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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52화 (152/424)

152화 발할라와의 전투 (2)

어떻게든 저항하는 아시테르를 보며 아필라가 코웃음 쳤다.

지금 펼치고 있는 마법은 초위 마법이었다.

초위 마법은 마법기사들이 와도 쉽게 막아낼 수 없는 마법.

그것을 증명하듯 아시테르의 불길이 역람의 파도 앞에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어리석은 짓을 하네. 그냥 편하게 너만 먼저 피하면 되잖아? 그럴 능력은 충분히 있어 보이는데.”

애초에 이 마법은 아시테르만을 노린 마법이 아니었다.

전장에 있는 다른 학생들까지 한꺼번에 쓸어버리기 위해 사용한 마법이었다.

그런데 아시테르는 끝까지 역람의 파도에 저항했다.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그러는 거야?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어리석은 친구네.”

아시테르에게 아필라의 말에 대답할 여유 따윈 없었다.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불꽃을 피워내는 데 집중해야 했다.

알렌시아도 그런 아시테르의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돕고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괜히 마법이 뒤엉킨다면 아시테르마저 위험해질지 몰랐다.

그 사이에도 불꽃은 점점 파도에 밀려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크으윽……!”

아시테르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최대한 버텨내고 있지만 점차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시선에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뒤이어 가까이에 있는 알렌시아의 모습도 보였다.

여기서 자신이 무너지면 저 엄청난 마력의 파도가 밀려올 터다.

학생들은 마법에 휘말릴 테고 아필라는 그 틈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죽일지 모른다.

아시테르가 이를 악물고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불꽃이 기세를 키웠다.

이를 본 아필라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제법 버텨내네. 하지만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녀의 입가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보다 못한 알렌시아가 그녀를 향해 전격 마법을 펼쳤다.

콰르르릉!!

낙뢰가 아필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녀가 펼쳐낸 물의 장막이 흔들렸다.

“너는 저놈 다음에 놀아줄 테니 얌전히 기다려.”

두 개의 물줄기가 알렌시아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알렌시아가 다시 전격 마법을 사용하며 그것을 방어하려는 찰나 누군가 그녀의 앞을 지나쳤다.

파앙!!!

가볍게 아필라의 물줄기를 쳐낸 여인이 파이프를 물었다.

“글로리아님……?”

“잘 버텨줬다 애송이들.”

글로리아가 알렌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전장을 살폈다.

학생들과 복면인들인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야… 이거 우리가 아주 우스워졌네. 다른 놈들이 미션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여러 교관들을 배치 했는데… 대체 몇 명이나 쳐들어온 거야?”

파이프의 연기를 한껏 뿜어낸 글로리아가 손아귀를 펼쳤다.

마력으로 형성된 커다란 랜스가 그녀의 손에 들렸다.

“이 일이 해결되면 전부다 징계다. 모자란 자식들.”

길게 뻗은 랜스의 끝에 하얀 서리가 일었다.

카시우스의 창.

지금의 글로리아를 있게 해준 창이기도 함과 동시에 그녀를 상징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뭐냐 이건. 파도풀이야?”

역람의 파도를 본 글로리아가 한쪽 인상을 찌푸렸다.

한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카시우스의 창을 연속으로 내질렀다.

파바바방!!!

역람의 파도에 수많은 구멍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몸을 일으켰던 파도가 얼어붙어 버리기 시작했다.

“넌 뭐야?”

역람의 파도를 단숨에 무력화시킨 글로리아를 보며 아필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스트 왕국 마법기사단에 관해서는 이미 머릿속에 입력해두었다.

그런데 랜스를 들고 마법을 펼치는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자신의 마법을 저렇게 쉽게 무력화시키려면 마법기사단장급은 되어야 하는데 그가 알고 있는 데이터엔 글로리아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넌 뭐하는 쥐새끼인데 이렇게 몰래 기어 들어와서 우리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냐?”

“뭐…!? 쥐… 쥐새끼……!?”

“그럼 몰래 들어 온 너 같은 년놈들을 보고 쥐새끼라 그러지 뭐라 그래?”

“이게!!”

아필라가 마력을 일으켰다.

허공에 만들어진 물방울들이 글로리아를 향해 쏟아져갔다.

총알처럼 쏟아지는 물방울들을 보며 글로리아가 랜스를 한껏 당겼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걸리적 거리니까 비켜라.”

“예……?!”

글로리아가 지쳐있는 아시테르를 걷어차버렸다.

모든 마력을 소모한 아시테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시테르의 곁으로 알렌시아가 뛰어왔다.

그 사이 글로리아는 쏟아지는 물방울을 향해 랜스를 힘껏 내질렀다.

파아앙!!!

랜스 끝에서 뻗어나간 마력포가 단숨에 물방울들을 없애버렸다.

“대… 대단해…….”

글로리아의 힘을 보며 알렌시아도 감탄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는 아시테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토록 애먹었던 역람의 파도를 손쉽게 무력화시키더니, 저 많은 물방울들도 단 한 번에 없애버렸다.

그러나 아필라도 만만한 마도사는 아니었다.

양옆에서 모습을 드러내 수룡이 허공에 교차하며 글로리아를 노렸다.

“수룡? 로비아르 가문의 사람인가?”

파이프를 깨문 글로리아가 몸을 숙이며 수룡에게로 뛰어들었다.

수룡의 사이로 파고든 그녀가 랜스를 가로로 세웠다.

슈와아아-!!

수룡의 피부를 갈라놓은 랜스가 새하얀 얼음 서리를 쏟아냈다.

한줄기 섬광이 아필라를 향해 쏘아졌다.

파앙!!

아필라가 만들어낸 물의 장벽이 랜스의 빛을 막아내었다.

그러자 물의 장벽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까이로 파고든 글로리아가 랜스를 수차례 찔렀다.

순식간에 수십개의 빛줄기가 물의 장벽을 때렸다.

“이야… 이거 생각보다 단단하네?”

랜스를 고쳐잡은 글로리아가 몸을 회전시켰다.

전신에 흐르는 마력이 한순간 랜스의 끝으로 집중되었다.

프로즌 스피어(Frozen Spear).

글로리아의 주력 마법이 랜스 끝에서 펼쳐졌다.

파아앙!!!

한줄기 섬광이 나선으로 회전하며 뻗어 나갔다.

유수처럼 흐르는 물의 장벽이 프로즌 스피어를 막아섰다.

하지만 프로즌 스피어는 물의 장벽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물의 장벽을 뚫은 섬광이 아필라의 어깨를 관통했다.

관통당한 어깨에 차가운 서리가 맺혔다.

“끄아아!!!”

아필라가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냈다.

분노에 찬 그녀가 마법을 쏟아부었다.

허공에 형성된 물줄기가 무차별로 쏟아졌다.

놀랍게도 글로리아는 그 자리에서 랜스를 휘둘러 물줄기들을 모두 쳐내고 있었다.

쏴아아!!!

허공에 맺혔던 물줄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속에 서 있던 글로리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아필라를 쳐다보았다.

“야. 내 파이프가 젖었잖아.”

“크윽……!”

아필라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흉측하리만치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설마 자신이 마법기사단장도 아닌 다른 인물에게 이토록 몰릴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법기사단의 단장들이 나서는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을 위협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허나 그것은 오만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네가 내 이름을 알아서 뭐하게? 기억해 두고 일기에다가 쓰기라도 하게? 근데 걱정마라. 내가 그런 수고는 덜어줄 테니까.”

랜스를 든 글로리아가 아필라를 향해 걸었다.

아필라의 시선에 갑자기 그녀가 거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방대한 마력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마법기사단의 단장도 아닌 자에게 내가… 이 아필라가……!”

“야이 쥐새끼야.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글로리아가 랜스를 수직으로 들어 올렸다.

호흡을 가다듬은 그녀가 랜스를 들고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마치 창과 하나 된 모습이었다.

“아… 아아…! 오지마!! 오지말라고!!!”

아필라가 마력의 파도를 일으켰다.

하지만 마력의 파도 정도로는 글로리아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녀가 한 마리의 수룡을 일으켰다.

수룡이 아가리를 벌리며 글로리아를 집어삼킬 듯이 날아갔다.

촤라락!!!

수룡의 아가리로 과감히 뛰어든 글로리아가 단숨에 수룡의 내부를 뚫어버렸다.

관통당한 수룡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필라가 두 눈을 부릅 떴다.

심지어 글로리아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질 않고 있었다.

아필라가 급하게 다른 마법들을 사용했다.

그러나 글로리아는 그 모든 마법들을 뚫어내며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아필라는 그 어떤 마법으로도 글로리아를 막아낼 수 없었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졌다.

콰아앙!!!

글로리아의 랜스가 아필라의 복부를 관통했다.

“크학!!”

아필라가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글로리아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너 같은 게…….”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지.”

“이건… 이럴 수 없어… 이럴 순 없단 말이야……!”

“거기서 죽어가고 있어라. 네가 데려온 잔챙이들도 금방 정리하고 올 테니까.”

글로리아가 젖은 파이프를 버리고 새로운 파이프를 꺼냈다.

파이프에 불이 붙은 순간 그녀의 랜스가 움직였다.

“대… 대단해…….”

“교관대장님이 저렇게나 강한 분이셨어……?”

“원래 마법기사 단장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분이셨다던데…….”

“크실리아 가문의 사람이잖아. 아그리나님 사촌 언니라고 하던데…….”

“아그리나님이면 들장미 기사단의 단장님 아니야?”

“맞아… 이게 진짜 5대 가문의 힘인가…….”

글로리아의 랜스가 움직일 때마다 복면인들의 몸에 구멍이 뚫렸다.

그녀의 손속에 자비란 없었다.

“네놈들 때문에 시말서 쓰게 생겼잖아.”

싸늘한 눈동자로 복면인들을 내려다보던 글로리아가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후우웅!!

글로리아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주변의 공간을 장악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차가운 서릿발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랜스에 닿은 적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글로리아는 멈추지 않고 주변에 보이는 복면인들을 모조리 얼려버렸다.

“이게 빙결의 여제…….”

“대단해…….”

“진짜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저 정도는 되어야… 마법기사단의 단장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요?”

“아직도 까마득히 멀었구나 우린…….”

전투를 멈춘 라빈과 에스파, 데미리우스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글로리아가 보여주는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그냥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하아… 하아…….”

고통에 뜨거운 숨을 내뱉던 아필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글로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인정하마… 지금의 나는 너를 이길 수 없겠어…….”

복면인들을 빠르게 정리하는 글로리아를 보며 아필라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피메트.

이 포션을 마시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생명력까지 끌어다 쓰기 때문에 마시면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흐흐… 어차피 다 죽어가는 마당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피메트를 입안으로 넣었다.

포션의 기운이 목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아필라가 두 눈을 부릅떴다.

엄청난 마력이 몸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슈와아!!!

쏟아져 나온 마력이 거대한 물방울을 형성해 냈다.

“으하하하!! 이런 기분이었나!?”

세 마리의 수룡이 물방울을 수호하듯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이를 본 글로리아가 인상을 구겼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내가 이렇게 죽기엔 너무 억울해서 말이지… 죽더라도 너는 함께 데려가야겠다.”

두 눈을 부릅 뜬 아필라가 글로리아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거대한 물방울이 글로리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세 마리의 수룡도 광포한 기세를 뿜으며 날아갔다.

아필라를 살펴보던 글로리아가 혀를 찼다.

“쯧… 무슨 짓을 한건지 완전 눈깔이 돌아버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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