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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44화 (144/424)

144화 정면대결 (2)

“상대측의 인원은?”

“확실히 양쪽 날개에 비해 인원이 적어. 우리가 조금 더 많은 인원을 데려온 것 같아.”

“누구누구 있는지 파악은 끝났나?”

“예상대로 아시테르 팀이 그쪽에 있어.”

“역시 그랬군.”

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다른 팀의 대장들은 지나가는 길목에 매목을 하고 있다가 기습을 하는 작전을 펼치자 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녀석들과는 정면에서 대결해야 해.”

“그건 아마 상대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야. 우리팀의 위치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따로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을 보면.”

칸의 곁으로 자비토가 붙으며 말했다.

그를 돌아본 칸이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겠나? 원한다면 다른 쪽으로 붙여줄 수도 있었는데.”

“괜찮아. 언젠가는 부딪히기도 해야 했고. 그나저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거지?”

“당연한 걸 묻는군.”

“이번에는 특히나 더 그렇잖아? 사랑 싸움 아니야?”

자비토가 웃으며 말했다.

그도 대부분의 사정은 알고 있었다.

칸은 예전부터 알렌시아를 좋아해 왔다.

그녀를 자신의 팀에 붙잡아두려 했던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알렌시아는 그렇게 붙잡아둘 수 있는 여인이 아니었다.

결국 좋지 않은 일로 알렌시아는 칸의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자비토가 생각하기로 꼭 그 일이 아니더라도 알렌시아는 칸의 곁을 떠났을 것이다.

어쨌든 이후 그녀의 행방은 아시테르 팀으로 향했다.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칸은 그 일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시테르가 점점 더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도 했고, 금방 뛰쳐나올 줄 알았던 알렌시아가 생각보다 오랜 기간 아시테르 팀에 속해 있기도 했다.

심지어 칸의 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미소도 아시테르의 곁에선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칸의 표정도 덩달아 복잡해졌다.

모든 것이 칸의 예상에는 없던 일이라 지금 그도 머릿속이 복잡할 터였다.

“힘내라… 나도 최선을 다해 도와줄테니.”

“이번에 승리하면 그녀를 다시 되찾아 올 거다.”

“뭐… 저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 다르니까 내가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알렌시아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야.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또 네 맘대로 하려 들지 말고 이번엔 잘 해줘.”

“그런 게 아니야.”

“그럼?”

“그녀를 위해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제시해주는 것 뿐이다.”

“그동안 알렌시아의 선택은 들어봤고?”

“…….”

“넌 그게 문제야.”

“뭐?”

“네가 생각하는 것만이 무조건 최선이고 최고는 아니라고. 다른 길들도 많을 거란 말이야.”

“아니. 지금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알렌시아도 결국 내가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나 지금 제대로 대화하고 있는 거냐? 어우 이 꽉막힌 놈…….”

자비토가 칸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엔 칸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난 왜?”

“너는 다른 의미로 정혼자를 너무 방치해두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이유가 있다니?”

“내가 아주 오래 전에 라빈에게 잔인한 상처를 줬거든.”

“잔인한 상처라… 검으로 베기라도 했나?”

“진심으로 묻는 거냐?”

“반쯤은 농담이었다.”

세상 진지한 칸의 표정에 자비토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저런 잘생긴 얼굴에 저런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는 인물도 칸밖에 없을 것이다.

“꼭 몸에 남는 것만이 상처는 아니야.”

“그럼…….”

칸은 무언가 더 물으려다 이내 그만 두었다.

자비토의 씁쓸한 표정을 보니 더 묻는 것은 실례되는 일일 것 같았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침내 아시테르 일행이 속해 있는 호송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왔다.”

“가볼까?”

칸과 자비토가 선두에 섰다.

그들의 뒤로 팀원들이 따랐다.

개중에는 베릴니아와 덱스도 속해 있었다.

그들 역시도 1등급에 올라 이번 드래프트 미션에 참가했다.

“이번에야 말로 전부 짓밟아버리겠어.”

“아아 그래도 조심해. 솔직히 나는 아직도 그 친구가 무서워.”

“시끄러워 덱스. 그날은 우리가 지쳐있었을 뿐이야. 운이 나빴던 거라고.”

하지만 베릴니아의 말에도 불구 덱스의 얼굴은 어둡기만했다.

칸이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시테르는 내 상대다.”

“그럼 알렌시아는 내가 맡을게.”

자비토가 알렌시아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칸이 슬쩍 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물건을 빼앗으러 가볼까.”

“그렇게 말하니까 너 되게 나쁜놈 같아 보인다 칸.”

“임무는 임무일 뿐이다.”

“그건 뭐 그렇지.”

칸과 자비토가 먼저 적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휘리링―!!

칸이 일으킨 바람이 화살을 형성하며 날아갔다.

날아오는 바람 화살을 확인한 아시테르가 불꽃을 일으켰다.

“시작부터 화끈하게 가려는 모양이야.”

“그럼 이쪽도 질 수 없지.”

아시테르의 화염이 바람 화살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이어 라빈의 뼛조각이 적들을 노렸다.

파바박! 파바박!!

거세게 날아가던 뼛조각이 커다란 방패에 막혔다.

광물로 이루어진 방패.

이 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를 라빈은 잘 알고 있었다.

“자비토……!”

라빈의 시선이 자비토에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비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라빈을 바라보고 있었다.

쩌저정―!!

전격 마법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알렌시아의 전격 마법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칸의 팀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과거 동료였던 알렌시아의 전격 마법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만큼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알렌시아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전격 마법이 또 올지도 몰라.”

“걱정 말아.”

작은 키의 소녀가 하늘 위로 손을 뻗자 식물의 잎사귀가 하늘높이 형성되었다.

잎사귀의 끝에는 물방울들이 맺혀 있었다.

전격이 떨어질 때마다 물방울들이 이를 막아 충격을 최소화 시켰다.

“쳇…….”

전격 마법이 물방울이 맺힌 잎사귀에 막히고 있는 것을 확인한 알렌시아가 혀를 찼다.

이때 에스파가 활을 들어 올려 잎사귀쪽을 겨누었다.

“이 정도는 내게 맡겨 알렌시아.”

에스파가 엄청난 속사 실력을 선보이며 화살들을 날렸다.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물방울들을 터트렸다.

“어떻게……!?”

물방울을 만들어냈던 마도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지간한 위력으로는 물방울이 터지지 않는다.

그런데 에스파의 화살은 여지없이 물방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물방울을 만들어낼 때마다 에스파의 화살이 어김없이 날아왔다.

“일단 쟤부터 어떻게 해야할 것 같은데!?”

“그건 내게 맡겨.”

덱스가 인형들을 조종했다.

그의 인형들로 에스파를 괴롭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다른 팀원들이 에스파를 돕고 나선 것이다.

그 사이 베릴니아의 아이스 골렘도 전장에 참여했다.

아이스 골렘을 확인한 라빈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야… 아주 패주고 싶게 생겼네.”

라빈이 뼈를 움켜쥐고 달려들었다.

그녀는 한순간에 아이스 골렘 다리쪽으로 파고들었다.

파바박!!

카가각!!

뼈가 움직일 때마다 아이스 골렘에도 상처들이 생겼다.

베릴니아가 마력을 좀 더 끌어올렸다.

그러자 한 차례 빛을 발한 아이스 골렘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동안 놀고만 있진 않았다고.”

베릴니아의 영창이 끝나자 아이스 골렘의 전신에서 냉기가 뿜어져나왔다.

후우웅――!!

강한 냉기에 데미리우스의 독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던 라빈도 영향을 받았다.

“쳇……!”

냉기는 라빈의 마법으로 막아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나려는 때 어디선가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릉!!!

아이스 골렘 주변을 쏜살같이 지나간 아시테르가 화염을 피워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손에서 뻗어 나간 불길이 솜사탕처럼 몸체를 불리며 아이스 골렘의 한쪽 팔을 녹여버렸다.

“대체 뭐야 저 오빠는……!?”

자신이 고생했던 것이 무색하리만치 아시테르는 순식간에 아이스 골렘을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어딜 한눈파는 거냐. 네 상대는 나다.”

칸이 아시테르를 향해 팔을 뻗었다.

세 갈래로 나뉘어진 칼바람이 대지를 긁었다.

“워후……!”

마법을 피해낸 아시테르가 칸쪽을 바라보았다.

칸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몇몇 호송대 인원이 칸을 노리고 나섰다.

“칸만 무력화시키면 돼!”

“저 녀석만 잡아도 승기가 확실해진다.”

“상대는 하나야! 놈은 내가 잡는다!!”

그들의 마법이 칸에게로 쏟아졌다.

칸이 한쪽 팔을 휘두르자 거센 강풍이 일었다.

쏟아지는 마법들이 바람에 무력화되었다.

“너희들 따위는 관심 없다.”

칸이 만들어낸 칼바람이 사방으로 쏟아지며 호송대 인원들을 공격했다.

칼바람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몇몇 인원들이 방패 마법을 사용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방패를 간단하게 부숴버린 칼바람이 위력을 잃지 않고 상대를 공격했다.

“이야… 진짜 살벌한 마법이네.”

칼바람들을 확인한 아시테르가 몸을 움직였다.

아무래도 칸은 자신이 나서서 상대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스 골렘쪽은 라빈이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골렘이 뿜어내는 냉기 때문에 잠시 주춤했었지만 이는 아시테르의 불꽃으로 무마시켜 놓은 상태였다.

알렌시아의 전격을 막아내던 잎사귀와 물방울 조합은 에스파가 나서서 무력화시키고 있엇다.

덕분에 알렌시아의 전격이 다시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앞을 이번엔 자비토가 막아섰다.

“라빈에게 듣기로 자비토의 마법은 알렌시아가 상대하기에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광석 마법.

그게 자비토가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엄청난 단단함을 자랑해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뛰어났지만, 반대로 공격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자랑하는 마법이라 들었다.

그 때문에 라빈도 언젠가 자신의 뼈로 자비토의 광석을 부숴버리는 것이 목표라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알렌시아라면 쉽게 지진 않을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이쪽에는 대규모 전투에 특화된 인물도 있으니까.”

아시테르의 시선이 데미리우스쪽을 살폈다.

그는 한쪽에서 조용히 자신의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데미리우스의 마법은 캐스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효과는 기대만점이었다.

그런 데미리우스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 이가 바로 에이브릴이었다.

그녀의 쇠사슬 마법은 공수교대가 빨랐다.

적들의 마법을 방어해주면서도 다가오는 상대를 쇠사슬로 공격해버리곤 했다.

막판에 영입한 팀원이 제값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거나 아시테르가 모든 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팀은 강했다.

“아주 좋잖아 여러분.”

아시테르가 흡족스런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의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칸이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나를 상대로 여유만만한 모습이로군.”

“아아 미안미안. 그냥 갑자기 기분이 좋아서.”

“집중하는 것이 좋을 거다.”

휘리링―!!!

칸의 주변으로 바람이 일었다.

이에 아시테르도 불꽃을 일으키며 말했다.

“물론.”

“최선을 다해 간다.”

슈파아앙!!

갈고리 모양의 바람이 대지를 긁으며 아시테르에게로 뻗어나갔다.

아시테르의 발밑에서 시작된 불꽃이 기둥을 만들어내며 치솟아 올랐다.

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의 창.”

영창을 마친 칸의 주변으로 바람의 창들이 형성되었다.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바람의 창들이 하나둘 아시테르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이를 본 아시테르가 손아귀를 펼쳤다.

그의 손아귀에 만들어진 프레임 오브에서 불꽃이 퍼져나갔다.

허공에서 한데 어우러지는 바람과 불꽃이 곧 장관을 이루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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