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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51화 (151/424)

151화 발할라와의 전투 (1)

베네피트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그와 그의 팀은 순조롭게 미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바깥쪽 학생들의 비명이었다.

그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내며 위험을 알렸다.

조심하라는 말과 도망치라는 말들이 동시에 울려퍼졌다.

그때까지만해도 베네피트는 이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복면인들이 나타나 학생들을 죽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들의 마법에 자비란 없었다.

보이는 학생들에게 무차별로 날아간 마법은 끔찍한 참상을 낳았다.

난데없이 나타난 적들에 혼비백산한 것도 잠시, 몇몇 인원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하나로 뭉치려 했다.

공격대와 호송대의 팀장들이 각기 나섰다.

그들은 자신의 팀원들을 중심으로 다른 학생들까지 컨트롤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황은 다른 국면을 맞는 듯 했다.

적어도 단발머리의 여인이 이곳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흐음…….”

잠시 머리칼을 만지던 여인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송대 인원들을 컨트롤하던 세레우스가 그곳에 있었다.

세레우스도 나름 1등급 학생들 사이에선 이름 꽤나 알려진 학생이었다.

때문에 그가 나서자마자 학생들은 강한 응집력으로 뭉칠 수 있었다.

단번에 세레우스가 저들 중 대장격임을 알아차린 여인이 마력을 사용했다.

“일단 너부터.”

그녀의 손가락에 물방울이 맺혔다.

물방울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세레우스의 머리를 단숨에 꿰뚫었다.

세레우스가 이렇다 할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

“세레…….”

“꺄아악!!!”

간단하게 세레우스를 죽인 여인이 다른 한쪽을 쳐다보았다.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묘한 쾌감이 올라왔다.

“이러면 재미 없는데…….”

그녀는 리더격으로 보이는 학생들을 차례차례 노렸다.

여인이 물방울을 쏠 때마다 학생들이 쓰러졌다.

“뭐야. 나름 기대했는데 아카데미 학생들 수준도 엉망이네…….”

리더격 학생들이 자꾸만 죽어나가니 학생들도 오합지졸이 되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복면인들도 어렵지 않게 아카데미 학생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지휘를 해줄 사람이 없으니 학생들은 그저 개인행동만 하기에 바빴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건만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

개중에 몇몇 반격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여인이 나섰다.

“저렇게 강한 물 마도사는 처음 봐… 어떻게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는 거지……?”

“조심해! 쉴드를 만들어도 뚫고 들어오니까……!”

“저 여자는 괴물이야….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상황 파악을 끝낸 학생들이 어떻게 해서든 여기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냥 도망쳐선 모두 다 죽는 꼴밖엔 되지 않는다.

결국 몇몇이 남아서 퇴로를 확보해줘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학생들 모두 복면인들의 먹잇감이 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끝났어… 끝났다고…….”

절망에 가득찬 베네피트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때 한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나름대로 실력 있는 학생들은 모두 제거했다고 생각했던 단발머리의 여인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뭐야. 아직 쓸만한 놈들이 더 있었나?”

그녀의 시선이 불길이 치솟은 쪽으로 향했다.

불길의 중심에서 다른 화염 마법을 사용하는 사내가 보였다.

척 봐도 마력을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어디 너는 받아낼 수 있을까?”

여인이 조금 전처럼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물방울은 곧 불길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피융!

푸슥.

놀랍게도 물방울은 불길을 뚫어내지 못했다.

불의 방벽을 만들어낸 아시테르가 여인쪽을 쳐다보았다.

“조심해!! 세레우스도, 피아보테도 모두 저 여자한테 당했어……!”

“아시테르 팀? 너희가 어떻게 여길…….”

“중앙으로 가지 않았나?”

아시테르에 이어 다른 학생들도 전장에 합류해 다른 학생들을 도왔다.

아시테르 팀의 등장에 학생들이 놀란 얼굴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에서 이곳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곳에 있어야 할 아시테르 팀이 이곳에 나타났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시테르가 화염구를 날리며 눈앞의 복면인들을 쓰러트렸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도움을 받은 베네피트가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면 아시테르는 단발머리 여인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시테르.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다시 돌아가! 저 여자는 괴물이야…! 아무리 너라도 막을 수 없다고!!”

“아니요. 곧 아카데미에서도 지원군을 보내줄 겁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아시테르가 라빈과 에스파를 돌아보았다.

“라빈과 에스파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줘. 데미리우스 형은 아까처럼 마법을 준비해주시고요. 에이브릴 너는…….”

“이번에는 나도 공격에 가세할 거야. 난 저 자식들을 용서할 수 없어.”

체레드와 도거스를 잃고 에이브릴의 눈빛도 한층 바뀌어 있었다.

아시테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에이브릴의 분노를 담아낸 사슬이 움직였다.

라빈이 아시테르의 곁으로 다가왔다.

“저 언니도 제정신이 아닐 거야. 이번에는 내가 데미리우스 오빠를 포함해 모두를 신경 쓰고 있을게. 어차피 이쪽엔 에스파 오빠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고 다녀와.”

“그래 그럼 부탁할게.”

아시테르가 떠나가고 라빈이 데미리우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친히 지켜주는 거기 때문에 데미리우스 오빠는 빨리 더 강력한 마법을 준비해봐요. 이왕이면 화끈한 걸로 부탁해요. 쟤들 다 쓸어버리게.”

“노력해볼게요.”

라빈의 말에 데미리우스가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알렌시아가 자연스레 아시테르쪽으로 붙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둘이 저 사람을 상대할 거야.”

“아주 마음에 드는 역할이네.”

알렌시아와 아시테르가 단발머리 여인쪽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확인한 단발머리의 여인, 아필라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너희 둘이서 날 상대하겠다고? 그거 재밌겠네.”

아필라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물방울들이 생겼다.

그것을 본 아시테르와 알렌시아가 동시에 마법을 사용했다.

뇌전이 내려치고 화염이 대기에 퍼졌다.

그 사이로 물방울들이 쏟아졌다.

파바방!!

여기저기 폭발음이 울렸다.

아시테르가 발끝에 마력을 집중했다.

대지를 박찬 아시테르가 한순간에 아필라쪽으로 파고들으려 했다.

“근접전도 가능한 타입인가 보네?”

하지만 아필라가 쉽게 거리를 허락할 리 없었다.

그녀의 발밑에서 물보라가 일어났다.

이를 확인한 아시테르가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바로 반응했는데도 불구 물줄기가 아시테르의 몸에 상처를 냈다.

촤라랑―!!

거센 물보라가 아시테르가 있던 곳을 휩쓸고 지나갔다.

빈틈을 노리고 있던 알렌시아가 뇌신의 창을 날렸다.

그러나 아필라는 이미 알렌시아의 마법을 눈치채고 있었다.

뇌신의 창은 물로 만들어진 얇은 막에 간단히 막혀버리고 말았다.

“뭐……!?”

알렌시아가 할 수 있는 고위 마법중 하나가 바로 뇌신의 창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뇌신의 창을 너무나도 간단히 막아버리고 말았다.

연이어 아시테르가 불기둥을 일으켰다.

이를 본 아필라가 나지막이 말했다.

“쓸만한 마법들이네…….”

뇌신의 창과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불기둥.

모두 아필라의 마법에 쉽게 막혀버리고 말았지만, 지금껏 이곳에 와 본 마법들 중 가장 쓸만한 위력들이었다.

물론, 그래봤자 아필라에겐 닿을 수 없는 수준들이었다.

그녀가 마력을 쏟아내자 물줄기가 회오리쳤다.

“약자를 괴롭히는 취미 같은 것은 없으니 빠르게 끝내주마.”

빠르게 회전한 물줄기가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를 덮쳤다.

알렌시아가 전격 마법으로 물줄기를 방어하는 틈을 타, 아시테르가 프레임 오브를 만들었다.

미처 다 막아내지 못한 물방울탄이 아시테르와 알렌시아의 몸에 상처를 냈다.

오브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화륵―!

불꽃이 곧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필라가 순수한 감탄을 토해냈다.

“이건… 초위 마법……?”

하늘에서 내리는 불꽃의 비.

놀랍게도 이 불꽃은 아필라의 마법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복면인들까지 공격하고 있었다.

아필라가 동그래진 두 눈으로 아시테르를 쳐다보았다.

이 정도 광역 마법은 엄청난 마력을 잡아먹는다.

겨우 아카데미 학생 수준에서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너… 어디서 그런 초위 마법을 익힌 거냐?”

“초위 마법이요?”

“모르는 척 하긴… 대체 누가 너에게 이런 마법을 가르쳐 준 거지? 누구의 제자냐? 시리아스의 제자야?”

“이 마법은 제가 혼자 연구해낸 결과물인데요?”

“하아? 그런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아필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불바다 때문에 아필라 마법의 위력이 반감되고 있었다.

심지어 갑자기 내린 불꽃비에 복면인들마저 당황한 눈치였다.

반면 아시테르의 마법을 본 학생들은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저 괴물같은 여자를 상대로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는 막상막하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그들의 전의가 상승하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콰릉!!!

틈을 놓치지 않고 알렌시아의 전격이 아필라에게 쏟아졌다.

대기로 상승하는 물줄기가 전격을 막아내었다.

아필라는 알렌시아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화끈!

그때 아필라의 등뒤로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화염이 불타고 있었다.

“이야… 이거 정말 제법이네… 내 스킨 실드를 뚫을 정도의 위력이라니. 거기다 너. 이제보니 스킨 실드를 두르고 있네?”

아필라가 아시테르의 모습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의 전신에 흐르는 마력의 기운.

스킨 실드 덕분에 아시테르는 아필라의 공격을 여러 번 맞고도 버텨낼 수 있었다.

어쨌든 초위 마법에 스킨 실드까지 쓸 줄 안다는 얘긴, 가볍게만 봐서는 안될 상대라는 말이기도 했다.

아필라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 머물렀다.

옆에 있는 알렌시아의 마법도 분명 훌륭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학생 수준에서 비교했을 때였다.

헌데 아시테르는 이미 아카데미 학생 수준이 아니다.

“하긴… 초위 마법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이미 평범한 마법기사 수준 이상은 된다는 얘기지.”

고위 마법보다도 훨씬 더 상위의 마법이 바로 초위 마법이었다.

아시테르가 보인 마법은 불완전하긴 해도 분명 초위 마법 계열.

같은 초위 마도사인 자신이 알아보지 못할리 없다.

“일개 아카데미 학생이 초위 마법을 흉내낼 줄 알다니… 확실히 너는 여기서 제거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아필라의 두 눈에서 안광이 폭사되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광활한 마력의 흐름이 순간 공간을 장악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뭐야……!?”

온몸에 느껴지던 마나의 흐름이 순간 이상해졌다.

그 이질적인 느낌에 아시테르도 처음으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알렌시아도 아필라에게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마력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슈와아아―!!

아필라의 두 눈에서 안광이 폭사되었다.

“초위 마법. 역람의 파도.”

그녀의 옷이 펄럭임과 동시에 거대한 해일이 몸을 일으켰다.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알렌시아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저… 저 마법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그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본 아시테르가 재빨리 그녀의 앞에 섰다.

이대로 두면 자신과 알렌시아는 물론 다른 학생들까지 저 무지막지한 마법에 휩쓸릴 것이다.

다가오는 역람의 파도 앞에서 아시테르가 최대한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를 악문 아시테르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섰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필라의 마법은 분명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저 여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겁을 집어먹거나 움츠러들 수 없다.

“으아아―!!!”

아시테르를 중심으로 솟아난 겁화가 역람의 파도에 저항했다.

타오르며 몸을 일으키려는 불꽃과 모든 것을 뒤덮으려는 파도가 거세게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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