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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42화 (142/424)

142화 2차 드래프트 미션의 시작

알렌시아가 아시테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만. 지금 이 타이밍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값싼 동정 같은 게 아니야.”

아시테르가 먼저 에이브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브릴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럼 뭔데?”

“오히려 반대야. 다른 사람들이 너를 채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채가려는 거야. 그만큼 너는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아시테르의 웃음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의 순수한 표정을 바라보던 에이브릴도 그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짜 특이한 사람이네…….”

“그래도 네가 싫다고 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지만… 꼭 그런 마음이 아니라면 우리들과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에이브릴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데미리우스가 먼저 손을 들어올렸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대장의 의견이 그렇다면 그게 제 뜻이에요.”

“역시 우리 데미리우스 형.”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실력 있는 팀원이 한 명 더 들어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니까.”

알렌시아도 고개를 끄덕으며 말했다.

아시테르의 시선이 이번엔 에스파와 라빈에게로 향했다.

라빈이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썩 내키진 않지만… 아시테르 오빠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그렇게 하자고. 어차피 우리는 팀원 한 명이 부족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에스파 오빠는 괜찮겠어?”

“나? 아… 나…….”

에스파가 에이브릴을 한 번 바라봤다.

그녀도 어째서인지 에스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진 못했다.

에이브릴이 시선을 피하는 듯 하자 에스파가 미소를 보였다.

“나도 괜찮아.”

“불편하진 않겠어? 전에…….”

“응. 상관없어. 이제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불편해진 것 같으니까.”

에스파가 에이브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브릴이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찔리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모두의 동의가 떨어졌으니 더 이상의 이견은 없다.

아시테르가 만족스런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모두가 동의했으니 이제 에이브릴도 우리랑 같은 팀이다!”

낯부끄러웠는지 에이브릴이 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데미리우스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제가 왜…….”

“그야… 같은 팀이니까요.”

“후우… 괜히 들어왔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말과 다르게 에이브릴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라빈이 슬쩍 에이브릴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다 좋은데… 또 우리 오빠들 건드리면 가만 안 둬.”

“시끄러. 내가 무슨 시비나 걸고 다니는 사람이야?”

“아니었어?”

“이게…….”

“그리고 힘들면 말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가문에서 자꾸 난리잖아. 너한테 무거운 짐만 씌우려 들고. 그러니 그게 벅차고 힘들면 말하라고. 내가 대신 그 짐을 들어줄 테니까.”

“그냥 내 자리를 노린다는 말로 들리는데 라빈?”

“흐흐흐 뭐라는 거야? 내가 정말 작정하고 노렸으면 그 자리를 빼앗지 못했을 것 같아?”

“호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지 그래?”

에이브릴과 라빈 사이의 시선이 불꽃튀기 시작했다.

두 자매의 기싸움을 보며 에스파가 딸꾹질을 해댔다.

“야 아시테르… 어쩌면 너 잘못된 선택을 한 걸지도 몰라…….”

“재밌기만 하구만 뭘.”

“저게 재밌어보인다고?”

“원래 형제는 싸우면서 크는거랬는데… 이참에 나도 형이랑 싸워볼까?”

“아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냥 갑자기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테오도라 형도 나랑 한바탕 해보고 싶어 할까?”

“테오도라?”

아시테르의 얘기에 알렌시아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에스파가 손뼉을 쳤다.

“아! 알렌시아 너는 모르겠구나. 얘, 이래보여도 테오도라 형의 동생이야.”

“거짓말. 그 사람에게는 형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알렌시아가 설명해보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시테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사연이 좀 복잡하긴 한데… 결론적으로 우리 형이 테오도라야.”

“그럴 수가…….”

“뭐? 네가 테오도라님의 동생이었다고?”

이번에는 에이브릴이 놀랄 차례였다.

그녀도 조금 전 알렌시아가 보였던 표정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라빈이 으스대며 말했다.

“그래. 우리 아시테르 오빠가 겉으로는 저렇게 순수하고 띨빵해 보이는 면이 있어도 사실은 굉장한 형님을 곁에 두셨다고.”

“야. 라빈….? 그건 내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뭐라는 거야? 엄청 칭찬해 주는 중인데.”

그렇게 에이브릴까지 마지막으로 팀원으로 합류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2차 드래프트 미션이 시작되었다.

***

“이건 말이 안 돼…….”

“뭐가 또 말이 안 돼?”

“어째서 우리가 수비조야?”

“그럴 수도 있지.”

커다란 마차와 함께 걷던 라빈이 입술을 뾰루퉁 내밀며 말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에스파는 연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2차 드래프트 미션은 호송 미션이었다.

그들은 목표 지점까지 안전하게 마차의 물건들을 호송하면 되었다.

“투덜거리지 말고 주변이나 잘 살펴. 언제 공격조 놈들이 공격해올지 몰라.”

그러면서도 에스파는 경계를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시테르가 그런 에스파의 곁으로 다가왔다.

“에스파.”

“응?”

“너랑 라빈은 다른쪽 팀원들과 함께 먼저 앞으로 나가줘.”

“우리가 먼저 앞으로?”

“응. 정찰조 역할을 해주면 돼.”

“오호…!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앞으로 나가서 적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달라는 얘기야?”

“맞아. 공격조 애들이 혹시 매복해있을지 모르니까.”

“근데 나랑 에스파 오빠가 가기에는…….”

“탐색쪽 마법을 사용하는 다른 팀원이랑 같이 가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우리 팀원들 중에서는 너희가 제일 움직임이 빠르니 부탁할게.”

“오오…! 맞네. 그렇게 하면 되겠네. 알겠어 맡겨만 줘.”

“고마워.”

라빈과 에스파는 곧 다른 팀원들과 합류했다.

이번 미션은 아주 단순하게 공격조와 수비조로 나뉘어 있다.

수비조는 말 그대로 마차의 물건을 안전하게 목표 지점으로 가져가면 미션 성공.

반대로 공격조는 호송대를 습격해 마차의 물건을 탈취해내면 성공이었다.

“라빈의 말대로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네요. 우리들의 마법은 아무리 봐도 수비보다는 공격쪽에 좋은데… 당장 저만해도…….”

“그런 말 말아요 형. 형의 독 마법을 함정처럼 이용할 수도 있고. 방법은 무궁무진하니까요. 결국 어떻게 생각하고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요.”

“후후 듣고보니 맞네요.”

“그래서… 일단 정찰조는 보냈고. 나머지 계획은 뭐야?”

에이브릴이 아시테르의 곁에서 물었다.

그러자 아시테르가 세 개의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먼저 우리들은 세 개의 마차를 세 개의 길로 나눌 거야.”

“각자 돌파해서 하나라도 건지면 된다 이건가?”

“아니. 그러면 미션 실패나 다름없지. 모든 물건들을 안전하게 목표지점까지 옮겨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설마……?”

“맞아. 마차의 물건을 모두 한 곳으로 옮겼어.”

“그럼 나머지 두 개는 빈 마차라는 거야?”

“그으렇지. 그리고 일부러 그 마차들에 다른 팀원들을 많이 붙였고.”

“과하게 호위를 둠으로써 적들을 교란시키기 위함입니까?”

데미리우스의 물음에 아시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이 완벽하게 속아줄지는 의문이었지만, 알면서도 그들은 두드려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인원수를 많이 붙이면… 적들도 괜히 힘든 길을 택하지 않고 다른 편한 쪽을 노리진 않을까?”

“그렇진 않을 거야. 특히나 공격조 대장 노릇하는 친구가 은근하게 과시욕이 있는 경우라면…….”

“과시욕?”

“응. 아마 일부러 사람 많은 쪽을 공략하려 들지도 몰라.”

“그런 멍청한 짓을 굳이 왜…….”

“이건 진짜 미션이 아니니까. 그 많은 인원수를 뚫고 끝내 물건을 탈취해와 봐. 인원이 적은 편한 쪽을 노리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더 평가에 많은 점수가 반영되지 않을까?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잖아.”

아시테르의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동시에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칸이었다.

그는 현재 아시테르에게 1차전 미션을 진 것을 굉장히 분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만회하려 할 것이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네…….”

“맞아. 진짜 그럴 수도 있겠어.”

“그래서 이번엔 우리가 미끼 역할이야 아니면…….”

“우리가 바로 그 소수야.”

“후후 그래서 인원이 이것밖엔 없었군요.”

데미리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각 팀의 정찰조로 간 2명씩 제외하면 이곳에 있는 인원은 20명 정도.

그 말은 다섯 팀 정도가 이곳에 함께 있다는 얘기였다.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팀의 대장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들은 그냥 안전하게 목표 지점까지 가기만 하면 되니까.”

“맞아. 설마 우리쪽을 공략하려고?”

“만약 그렇다 해도 상관없지. 그렇지 않아도 1차 미션은 달리기 시합이라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에야 말로 보여주겠어. 내 진짜 실력을 말이야.”

아시테르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무슨 마법을 사용할까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래도 미션에 관한 것은 잊지 않고 있었다.

아시테르는 정찰조로 간 에스파가 남긴 흔적들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까지는 적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야.”

“정말 다른 마차들을 노리러 간 건가?”

“후후. 누가 알겠어. 가장 사람 적은 우리가 진짜 마차를 끌고 가고 있을 줄을.”

한편, 공격조를 이끌고 있던 칸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들도 앞으로의 전략을 짜기 위해 한데 모여 있는 중이었다.

칸의 곁에는 자비토와 다른 팀대장들도 함께였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수비조는 세 갈래로 나뉘었어. 중앙의 마차는 적은 인원을 배치했고 나머지 양쪽은 많은 수의 인원이 배치되어 있어.”

“이건 명백한 도발 아니야?”

“수가 적은 곳으로 우리를 유인하려는 걸지도 모르지.”

“맞아. 적은 수로 이동하는 쪽은 미끼고 나머지가 진짜일 거다.”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어쩌면 마차 세 개 다 물건을 싣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절대 그럴 수 없어.”

“어째서?”

“그렇게 하면 수비조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아질 테니까.”

“흐음… 그런가…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시선이 모인 곳에는 칸이 앉아있었다.

어쩌다보니 자연스레 칸이 이곳의 대장격 인물이 되어 있었다.

자비토도 칸과 함께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칸에게 대장 자리를 양보하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칸이 먼저 양쪽 날개를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분산시킨다.”

그의 말에 모두가 마른 침을 삼켰다.

긴장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사실상 양쪽 날개는 대규모 전투가 예견된 곳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활약상을 보여줄 기회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사안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칸이 어디로 가느냐는 것.

칸이 가는 곳은 곧 그의 무대가 될 것이다.

자비토 또한 마찬가지.

칸이라는 존재에 조금 감춰져 있긴 하지만 자비토 또한 상당한 실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다만 칸과 다르게 드러내는 것을 꺼릴 뿐.

결국 이들의 행방에 따라 일의 귀추가 달라질 것이다.

다들 그러한 생각으로 칸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내 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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