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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06화 (106/424)

106화 불꽃의 폭우

알렌시아의 전격 마법이 이번엔 에스파를 노렸다.

에스파가 바닥을 뒹굴며 가까스로 전격을 피했다.

“와, 미쳤다. 이걸 어떻게 매번 피해……?”

자신이 있던 자리를 보며 에스파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알렌시아의 마력이 움직이는 것을 미리 보지 못했더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에스파가 돌연 자신의 뺨을 때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그가 다시 활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이 시합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포지션을 생각해 본다.

라빈이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를 상대로 판을 흔드는 동안 자신은 빈틈을 노려야 했다.

상대의 틈을 노려야 할 자신이 먼저 당할 순 없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안으로 뛰어든 라빈을 위해서도 말이다.

그때 에스파를 향해 불씨가 날아왔다.

“우왁!”

불씨를 발견한 에스파가 황급히 몸을 피했다.

이를 본 아시테르가 아쉬움에 손가락을 튕겼다.

“와 아쉬워라… 완전 잘 노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시테르의 웃음을 보며 에스파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그의 활시위가 이번엔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에스파가 아시테르를 향해 연달아 세 발의 화살을 날렸다.

이후 그의 발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위치를 바꾼 에스파가 이번엔 라빈을 상대하고 있는 알렌시아 쪽을 노렸다.

“이쪽도 흔들어주고.”

에스파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갔다.

화살은 궤도를 바꾸며 알렌시아의 등뒤를 노렸다.

알렌시아도 화살의 존재를 눈치챘다.

그녀가 화살을 막아내기 위해 마법을 쓰려는 찰나 라빈이 먼저 선수를 쳤다.

라빈의 뼈가 공간을 비집고 알렌시아를 향해 뻗어 나갔다.

“흡!?”

알렌시아가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라빈이 들고 있는 뼈가 갈라졌다.

“무덤의 갈고리.”

갈라진 뼈들이 한순간에 알렌시아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알렌시아가 전격으로 뼈를 밀어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단단한 뼈의 갈고리는 멈추지 않고 알렌시아를 붙잡으려 했다.

그때 아시테르가 쏘아낸 화염구가 뼈를 부숴버렸다.

“놓치지 않아!”

라빈이 자신의 뼈를 대지에 깊숙이 박아넣었다.

그녀의 마력이 뼈에 주입되자 여기저기서 뼈가시들이 대지를 뚫고 올라왔다.

동시에 알렌시아의 전깃불이 라빈 곁으로 다가갔다.

“뇌신의 낙뢰.”

알렌시아의 영창과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진 강렬한 낙뢰가 라빈을 격했다.

라빈이 뼈방패를 이용해 낙뢰를 막았지만, 그 위력은 순간 몸이 휘청할 정도였다.

그래도 그녀가 사용한 죽음의 요람이 알렌시아의 몸 여기저기를 베고 지나갔다.

쾅!!!

이어 에스파의 화살이 알렌시아의 등을 때렸다.

마법 갑옷을 입은 덕분에 충격은 덜했지만 상당한 고통이 전해졌다.

알렌시아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에스파쪽을 쳐다보았다.

고작 마법 화살 같은 마법으로 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라빈만으로도 성가신데 에스파의 화살은 사각지대로 파고든다.

거기다 궤도를 읽기 쉬운 몇몇 화살은 알렌시아의 시선을 빼앗기 위함이었다.

그 사이 라빈이 다시금 지근거리까지 파고 들어오니, 두 사람의 호흡은 알렌시아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다시 전격 마법을 준비하려는 때 아시테르가 곁에 섰다.

“제 동료들 강하죠?”

“네?”

“두 사람 다 그 사이에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아시테르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알렌시아가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

“아아 미안해요. 제대로 서포트 하려고 했는데 순간 마력이 끊어져서요.”

“됐어요. 잠시나마 기대한 내가 바보죠.”

“그나저나 그동안 다들 꾸준히 노력해 왔구나…….”

“좋겠네요. 동료들이 강해져서.”

알렌시아가 슬쩍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건말건 아시테르는 알렌시아를 돌아보며 웃었다.

“알렌시아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어요?”

“지금 그런 말을 할 때인가요?”

“그냥, 지금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 시합장에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음번엔 우리가 한 팀으로 전투를 치러봤으면 좋겠다고.”

“하여간 정말 엉뚱해요 당신은.”

헛웃음을 짓던 알렌시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날 데려가고 싶다면 제대로 실력부터 보여봐요. 그래야 내가 선택이란 걸 하지 않겠어요?”

“아! 그렇네요. 맞는 말이에요.”

아시테르가 웃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손에는 아직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순간 이것을 잊고 마력을 계속 사용하다 마력이 끊어진 것이었다.

아시테르가 반년 동안 노력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기도 했다.

반지를 끼고 있었음에도 이 정도의 마력과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에스파와 라빈이 멈춰 섰다.

“에스파 오빠. 알렌시아는 전 시합 부상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너도 그렇게 느꼈어? 어쩐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 않아?”

“아시테르 오빠도 부상이 아직 안 나은 것 같은데… 이거 좀 찝찝하네.”

라빈이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대체 어쩌다 다쳤길래 아직도 다리는 그러고 있어?”

그녀가 아시테르의 다리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본 아시테르가 쓴웃음을 보였다.

“이것도 좀 사정이 있었지.”

“누구한테 다친 건데?”

“응? 누구 때문에 다친 건 아닌데? 나 혼자 굴러서 다친 거야.”

“어후…….”

“어쨌든. 내 부상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제부터는 조금 다를 거니까.”

“다를 거라고? 이대로는 우리가 이길 것 같은데?”

라빈이 슬쩍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이에 알렌시아가 발끈했다.

“무슨 소리.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안 했어요.”

“못 봤어요? 당신의 전격 마법으로는 내 뼈를 부서트릴 수 없어요.”

알렌시아가 무어라 답변하려는 때 아시테르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었다.

“자, 그럼 이제 2차전을 시작해보자.”

아시테르가 반지에 손을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한 사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우와… 아직까지 저 반지를 끼고 있던 거였어? 그런데도 저 정도의 마법을 사용했다니… 더욱 대단해졌구나…….”

“저기 있는 녀석이 네 동생이라고?”

“네. 제 동생입니다.”

“너에 비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데. 1등급도 참여하지 않는 이 대회를 굳이 시간 내서 보러 올 필요가 있었나? 테오도라.”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제 동생이 결승전에 올라왔으니까요. 저라도 응원하러 와줘야죠.”

“어차피 우승은 동생차지라고 밥 먹듯이 말하지 않았었나?”

사내의 물음에 테오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테르를 바라보는 그의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아시테르를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없을 걸요?”

“그렇게나 네 동생의 실력에 자신 있는 건가? 내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화염 마도사 같다만…….”

“당연히 자신 있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아시테르의 진짜 실력을 말이죠. 저 녀석이 마음만 먹는다면 아카데미 학생들 중 제 동생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테오도라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사내가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자네를 포함한 자네 팀이 아카데미에 남아 있었다고 해도?”

“네. 저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거든요. 아시테르랑은.”

테오도라의 시선은 여전히 아시테르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은색 로브에는 황금색의 천칭 문장이 박혀 있었다.

테오도라의 설명에 사내가 흥미로운 시선으로 아시테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마침 아시테르가 손가락의 반지를 빼고 있었다.

이를 본 테오도라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부터 진짜 달라질 겁니다.”

반지에 의해 억눌려 있던 아시테르의 마력이 노도(怒濤)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와아―!

한순간에 불어난 마력이 아시테르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를 본 라빈이 두 눈을 부릅떴다.

함께 놀란 에스파가 소리쳤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와 동시에 아시테르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화륵!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의 화염이 아시테르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사람 몸통보다도 더 큰 화염구를 보며 라빈이 마른 침을 삼켰다.

“온다……!”

그녀가 자세를 낮추며 뼈를 들어 올렸다.

알렌시아가 만들어낸 뇌신의 창을 직접 마주했을 때도 이 정도로 긴장되진 않았다.

그런데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화염구를 보고 있으니 절로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그때 아시테르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화륵―!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화염구가 라빈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라빈이 화염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아니야 라빈!! 이건 피해야 돼!”

뒤에서 에스파의 외침이 들림과 동시에 라빈이 몸을 틀었다.

콰앙!!

아시테르의 화염구가 바닥을 때리며 엄청난 폭발음을 냈다.

이를 본 라빈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혹시 나를 죽일 셈이야……?”

그녀가 아시테르를 보며 말했다.

이에 아시테르가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미안, 나도 이렇게까지 셀 줄은 몰랐네…….”

아시테르가 손을 들어 사과하는 동안 에스파가 빠르게 활시위를 당겼다.

그가 노리는 곳은 아시테르의 하단부였다.

“일단 내가 엄호할게!”

에스파가 여러 개의 화살을 날렸다.

아시테르가 팔을 가볍게 휘두르자 허공에 불꽃이 생겨났다.

불꽃이 에스파의 화살들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그의 시선이 라빈을 쫓았다.

그녀는 빠르게 움직이며 아시테르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에스파도 아시테르에게 배운 방법을 사용하며 몸의 속도를 올렸다.

“우와 벌써 그 정도까지 익힌 거야?”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활을 쏘려면 발이 빨라질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테르는 에스파에게 몰래 자신의 마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발끝에 마력을 집중시켜 움직임의 속도를 올리는 방법.

에스파는 지난 시간 동안 아시테르가 가르쳐 준 마법을 죽도록 익히고 또 익혀 왔다.

덕분에 이제는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마법이 발동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에스파와 라빈이 어지러이 움직이며 공격을 쏟아부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 알렌시아가 아시테르의 곁으로 붙었다.

“도와줄까요? 당신의 화염 마법으로는 저 두 사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데.”

“확실히 빠르네요 두 사람.”

아시테르가 고개를 움직이며 라빈과 에스파를 쫓았다.

그동안 많이 맞춰본 덕분인지 두 사람의 호흡은 최상이었다.

어지러이 움직이면서도 끊임없는 공격을 가해왔다.

몇 번 화염 마법으로 그들을 맞춰볼까 했지만, 불꽃이 타오르기도 전에 라빈과 에스파는 자리를 벗어났다.

이대로 방어만 하다 저들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시테르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맞추기 어렵다면… 반대로 피하기 어렵게 만들면 되잖아요?”

그가 양팔을 모으자 중심으로 프레임 오브가 생겨났다.

이를 본 관중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허공에서 회전하는 불꽃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어 아시테르의 프레임 오브가 하늘로 솟구쳤다.

화릉―

솟구친 프레임 오브가 폭발하자, 그 불꽃이 대지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불꽃의 폭우.

아시테르가 오랫동안 연구해 왔던 그 마법이 마침내 사람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화륵! 화르륵.

불꽃의 비가 시합장 전체를 가득 메우며 떨어졌다.

라빈은 피하는 것도 잊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게 고작 아카데미 학생이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

“이걸 대체 무슨 수로 피해?”

에스파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라빈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뼈방패를 만들었다.

“일단 내 쪽으로 붙어 에스파 오빠!”

“알겠어!”

라빈은 최대한 뼈방패를 크게 만들어 우산처럼 뒤집어썼다.

그 틈에 에스파는 활시위를 당기며 아시테르를 노렸다.

“지금을 노린다면 아시테르도 어쩔 수 없을 거야!”

불꽃의 비가 사정없이 내리는 가운데 에스파가 한쪽 눈을 감으며 아시테르를 겨냥했다.

이에 아시테르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가 잊은 것 없어?”

그 순간 뼈방패 위로 커다란 낙뢰가 떨어졌다.

콰르릉!!!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뼈방패가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라빈이 마지막으로 죽음의 요람까지 발동했지만,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화염벽에 완벽히 가로막히고 말았다.

거기다 두 사람의 주변엔 이미 알렌시아가 펼쳐놓은 전깃불이 자리해 있었다.

이를 확인한 라빈이 들고 있던 뼈를 내려놓았다.

“미친, 저 괴물 같은 인간들을 무슨 수로 이겨?”

“완전 반칙 아니냐…? 저 둘이 붙어 있는 건……?”

에스파가 헛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사실 에스파의 체력도 이제는 한계였다.

에스파의 상태를 확인한 라빈이 똥 씹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패배를 인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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