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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39화 (139/424)

139화 첫 대결 (1)

마력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마수들의 몸에 정확히 꽂혔다.

고블린이나 오크들을 상대하는 것은 이미 이골이 났다.

종종 다른 마수들이 나타났지만 에스파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시련의 던전에서 많은 상황들을 겪어봤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그때의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휘릭―!

식물 줄기들이 어지러이 움직였다.

“이건 또 뭐야……!?”

목표지점으로 향하던 에스파가 주변을 살폈다.

빠르게 움직이는 줄기들이 에스파를 붙잡으려 들었다.

그가 대지를 박차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괴상하게 생긴 식물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잔뜩 입을 벌린 식물이 주변 마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주로 줄기에 붙잡힌 녀석들이었다.

“세상에 이런 식물도 있었구나…….”

에스파는 식물 줄기들 사이로 유연하게 움직였다.

아시테르에게 움직임을 배운 것이 신의 한수였다.

발 빠른 몸놀림으로 식물 줄기들을 피해냈다.

에스파는 움직이면서 마력 화살을 당겼다.

피하기 어려울 것 같은 화살로 맞춰버렸다.

나름대로의 깔끔한 솜씨에 에스파가 스스로 놀랐다.

“나… 생각보다 잘 해…….”

활짝 웃은 에스파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던 과거의 모습.

이제는 그런 모습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래도 아직 만족하기엔 멀었다.

좀 더 성장하고, 좀 더 발전해나가야 한다.

키높이까지 수풀이 우거진 곳 앞에서 에스파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아시테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스스로가 아시테르처럼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손가락을 한 차례 튕긴 에스파가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나무를 찾은 에스파가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빠르게 나무를 타고 올라간 그가 목표 지점을 찾았다.

다행이 그가 가야 할 목표 지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쪽 방향으로 빠르게 가기만 하면 되는 구나.”

방향을 알았으니 이제는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도중에 늪지대도 나오고 숨어있던 마수들이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문제 없었다.

겨우 단 하나의 마법.

다른 이들과 다르게 하나의 마법만을 사용하는 에스파였지만, 그는 당당히 1차 미션을 통과해 내었다.

목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교관이 그를 확인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상처도 많아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에스파는 웃고 있었다.

“저… 통과입니까?”

“9시간 20분. 자네가 걸린 시간이다.”

“9시간 20분…….”

“축하한다. 상당히 빠르게 클리어했구나.”

“예…….?”

“지금까지 대부분 10시간을 넘겼다. 그런데 자네는 40분이나 일찍 들어왔으니 빠른 편에 속하지.”

“제일 빨랐던 사람은 얼마나 걸렸나요?”

“8시간만에 들어왔다.”

“와아…….”

에스파가 놀라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1시간 20분이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차이였다.

“에이브릴 학생. 7시간 10분 클리어입니다.”

뒤이어 다른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스파와는 다른 곳에서 시작한 에이브릴이 에스파와 비슷하게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게다가 그녀는 에스파와 다르게 깔끔한 복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에이브릴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에 작은 상처가 보였다.

“상처가…….”

에이브릴은 자신의 얼굴에 예민한 편이었다.

그런 그녀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으니, 지금 기분도 상당히 저조할 것이 분명했다.

“저기… 저는 괜찮으니까 일단 저 친구 먼저…….”

“무슨 소리에요 지금. 당신 상처가 더 깊고 커요. 저런 작은 상처쯤은 굳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약만 사용해도 금방 나아요.”

“아…….”

에스파의 시선은 줄곧 에이브릴쪽으로 향해있었다.

그녀 또한 지쳤는지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에스파의 시선을 의식한 치료 마도사가 품에서 약을 꺼내주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가서 발라줘요.”

“네? 네……?”

“뭘 그렇게 놀라요? 둘이 친구 아니에요?”

얼떨결에 약을 받아든 에스파가 에이브릴쪽을 쳐다보았다.

과연 다가가도 괜찮을는지……

자연스레 그런 생각들부터 들었다.

“나도 참… 미련하다 미련해…….”

자신을 괴롭혔던 여인이 뭐가 좋다고 아직까지도 이런 마음들이 드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계속 신경 쓰이는 것보다 대차게 욕 먹고 다음부터 신경 끄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 차라리 갔다가 욕이나 한 바가지 먹고 오자. 그러면 나도 정신 차리겠지…….”

들고 있던 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에스파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곧바로 에이브릴 근처로 다가갔다.

에스파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한 에이브릴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그게… 얼굴의 상처…….”

“신경쓰지 마. 방심해서 다친 것 뿐이니까.”

“그래 그랬겠지. 근데 그대로 두면 얼굴에 흉터가 생길 거야.”

에스파가 그녀에게 약을 건넸다.

그러자 에스파의 예상과 다르게 에이브릴은 순순히 약을 받아들었다.

당연히 그녀가 차가운 말로 거절할 거라 생각했던 에스파는 의외의 상황에 오히려 본인이 더 당황하고 말았다.

“왜 그러고 서 있어?”

“아니… 그게…….”

에스파가 에이브릴의 앞에서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다른 학생들도 계속해서 목표 지점에 도착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에이브릴의 동료들도 있어 에스파는 그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자리를 비켜주었다.

“라빈 학생 7시간!”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에스파가 고개를 돌렸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라빈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넌?”

“아니… 나는 분명 제대로 가고 있었단 말이야? 근데 늪지대에 빠져 가지고… 내 마법으로 거기서 벗어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어.”

라빈의 말에 에스파가 그 장소를 떠올렸다.

자신은 근처의 나무들을 이용해 빠져나왔던 장소였다.

“그나저나 2시간이 넘게 차이나다니… 아직 멀었네 나도…….”

“오빠는 얼마나 걸렸는데?”

“난… 9시간 20분……?”

“풉.”

라빈의 코웃음에 에스파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뒤이어 들린 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데미리우스 학생 10시간 45분!”

그래도 데미리우스보다는 빠르게 도착했다.

데미리우스가 기진맥진한 얼굴로 이곳까지 걸어왔다.

“후우… 쉽지 않네요.”

“그쵸? 라빈이 괴물인거라니까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내가 제일 빨랐던 것 같은데?”

“7시간을 깰 괴물이 있을까?”

에스파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관이 외쳤다.

“자비토 6시간 30분!!!”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라빈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에스파가 눈치 없이 라빈의 옆구리를 찔러대었다.

“너 졌는데?”

“시끄러. 조용히 해.”

“조용히 말했어 나.”

“아오…! 저 눈치 없는 자비토 놈은 이번에도……!!”

라빈이 자비토쪽을 쳐다보았다.

자비토도 마침 라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라빈을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다음 2차전은 전투였으면 좋겠다. 쟤부터 죽여버리게.”

“그걸 그렇게 상큼한 말투로 말하지 말아줄래?”

“됐어. 그나저나 저놈은 어떻게 저렇게 빨리 통과한 거지?”

“그러고보니 자비토랑 잘 아는 사이지?”

“알기는 잘 알지.”

“정혼자라고 하지 않았어?”

“그 단어는 언급 금지야.”

라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렌시아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그녀의 기록은 6시간.

참고로 그동안 제일 빨랐던 테오도라의 돌파 시간은 5시간 30분.

그보다 30분 정도 늦은 시간이었다.

“놀랍군…….”

알렌시아의 기록을 전해들은 글로리아가 서류를 집어들었다.

알렌시아에 대해 기록해놓은 서류였다.

그녀에 관한 정보들을 읽던 글로리아가 피식 웃었다.

“전격계 마법이었나.”

파괴력을 자랑하는 마법이니만큼 그녀가 어떻게 목표 지점까지 나아갔을지 예상이 되었다.

알렌시아에 대한 것들을 읽어보던 글로리아가 파이프를 물었다.

“자아… 이제 최고의 루키가 나설 차례인가.”

그녀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본 학생들 중 가장 많은 양의 마력을 지녔다.

그뿐만 아니라 그 마력을 갈무리하는 수준도 훌륭했다.

“마법기사들 중에서도 저렇게 할 수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되려나…….”

글로리아가 한 학생에게 시선이 꽂혀 있자 근처 교관들이 말문을 열었다.

“글로리아님께서도 저 친구에게 주목하고 있으신 모양입니다.”

“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칸입니다. 그 유명한 오스카 가문의…….”

“오스카 가문이든 레프레시아 가문이든, 오르페 가문이든 상관없다. 그런 것들에 신경 쓰지 마라.”

“네.”

“그래도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지닌 것 같네.”

그녀가 칸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조금 전 전격계 마법을 사용하는 알렌시아도 뛰어난 마력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글로리아가 지켜보기에 칸이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재밌겠네.”

칸을 지켜보던 글로리아가 시선을 돌렸다.

칸의 옆에는 아시테르가 서있었다.

일찍부터 아시테르를 의식하고 있던 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렌시아는 네 곁에 머물만한 여자가 아니다.”

“그건 알렌시아가 판단하는 거죠.”

“너 같은 놈 옆에 있다간 알렌시아의 재능이 썩고 말거다.”

“그것도 알렌시아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그녀의 재능이 썩는 것이 아깝지 않은 거냐?”

“알렌시아는 지금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는 걸요.”

“내 옆에 있었으면 지금쯤 나보다도 강해져 있었을 거다.”

칸의 말에 아시테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알렌시아를 다시 이쪽으로 보내라.”

“거절합니다. 그리고 알렌시아는 사람이에요. 물건처럼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네가 너의 팀에서 쳐내면 될 것 아냐.”

“그럴 일은 없어요. 저는 동료를 함부로 버리지 않거든요.”

“나는 알렌시아를 좋아한다. 그녀를 위해 많은 것들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어. 하지만 너에겐 뭐가 있지? 그저 유치한 동료 놀이 수준의 마음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를 이만 놓아줘라. 나만큼 알렌시아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칸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미션장으로 뛰어내리기 전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네게 선택권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널 경쟁 상대로조차 여기지 않아. 뺏어오려 한다면 언제든 뺏어올 수 있으니까.”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봐요.”

아시테르의 말에 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아시테르에게 머물렀다.

“나와 경쟁이라도 할 생각인가?”

“필요하다면요.”

“그거 재밌군. 그럼 이제부터 기대해보겠다. 알렌시아가 나를 두고 택한 남자가 어느 정도인지. 그저 말뿐인 시시한 놈인지 말이야.”

말을 마친 칸이 그대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후우웅―!!

그의 발밑으로 바람이 모였다.

“바람 마법을 사용한다더니…….”

“우와… 어쩜 내려가는 모습도 멋있냐…….”

“그나저나 벌써부터 저렇게 마법을 사용해도 되는 건가?”

주변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시선은 은근히 아시테르를 신경 쓰고 있었다.

“후후 사랑 싸움인가?”

그때 뒤에서 글로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테르가 고개를 돌렸다.

“꽤나 자신감 넘치게 얘기하던데. 이길 자신은 있는 거냐?”

“글쎄요. 해봐야 알 것 같긴 한데…….”

“내가 보기엔 네가 질 것 같다만.”

“역시 그렇게 보이시나요?”

“상대는 지금 아카데미 학생들 중 최강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이겨볼 생각이지? 설마…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자존심부터 내세운 것은 아니겠지?”

“그냥…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에요.”

아시테르가 끼고 있던 반지를 뺐다.

슈와아아아―!!!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글로리아가 미소를 흘렸다.

“발칙한 것.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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