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에서 왔습니다만-131화 (131/424)

131화 뉴틀리아스 떼와의 전투

3층 초입은 크로마제의 활약으로 공략하기가 훨씬 쉬웠다.

이후 마주치는 마수들의 수준도 높아졌지만, 아시테르 일행이 애를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면의 마수들은 주로 라빈과 아시테르가 나서서 정리했다.

에스파의 화살은 그보다 뒤쪽에 자리 잡은 마수들을 노렸다.

때문에 간혹 오크 주술사처럼 원거리 포지션을 잡는 놈들이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었다.

측면이나 다른 곳에서 빈틈을 노리는 마수들은 여지없이 날아드는 전격을 맞고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볼 때마다 크로마제가 놀란 얼굴을 했다.

“대박이네요…….”

마수들을 한 방에 쓰러트리는 전격 마법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고 나서야 아시테르가 휴식을 말했다.

그들이 휴식을 취할 때, 그동안 마력을 회복하고 있던 크로마제가 모래요새를 쌓아올렸다.

이를 본 에스파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 무슨 아직 아카데미에 들어오지도 못한 녀석이 이런 마법까지 사용해?”

“아직 완전하진 않아요. 요새라고 부르긴 하지만 기껏해야 허리높이까지 올리는게 다인 걸요.”

“그래도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는 크지.”

아시테르는 모래요새에 기대 쉬는 것을 택했다.

함께 몸을 뉜 에스파가 한시름 놓으며 입을 축였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지금까지 끊임없이 마수들과 마주쳐 왔는데… 여기서부터는 마수들을 마주치지 않잖아. 게다가 그 흔한 마수 시체도 안 보여.”

“그나마 몇 군데에서 뼈들이 보이긴 했는데…….”

다들 휴식을 만끽하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시테르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들짐승의 소리와 비슷한.

놓치기 쉬운 자그마한 소리.

그것에 집중하던 아시테르가 곧 한 마리의 마수를 발견했다.

어둠에 숨어 있는 들쥐 형태의 마수.

놈의 붉은 눈이 이쪽을 향해 있다.

“뉴틀리아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그렇구나…! 이곳은 뉴틀리아스의 영역이었어!”

“뉴틀리아스가 뭔데?”

“마수들을 갉아먹는 마수…….”

어비스 던전에 있을 때 뉴틀리아스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아시테르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뉴틀리아스도 무리를 지어 행동해.”

“뭐 어때? 지금까지 오크나 고블린 같은 녀석들도 잘 무찔러 왔잖아?”

에스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라빈과 알렌시아는 무슨 일인가 싶어 아시테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아시테르의 시선이 데미리우스에게 멈췄다.

“아…! 그래도 다행이에요.”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에게는 형이 있으니까요.”

아시테르는 곧바로 데미리우스에게 마법을 준비할 것을 부탁했다.

그의 마법은 캐스팅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장점은 확실하다.

대규모 살상에 뛰어난 능력.

그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 형님께서 마법을 사용하시는 것은 처음 봅니다.”

“아…! 너는 모르겠구나. 데미리우스 형의 마법을.”

에스파가 크로마제의 말에 답해주었다.

크로마제는 데미리우스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저기 있는 라빈은 자신의 뼈를 이용하는 특이한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근접전이 가능한 마도사였다.

뼈를 쥐고 마수들을 직접 공격하면서도 뼛조각을 날려 원거리 공격까지 가능한, 만능형 전투원이 바로 라빈이었다.

옆의 에스파는 기초 마법이라 일컬어지는 마력 화살을 사용한다.

처음엔 이것을 보며 은근한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곧 자신의 성급한 판단이었음을 깨달았다.

그의 마법은 이미 기초나 기본이라 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연사 속도나 위력, 중간에 궤도를 바꾸는 기술까지.

어느 것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실제로 에스파 덕분에 주술사나 궁수 같은 원거리 포지션의 적이 나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알렌시아는 뭐 설명할 것도 없다.

그녀의 전격 마법은 속도면 속도 위력이면 위력.

크로마제가 내심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이들이 활약하는 동안 데미리우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으니…….

가끔 간단한 마법을 사용하는 듯 보였으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크로마제는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 또한 전투로 바빴기 때문에 데미리우스의 마법을 제대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마침내 볼 수 있게 되었군요.”

크로마제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데미리우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에스파가 한껏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봐둬. 보기엔 저렇게 삐쩍 말랐어도 우리 팀에서 제일 무서운 마법을 사용하는 형님이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잿빛 마력이 허공에 퍼졌다.

마력은 모래요새를 넘어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대장. 준비는 끝났습니다.”

“좋아요 형. 이제 곧 놈들이 나타날 겁니다. 혹시 모르니 다른 사람들도 미리 준비해둬.”

아시테르의 말에 다른 인원들도 전투 준비를 갖췄다.

그가 이렇게 미리 준비하며 말하는 것을 보니, 이번 상대는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뉴틀리아스가 그렇게나 무서운 마수입니까?”

“무섭지. 그 자식들은 떼를 지어 이동하는데… 그 수가 바로 저래.”

아시테르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바닥을 가득 메우는 무수한 점들.

놈들의 붉은 눈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저게 뭐야!!!”

라빈이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소리쳤다.

에스파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들쥐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 수였다.

“미친…….”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는 수였다.

수천 마리 아니 수만 마리의 뉴틀리아스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저 자식들을 싫어하는 이유!? 아주 간단해. 먹을 거란 먹을 것은 전부다 먹어치우고 가버리거든!! 바로 내 식량까지 말이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마수들이로군요.”

아시테르에게 먹을 것은 굉장히 소중하다.

먹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아시테르임을 잘 알기에 데미리우스는 눈앞의 뉴틀리아스들을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아직 뉴틀리아스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튼 용서할 수 없어요.”

데미리우스가 마력을 움직였다.

잿빛 운무가 은은한 빛을 내며 주변에 퍼졌다.

“독안개.”

독을 머금은 안개가 빠르게 퍼졌다.

이쪽을 향해 무섭게 달려오던 뉴틀리아스들이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한다.

독은 빠르게 놈들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개체의 몸집이 작은 만큼 독도 빠르게 퍼지는 모양이었다.

선두에 달려오던 뉴틀리아들이 거품을 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데미리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팔을 휘두르니 모래요새 주변에 보랏빛 웅덩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뉴틀리아스들은 이런 변화에 신경쓰지 않는다.

놈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먹을 것뿐.

때문에 겁도 없이 보랏빛 웅덩이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놈들의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크로마제가 기겁을 했다.

대체 저 웅덩이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길래 뉴틀리아스의 몸이 저렇게 녹아내리는 것일까.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놈들의 행동이었다.

동족들이 독웅덩이에 녹아내리든 말든 그 시체를 밝고 끊임없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최악이야…….”

에스파가 뉴틀리아스 떼를 보며 말했다.

그가 쏠 수 있는 화살은 한정적이다.

게다가 한번 화살을 쏘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다.

헌데 눈앞에 마수의 수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는 라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주로 뼈를 들고 휘두르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저런 상대로는 상성이 그다지 좋지 않아보였다.

더더욱 문제인 것은 바로 라빈이 쥐를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으… 쥐다… 나는 쥐가 싫어… 쥐는… 우엑……!”

라빈이 뉴틀리아스를 보는 것만으로 질색팔색하며 에스파의 뒤로 숨었다.

“라빈… 너도 무서워하는 것도 있구나.”

“다… 당연하지……!”

“진짜 이상해… 자기 뼈를 뽑아서 사용하는 기괴한 마법을 사용하면서 이런 쥐는 무서워하다니…….”

“아… 싫어… 멀미나니까 말 걸지마… 저 득실거리는 쥐떼만 봐도… 우욱……!”

“야!! 내 옷에 토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에스파는 라빈에게 뉴틀리아스가 붙지 못하도록 화살로 막아주고 있었다.

그들이 투닥거리는 동안 아시테르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걱정 마 얘들아. 너희에겐 우리가 있잖아!”

그의 손에 붙들려 온 것은 알렌시아였다.

알렌시아가 라빈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우… 웃어……!?”

그 웃음을 확실히 봤던 라빈이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멀미 때문에 몸이 말을 들어주질 않았다.

화르릉―!!

아시테르의 화염이 뉴틀리아스 떼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이어 여기저기 전격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크로마제는 뉴틀리아스 떼가 모래요새에 붙지 못하도록 막았다.

화염기둥이 치솟고 전격이 내리치는 장관속에 데미리우스는 조용히 독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사실상 뉴틀리아스의 대부분을 죽이고 있는 것은 데미리우스였다.

그만큼 그의 독마법은 뉴틀리아스에게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판단한 데미리우스가 아시테르쪽을 바라보았다.

“아시테르 대장. 슬슬 해볼까요?”

“좋아요 형.”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아시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리우스가 먼저 양팔을 뻗었다.

손끝에서 뿌연 독무가 퍼져나갔다.

그 독무가 뉴틀리아스 떼 위로 자리 잡았다.

이를 본 아시테르가 프레임 오브를 만들었다.

“크로마제. 혹시 모르니 우리가 휘말리지 않도록 요새를 더욱 단단히 해줘.”

“알겠습니다 스승님!”

크로마제가 곧바로 요새를 더욱 단단히 쌓아 올렸다.

아시테르의 불꽃이 허공으로 치솟고 곧 하늘에 불꽃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와……!”

장관을 이루는 마법에 크로마제는 물론 다른 이들도 순간 넋을 잃고 그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불꽃의 비는 소나기처럼 내리며 데미리우스가 만들어낸 독무에 내려앉았다.

파바방!!

퍼벙!!

이어 여기저기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들이 놀랄 새도 없이 폭발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데미리우스가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은… 대회 때 싸워보지 못한 바람에 저와 아시테르 대장은 따로 대결을 해봤었거든요. 그때 알았습니다. 아시테르 대장의 화염과 제 독무가 지금처럼 부딪히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네에……!?”

“아 그래서!!”

데미리우스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마법은 엄청났다.

거센 폭발이 일어났던 곳엔 뉴틀리아스의 시체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어찌나 폭발이 강했던지 대지 곳곳에 구멍이 파여 있었다.

“으아… 최악이야…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어…….”

라빈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는 나머지 뉴틀리아스들을 공격했다.

놈들의 수는 이제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이네.”

아시테르가 다시 불꽃을 만들어내며 놈들을 죽이려는 순간 모래파도가 허공에 솟구쳐 올랐다.

“마무리는 제가 할게요.”

크로마제의 모래파도가 순식간에 뉴틀리아스 떼를 집어삼켰다.

그러고보니 데미리우스 말고도 대규모 살상에 뛰어난 마법을 지닌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크로마제가 조용히 영창을 외웠다.

“모래 지옥.”

파도처럼 밀려들던 모래가 곧 푹 꺼지며 뉴틀리아스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뉴틀리아스들이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놈들은 힘없이 모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움푹 파인 모래 위로 핏물이 가득 차올랐다.

주변은 고요해졌다.

계속해서 들리던 뉴틀리아스의 울음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았다.

“우와…….”

이제야 긴장을 푼 에스파가 털썩 주저앉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쉴 새 없이 공격을 가한 알렌시아도, 대규모 마법을 연달아 펼쳤던 데미리우스도 지쳐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들을 모두 바라보던 아시테르가 웃음을 보였다.

“왜 그렇게 웃고 있어?”

“여기 있는 우리가 함께 마법기사단을 이룬다면 정말 굉장할 것 같지 않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