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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68화 (168/424)

168화 에도피아 (2)

호가드니는 지금 허허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사이 에도피아 성의 내부도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제법 값이 나가보이는 장식물들도 많이 들어왔고 하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옷도 고급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로트말론을 본 호가드니가 괜히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그는 현재 로트말론이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3개월만에 이 모든 것들을 바꿀 정도로 갑자기 돈이 많아질 리가 없질 않은가!?

“로트말론! 짧은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뀐 듯 하구만!!”

“어서오시게 호가드니. 자네가 봐도 그런 게 느껴지나?”

“당연하지! 당장 자네가 입은 옷만 봐도…….”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이었다.

저 로트말론이 갑자기 어디서 돈이 나서 저런 옷을 입었을까.

“아아! 이것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내게 과분한 옷일세. 공주님께서 선물해주신 것이 아니라면 나도 입지 않았을거야.”

“공주님께서?”

“그래. 감사하게도 공주님께서 직접 옷을 선물해주셨네. 나뿐만이 아니야.”

“그럼?”

“성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공주님께서 옷을 선물하셨네. 뿐만 아니라 성안의 장식물도 모두 공주님께서 바꾸신거네.”

“호오… 역시나 그랬나.”

어쩐지 로트말론 성격에 이상하다 싶었다.

평소 사치는 부리지 않는 로트말론이 이렇게까지 성을 꾸며놨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르체니 공주의 작품이었다니.

벌써부터 그녀의 성품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랬구만……!”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어 직접 와봤지만 단순한 기우인 모양이었다.

제 9기사단에 대한 소문은 부풀려져 있었고, 마르체니 공주의 성품은 성안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으니까.

호가드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로트말론은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곧바로 식사자리로 호가드니를 데려갔다.

그곳에는 마르체니 공주가 미리 와있었다.

“인사드리게. 마르체니 공주님일세.”

“오오오……!”

호가드니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다 부풀려진 것들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한 가지 부풀려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르체니의 미모였다.

아름다운 그녀의 미모에 호가드니가 순간 정신줄을 놓았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린 호가드니가 먼저 마르체니 공주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아무리 왕권다툼에서 밀려난 공주라곤 하나 공주는 공주.

그녀의 신분이 그러하니 호가드니가 먼저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였다.

“안녕하십니까. 엠벨 영지의 성주 호가드니라고 합니다.”

“어서오세요 호가드니님. 호가드니님에 대한 얘기는 여기 있는 로트말론님께 많이 들었습니다.”

“그으렇습니까…!? 저 녀석이 제 얘기를 했습니까?”

“네. 두 분이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으하하!! 예. 그것도 그렇습니다.”

호가드니가 슬쩍 로트말론을 쳐다보았다.

살집이 있는 편인 호가드니에 비해 로트말론은 마른 편이었다.

그것만 봐도 어렸을 때부터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부유한 영지인 엠벨에서 생활한 호가드니는 매끼 고기를 먹어왔다.

반면 로트말론은 검소한 가문 때문에 작물들을 주로 먹었다.

거기다 호가드니는 어렸을 때부터 경영 공부를 해온데 반해 로트말론은 검을 휘둘러 왔다.

이를 두고 호가드니는 로트말론이 야만스럽다며 은근히 그를 멸시해왔지만, 로트말론은 호가드니의 총명함을 존경하며 친구 사이로 여기고 있었다.

“잘 부탁드릴게요.”

“아하하 예! 지내시는데 불편함이 있다면 언제든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호가드니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에 로트말론이 말을 거들었다.

“호가드니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똑똑한 친구이니 공주님께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제게 많은 도움이 될 필요 있나요. 저보다는 친구이신 로트말론님께 도움이 되는 것이 좋죠. 그게 또 에도피아 사람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요.”

“후후 그 말씀도 맞는 말씀입니다.”

로트말론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마력을 다루는 데엔 재능이 없던 로트말론이라 그도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익혀왔다.

본인은 변방의 귀족이 갈고 닦은 검술이라 자랑할 만한 거리는 아니라 거듭 말해왔지만, 아시테르의 의견은 달랐다.

‘로트말론님의 검술은 마수 사냥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좀 더 다듬고 갈고 닦으면 분명 마수들을 상대하는데 있어 무서운 위력을 자랑하는 검술이 될 겁니다.’

아시테르는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그대로 말했다.

실제로 로트말론이 익힌 검술은 마수들을 상대하는데 굉장히 적합해 보였다.

그래서 로트말론의 검술을 살려 에도피아 병사들에게 훈련을 시키는 것도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로트말론이 놀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도사이신데 어떻게 그리 검술을 잘 하시는 건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머쓱하게 웃으며 답변하는 아시테르를 보며 로트말론은 그저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익혀온 덕분에 로트말론의 손은 굳은살 천지였다.

마수들과 싸울 때 날렵한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 몸은 항상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말라보였지만 그래도 온몸은 근육질로 탄탄하게 다져진 몸이었다.

어쨌든 어렸을 때부터 검만 다뤄온 터라 로트말론은 영지를 다스리는데 생각보다 서투른 점들이 있었다.

그것을 마르체니 공주와 게벨 등이 곁에서 보조해주고 있었다.

“흐음…….”

호가드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저렇게 아름다운 마르체니 공주의 짝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산짐승 같은 로트말론보다 품격 있어 보이는 자신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마르체니 공주가 왕실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호가드니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한번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마르체니 공주의 남편으로 말이야.’

밀려난 공주라면 변방의 귀족인 자신도 넘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마침내 왕성에 자그마한 줄이라도 댈 수 있게 된다.

아무리 다른 왕가의 핏줄이 섞여 있다곤 하나 공주는 공주니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야심이 슬쩍 그의 표정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마르체니 공주였다.

그녀와 마주하는 젊은 귀족들이 한 번씩 보이는 표정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그녀는 유연하고 능숙하게 호가드니의 대화를 받아넘겼다.

호가드니가 갑자기 식사 자리에 함께 한 밸크로 기사단의 단장, 드웨인을 가리켰다.

“공주님! 여기 있는 이 친구는 밸크로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드웨인이라고 합니다.”

“아아 드웨인 경이로군요.”

“드웨인 공주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려라.”

“안녕하십니까 공주님! 밸크로 기사단의 단장 드웨인이라고 합니다!”

드웨인이 가슴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본 호가드니가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드웨인은 이 근처의 강한 마수들도 훌륭히 사냥해낸 S급 용병이었습니다.”

“S급 용병이요?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허어… 물론입니다! S급 용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등급이 아닙니다. S급의 어려운 임무를 무려 3번이나 클리어해내야 합니다.”

“오오 그렇군요……!”

적당한 관심을 표현해낸 대답.

무감정한 반응과 진정성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진 마르체니의 말투에서 호가드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아직 감이 안 오신 모양이로군요. 밸크로 기사단은 제가 직접 키워낸 기사단이기도 합니다. 드웨인을 필두로 훌륭한 인재들이 즐비합니다. 제 9왕실기사단의 명성은 들었습니다만 제 밸크로 기사단의 위명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우선 드웨인부터! 드웨인은 사이클롭스를 사냥해낸 역전의 용병입니다.”

“사이클롭스를요……?”

“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거기다 곁을 지키는 포르메르토는 트윈 헤드 오거를 사냥한 적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잔뜩 신이난 호가드니가 기사단 일원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해나갔다.

그의 소개를 듣던 마르체니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로트말론이 먼저 물었다.

“공주님!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또한 트윈 헤드 오거는 사냥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이클롭스는 더더욱…….”

“흐음…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제가 아는 사람은 혼자서 쓰러트리고 오던데…….”

“예!? 트윈 헤드 오거도 굉장히 흉포하고 위험한 마수지만 사이클롭스는 훨씬 더 대단한 마수입니다! 그런 마수를 어떻게 혼자…….”

“정말이에요. 제 왕실기사단의 막내 혼자서도 가서 쓰러트리고 오던걸요.”

마르체니 공주의 말에 순간 호가드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라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말이었다.

사이클롭스는 30명의 병사들이 달려들어도 사냥하기 힘든 강력한 마수였다.

“사이클롭스는 동쪽의 거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마수입니다. 그런 사이클롭스를 혼자 쓰러트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흐음… 정말인데…….”

“공주님께서 직접 보셨습니까?”

“아니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직접 들었어요.”

“누구에게서요?”

“그야 당연히… 그 마수를 사냥한 본인한테서요?”

“으하… 으하하핳!! 크하하하하핳!!!!”

호가드니가 돌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뒤이어 드웨인과 다른 기사단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다같이 웃음을 터트리자 오히려 마르체니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이를 살핀 호가드니가 웃음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이거이거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하지만 마르체니 공주님께 의외의 귀여운 면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순진하게 그런 말들을 모두 믿으시면 어떡합니까!”

“정말이에요.”

“아뇨.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럼 지금 제 기사가 제게 거짓말을 했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렇지 않나 드웨인?”

호가드니가 한쪽에 서 있는 드웨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드웨인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입니다. 사이클롭스 같은 강력한 마수를 혼자 사냥하다뇨. 절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호가드니의 시선이 로트말론에게로 향했다.

그 역시도 쉽게 믿기 어려운 말이긴 했다.

이는 로트말론도 직접 사이클롭스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직접 본 자와 보지 못한 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사이클롭스를 직접 마주하면 오금이 저려 쉽게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런 괴물을 혼자서 사냥하다니?

역시나 쉽게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아마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냥했겠지요.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합니다.”

“아하하하!! 로트말론 그렇게 애쓰지 말게. 이럴 때는 냉정하게 얘기해야 해. 아무래도 그 기사가 거짓말을 한 것 같습니다 공주님.”

“아뇨. 그럴 리가 없어요. 그 녀석이 제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호오… 그리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꽤나 아끼는 기사인 모양입니다.”

“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뭘요?”

“그 기사를 불러주시면 제가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크게 의미가 있는 행동인가?

마르체니는 그 생각부터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아시테르를 이 자리에 부르는 것엔 동의했다.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 차라리 아시테르가 이곳에 도착해 말하는 것이 훨씬 나아보였다.

‘근데 이게 뭐라고……!’

갑자기 이곳으로 불려온 아시테르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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