리까지 속여온 거예요?”

“응?”

“마법 말이에요. 속성 변환 마법! 화염 마도사였다니… 우리가 전 시합을 보고 얼마나 배신감 느꼈는지 알아요?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알면서 지금까지 왜…….”

“아하하하… 그게 말이야… 그건 나중에 내가 제대로 설명해줄게. 그동안 사정이 좀 있었거든.”

아시테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에 라빈이 괜히 삐진 척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어쨌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건 우리에요.”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어.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좋아요. 양쪽 다 후회 없는 경기를 치러보자구요.”

라빈이 아시테르에게 악수를 건넸다.

그 손을 붙잡은 것은 아시테르가 아닌 알렌시아였다.

“잘 부탁드려요.”

“에?”

갑자기 알렌시아가 자신의 손을 붙잡자 라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에스파가 아시테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아시테르.”

“미리 말해두는데, 안 봐줄 거야 에스파. 각오해 둬.”

“바라던 바야.”

에스파가 아시테르를 보며 웃었다.

엔달라프가 곧바로 시합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관중들이 엄청난 함성을 터트렸다.

라빈이 앞으로 나서고 에스파가 뒤로 물러섰다.

에스파의 손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활이 형성되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본 알렌시아가 아시테르 쪽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제가 보조할게요. 알렌시아 당신이 직접 라빈을 상대하시겠어요?”

“저번에 보니까 에스파라는 분. 생각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서포트를 해주던데… 괜찮겠어요?”

“절 믿어봐요. 저도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드릴 테니까.”

아시테르의 말에 알렌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화살을 쏘아올린 것은 에스파였다.

그는 견제용으로 알렌시아와 아시테르에게 각각 화살을 날렸다.

알렌시아의 전격이 화살들을 쳐냈다.

“조심해요. 이제 라빈이 올 겁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대지를 박찬 라빈이 팔꿈치에서 뼈를 꺼내 달려들었다.

라빈을 향해 전격이 쏟아졌다.

콰릉! 쩌정―!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용케도 전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이를 보며 알렌시아가 팔을 들어 올렸다.

허공에 형성된 뇌신의 창이 라빈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에스파 오빠!”

“맡겨둬!”

뇌신의 창을 본 에스파가 알렌시아를 향해 빠르게 활시위를 당겼다.

그는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쐈다.

이를 본 아시테르가 손을 저었다.

허공에 나타난 세 개의 마력탄이 화살들을 향해 날아갔다.

팡! 파방!

아시테르의 마력탄이 정확히 에스파의 화살을 맞혔다.

이를 본 에스파가 아시테르쪽을 쳐다보았다.

아시테르도 이쪽을 바라보며 웃는다.

입술을 질끈 깨문 에스파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미안하지만 이쪽으로는 내가 우위야 아시테르.”

그는 빠른 속사를 보여주며 여러 개의 화살을 날렸다.

허공을 가른 화살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알렌시아에게로 날아갔다.

“이야, 확실히 나는 따라할 수 없는 마법이야.”

아시테르가 손바닥을 펼쳤다.

허공에 타오른 불꽃이 벽을 이루며 알렌시아를 보호해주었다.

불꽃은 그대로 나아가 라빈의 앞까지 막아섰다.

“뭐야!? 저런 마법도 할 줄 알았어!?”

라빈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혀를 찼다.

“쳇…….”

아시테르는 라빈과 에스파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전투 스타일과 마법들까지 모두.

반면 라빈과 에스파는 아시테르가 어떤 화염 마법을 사용하는지 알지 못했다.

“라빈 그렇게 멍 때리고 있으면 안 될 텐데?”

아시테르가 라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떨어진 낙뢰가 라빈을 덮쳤다.

쿵!

라빈이 만들어낸 뼈 방패가 낙뢰를 막았다.

위력적인 낙뢰의 힘에도 뼈 방패에는 흠집조차 없었다.

라빈의 시선이 알렌시아를 쫓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전격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에스파가 화살로 전격 마법을 막아주고 싶어도 너무나 빨랐다.

“미안하다 라빈. 전격 마법을 내 화살로 맞추기엔 무리야.”

“알아요. 그보다는 화살로 알렌시아와 아시테르 오빠의 빈틈을 노려줘요. 빈틈은 내가 이제부터 직접 만들어볼 테니까.”

“알겠어.”

라빈이 뼈를 들어 올리며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녀가 다시금 빠르게 파고들자 알렌시아가 거리를 두기 위해 전격 마법을 사용했다.

라빈이 뼈를 휘둘러 뼛조각을 쏟아냈다.

알렌시아가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아시테르의 불꽃이 뼛조각을 막았다.

“치잇!”

이를 확인한 라빈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보니 아시테르의 불꽃도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녀가 어떤 공격을 가하든 아시테르의 불꽃이 먼저 방어를 해왔으니 말이다.

“아오, 정말 성가신 상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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