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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07화 (107/424)

107화 특전

아시테르가 반지를 빼고 본래의 화염 마법을 펼쳤을 때, 관중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터트렸다.

이를 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이나 교관들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알고 있던 아시테르가 아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는 아시테르의 화염 마법이 생각보다 더욱 범상치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 학생 수준의 마법이 아니군요.”

“저 학생이 지금 몇 등급이라구요?”

“3등급에 있을 겁니다.”

“3등급이요……!?”

“말도 안 돼… 저런 마법 수준을 갖고 어떻게 3등급에 있다는 말입니까?”

“사정이 있었겠죠.”

교관들이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동안 마법기사단장들도 아시테르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근래 본 화염 마도사 중에 가장 기본기가 탄탄한 것 같은데.”

“기본기뿐만이 아니야. 마법의 활용도 뛰어나고 마력 컨트롤 수준도 훌륭하다.”

“라빈과 에스파를 상대로 완벽한 공격과 수비를 보여주고 있군요.”

“저 실력이면 1등급에서도 이미 중상위권이일 것 같은데…….”

그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말 하는 동안 테르세우스가 홀로 웃었다.

자신과 마주했던 때보다 아시테르는 더욱 성장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 또 무슨 짓을 한 게냐.”

확실히 유미르와 아레나의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그 재능이나 노력이 무섭도록 놀라운 아이였다.

화염 마법은 프로메테 가문의 핏줄 때문에 타고났겠지만, 노력하는 재능만큼은 유미르쪽이었다.

그 사이 아시테르가 시합장 전체를 대상으로 불꽃의 비를 뿌렸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아시테르의 불꽃을 보며 수많은 관중들이 놀람을 넘어 경악에 물들었다.

이런 마법은 어디서 들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종류였다.

시합장 전체에 퍼진 불꽃은 라빈이 형성해낸 뼈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교관들은 물론 마법기사단장들까지 아시테르의 이번 마법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위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저렇게 불꽃을 시합장 전체에 뿌려대면 더는 피해 다닐 수 없겠지.”

“거기다 곳곳에 타오르는 불꽃 때문에 움직임도 제약되고.”

“저곳이 좁은 시합장이라 가능한 마법이었겠지만… 대단하군.”

“저 아이의 이름이 뭐라고?”

마법기사단장들이 아시테르를 두고 여러 얘기들을 나누는 동안 테르세우스는 홀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지금 이 광경을 누구보다 뿌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녀석… 결국 트라이포스의 일원이 되는데 성공했나 보구나.”

테오도라가 입고 있는 옷을 확인한 테르세우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사이 시합은 완전히 끝나버리고 말았다.

라빈과 에스파의 항복으로 이번 대회의 우승팀은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로 확정되었다.

두 사람의 이름이 연신 시합장 안에 울려 퍼졌다.

알렌시아의 전격 마법과 아시테르의 화염 마법이 한데 어우러진 마지막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마지막 시합까지 끝나고 참가했던 선수들이 한데 모였다.

테르세우스가 아시테르와 알렌시아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은 테르세우스님께 예를 갖춰라.”

마법기사단장 엔달라프의 말에 아시테르와 알렌시아가 고개를 숙였다.

아시테르는 아니었지만 알렌시아는 테르세우스를 처음 보는 자리였다.

알렌시아는 군단장 테르세우스의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테르세우스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알렌시아와 아시테르. 두 사람 모두 수고 많았네. 쟁쟁한 경쟁상대들을 제치고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군. 두 사람이 보여준 오늘의 경기는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을거라 생각하네. 누군가에겐 위안을, 누군가에겐 동경을, 누군가에겐 꿈을 심어주었겠지. 그런 만큼 두 사람의 어깨에 짊어질 책임감도 더더욱 늘어날 거야. 마법기사가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길을 걷는 것이라네.”

테르세우스가 알렌시아와 아시테르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이어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두 사람에겐 우승 특전을 주어야겠지. 먼저 알렌시아. 비록 불의의 사고로 이전에 강등 처벌을 받긴 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뛰어난 실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지. 강등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이 대회의 특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네. 그러니 그대에게는 승급이라는 특전이 주어질 것이네.”

테르세우스의 시선이 이번엔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마 아레나와 유미르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인지도 몰랐다.

“자네는 어차피 2등급으로 승급하기로 되어 있었지?”

“에? 알고 계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이 대회에는 왜 나온 게냐? 벌점만 깎으면 곧바로 2등급으로 승급하면서 말이야.”

“그야, 많은 사람들의 마법을 구경할 수 있잖아요.”

“으하하하!! 고작 생각해낸 답이 그거냐? 녀석… 그래도 자네다운 이유로구나.”

한바탕 웃은 테르세우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 또한 이 대회의 우승자이니 특전이 주어져야 하겠지.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2단계 승급일세.”

“예?”

“말 그대로. 지금 자네의 등급은 3등급.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자네의 실력이라면 누구라도 이견 없이 최소 1등급 이상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것이네. 그러니 내 그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으로 특전을 대신하도록 하지.”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녀석.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테르세우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시테르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 있었고, 알렌시아가 그런 아시테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요 아시테르. 2등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1등급으로 올라가다니… 아카데미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에요.”

“아하하―! 알렌시아의 말이 맞다. 아카데미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2단계 승급을 이루어내진 못했어. 그러니 네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만큼 너의 실력과 능력을 모두가 인정해준 것이니 말이야.”

아시테르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르세우스가 준 반지와 조건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3~4등급에 오랫동안 머문 것이 엊그제 같은데 갑자기 1등급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세상 말도 안 돼… 아시테르 오빠가 우리보다 먼저 1등급으로 가다니…….”

“젠장… 더 분발해야겠네. 이제야 좀 앞질렀다고 생각 했는데…….”

“앞지르기는 무슨… 우리는 한참 뒤에 있어요 지금.”

“나도 알아. 저 능글맞은 자식, 그런 엄청난 실력을 지녔으면서 그동안…….”

“맞아. 아까 봤어요? 무슨 시합장 전체에 불을 뿌려? 이게 말이 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라빈과 에스파가 투덜거리는 말투로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아시테르의 승급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들이었다.

테르세우스의 시선이 이번엔 라빈과 에스파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 테르세우스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두 사람에게는 따로 승점이 부여될 거다.”

“예?”

“저희도요?”

“물론이지. 치열하게 결승전까지 올라와 아쉽게 패배한 두 사람에게 승점이라도 주어져야 하지 않겠나? 그대들뿐만 아니라 준결승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도 상점이 주어질 거네.”

테르세우스의 말에 라빈과 에스파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승점이 쌓이면 조금 더 빠르게 1등급으로 다가갈 수 있다.

“조금만 기다려요 아시테르 오빠.”

“그래. 너무 멀리 가있지 말라고.”

라빈과 에스파가 아시테르를 향해 말했다.

모든 할 일을 마친 테르세우스와 다른 인사들이 자리를 떠났다.

아시테르는 에스파와 라빈에게 다가와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에스파!! 라빈!! 정말 잘 됐다!!”

“어우… 누구만 아니었더라면 우승해서 깔끔하게 1등급으로 갈 수 있었는데 말이죠.”

“누가 아니래. 눈치 없이 끼어든 한 명 때문에…….”

라빈과 에스파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모습에 아시테르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시테르의 시선이 자연스레 옆에 있는 알렌시아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알렌시아!”

“네?”

“내가 한 제안은 생각해봤어요?”

“무슨…….”

“우리 팀으로 들어오는 거요. 다들 정말 좋은 친구들이에요. 여기 없는 데미리우스 형도 뛰어난 능력을 지녔구요.”

아시테르가 알렌시아에게 어필하듯 말했다.

에스파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알렌시아가 이 팀으로 들어오다니 생각지도 못해 본 일이었다.

듣고 있더 라빈이 먼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서요, 아시테르 오빠. 알렌시아 언니가 뭐가 부족해서 우리팀에 들어와요? 다시 1등급으로 올라가면 받아줄 팀들이 널리고 널렸을 걸요? 거기다 원래 칸팀이었잖아요? 그쪽에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길 들…….”

“좋아요.”

알렌시아의 답은 간결하고 빨랐다.

이에 라빈은 물론 에스파도 당황하고 말았다.

반면 아시테르는 뛸 듯이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죠!? 정말로 우리팀에 들어오는 거죠?”

“아니 왜? 아니 이봐요. 그쪽 칸팀 아니에요? 거기로 가면 무조건 좋은 순위는 따 놓은 당상인데, 어째서……?”

“그, 아… 아시테르에게 많은 것들을 빚져서요… 르네마리아에서의 일도 있고…….”

알렌시아가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도 갑자기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발끈하는 마음에 좋다고 말은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왜 발끈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쓸데없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비효율적인 짓은 정말 싫어한다.

누가 하루빨리 마법기사가 되는 길이 뭐냐고 묻는다면, 열에 열 명은 칸팀에 들어가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만큼 칸팀은 최정예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 효율적인 길만을 걷는다.

그들은 마법기사가 되기 위한 최적의 루트를 알고 있다.

그러니 그곳에 있는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마법기사가 될 수 있을 터였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선 동료들도 저버릴 수 있는 곳이 칸팀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팀 안에서조차 경쟁하는 곳.

칸도 그것을 말리지 않는다.

경쟁은 곧 성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칸팀에 비해 아시테르팀은 너무나도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당장 알렌시아가 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동안 지내온 팀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인 것은 척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도 알렌시아는 아시테르에게 팀원이 되겠다고 덜컥 말해버렸다.

“우와아―!! 우리 그러면 새로운 팀원 맞이로 회식 한 번 할까?”

“아니 말도 안 돼… 나 같으면 그냥 칸팀으로 돌아가겠다. 아니면 혹시 거기서 버림받기라도 한 건가?”

“그만해 라빈. 어쨌든 우리 팀에 오겠다잖아. 거기다 저만큼 실력 있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 팀을 이루면 좋지 뭘 그래?”

에스파가 그런 라빈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스파의 시선은 아시테르에게 머물러 있었다.

“무엇보다 아시테르가 저렇게 좋아하잖아. 그러면 된 것 아냐? 애초에 우리는 아시테르를 중심으로 모인데다, 저 녀석이 이 팀의 팀장이잖아.”

“하아… 나도 알아요. 안다구요. 괜히 불협화음을 일으킬까봐 그렇죠. 우리랑은 워낙 스타일이 다를 테니까.”

“맞춰가야지. 그걸 위해 있는 팀이잖아.”

에스파의 말에 라빈이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는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에휴, 모르겠다.”

“좋게 생각해. 어쨌든 1등급 드래프트 미션을 함께 수행하려면 능력 있는 친구들이 필요하잖아.”

“그래요.”

라빈을 위로하던 에스파가 순간 움찔했다.

그의 시선에 에이브릴이 보였던 것이다.

마침 에이브릴도 고개를 돌리다 에스파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녀는 말없이 에스파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아…….”

에스파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에스파의 곁에 아시테르와 라빈이 다가왔다.

“잘했어.”

“맞아요 오빠. 이제 더는 움츠러들 필요 없잖아요.”

라빈의 위로에 에스파가 고개를 들었다.

여러 가지의 복잡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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