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에서 왔습니다만-109화 (109/424)

109화 빈민가 (2)

아시테르는 서둘러 사내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의 모습을 본 아시테르가 두 눈을 부릅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날카로운 쇠붙이가 아이의 어깨를 관통해 있었다.

“이게 대체……!”

아이는 그 자리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다.

어깨에선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아시테르는 어쩔 줄 몰라 주변부터 살폈다.

“치료… 우선 치료부터 해야 하는데…….”

어깨를 관통한 쇠붙이를 함부로 건드렸다간 핏물이 터져나올 터였다.

그러면 아이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진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진 모르겠지만 아이의 상태가 너무도 위험해 보였다.

“도와주세요!!”

아시테르가 근처를 지나가는 사내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사내는 이쪽을 보고도 모른 척 외면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가 애써 모른 척 지나갔다.

아시테르는 손으로 아이의 상처를 막으며 다급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그의 시선이 다른 쪽에 있던 중년 여성에게 향했다.

“여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하다못해 근처 치료 마도사가 있는 곳이라도 알려주세요!”

“아유… 이곳에 치료 마도사가 있을 리 있나요… 적어도 저기 안쪽까지는 가야 하는데…….”

여인의 말에 아시테르가 아이를 들어 올리려 했다.

그때 아시테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지금 그 아이를 들고 뛰면 더 위험해요. 그러니 그대로 둬주시겠어요?”

“네?”

“일단 상처부터 살펴볼게요.”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지만 미성의 목소리였다.

아시테르가 아이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자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 가까이로 다가와 아이를 살폈다.

소매를 걷으니 새하얀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테르는 태어나 이렇게 고운 손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후드를 쓴 사람이 아시테르를 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이 쇠붙이부터 빼낼게요.”

“하지만 그러면……!”

“괜찮아요. 아이는 제가 치료해줄 테니까.”

“혹시 치료 마도사입니까?”

아시테르의 물음에 후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안심한 아시테르가 쇠붙이를 잡았다.

“한 번에 확 빼면 피가 엄청나게 튈 거예요. 그러니 천천히 잡아당기듯이…….”

후드인의 말에 아시테르가 조심스럽게 쇠붙이를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던 아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린 녀석이 고통을 참아내려 안간힘을 다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살핀 후드인이 아이를 향해 말했다.

“아프면 비명 지르고 소리 질러도 돼. 벌써부터 어른스러운 척할 필요 없어. 아이는 그래도 돼.”

“끄으으…….”

후드인의 말에 아이가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래도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마침내 아시테르가 쇠붙이를 모두 빼냈다.

그러자 후드인의 손에서 환한 마력이 일었다.

아이의 몸에 생긴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아시테르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와아…….”

빠르게 아물고 있는 아이의 상처를 보며 아시테르는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아이의 표정도 점차 안정을 되찾아갔다.

“이제 됐어.”

후드인이 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이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제는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통증은 남아 있었지만 상처가 빠르게 나은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아이가 후드인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후드인이 옆에 있는 아시테르를 가리켰다.

“여기 있는 사람한테도 감사 인사를 해야지.”

“정말 감사해요 형!”

아이가 아시테르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시테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저는 토흐예요.”

“토흐?”

“네.”

“반갑다. 혹시 배가 고프진 않아?”

아시테르의 말에 토흐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동안에는 고통 때문에 몰랐는데, 아시테르의 말을 들으니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

마침 눈치 없는 배가 천둥소리를 내었다.

아시테르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미소를 보였다.

“저기 내가 가져온 음식들이 있어. 같이 먹으러 갈까?”

“그래도… 돼요?”

“물론. 네 친구들도 함께 먹고 있는 걸.”

아시테르가 토흐를 이끌고 음식들을 가져다두었던 곳으로 향했다.

그가 후드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함께 가시겠어요? 아이의 목숨을 살려준 보답으로 꼭 대접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아시테르의 말에 후드인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

아이들은 아시테르가 가져온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아시테르는 토흐에게도 자신이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주었다.

“여기 먹어봐.”

“고맙습니다.”

토흐가 두 손으로 음식을 받으며 입에 가져갔다.

그리곤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에 두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

연이어 들리는 찹찹 소리를 들으며 아시테르가 피식 웃었다.

그는 후드인에게도 음식을 건넸다.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장담하건데 엄청나게 맛있을 걸요?”

“그래요?”

후드인이 아시테르가 건넨 음식을 받았다.

반쯤 못믿는 눈치였다.

그러나 곧 음식을 입에 가져간 후드인이 곧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맛있는데요?”

“제가 말했잖아요. 엄청 맛있을 거라고.”

“아니 이건… 그런 정도가 아닌데…….”

아시테르가 뿌듯해 하는 얼굴로 다른 음식들을 건넸다.

20인분이나 싸왔으니 음식은 아직 많았다.

“더 주세요!”

“아저씨 저두요.”

“저도 더 주시면 안 돼요?”

다 먹은 아이들이 아시테르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에 아시테르가 웃으며 보따리를 더 풀었다.

“그래그래. 아직 많으니까 얼마든지 더 먹어.”

아시테르가 아이들에게 음식들을 나눠주며 말했다.

그런 아시테르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후드인이 입을 열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이곳에 사는 사람은 아니죠?”

“네? 네. 저는 아카데미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아카데미요? 아카데미면… 마법기사를 준비하는 그곳인가요?”

“네 그렇죠.”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 아이들은 왜 도와주시는 거예요?”

후드인의 물음에 아시테르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얼굴로 후드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후드인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따로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네……?”

“저도 어렸을 때 많이 배고파봐서 알아요. 제일 참기 힘든 게 배고픔과 졸음이었거든요.”

“그랬어요? 전혀 그런 삶을 살아온 걸로는 안 보이는데…….”

후드인의 말에는 은근히 뼈가 있었다.

마치 아시테르를 의심하는 듯한 말투였다.

하지만 아시테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쵸?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그래서 먹을 거엔 조금 집착하는 편이에요. 아버지께서도 늘 그랬거든요. 무엇을 하던 배가 든든하고 체력이 받쳐줘야 잘 해낼 수 있다고.”

“흐음…….”

후드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먹었어요.”

“맛있었죠?”

“네. 무척이나.”

후드인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바깥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구두구두구.

땅이 흔들리는 듯한 소리였다.

소리를 들은 아이들이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도망쳐!”

“빨리!!”

누군가의 외침에 아이들이 혼비백산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아시테르가 당황했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이곳 빈민가에서 지내시진 않으니까 잘 모르시겠군요.”

“네?”

“이 소리는 화적떼가 오는 소리에요.”

“화적이요……?”

“네. 그래서 지금 아이들이 도망가는 거예요. 괜히 그들의 눈에 띄었다간 더 큰 봉변을 당할 테니까. 그러니 당신도 이만 자리를 피하세요.”

“아… 아아…….”

후드인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아시테르는 혹시 몰라 아이들 먼저 몸을 대피시켰다.

아직 못 떠난 아이들을 챙기는 아시테르를 보며 후드인도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아시테르를 따라 아이들을 먼저 챙겨주었다.

그러나 어느새 이쪽까지 다가온 화적떼가 말을 타고 아시테르 앞에 나타났다.

수십 명의 화적떼가 아시테르와 후드인을 둘러쌌다.

아직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도 몇 있었다.

아이들이 아시테르와 후드인에게 붙었다.

몸서리치는 아이들을 보며 아시테르가 그들을 달래주었다.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시테르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드인은 말없이 아시테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적떼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의 대장격인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꼬맹이들아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사내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아시테르와 후드인을 살폈다.

사내의 시선은 그 중 아시테르에게 꽂혔다.

빈민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복장이었다.

“못 보던 놈인데?”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먼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응? 그럴 수야 없지!”

퉁!

사내가 검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뭉툭한 소리에 아이들이 놀라 더욱 아시테르에게 파고들었다.

후드인도 다른 아이들을 끌어 안아주었다.

“흐하하! 이거 웃기네.”

사내가 말에서 내려 아이들의 수를 셌다.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아이는 다섯 명.

이를 본 사내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아이들을 살리고 싶나? 그러면 아주 간단하다. 나에게 아이들의 목숨 값을 지불하면 돼.”

“목숨 값이요……?”

“그래. 목숨값을 지불하는 만큼 아이들의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지. 뭐, 그러기 싫다면 그래도 된다. 어차피 아이들의 목숨값은 제 부모들한테 받으면 되니까.”

사내가 아시테르의 행색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곤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아이 한 명당 1골드.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사내가 아시테르를 보며 웃었다.

일부러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액수를 불렀다.

그런데 아시테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제게 5골드가 있습니다. 이걸 드리도록 하죠.”

아시테르가 품속에서 다섯 개의 골드를 꺼냈다.

이를 본 다른 화적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품속에 5골드씩이나 갖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시테르가 순순히 5골드를 내놓자 사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아이들을 보내주시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 진짜 놀랍구나. 품속에 5골드나 갖고 있었다니. 평민이 아니라 귀족이라도 되는 거냐?”

사내의 물음에 아시테르는 답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이들을 안심시켜주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이제 너희들은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하지만 형… 우리 때문에…….”

“에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깟 돈보다는 너희들의 안전이 훨씬 더 소중해.”

아시테르가 화적떼 중 한 명에게 골드를 건네줬다.

그러자 대장격인 사내가 다른 화적들에게 손짓했다.

“아이들을 보내줘라.”

“네? 하지만 대장님…….”

“시끄러워. 약속은 약속이니 지킨다.”

사내의 말에 결국 화적떼가 아이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겁에 질려 쉽게 그곳을 지나갈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아시테르가 후드인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이 무서워 하니까 함께 가주시겠어요?”

그의 말에 후드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사내가 아시테르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니. 아직 너희들의 목숨값은 내지 않았다. 그러니 지나갈 수 없어.”

“저희들은 얼마인데요?”

아시테르가 인상을 쓰면서 물었다.

그러자 사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야말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를 부른다.

“10골드. 두 명이니까 20골드를 내면 순순히 보내주도록 하마. 방금 봤지? 약속은 지키는 것.”

사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시테르가 품 안을 뒤졌다.

그의 손에 쥐어져 나온 것은 푸른 보석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아시테르가 들고 있는 보석을 본 화적떼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대장격인 사내, 워크라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미치겠구만…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돈을 꺼내는 아시테르를 보며 워크라가 웃음을 보였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재력 있는 귀족가의 자제가 틀림없었다.

괜히 이런 녀석을 건드렸다간 성가신 일만 벌어진다.

“그럼 조심히 지나가고. 다음 번에는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해라.”

화적떼는 골드와 보석을 모두 받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때 아시테르가 그들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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